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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73화 (73/445)

73화

* * *

맨스필드 타운 FC와 경기가 있는 날.

새벽부터 레오는 침실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항상 하던 것처럼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시고서는 조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근면 성실, 부지런함, 팀플레이 등등 레오에게 붙은 수식어는 다양하고 많았다. 하지만 레오가 원했던 수식어는 아니었다. 레오가 원하는 잘하는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가 아닌 성실하고 부지런한 선수… 현재 레오의 상태였다.

가볍게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레오는 침실에 들어가서 옆에 자고 있던 여자 친구를 깨웠다.

“허니, 일어나. 아침이야.”

“아응… 조금만 더…….”

벌써 몇 년째 동거 중인 여자 친구인 캐서린은 레오의 동반자이자 영혼의 파트너였다.

레오는 캐서린을 깨워서 화장실에 넣고서는 부엌으로 가서는 아침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캐서린이 씻고 나오자, 두 사람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토스트에 베이컨, 그리고 우유가 전부였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풍족한 아침 식사였다.

“오늘은 어디랑 경기해?”

캐서린의 질문에 레오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답했다.

“맨스필드 타운 FC야. 리그 4위 팀으로 강력한 중원을 가지고 있는 팀이지.”

레오의 대답에 캐서린이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오늘도 후보야?”

레오는 평소와는 다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캐서린이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이번 경기는 후보 명단에도 못 든 거야?”

캐서린의 말에 레오는 웃으면서 대답 없이 베이컨을 물었다. 그러자 캐서린은 화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뭐야? 그 팀 감독과 코치들은 눈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우리 자기같이 잘하는 선수를 그냥 놀리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선발로 뛰는 애들도 실력은 별로던데! 샘은 그냥 멍청하게 뛰기만 잘하는 선수고 알피는 기복이 심한 선수잖아. 우리 자기같이 부지런한 선수를…….”

말하던 캐서린이 레오의 눈치를 보더니 속상한 마음에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이 삐죽 나와있는 것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레오가 말했다.

“선발이야.”

“뭐?”

“이번 경기에서 내가 선발이라고. 좌측 사이드 미드필더 선발.”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첫 선발 출장, 그 소식에 캐서린의 눈빛이 변하였다.

“우리 자기… 너무 잘됐어! 내가 완전 축하해 줄게.”

캐서린이 레오를 껴안으면서 축하를 해주었고, 레오는 머쓱한 표정으로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뭐 운이 좋았지… 팀 스케줄 때문에 로테이션도 필요했고.”

레오의 말에도 캐서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리그 4위 팀과의 대결에서 로테이션을 할 리가 없지. 그게 아니라 감독과 코치들이 자기의 실력을 알아본 것이겠지.”

“그게 아닌데…….”

레오의 말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여기저기 문자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남자 친구가 오늘 선발이라는 소식을 퍼트렸다.

“그럼 오늘 저녁에 친구들이랑 경기장 찾아가도 되는 거지?”

캐서린의 말에 레오는 여전히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근데 너무 그러지는 말자, 선발도 100% 확정은 아니야.”

“알고 있어. 그래도 우리 자기 프로 리그에서의 첫 선발 경기일 수도 있는데 내가 안 갈 수가 없지.”

캐서린은 계속 행복한 표정으로 회사를 마치고 경기장에 누구랑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그런 캐서린을 보면서 레오는 한숨을 쉬면서도 뭔가 뿌듯하고 당당한 마음을 느꼈다.

오후.

레오가 소형 자동차를 몰고서 웨스트 릴링 FC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으로 이동하였다.

준프로 시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이번 시즌에 프로 계약을 하면서 계약금과 모아두었던 돈으로 구입한 소형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레오였다.

경기장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 한 여성 팬이 다가와서 사인을 요청하였다.

“레오 선수, 사인 부탁드릴게요.”

