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시즌 다섯 번째 올덤 FC 경기.
“다들 조심해! 몸싸움 경계하라고!”
지난 4경기 분석을 기반으로 웨스트 릴링 FC를 상대로 거칠게 나오는 올덤 FC였다. 그리고 대칸은 감독으로서 노심초사하며 선수들이 부상당하지만 않기를 바라면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후반전.
후반전이 시작되자, 역시나 대칸은 칼슨을 교체 투입시켰다. 그리고…….
[아… 역시… 부상인가요?]
[네, 안타깝습니다. 올덤 FC의 카스린 선수 들것에 실려 나갑니다.]
칼슨은 전반전의 완벽한 복수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고작 10분 만에 두 명의 선수를 부상으로 경기장 밖으로 보내버렸다. 그중 한 명은 4주 부상! 전반전에 독하게 플레이를 했던 대가를 칼슨이 그 선수에게 제대로 복수해 주었다.
“교체!”
역시, 이번 경기도 칼슨은 카드 한 장 받지 않고서 교체되어 나왔다.
시즌 여섯 번째 경기.
초반부터 거친 포트 베일 FC의 플레이에… 대칸은 전반 30분에 칼슨을 출장시켰다.
그리고…….
삑~
“심판! 이건 아니잖아!!”
벌써 포트 베일의 네 번째 선수가 쓰러졌다. 칼슨의 플레이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리고 반대편 감독의 절규가 경기장에 퍼졌다.
심판도 약간 이상했지만 칼슨의 플레이가 정상 범주였기 때문에… 크게 할 말은 없었다. 그래도 네 명이나 들것에 실려 나갔기 때문에 칼슨에게 옐로카드를 주었고, 대칸은 바로 칼슨을 교체시켜 주었다.
경기는… 결국 웨스트 릴링 FC의 6연승으로 종료되었다.
시즌 일곱 번째 경기의 상대는 칼라일 유나이티드 FC.
전반전에 반칙성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투입된 칼슨의 응징은 계속 이어졌다.
[오늘도 칼슨 선수가 후반전에 교체되어 들어갑니다.]
[정당한 플레이지만 칼슨 선수의 투입은 반대편 선수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일이 오늘도 일어날지가 궁금합니다.]
해설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일어났다.
[아, 두 선수 크게 부딪칩니다.]
[네… 칼슨 선수의 정확하게 공을 가로채는 동작이… 충돌을 가져오네요.]
[또 들것이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칼슨 선수도 상당히 고통스러워하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나네요.]
이번 경기에서도 칼슨은 과격한 플레이를 했던 두 명의 선수에게 부상을 주고서는 교체되어 나왔다.
시즌 여덟 번째 경기의 상대는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 FC, 승격을 노리는 상위권 팀이고 4~7차전을 지켜보면서 웨스트 릴링 FC에게 반칙을 하면 칼슨이 보복을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학습한 상태였다. 그래서 신사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뭐야?”
반칙을 당하지 않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날아다녔다. 특히, 라이언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반대편 진형에서 강한 압박을 주었다.
결국… 반대편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는 라이언의 발을 묶기 위한 강수를 선택하였다.
라이언이 공을 잡고 반대편 진형으로 돌파하려는 순간.
퍽!
“아악!”
삑~
결국, 반대편 선수의 태클로 인하여 라이언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서 바닥에 떨어졌다.
“뭐야?”
팀 닥터가 라이언의 상태를 보고 있는 동안에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라이언이 2주 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참을 필요가 없었다.
“칼슨, 몸 풀어. 5분 후에 투입된다.”
“네.”
5분 후에 칼슨이 경기장에 투입되었고, 역시나…….
“아악!!”
칼슨과 부딪친… 라이언을 부상 입혔던 선수가 쓰러졌다. 대칸이 축구 매니저로 확인해 보니 6주 부상이었다.
“퇴장!”
심판이 칼슨에게 레드카드를 주었지만, 오히려 웨스트 릴링 FC에서 항의를 하였다. 칼슨의 태클은 정당했다. 정확하게 공을 쳐내는 태클이었던 것이다. 후속 동작에서 반대편 선수와 충돌이 심하게 일어나긴 했지만 정당한 플레이였다.
대칸은 대기심에게 아주 냉정한 말투로 항의하였다.
“난 이번 퇴장에 대해서 정식으로 축구 협회에 제소할 겁니다. 당신들의 개 같은 판정에 대해서 항의할 겁니다.”
대기심도 주심의 판정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경기는 다행히 3:2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였다.
4차전부터 8차전까지 칼슨이 부상시킨 선수는 무려 열한 명…….
사태의 심각성은 언론 보도와 다른 팀들의 공식적인 항의로 이어졌다. 그래서 가만히 볼 수만 없었던 잉글랜드 축구 협회에서는 이 일과 연계된 각 팀의 구단주나 단장을 소환하여 대책 회의를 열게 되었다.
“명백한 고의적인 반칙입니다.”
“한 선수가 무려 열한 명의 선수를 부상시킨 일입니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프로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부상당한 선수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구단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도 필요합니다.”
참석한 구단주나 단장들은 강력한 어조로 축구 협회 회장에게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칼슨의 플레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축구 협회 관계자들도 알고 있었다.
“일단, 각 선수들의 부상 장면의 동영상을 보실까요?”
