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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69화 (69/445)

69화

칼슨은 하부 리그부터 같이 왔던 선수로 레전드 등급의 최고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선수이다. 공격적인 능력은 거의 없지만 수비적으로 안정적이고 스킬 덕분에 묘하게… 아니 말도 안 되게 좋은 상황을 많이 만드는 것이 상징적인 선수였다.

그런 그를 축구 매니저로 살펴보면 플레이 성향에는 ‘더티 플레이 선호’, ‘반칙성 플레이 자주 사용’라고 적혀있었다. 그렇지만 칼슨은 지난 2시즌 동안 단 한 번도 퇴장을 당하지 않았던 선수이다.

“칼슨 선수가 우리 팀 최고의 더티 플레이어라고요?”

김종일 코치가 진정하고는 대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대칸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역시, 대단한 선수네요. 김종일 코치님의 눈에도 전혀 띄지 않았다니.”

사실 축구 매니저가 없었다면 대칸도 못 알아차릴 만큼… 조용하고 교묘하게 반칙성 플레이를 했던 칼슨이었다.

김종일 코치는 자신이 선수를 코칭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근거로 말했다.

“물론, 칼슨 선수가 더티 플레이를 할 줄은 압니다. 가끔씩 적절하게 활용도 하고요. 하지만 최고의 더티 플레이어라는 건…….”

더티 플레이어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대칸이 말하는 최고의 더티 플레이어의 의미는 조금 달랐다.

“완벽하게 반칙을 사용할 줄 아는 선수죠.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만 사용하고, 경기의 분위기를 보고 사용하고, 심판의 성향도 고려해서 플레이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누구도 저 선수가 그런 성향인지 모르는!”

대칸은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제가 제 말을 수정해야겠네요. 칼슨은 최고를 넘어선 완벽한 더티 플레이어입니다.”

2시간 후.

대칸은 감독실로 칼슨을 호출하였다. 그리고 김종일 코치가 직접 칼슨을 데리고 방으로 왔다.

“칼슨 선수, 먼저 이 서류에 서명부터 해주시겠습니까?”

대칸이 먼저 칼슨에게 내민 것은 보안 관련 서류로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칼슨은 머뭇거리면서도 대칸이 단순하게 보안 유지 서류라면서 그 외에 어떤 불이익도 없음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는 말에 서류를 한번 읽어보고서는 서명을 하였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죠.”

대칸은 칼슨에게 직접적으로… 다음 경기부터 보복을 담당해 달라고 말을 하였다.

“보복이요? 제가 그런 플레이를 어떻게 합니까?”

칼슨은 예상했던 대로 당연히 거절부터 하였다.

여기까지도 대칸이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대칸은 칼슨에게 확실한 대가를 주는 것을 준비하였다. 그래서 대칸이 서랍에서 꺼낸 것은 계약서, 이 계약서는 아담에게 말하고 받아온 칼슨의 재계약 계약서였다.

“자, 제가 칼슨 선수에게 이런 위험한 부탁을 그냥 할 리가 없겠지요? 제 부탁에 대한 대가는 재계약으로 확실하게 문서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이 제시한 재계약서에 추가된 부분은 ‘감독의 특별한 지시를 받아서 이행했을 경우에 추가 수당 지급’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사실… 애매한 조항이었다. 하지만 칼슨이 고의로 반칙을 했다는 사실이나, 감독이 지시했다는 사실이나… 모두 알려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런 항목으로 지정한 것이다.

그리고 대칸은 추가적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녹음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저와 칼슨 선수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드리겠습니다. 저도 같이 보관하고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확실하지요?”

대칸의 제안에 칼슨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고민하는 그에게 대칸은 계속해서 설득을 하였다.

“칼슨 선수, 요즘 시대에 반칙은 흠이 아닙니다. 심판의 눈을 피하는 반칙은 기술이죠! 특히, 칼슨 선수처럼 심판만이 아닌 감독, 코치, 그리고 동료까지 못 알아차리게 교묘하게 하는 반칙은 예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자신의 능력을 감추려고만 하나요? 제가 인정해 드릴 테니… 우리 팀을 위해 칼슨 선수의 능력을 한번 보여주시죠.”

그럼에도 칼슨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참 기다리던 대칸이 결국 먼저 말했다.

“저번 시즌… 25차전 귀즐리 FC와의 경기였나요? 저는 그 경기에서 칼슨 선수가 한 반칙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후반 27분이었나요?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 나지만… 반대편 공격수와 충돌이 있었지요. 물론 그 충돌은 칼슨 선수가 의도한 충돌이었고요.”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도 기억이 난다는 듯이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었고, 칼슨은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들지를 못했다.

“칼슨 선수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같이 넘어져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심판들은 넘어서 우리 팀 선수들과 팀 닥터까지 속였으니까요. 그 정도는 해야지… 반대편 선수가 세 달 부상이 나와도 이해가 되니까요.”

“하…….”

칼슨이 한숨을 쉬었고, 대칸이 말했다.

“다른 사례도 말씀드릴까요?”

대칸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칼슨은 더 이상 감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답변을 하였다.

