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 * *
“단장님,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물어보시죠.”
대칸 감독은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제이든 코치에 대해서 아담에게 물어보았다.
“제이든 코치님의 과거가 어떻길래 저한테 위험하다고 하신 건가요?”
“아? 그거요.”
아담은 찬찬히 대칸에게 제이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독인 대칸은 적어도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밀월 훌리건, 그것도 항상 선두에서 뛰어다니던 사람이라고요?”
“허허… 그랬죠. 그 녀석 오죽하면 영국에 있는 웬만한 프로 구장에서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싸움도 오죽 잘했는지, 다친 사람도 많았죠. 그래서 지명수배까지 되었던 녀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신 차렸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망나니 딜런에게 더한 망나니… 아니 야수인 제이든을! 그것은 정답이었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
딜런은 구장으로 나와서, 회의실에서 처음으로 전담 코치와의 미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대칸이 딜런의 전담 코치로 데리고 온 사람은 어제 자신과 강렬하게 눈싸움을 하였던 제이든 코치였다.
“자! 서로 인사하세요. 이쪽은 딜런 선수의 전담 코치인 제이든 코치입니다. 그리고 여기 딜런 선수가 제이든 코치가 담당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묘한 분위기… 마치 UFC의 경기가 일어나기 전에 선수들 간에 마주 보는 듯한 분위기가 재현되었다.
“흠… 그럼 두 분 잘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대칸은 자신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두고서는 조용히 회의실에서 나갔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재미있었다. 딜런과 제이든은 둘 다 웃고 있었다. 하지만 둘의 웃음은… 마치 악마들의 웃음처럼 보일 정도였다.
한참 서로를 바라보다가, 제이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딜런 선수? 아니 그냥 편하게 부르지. 너는 내 말에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절대복종? 그게 뭔데? 그리고 내가 왜 네 말을 들어?”
제이든은 딜런의 말에 역시 계속해서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준비한 서류를 꺼내어 읽었다.
“멍청한 새끼… 계약서에 적혀있다.”
제이든이 꺼낸 계약서에는…….
전담 코치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 물론 전담 코치가 지시하는 법과 윤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으나, 그 외의 지시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를 것. 만약 이 조항을 어길 시에 구단 측의 처벌을 받아들인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제이든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싫었다면 계약할 때에 이 문구를 뺐었어야지.”
제이든의 말에 딜런의 웃던 표정이 처음으로 살짝 찌그러졌다. 그러고는 짜증 나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딜런은 순식간에 제이든이 꺼낸 계약서를 손으로 잡아서는 쫙쫙 찢어버렸다. 역시! 뒷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본능에 따르는 망나니다운 행동이었다.
“크크크, 애송아, 계약서는 복사본이니 헛힘 쓰지 말라고. 크크크.”
그럼에도 제이든은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이런 핏덩어리가 난리 치는 것 따위는 제이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좋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닥쳐……!”
제이든의 말에 거칠게 대답은 했지만 딜런에게도 솔직히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제이든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같은 새끼들은 내가 잘 알지, X나 비겁한 새끼들. 당장 눈앞에 닥친 것만 피하고 보자는 멍청한 새끼지. 그러니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서… 약속은 하고서, 안 지키지!”
“뭐? 말 다 했어?”
딜런이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이든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서는 높이 들었다.
“뭐야? 때려봐? 어? 때려보라고?”
제이든의 도발에 딜런은 참았던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제이든은 달려드는 딜런의 주먹을 피하면서 오히려 딜런의 발을 걸었고, 딜런은 회의실의 의자들을 넘어트리면서 괴음과 함께 넘어졌다.
꽈광꽝!
“으… 씨!”
딜런은 바로 일어나서 싸움 자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제이든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래. 너 같은 새끼는 몸으로 느끼게 해줘야 깨닫지!”
“X 까! 닥치고 한판 붙자.”
딜런의 말에 제이든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아, 하지만 여기서 싸울 생각은 아니지?”
제이든의 말에 딜런은 살짝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의실 창밖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회의실 안에서 난 괴음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순간 정신을 차린… 딜런은 주먹을 내리면서 싸우는 자세를 풀었다. 제이든은 먼저 회의실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따라와라. 제대로 한번 붙자.”
먼저 나간 제이든을 따라서 딜런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둘은 사무실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제이든이 딜런과 약간 떨어진 상태로 걸었다. 딜런은 속으로 ‘어떻게 저 꼰대 새끼를 죽여버릴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걸었고, 제이든은 익숙하게 웨스트 릴링 FC에서 북쪽에 위치한 작은 체육관, 복싱 체육관까지 걸어갔다.
제이든이 체육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자, 딜런도 뒤따라서 올라갔다. 그리고 안에는 고요하게 아무도 있지 않았다.
제이든이 사전에 친분이 있는 체육관 관장에게 오전에 비어있는 이 체육관을 쓰겠다고 말해놨던 것이다. 그래서 관장과 관원들이 오기 전이라 조용했던 체육관이다.
“받아라.”
제이든은 딜런에게 헤드기어와 권투 글러브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본인도 헤드기어와 권투 글러브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이건 싸움이다, 권투가 아니야. 발을 쓰든 몸을 쓰든 뭘 하든 상관없다. 헤드기어나 글러브도 착용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하… 댁을 상대라면 뭐를 하든, 이길 자신 있어!”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딜런도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 있다고 대답하였다.
