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 * *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 종료됩니다. 시즌 세 번째 경기, 웨스트 릴링 FC가 2:0으로 승리를 하면서 연승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경기 내용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대칸 감독과 코치들은 다음 경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방송 일정으로 인하여 오늘은 빠르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다음 뉴포트 카운티 AFC와의 경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하…….”
대칸이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보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의 상태는 난장판이었다. 아니 개판이었다.
노란색, 노란색, 주황색, 노란색, 주황색, 노란색… 다행인 부분은 붉은색 부상은 없다는 것이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몸에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자잘한 부상들이 덕지덕지 상태 창에 붙어있었다.
노란색 부상은 다음 경기 출장에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겠지만,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요양을 해야 하는 주황색 부상인 선수들도 간간이 있어서 다음 경기 선발 명단도 재검토가 필요했다.
다음 날, 웨스트 릴링 FC 구단 건물.
대칸이 출근을 해서 선수들의 상황부터 확인해 보니, 어제 경기의 여파가 컸다. 선수들은 코치들과 함께 회복 훈련에 들어갔고 주황색 부상이 있던 선수들은 팀 닥터들의 인솔로 요크 시티에 있는 웨스트 릴링 FC의 지정 병원으로 추가 정밀 검진을 받으러 이동했다.
노란색 부상은 다음 경기 출장에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겠지만,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요양을 해야 하는 주황색 부상인 선수들이 있어서 다음 경기 선발 명단도 재검토가 필요했다.
대칸 감독은 수석 코치인 김종일 코치, 전략 분석 팀장인 타일러 그리고 메이슨 전술 코치와 3차전까지 있었던 경기에 대한 자체 분석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진형이나 우리 팀의 전략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반대편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대응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팀의 선수들의 강점인 압박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두 경기에서 심판들이 관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상대편이 더욱 거칠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메이슨 전술 코치가 조용해진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감독님.”
“네? 메이슨 코치님. 코치님도 의견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메이슨 코치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혹시 텃세라는 말을 아십니까?”
텃세.
축구계에 텃세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모든 팀들이 원정 경기를 힘들어하고, 홈경기를 선호하기도 하였다.
“홈구장 텃세?”
대칸이 말하는 텃세에 메이슨 코치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 정도 텃세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 축구계의 텃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축구계의 텃세?”
메이슨 코치는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웨스트 릴링 FC라는 팀에 대한 견제입니다.”
웨스트 릴링 FC는 여태까지 하부 리그에만 머물던 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위 리그로 승격을 연속으로 하다 보니, 기존 팀들이 웨스트 릴링에 대해 좋지 못하게 생각하여 견제가 있었던 것이다.
뭐… 솔직히 말도 안 되는 텃세를 부린다는 것이 이해는 잘 안 되었지만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요?”
메이슨 코치가 말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네? 저 때문이라고요?”
“네, 감독님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감독님이 영국 출신이 아닌, 동양인이라는 것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수석 코치까지 영국 사람이 아닌 동양인이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 솔직히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영국 축구계에 만연한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선수들이야, 팀 성적이 최선이기 때문에 구단 차원에서 감독과 코치들이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였다. 팀워크가 안 맞아서 외부에 인터뷰를 하면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에 있어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특히 동양인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대칸 감독과 김종일 수석 코치가 성공할 경우가 더 문제였다. 여태까지 동양인은 넘보지 못했던 영국 축구계의 지도자 자리에… 동양인이 성공하여 자리 잡는 것은 영국 축구계의 꼰대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싫은 그림이었다.
“하…….”
대칸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고, 옆에 있던 김종일 코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메이슨 코치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기반으로 추가 설명을 하였다.
“이 자료는 첫 번째 경기 분석 자료입니다. 상대편인 노티 카운티는 원래 성향이 거칠고 그 경기의 주심 성향이 관대했기 때문에 경기 내용이 이해되었습니다.”
다음 자료를 건네며 추가적으로 말했다.
“그에 반해 두 번째 경기는 상대편에서 교묘하게 반응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경기가 팽팽할 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다가 2골을 먹혀서 지는 것이 확실해지자, 거칠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거친 플레이를 멈추었고, 다른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하였습니다. 즉 선수가 퇴장을 안 당하는 선까지 한 것이지요.”