“감독님의 말은 인정합니다. 안 보이게 반칙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의적인 반칙을 통해서 제가 가진 이미지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저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칼슨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칸에게는 더 커다란 플랜이 있었다.

“하하… 그건 걱정 마십시오. 칼슨 선수의 손상된 이미지보다 더한 보상을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더한 보상요?”

“그건, 제가 이 팀의 감독으로 있는 한! 칼슨 선수를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까짓것, 종신 계약을 보장해 드리죠.”

‘뭐……? 말도 안 되는…….’이라는 생각이 칼슨의 머리를 스칠 때, 대칸은 확고하게 말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도,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에 있어도, 칼슨 선수의 몸에 문제가 있어도, 칼슨 선수가 거부하지 않는 이상! 우리 팀과 무조건 재계약을 해드리겠습니다.”

대칸은 자신이 들고 있는 녹음기를 가리키며 ‘제가 직접 말한 녹음본도 드리죠.’라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였다.

팀을 위한 희생… 하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종신 계약을 약속하고 자신의 약점이 담긴 녹음 파일까지 제공하면서 제안하는 요구였다.

대칸의 제안에 고민하던 칼슨은 한숨을 크게 쉬고서는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감독님의 부탁을 들어드리죠.”

칼슨은 재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모든 서류 처리가 끝나고, 대칸이 칼슨에게 세부적인 지시를 내렸다.

“칼슨 선수는… 상대편 선수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반칙을 해주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대칸은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면서 말했다.

“3주? 적어도 2주 정도의 부상입니다.”

“하… 감독님? 제가 기계인가요? 아니 기계라도 그렇게 정확한 부상 기간이 나오는 부상 유발은 힘듭니다.”

칼슨이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대칸은 웃으면서 말했다.

“칼슨 선수는 그냥 노력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칼슨이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가진 스킬 ‘신의 축복’은 믿었다.

대칸과 대화가 끝난 칼슨이 기가 빠진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그 모습을 지켜본 김종일 코치의 얼굴에는 놀라움만 가득했다.

“김종일 코치님? 코치님도 보안 각서 하나 쓰시죠.”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는 두 사람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에 순순히 각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놀란 표정은 여전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렇죠? 칼슨 선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알 수 없는 행운까지, 종신 계약을 해도 아쉬울 것이 없는 선수입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는 속으로 ‘칼슨 선수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감독님이 더 대단하시네요.’라는 생각을 하였다.

* * *

시즌 네 번째 경기.

상대 팀인 뉴포트 카운티 AFC는 승격 경쟁이 예상되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거칠었다.

“적당히 하라고!”

경기장의 선수들이 반칙으로 넘어지자, 김종일 코치가 대기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였지만 대기심은 진정하라고만 하고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칸은 아직은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메이슨 전술 코치와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전반전 40분 동안… 반대편에서 교체 카드를 두 장이나 썼죠?”

“네, 거친 플레이로 카드를 받은 선수를 바로 교체해 주네요.”

대칸은 후반전에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전반전을 참았다.

삐삑~

기다리던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서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전반전을 대칸이 스스로 총평해 보면… 스코어는 1:0으로 이기고 있지만 거친 뉴포티 선수들에게 웨스트 릴링 선수들이 겁먹은 것이 보이는 경기였다.

상위 리그에서 거친 경기 경험이 많은 매튜가 계속해서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여전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헤맸다. 그나마 U-18 대회에서 격렬한 반칙성 몸싸움을 많이 경험했던 에드워드는 다행히 견뎌내고 골을 넣어서 앞서고 있는 중이었다.

대칸은 이제 히든카드가 나설 시기라 생각되었다.

“칼슨! 후반전에 게리를 대신해서 출전한다. 그리고 포지션은 수미다.”

“네.”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대칸의 손짓을 통해서 칼슨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분 후…….

삑!

[심판이 또 경기를 중단시킵니다.]

[네… 후반전에만 들어서 벌써 다섯 번째죠? 그라운드에 선수들이 누워있습니다.]

[아… 들것이 들어옵니다.]

[뉴포티 카운티의 세 번째 부상… 그것도 단순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리플레이를 보면서 추가 해설을 하였다.

[칼슨 선수의 완벽한 태클입니다. 공부터 건드리죠? 하지만 불행하게… 그다음에 발목과 부딪치는군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해도…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후반전이 시작되고 무려 20분 만에! 뉴포티 카운티의 선수가 세 명이나 부상을 당해서 실려 나갔다.

물론,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칼슨이었고, 칼슨은 고의적인 반칙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플레이… 규칙이 허락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반대편 선수를 담가버렸다.

반대편 감독이 미친 듯이 광분하여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심판도 적절한 플레이였다고 선언하였다. 칼슨의 플레이는 정상 범위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았다.

합법적인 복수였다.

“교체!”

하지만, 무리한 플레이에 칼슨의 ‘신의 축복’ 스킬의 황금색 빛이 금방 사라졌다. 그래서 대칸은 바로 칼슨을 제이콥과 교체해 주었다.

하지만 전반전에 교체 카드를 많이 사용했던 뉴포티는 아홉 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렀고,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뉴포티의 선수들은 모두 정확하게 3주 부상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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