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 * *
“똑바로 해.”
“으윽…….”
체력 단련실에서 딜런이 이를 악물고 기구를 들고 있다. 그리고 제이든은 옆에서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딜런이 단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독하다… 독해.”
“코치님도 독하지만 딜런도 독하지.”
벌써 세 시간째… 딜런이 기구를 하는 것을 감시하는 제이든과 쉬지 않고 몸 상태를 더 올리고 있는 딜런이었다.
제이든이 한참 딜런을 보다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선수들은 열심히 자신이 하던 기구를 하기 시작했다.
“…….”
묘한 정적 속에 체력 단련실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만 하고 있었다.
“딜런은 괜찮네요.”
“네. 이제는 괜찮죠.”
대칸 감독과 김종일 수석 코치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유리를 통해 체력 단련실을 보고 있었고 둘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제이든 코치의 영입은 정말 최고의 성과 중에 하나였다. 제이든 코치의 영입으로 인하여 먼저 딜런이 변하였다.
딜런 덱스터(23살, 미드필더, 393/464)
기술 140/163, 정신 154/184, 신체 99/117
두 달 동안에 신체 단련실에서 몸 상태만 확실하게 만들었을 뿐인데… 무려 영입했을 때보다 능력치가 9나 올랐다. 이전의 딜런이 얼마나 태만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동시에 지금 얼마나 독하게 운동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였다.
“게다가 저 문제아들도 열심히 운동하는 것을 보니, 제 마음이 다 후련하네요.”
그리고 제이든에게 딜런 이외에도 세 명의 문제아들을 추가로 붙여주었다.
첫 번째 선수는 아치 바커스… 아치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자만감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 성향 때문에 코치들의 지시보다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신체 트레이닝을 하였고, 그래서 문제가 된 선수이다. 그래서 현재 아치는 제이든의 담당으로 선수가 되었다.
“코치님, 그런데 제 생각에는…….”
“닥치고 해라.”
“하지만.”
“그냥 시키는 것만 해.”
“네…….”
아치의 생각을 제이든은 그냥 무시했고, 아치는 어쩔 수 없이 정해진 트레이닝을 해야 했다.
두 번째 선수는 샘 필립스였다. 5부 리그 소속이었던 샘이 괜찮은 발전 가능성에 신체적인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부 리그에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부족함도 있었지만 게으름도 존재하였다. 샘은 전형적으로 시키면 하는 스타일이었지 본인이 알아서 훈련에 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샘에게 제이든은 명약이었다.
“아… 윽…….”
샘이 근육통이 심한 척 엄살을 부려보지만 제이든은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았다.
“쉬지 말고 계속해.”
“네.”
샘은 계속해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기구를 들었고 제이든은 자비 없이 외쳤다.
“방금 쉬었으니 1세트 추가다.”
“아… 코치님…….”
샘이 변명하려 잠시 머뭇거리자 제이든은 추가로 말했다.
“또 쉬네? 2세트 추가다.”
“…….”
샘은 제이든에게 아픈 척을 하든… 뭘 하든… 손해만 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기구를 들었다.
세 번째 선수는 가론 아망스는 그냥 신체 훈련을 싫어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프리 시즌부터 계속해서 신체 훈련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며, 테크닉 위주의 훈련을 하겠다고 주장하여 김종일 코치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하나 더!”
“네.”
“좋아, 하지만 목소리가 작다. 그러니 하나 더!”
“으… 네!”
지금은 순순히 제이든 코치의 지시대로 신체 훈련에 임하는 가론이었다.
처음부터 가론이 제이든 코치의 말을 잘 들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이 제이든 코치에게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가론은 몇 번 반항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 반항은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주변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제이든 코치의 경고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잘려도 상관없다. 그러니 버텨봐라… 버티면 버틸수록 내가 제대로 교육시켜 주마.’
제이든의 경고하는 음성에는 고저가 하나도 없었다. 매우 평온하게 평소에 말하듯이 협박하는 제이든을 보고서는 가론은 그냥 항복하고 그의 코칭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지금은 순한 양이 된 가론이었다.
마지막 선수는 레오 바니스터였다. 레오는 앞선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선수였다. 앞선 세 선수가 훈련에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문제가 되어 제이든에게 배정받았다면 레오는 스스로 더 강력한 코치를 원해서 제이든에게 코칭받기를 원해서 제이든의 담당 선수가 되었다.
“후… 후…….”
레오는 열심히 근육을 단련시키는 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이든이 지나가다가 살짝 레오의 근육을 만져보고서는 말했다.
“아직 힘이 남았군, 1세트 추가다.”
“네!”
레오는 힘들었지만, 제이든의 지시에 따라 죽을힘을 다해서 몸을 단련시켰다. 하드코어와 하드코어의 만남… 오히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부상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대칸이 만류해서 레오의 훈련량을 줄일 정도로 레오는 열심히 훈련하였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레오에게 있어서 훈련만이 살길이며,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이 이 팀에서 버틸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더 독하게 제이든의 코치를 받으며 신체 능력 향상에 힘을 쏟았다.
대칸 감독과 김종일 수석 코치는 문제아들을 훈련시키는 제이든 코치를 보면서 그의 영입이 신의 한 수와도 같았다는 평가를 하였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코치들 사이에서 문제아들을 잡아줄 제이든 코치는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칸 감독과 김종일 수석 코치는 사무실로 올라와서는 메이슨 전술 코치와 타일러 전략 분석 팀장과 다음 경기를 대비한 전술 회의를 시작하였다.
“다음 경기 상대는 맨스필드 타운 FC입니다.”