축구 협회에서도 칼슨이 부상을 입힌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공통점이라면 반대편 선수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칼슨의 몸이 들어가거나, 태클이 들어갔다. 하지만 공을 빼앗기 위한 정당한 움직임이 확실했다.
즉, 반칙은 아니었던 것이다.
증거 화면을 보고 나서도 ‘아무리 우연이라지만…….’, ‘태클이 정확하게 들어가긴 했어도 부상을 입힌 것은 사실인데…….’, ‘너무 자주 반복되어…….’라는 말을 하면서 구단주와 단장들이 현실을 부정하자…….
그러자, 아담 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서는 말했다.
“우리 팀의 칼슨 선수에 대해서 워낙 항의를 하시니… 우리 팀 경기의 반칙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아담의 자료를 모든 구단주와 단장들이 받았다. 그러고는 그들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 자료에는 웨스트 릴링 FC의 반칙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대부분 경기에서 일방적인 반칙은 우리가 훨씬 많이 당했습니다. 우리 팀은 반칙을 거의 하지 않았고요.”
반대편이 열 번 반칙하면 웨스트 릴링 FC가 한 번 반칙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몇몇 구단주가 ‘잘못된 자료가 아닌가요?’라고 항의를 하자… 그와 관련된 증거로 영상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축구 협회에서도 이 관련 자료에 대한 검토는 사전에 완료되었다고 말하여 아담의 주장을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었다.
결국 아무 할 말이 없어진 단장과 구단주들로 인하여 회의실은 조용해졌고…….
“사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웨스트 릴링 FC가 당신들에게 항의하고, 반칙으로 부상당한 선수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되는 회의입니다. 그러니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징얼대지 말고 닥치세요!”
아담의 말에 다른 팀 구단주와 단장들의 불만 어린 얼굴은 여전했지만 입은 닫혔다.
아담의 발표가 끝나고 축구 협회의 회장이 입을 열었다.
“사실… 시끄러워진 언론을 달래기 위해 ‘아담 단장님의 자료를 공개할까?’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언론들만 좋아하는 방법이겠죠?”
회장의 말에 모든 참석자들이 수긍하였다. 언론에 이런 자료가 퍼져나가면 다른 팀들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동시에 개싸움이 될 것이 뻔했다.
“물론, 아무리 정당한 플레이라지만… 칼슨 선수가 많은 선수를 부상시켰기 때문에… 한동안 웨스트 릴링 FC의 경기는 심판을 통해서 엄격한 판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담 단장님, 이해하시죠?”
아담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각 팀에서 언급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언론은 우리 축협이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의 있으신 분?’이라고 묻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회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 건에 대해서는 서로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끝으로 회장은 먼저 회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서는 회의장을 나갔다.
남아있는 구단주와 단장들은 아담 단장을 보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2팀의 구단주들은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하면서 나갔고, 다른 4팀의 단장들은 아담에게 다가와서 ‘오해인 것 같다.’, ‘일이 꼬이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잘해보자.’, ‘거친 플레이를 한 것은 미안하다.’ 등의 말을 하면서 아담과 화해를 시도하였다.
아담은 남아있는 단장들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먼저 나간 2팀은… 나중에 대칸 감독에게 전달하였다.
- 축구 협회! ‘칼슨 선수의 플레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그의 플레이는 정상적인 플레이였다
- 칼슨 선수의 반칙에 항의하던 팀의 감독들 입을 다물다
축구 협회는 공식적인 보도 자료를 통해서 ‘칼슨의 플레이가 문제가 없으며 각 팀의 이해를 얻어냈다.’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의혹이 있었던 만큼, 한동안 격한 몸싸움을 금지하고 거친 플레이를 지양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심판도 엄격하게 판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이 이런 식으로 정리되자, 언론에서는 ‘공식적인 킬러! 칼슨’이라고 그에게 별명을 부여하였다.
* * *
[웨스트 릴링 FC와 노샘프턴 타운 FC의 시즌 아홉 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처음 보는 주심과 부심이죠? 특별히 제대로 판정하기 위해 챔피언십에서 심판들이 오늘 경기의 주심과 부심을 보겠습니다.]
경기는 매우 진지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였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패스를 주고받던 딜런은 순간, 반대편 선수들 사이의 틈을 보고서는 낮고 빠른 패스를 날렸다.
“굿!”
패스를 받은 라이언이 돌파를 하려고 하자, 노샘프턴의 수비수가 살짝 어깨로 라이언을 밀면서 넘어지게 만들었다.
삑!
바로 반칙을 선언하는 심판이었다.
“네? 이게 반칙이라고요?”
밀기는 했지만… 영국 축구의 기준에서는 평범한 몸싸움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고개를 흔들면서 거친 플레이를 지양하라고 구두 경고까지 하였다.
노샘프턴의 수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에드워드와 라이언은 서로 바라보면서 씨익 웃는다. 오늘은 기회의 날이었다.
이날, 몸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수들을 제어하지 못한 노샘프턴을 상대로 웨스트 릴링 FC는 골 파티를 하였다. 에드워드와 라이언은 사이좋게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경기에 투입된 딜런은 1골 4어시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였다.
7:0이라는 보기 힘든 대형 스코어로 노샘프턴에게 여태까지의 괜한 화풀이를 하는 동시에 웨스트 릴링 FC는 진정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 * *
시즌 11차전, 웨스트 릴링 FC VS 콜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 콜체스터 커뮤니티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대칸은 내리는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하였다.
“오늘도 다들 이기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