리그 2에 승격하고 나서… 웨스트 릴링 FC의 팬들의 수는 확실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은 후보인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응원하던 팬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에 레오는 웃으면서 열심히 사인을 해주었다.

“네. 얼마든지 해드리지요. 이름이 뭔가요?”

“캐서린이요.”

자신의 여자 친구와 같은 이름의 팬에게 웃으면서 레오는 사인을 해주었다. 그러자 팬은 감사하다는 말과 파이팅을 외쳤다. 레오는 기쁜 마음에 선수 대기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웨스트 릴링 FC와 맨스필드 타운 FC의 시즌 13차전이 열리겠습니다. 이곳은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입니다.]

캐스터인 토마스와 해설인 조슈아가 여전히 이번 경기의 중계를 맡았다.

[조슈아 해설님, 경기 전에 두 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우리 요크 지역 팀인 웨스트 릴링 FC는 현재 리그 3위지만 경기 수가 부족해서 3위일 뿐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승점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게다가 중원에서의 장악력도 매우 뛰어나서 이미 리그 2 수준에서 벗어난 팀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팀의 경기 일정이 약간 빠듯하여 주전 선수들의 피로도를 얼마나 잘 관리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조슈아 해설이 너무 웨스트 릴링 FC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 캐스터인 토마스가 살짝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조슈아 해설이 말을 하였다.

[상대 팀인 맨스필드 타운 FC는 리그 4위를 기록하는 팀으로 무난한 것이 특징인 팀입니다. 다만 공격수인 아리만 선수를 조심해야 합니다.]

[네, 광고 잠시 보고 오시겠습니다.]

경기 시작 직전 선수 대기실.

대기실에서는 경기를 준비하느라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칸 감독은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확실히 자신의 역할을 기억하고 플레이해라. 제이콥은 전담 마크 확실히 하고, 레오와 가론은 좌측을 확실하게 책임져 주기를 부탁한다.”

대칸 감독의 말에 이어서 감종일 수석 코치가 레오에게 다가왔다.

“레오, 오늘의 키 플레이어는 너다.”

김종일 수석 코치는 레오에게 다시 임무를 확인시켜 주었다. 며칠 연습했던 내용이지만,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의 레오의 역할은 중요했다.

레오도 그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에 김종일 수석 코치의 지시를 들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였다. 많은 활동량으로 넓은 공간을 장악하고, 윙백 수비 커버까지… 많이 뛰어야겠다는 생각만 드는 레오였다.

삐삑!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경기장에 들어선 레오는 오늘따라 정말로 몸이 가볍고 힘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스킬 ‘순위 경쟁(R) : 순위 경쟁을 하는 팀과의 대결 시에 모든 능력치 1 상승’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레오는 대칸 감독의 말이 맞다는 생각으로 오늘은 자신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였다.

[오… 반격하려는 순간에 태클로 공을 걷어내는 멋진 플레이입니다.]

[네. 오늘 레오 선수 몸을 던지는 투혼을 보여주네요.]

태클을 성공시킨 레오는 진흙이 온몸에 잔뜩 묻었음에도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가론이 다가와서 말했다.

“레오 씨, 고마워요.”

“뭘, 넌 걱정 말고 지금처럼 계속 공격에 집중해.”

레오의 말에 가론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서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전반전에 레오는 말 그대로 언성 히어로였다.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무거워진 몸놀림을 보여주는 선수들 사이에서 레오는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반대편을 압박하는 동시에 자신의 편 선수들이 편하게 플레이하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윙백인 가론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가하였지만 그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주는 것도 레오였다.

그 결과, 전반 30분에는 가론의 크로스를 받은 에드워드가 선제골을 쉽게 넣었으며, 전반 41분에는 가론이 에드워드와 2:1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돌파를 성공하였고, 결국에 골까지 넣으면서 경기가 편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레오의 활동량은 더욱 빛을 발하였다.

