74화
【 메튜, 고생했다 】
웨스트 릴링 FC의 체력 단련실.
“하나 더.”
“악!”
체력 단련실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제이든과 딜런이 미친 듯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에 입단한 지도 벌써 네 달이 넘었지만 여태까지 자신의 최고 컨디션이 아니라고 체력 훈련을 하는 딜런이었고, 그런 그의 옆에는 항상 제이든이 있었다.
그리고 체력 단련실의 다른 쪽에는 이제는 웨스트 릴링 FC의 정신적인 지주인 매튜가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후… 후…….”
매튜는 온몸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침착하게 천천히 기구를 들었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김종일 코치가 보고서는 말했다.
“매튜! 적당히 해.”
김종일 코치의 잔소리에 매튜는 들고 있던 기구를 놓고서는 말했다.
“하하… 수석 코치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거의 회복했습니다.”
매튜의 괜찮다는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그래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야. 나도 3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해봐서 충고하는 거지만… 나이가 들어서 당한 부상은 더 독해, 그러니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회복 훈련을 해야 한다고. 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회복 훈련에 임해.”
김종일 수석 코치의 진심이 섞인 조언이었다. 매튜는 김종일 수석 코치의 조언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김종일 코치가 자리를 떠나자,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회복 훈련을 진행하였다. 매튜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그라운드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에 가벼운 염좌 부상이 발생했지만 스캔들 기간이라서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출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14차전 경기에서 매튜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였다.
진단은 한 달… 매튜는 3주가 지나면서부터 예전처럼 회복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프로 생활만 20년이 넘는 매튜에게 있어서 햄스트링 부상은 자주 겪었던 부상이었기 때문에 예전과 동일한 스케줄로 회복 훈련에 임하고 있는 매튜였다.
회의실.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감독인 대칸을 비롯하여 모든 코치들과 전략 분석 팀장이 참석하고 있었다.
“다음 18차전부터 20차전까지 일주일 내 경기가 몰려있습니다.”
다음 경기는 시즌 18차전을 치른 다음에 3일 후에 19차전이 있고 4일 후에 20차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인종차별 스캔들로 인하여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웨스트 릴링 FC가 다른 팀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약간 빠듯하게 경기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중 경기인 19차전의 상대는 강등이 예상되는 크롤리 타룬 FC입니다.”
다행스럽게 중간 경기가 비교적 약팀이라서 후보 선수를 운용하기에는 좋은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18차전은 현재 3위 팀인 베리 FC, 19차전인 하위권인 크롤리 타운 FC, 20차전에는 리그 1위 팀인 링컨 시티 FC입니다.”
현재, 리그 2위인 웨스트 릴링 FC의 입장에서는 상위권 두 팀이 포함된 일정이 빠듯한 3연전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선수단의 현재 상황이었다. 김종일 수석 코치가 입을 열었다.
“공격수 라이언 선수는 저번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가벼운 부상이지만 2주 결장이 예상되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미드필더 주전인 알피 선수도 회복 훈련 도중에 몸에 이상이 생겨서 확인한 결과, 피로로 인한 근육의 뭉침이 심한 상태입니다. 적어도 이번 3연전에는 출장이 힘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삭 선수도 약간 체력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칸을 비롯한 코치들은 출전 선수 리스트에서 일단 두 선수를 제외하였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을 이용한 선발 명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라이언 선수가 빠졌고, 이삭 선수의 체력을 고려했을 때, 3경기에서의 진형은 모두 4-5-1로 고정했으면 합니다. 전술 코치님과 전략 분석 팀장님 이견 있으신가요?”
대칸의 질문에 전략을 담당하는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쓸 만한 공격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4-5-1 전술은 웨스트 릴링 FC가 보유한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안정적인 진형이었다.
대칸은 그 외의 코치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았고, 모두 이견이 없음을 확인하고서는 진형은 4-5-1로 확정하였다.
“다음으로는 핵심 선발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공격수 자리에는 모두 에드워드 선수를 선발로 출장시키겠습니다. 이견 있으신가요?”
이번에도 모든 사람들은 대칸의 말에 동의하였다. 라이언이 없는 상태에서 에드워드는 웨스트 릴링 FC에서 대체할 수 없는 공격수였다.
“다음으로 미드필더 선수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기존의 보통 4-5-1 진형에서의 미드필더 주전 선수는 딜런 또는 이삭이 공격형 미드필더, 샘과 알피가 사이드 미드필더, 그리고 제이콥과 게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AM : 딜런 덱스터(396/464)
LM : 샘 필립스(332/414), RM : 알피 부시(375/445)
DM : 제이콥 펜(324/330)―게리 워커(364/350)
이 형태가 가장 기본적인 4-5-1 진형에서의 웨스트 릴링 FC의 미드필더 주전 선수들이었다.
“먼저 공미 자리는 출장이 가능한 딜런 선수가 선발이며, 이삭 선수가 교체를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딜런 선수가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요.”
대칸의 말에 제이든 코치가 살짝 웃으면서 동의하였다. 딜런이 아무리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오기는 했다지만, 가끔씩 경기 도중에 받는 레드카드는 아직도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딜런을 선발 출장시키고, 이삭을 대기시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다음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는 3경기 계속해서 게리 선수와 제이콥 선수를 선발 출장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두 선수 중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니키 선수를 백업으로 출전시키도록 하죠.”