준비를 마친 둘은 자연스럽게 링 위에서 마주 보고 섰다.
“붙기 전에 말하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알겠지? 승자가 말하는 대로 하는 거다.”
“좋아. 그게 나도 바라는 거다!”
그리고 제이든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까닥이며 도발을 하자, 딜런이 달려들었다.
“죽어!”
그렇게 둘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헉헉…….”
20분 뒤… 쓰러진 딜런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많이 맞았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는 상태였다.
그에 반해서 제이든은 아직도 여유로웠다.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롭게 손짓으로 일어나! 일어나! 라고 하면서 딜런을 도발하였다.
“이씨!”
딜런은 악을 쓰면서 빠르게 태클을 하여 제이든을 넘어트린다.
‘좋았어. 이제 죽도록 때리면…….’
문제는 넘어진 제이든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라운드 기술을 써서 오히려 딜런을 팔을 꺾으면서 제압한 것이다.
“아악!”
고통에 딜런이 비명을 질렀다.
“졌다고 말해.”
“안 해! 차라리 죽여!”
아직도 기가 살아있는 딜런… 제이든의 눈빛이 바뀌었다.
“죽이라고? 정말로 팔을 꺾어버려?”
딜런은 제이든의 눈빛을 보았다. 저 눈빛은… 정말로 팔을 꺾고도 남을 눈빛이었다.
“에이 시팔! 그래 졌어, 졌다고!”
딜런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였고, 제이든은 잡고 있던 팔을 놔주었다.
“하아, 하아…….”
승부는 결정되었다. 그리고 두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이 체육관을 채웠다.
제이든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헤드기어를 벗으면서 말했다.
“네가 진짜 사내새끼라면 적어도 약속한 것은 지키겠지. 내 말에 절대복종해라. 적어도 너에게 안 좋은 행동은 안 시킨다.”
“젠장.”
아무리 망나니인 딜런이라도 변명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 좋은데. 한 달 뒤에 다시 붙자!”
딜런의 말에 제이든이 딜런을 살짝 바라보았다.
“알아! 이 새끼야! 내가 진 거 안다고 개 같은 코치 새꺄! 변명 같지만 내 몸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못해서 졌다. 한 달 뒤에 몸 만들고 다시 붙자고.”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하지만 제이든은 기가 팔팔한 것이 조련할 맛이 난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좋다. 하지만 한 달 동안은 넌 내 말에 절대복종해라.”
“알았다.”
“말투부터 고쳐!”
“아… 알겠다고요.”
딜런은 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제이든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먼저 체육관 입구로 가면서 말했다.
“내일 아침 여섯 시까지 구장으로 나와라. 몸부터 만들자! 그런 허약한 몸뚱이로는 제대로 경기에 뛸 수도 없다.”
“…….”
“대답해!”
“네.”
딜런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면서 크게 대답했다. 제이든은 딜런의 대답을 듣고서는 체육관에서 먼저 나갔다.
“후… 죽겠군.”
밖으로 나온 제이든도 오래간만에 몸을 쓴 터라… 온몸의 근육이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그리고 저 망나니에게 질 수는 없다고, 자신도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돌아갔다.
다음 날.
딜런은 얼굴에 멍이 든 상태로 정확히 아침 여섯 시에 구장 경기장에 나왔다. 그리고 제이든은 그 전에 먼저 나와서 딜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기초 체력 훈련부터 한다. 그 전에 몸을 풀어야지! 경기장 내부를 다섯 바퀴 뛴다. 뛰어!”
딜런은 제이든의 미리 준비한 신체 단련과 체력 훈련에 충실히 임하였다.
딜런은 독하게 훈련시키는 제이든의 지시에 따르면서 힘들게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훈련을 받으면서 수시로 ‘한 달 뒤에 두고 봅시다.’라고 말하였고 제이든은 언제나 ‘좋다. 하지만 지금은 내 말에 따르도록.’이라고 말하였다.
딜런은 한 달 뒤의 복수만 생각하면서 말없이 제이든의 독한 훈련에 임하였다.
그날 저녁, 대칸의 사무실.
제이든이 딜런에 대해서 대칸에게 보고를 하였다.
“현재, 딜런의 몸 상태는 형편없는 상태입니다. 아마 프리 시즌에 전혀 몸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흠, 그렇군요.”
몰론 대칸도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딜런이 프리 시즌에 제대로 훈련을 안 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딜런이 제 기량을 보이기 위해서는 일단 몸을 만드는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경기 투입은 적어도 3주 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든은 딜런이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회복하고 선수 생명을 고려하여 훈련부터 시키고 경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칸은 원래 딜런을 소모품처럼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한두 시즌만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바로 경기에 투입하려고 영입을 하였다. 아무리 기강 유지 20의 제이든 코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딜런을 오래 데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이든이 딜런에게 열정을 가지고 제대로 된 선수로 만들려고 하는 과도하게 넘치는 의지가 있었다.
“딜런은 제가 담당한 선수니, 책임지고 빠르게 몸을 만들어서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딜런이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기가 이삭이 부상 회복하고 복귀하는 시기와 비슷했다.
어차피 한동안은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칸은 결국 이 상태로 한동안 경기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네! 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칸의 속도 모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밖으로 나가면서 내일은 딜런에게 어떤 훈련을 시킬까를 고민하는 제이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