“현재 시즌 순위 3위인 팀으로 3-4-3 전술을 주로 사용하는 팀으로 강력한 미드필더 선수들이 특징인 팀입니다.”
“그렇다고 골게터인 아리만 선수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팀 대응 전술로는 4-5-1 진형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인 형태를 추천합니다.”
“물론, 아리만 선수에 대해서는 이전 경기와 비슷하게 제이콥 선수를 전담 마크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코치들과 전략 분석 팀장이 이야기하는 것을 한참 동안 들은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정보를 정리하고서는 말했다.
“이외에 특이 사항은 없나요?”
대칸의 질문에 김종일 수석 코치와 메이슨 전술 코치는 이미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고, 타일러 전략 분석 팀장만 자신의 수첩에서 한 줄을 읽었다.
“기타 사항으로 맨스필드 타운 FC와의 경기가 열리는 당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비요?”
대칸의 물음에 타일러 전략 분석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4일 뒤가 경기일이니 비교적 정확한 일기예보로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기타 정보들을 타일러 팀장이 이야기했지만 대칸에게 그리 필요한 정보들은 아니었다.
코치들의 의견에 전략 분석 팀의 정보를 종합한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선수들의 정보를 확인한 다음에 천천히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에 선발 명단을 적기 시작했다.
“먼저 전술은 4-4-2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주로 사용하던 다이아몬드 4-4-2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인 클래식 형태입니다.”
대칸이 천천히 화이트보드에 선발 명단을 적어 내려갔다.
FW : 에드워드 바커(385/481)―라이언 힐(373/398)
LM : 레오 바니스터(351/312), RM : 딜런 덱스터(396/464)
DM : 제이콥 펜(324/330)―게리 워커(364/350)
LWB : 가론 아망스(370/420), RWB : 아치 바커스(370/389)
DF : 대니얼 보얀(374/400)―매튜 로렌조(343/420)
GK : 노아 본드(355/371)
이번 전략의 핵심은 페이크 윙어와 윙백이다. 수비형 윙어 레오와 공격적인 윙백인 가론을 동시에 포진시켜서 두 선수의 포지션과 상관없이 플레이를 하여 반대편 오른쪽을 찢어놓는 것이 목표였다.
포지션을 살펴보던 메이슨 전술 코치가 물어보았다.
“흠… 감독님의 의도는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레오 선수를? 알피 선수에게 그 역할을 시켜도 충분할 겁니다만…….”
메이슨 코치의 질문에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도 답변을 기다리며 대칸을 보았다. 그러자 대칸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레오가 더 적합하거든요.”
4위인 맨스필드 타운 FC와 3위인 웨스트 릴링 FC과의 경기에서 레오의 스킬인 ‘순위 경쟁(R) : 순위 경쟁을 하는 팀과의 대결 시에 모든 능력치 1 상승’이 발동되기 때문에 수비형 윙어인 레오의 역량이 더욱 강하게 발휘될 것이라 예측했다.
거기에 수중전 특화 스킬인 ‘포세이돈의 축복(U) : 비 또는 눈 오는 날에 모든 능력치가 1 상승 및 컨디션 최상 유지’를 가지고 있는 가론이 공격형 윙백으로 받쳐준다면 좌측 사이드를 두 선수가 지배할 것이라고 대칸은 계산했다.
그에 반해 알피는 해가 있을 때 강한 ‘태양의 축복(R) : 해가 떠있는 날에 모든 기술 능력치 1 상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가 없는 날에 맥없는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레오를 선발로 선택한 것이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전술 완성도가 80% 정도 나오는 것을 확인한 대칸은 이 선발 명단으로 확정을 지었고, 김종일 수석 코치는 대칸 감독의 판단을 믿는다는 표현을 하였고, 전술 코치와 전략 분석 팀장은 약간 미심쩍었지만 믿고 넘어갔다.
“다음 맨스필드 타운 FC와의 경기, 선발 명단과 진형이다.”
김종일 수석 코치가 선수 대기실의 게시판에 출력해 온 선수 리스트와 진형을 게시하였다. 그러자 선수들은 게시판을 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헐…….”
간만에 선발 명단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 레오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리그 2에 진출하면서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올라간 것이다.
자신이 선발 명단에 올라간 것을 본 레오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기쁘면서도 부담스러운 느낌… 작년에 로테이션으로 15경기나 선발 출장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이후에는 첫 선발 출장이라…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생각하는 레오에게 대칸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다음 경기 잘 부탁한다. 평소에 네가 하던 대로 미드필더 지역을 장악해 주기를 바란다.”
레오의 입장에서 대칸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했다. 공격적인 부분은 기대하지 않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미드필더 지역을 장악하고 반대편의 공격이 원활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특히, 이번에는 윙백인 가론의 오버래핑이 많을 예정이다. 그러니 네가 후방 지역 백업까지 책임져야 한다.”
대칸의 추가적인 지시에 레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역할은 확실하게 숙지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연습을 통해 자신의 세부적인 개인 전술을 추가적으로 지시받으며 임무를 확인할 것이다.
다만…….
“그런데 감독님, 왜 저를 선발로…….”
레오는 본인이 알피에게는 물론, 샘에게까지 밀리는 세 번째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한다고는 해도 알피가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것은 누가 봐도 아는 일이었다.
약간 의문을 가진 레오에게 대칸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레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선수야. 그리고 특히나, 비슷한 순위권 팀과의 대결에서 스폐셜리스트야.”
“비슷한 순위권 팀에 대한 스폐셜리스트?”
“그래. 넌! 너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해.”
대칸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3시즌 동안 그의 밑에 있으면서, 그가 의미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레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