대칸의 이번 판단에도 모든 코치들이 동의하였다. 아무리 니키가 잘 성장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백업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주전인 알피가 부상인 사이드 미드필더 선수들을 보면서 대칸이 약간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문제는 사이드 미드필더 자리네요. 알피 선수가 부상이기 때문에… 저는 18차전과 20차전에서는 알피 선수의 자리에 레오를 투입하고, 19차전에서는 가브리엘로 그 자리를 메우려 합니다.”
대칸의 판단에 많은 코치들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선수 명단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매튜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레오 선수가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위인 링컨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습 때 레오의 기량을 잘 알고 있는 매튜의 의견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임시지만 이삭 선수를 사이드 미드필더로 출전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윙백 주전인 아치 선수를 미드필더로 올리는 방법도 생각해 보시죠.”
대안까지 고려해서 자신의 의견을 차분하게 말한 매튜였다. 하지만 대칸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매튜 코치의 의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삭 선수나 아치 선수를 사이드 미드필더로 출장시키는 것보다는… 레오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더 적합하고 또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레오 선수가 중요한 순위 경쟁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칸은 레오의 스킬 ‘순위 경쟁(R) : 소속 팀과 순위 경쟁을 하는 팀과의 대결 시에 모든 능력치 1 상승’과 레오의 책임감을 믿었다. 그리고 이런 대칸의 말에 매튜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제일 고생하고 있는 포백라인을 살펴보시죠.”
LWB : 가론 아망스(370/420), RWB : 아치 바커스(370/389)
DF : 대니얼 보얀(374/400)―피터 존슨(347/382)
주전 선수 명단을 보고서는 대칸이 말하였다.
“윙백 선수들은 다행히 수시로 칼슨 선수가 교체나 선발로 출장해 주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칸은 센터백 선수들을 보고서는 한숨을 쉬었다.
“대니얼과 피터의 피로도가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죠. 간간이 루이 선수를 교체 출장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 선수의 과부하를 줄여주는 것이 숙제입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약간 무리긴 하지만 제이콥 선수를 내릴까요?”
대칸은 고개를 저었다.
“제이콥 선수도 피로도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이콥 선수가 이미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센터백에서는 그만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입니다.”
메이슨 코치가 말했다.
“일단 19차전에는 루이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시지요.”
이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였다. 루이가 역량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출전할 만했다.
“그러면 두 선수 중에 한 명은 3경기를 연속으로 출전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모든 코치들이 대니얼과 피터의 체력에 대해서 걱정하자, 잠시 보고 있던 매튜가 말했다.
“제가 복귀하겠습니다.”
“뭐?”
매튜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먼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출전하겠다는 매튜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는 마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만 같았다.
노장 선수가 팀을 생각해서 부상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한다. 그 결말은 대부분 좋지 못하였다. 김종일 코치 자신도 결국에는 무리하다가 부상이 악화되어 은퇴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김종일 코치는 더욱 열을 올려서 막으려 하였다.
“안 됩니다. 매튜 선수는 아직 부상 회복 기간입니다. 아직 의사로부터 완치 판정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매튜가 대답했다.
“수석 코치님… 저 어제 병원에서 경기에 복귀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매튜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는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절대로 출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리고 매튜는 출전하겠다고 계속해서 의견이 충돌하였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매튜의 상태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부상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란색까지 회복된 상태, 노란색이라면 다른 선수들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잔부상이었다.
결심한 대칸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한번 복귀전 준비해 보시죠.”
“네.”
“감독님?”
매튜는 담담하게 대답했고, 김종일 수석 코치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대칸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매튜 코치, 언제든지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매튜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렇게 센터백은 18차전에 대니얼과 매튜가 선발, 19차전에는 피터와 루이가 선발, 그리고 20차전에는 대니얼과 루이가 다시 선발로 출전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 * *
18차전 링컨 시티 FC 경기.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천천히 들어가면 됩니다.]
[레오 선수, 옆으로 살짝 밀어줍니다.]
[공을 받은 딜런 선수의 슛!]
레오의 패스를 다이렉트로 때린 딜런의 공은 총알처럼 빠르게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렁!
“와~”
[골입니다! 딜런 선수의 멋진 골입니다.]
딜런을 비롯한 레오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닌 에드워드까지 공격진들이 모두 모여서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수비 진형 깊숙이에 위치하고 있던 대니얼과 매튜만 자리를 지키고서는 세리머니를 구경하였다.
“하하… 역시 이 팀은 공격 하나는 정말 깔끔하게 하는군.”
매튜의 말에 대니얼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죠? 에드워드가 잘하긴 하지만 그 에드워드만 수비하다 보면 다른 선수들이 득점하는 게 이 팀의 패턴이죠. 그렇다고 에드워드 수비를 조금만 방심하면 에드워드가 넣고요.”
매튜가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후반 30분에 스코어는 3:1. 한 골 내준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반대편 공격수의 플레이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
마침, 선수 교체 사인이 올라왔다. 역시나 매튜를 대신해서 루이가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튜 코치, 고생했어요.”
매튜는 대니얼과 하이 파이브를 한번 하고서는 천천히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그리고 교체 퇴장하는 매튜에게 웨스트 릴링 FC의 홈팬들은 박수로 그의 복귀를 환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