세 번째 경기는 자세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세 번째 상대 팀은 전력이 약한 최하위권 팀, 경기 초반부터 지는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반칙성 플레이를 한 것이다.
대칸을 비롯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입은 열리지가 않았다. 그저 메이슨 코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모든 것은 심증이지 확증이 없습니다. 게다가 심판들의 판단도 약간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크게 무리가 있지는 않습니다. 즉, 증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대칸은 답답한 마음에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김종일 코치의 얼굴도 붉어지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메이슨 코치는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말을 계속하였다.
“감독님, 지금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화도 나신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를 냉정하게 고민해 보시죠. 앞의 세 경기만으로… 이미 우리 팀의 이미지가 강한 플레이에 힘을 못 쓰는 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팀들도 거친 플레이를 즐겨 할 것이 예상됩니다.”
냉정하지만 메이슨 코치의 말이 맞았다.
“일단은… 단장님께도 이 상황을 말씀드리죠. 구단에서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칸의 말과 함께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아담은 바쁜 도중에도 대칸 감독의 요청에 시간을 내었다.
“하하…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웃으려던 아담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보고서는 웃음기를 지우고 질문하였다. 그리고 대칸과 코치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낱낱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아담의 표정에는 처음에는 놀라움이… 그러다가 점점 험악한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정말 답답한 상황이군요!”
이야기를 다 들은 아담은 열이 받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냉수를 통째로 시원하게 마셨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는 말했다.
“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담의 표정은 복잡했다. 분명히 팀이 피해를 받고 있는데… 해결할 좋은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상대 팀들은 규칙의 범위에서 지능적으로 폭행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자, 대칸이 나서서 말했다.
“아담 단장님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만약 우리 팀이 일을 벌이더라도 책임을 져줄 수 있는지입니다.”
“일을 벌여요?”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합법적인 정당방위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만약… 우리가 진다고해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칸 감독과 김종일 코치의 말에 아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단장이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거지요… 맘껏 하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외부에 이 일을 알리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메이슨 전술 코치에게 추가적으로 말했다.
“전략 분석 팀 직원들도 외부로 이 내용을 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메이슨 코치도 자신이 직접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하였다.
대칸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아담에게 부탁한다고 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나간 후에도 아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고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면… 벌어질 문제에 대해서 미리 준비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아담은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 오래간만이죠. 요크 지역의 아담입니다. 하하하, 제가 물어볼 것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아담은 한참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하였다.
대칸 일행이 회의실로 돌아가던 도중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대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감독님, 좋은 수가 있으신가요?”
“좋은 수라…….”
김종일 코치의 질문에 대칸이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코치님… 혹시 우리 팀에서 가장 더티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가 누군지 아시나요?”
대칸의 질문에 김종일 코치는 바로 생각나는 선수를 말했다.
“대니얼이죠. 거칠게 몸싸움도 잘하고 상대편을 짜증 나게도 잘하고요. 하지만 가끔 지 성질을 못 이겨서 퇴장당하기도 하죠.”
대칸이 조용히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는 말에 김종일 코치는 다시 생각해서 말했다.
“물론 매튜 선수도 더티 플레이… 아니 지능적인 플레이라고 호칭할 만큼 잘하죠. 오랜 프로 경력이 스며들어 있는 짜증 나는 수비니까요.”
김종일 코치가 이번에는 맞지요? 라는 생각에 대칸을 바라보았지만… 대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김종일 코치도 다른 사람은 생각이 안 나는지 ‘게리도 아니고, 제이콥도 아니고… 새로 들어온 딜런은 그냥 폭력적인 거고… 누군가요?’라고 물어보았다.
“칼슨이요.”
“네?”
“칼슨… 코치님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게 경기를 뛰는 칼슨! 칼슨 선수가 우리 팀 최고의 더티 플레이어입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의 입에서는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칼슨 고트(26살, 윙백, 311/341)
기술 95/108, 정신 137/150, 신체 79/83
스킬 : 신의 축복(L), 설명 :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부 설명 :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천운을 타고난 선수, 어떤 형태로든 그라운드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스킬의 황금색 빛이 남아있을 경우에만 유효하며 만약 황금색 빛이 사라질 경우, 그 경기에서의 모든 운을 다 소모하여 평범한 선수가 됩니다. 매일 자정을 기준으로 기운은 다시 충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