[와… 레오 선수 저렇게 활동량이 많은 선수였나요?]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많은 분들이 모르셨겠지만 레오 선수는 부지런함과 활동량이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화려한 플레이는 없지만 언제나 꾸준한 플레이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입니다.]

비가 와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쳐가고 있음에도 레오는 계속해서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오죽했으면 반대편 미드필더 선수들의 눈에는 레오가 두세 명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레오도 한동안 비축해 두었던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런 레오에게도 기회가 다가왔다.

[앗! 레오 선수, 하프라인에서 반대편 선수의 공을 가로챕니다.]

공을 잡은 레오는 자신의 앞에 빈 공간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직접 공을 몰고 돌파하였다.

[어… 어… 아무도 안 달라붙습니다.]

공은 레오가 잡고 있었지만, 수비수들의 시선은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던 에드워드, 라이언 그리고 약간 떨어져 있었던 딜런이었다.

‘뭐야… 날 무시한다는 거야? 기회다.’

레오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을 몰고 가속을 하였다. 빠른 속도로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까지 공을 몰고 들어와서는 바로 가속도를 활용하여 슛을 때렸다.

[오. 강력한 캐논 슛!]

철렁!

레오의 중거리 슛은 거침없이 골키퍼를 통과하여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골을 확인한 레오는 환호성을 지르며 관중석으로 향하여 뛰어갔다.

레오가 다가간 관중석에는 여자 친구인 캐서린이 친구들과 함께 ‘레오 네가 최고야’라고 레오의 골에 환호하고 있었고 레오는 캐서린의 앞에 도착해서는 소리를 지르면서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캐서린, 사랑해!”

레오의 말에 캐서린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토마스 캐스터는 MVP 선수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인터뷰석에서 방송을 진행하였다.

[오늘 경기는 웨스트 릴링 FC가 3: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의 MVP는 레오 선수입니다.]

캐스터의 말과 함께 레오가 인터뷰석으로 들어왔다.

[오늘 경기 승리와 MVP 축하드립니다.]

레오는 아직은 어색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캐스터인 토마스는 단답인 레오를 보고서는 ‘인터뷰가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오늘 무려 14.7km라는 엄청난 활동량을 기록하셨습니다. 지금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약간 피곤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뻔한 대답… 캐스터는 재빠르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오늘 하프라인부터 페널티 에어 라인까지 드리블을 하셔서 마지막 중거리 슛까지 멋진 골을 넣으셨습니다. 그때 당시 소감을 말해주시죠.]

[뭐… 솔직히 제가 윙어지만 수비적인 포지션으로 오늘 경기에 임해서 반대편 선수들이 방심했기 때문에 넣을 수 있는 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말이 늘어나는 레오를 보고서는 캐스터가 약간 돌발 질문을 하였다.

[혹시 골 세리머니를 하신 분은 연인이신가요? 그리고 정확하게 어떤 말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캐스터의 질문에 레오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한다고…….]

캐스터가 작은 목소리에 못 알아듣고 다시 ‘네?’라고 묻자…….

[캐서린 사랑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레오의 말에 주변에 인터뷰를 듣고 있던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 관중들 중에서는 캐서린도 있었다. 캐스터는 자신의 인터뷰가 성공적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질문을 하였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 있으신가요?]

이미 얼굴이 빨개진 레오는 관중석을 캐서린을 보면서 말했다.

[캐서린, 오늘 경기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여태까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랑 결혼하자!]

레오의 공개 프러포즈가 이어졌고, 당황한 캐서린은 얼굴을 숙인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레오는 인터뷰석에서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서는 준비하고 있었던 반지를 꺼내어서는 한쪽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캐서린에게 건넸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창피했던 캐서린이었지만… 반지를 받았고 두 연인에게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과 감독은 물론 관중들까지 환호성을 질렀다.

캐스터는 마지막에 사람들이 레오와 캐서린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리하였다.

[네. 이것으로 행복한 레오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저는 캐스터 토마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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