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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64화 (64/445)

64화

“감독님, 생각해 보고 저한테 말씀하시는 거죠?”

아담은 딜런 덱스터를 영입하겠다는 대칸이 준비한 보고서를 보고는 물었다. 그리고 대칸은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이크 씨가 말해주시기에 이적 자금 10억(75만유로)이면 충분할 거라고 합니다. 헐시티에서 선수를 내보내는 것만 생각하지 돈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감독님, 헐시티가 왜 그러겠습니까?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선수라서 그런 것 아닙니까?”

아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대칸은 추가적으로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한 장 꺼내었다.

“그래서 제가 대책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대칸이 추가로 준비한 서류에는 한 남자의 신상명세가 적혀있었다. 그는 아담이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웨스트 릴링에서 조금 떨어진 쉐리프 허턴에 있는 대형 정육점을 운영하는 제이든 클라크였다.

제이든은 이 지역 토박이로 젊은 시절에 도시에 나갔다가, 30대 후반에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었다. 지금은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JOB's PUB의 멤버 중 한 명이라 대칸은 제이든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축구 매니저로 확인했던 제이든에게 코치로서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기강 유지 20이라는 능력치였다. 나머지 능력치는 무난한데 유독 높았던 기강 유지 20이라는 능력치는 대칸이 까먹을 수가 없는 수치의 능력치였다.

“제이든을 코치로 영입하자고요?”

아담이 대칸에게 제정신이냐는 표정으로 보면서 말하였고, 대칸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망나니에게는… 야수를 붙여야죠. 제이든 씨라면 딜런 덱스터 선수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대칸의 말에 아담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처음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 아무리 망나니인 딜런이라고 해도! 진짜 야수… 제이든을 만난다면 조용해질 것 같았던 것이다.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아담은 서류를 접수하면서 말했다.

“대칸 감독님, 제이든의 과거를 어떻게 아셨나요?”

“과거요?”

축구 매니저에는 제이든이 밀월 유소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대칸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아담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참! 신기합니다. 과거도 모르면서 제이든을 추천하다니… 대칸 감독님은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담은 대칸이 제이든을 직접 영입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제이든을 영입하겠다고 말하였고 대칸은 아담에게 잘 부탁한다고 요청하였다.

다음 날, 딜런 덱스터는 헐시티 이적 명단에 올랐다. 사실상, 스카우트를 통해서 프리미어 리그 팀과 챔피언십 팀들에게는 사전에 알려진 정보였다.

그런데 다른 팀들에서는 아무런 요청이 없었고, 웨스트 릴링 FC에서만 이적 요청을 하였다. 그다음 날 헐시티에서도 이적료 10억(75만유로)에 선수와 협상만 성공한다면 데려가라고 답신이 왔다.

다음 날.

딜런 덱스터와 에이전트가 계약을 하기 위해 웨스트 릴링 FC에 방문하였다.

딜런 덱스터(23살, 미드필더, 384/464)

기술 140/163, 정신 153/184, 신체 91/117

스킬 : 망나니(R), 설명 :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세부 설명 :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망나니 같은 행동을 계속합니다. 기강 유지 20 또는 선수 관리 20의 전담 코치가 있으면 선수 관리가 가능합니다.

‘어라, 능력치가 하락해?’

얼마나 개망나니면 한 달 사이에 스물세 살의 선수가 정신 능력치가 하락하였다.

딜런은 자신이 개망나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껄렁하다는 표현이 가장 맞는 걸음걸이와 옷차림을 보여주었다. 마치 영국 헤비메탈 록 밴드 패션이었다. 그리고 에이전트는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말을 하였다.

“저희 딜런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유망주이며, 챔피언십에서 4시즌을 보내고 있는 아직 전도유망한 선수입니다. 저희는 리그 2 소속인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 조건이 딜런 선수를 대우해 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하고 싶은 의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만족시킬 대우를 준비해 주셨기를 바랍니다.”

힘이 들어간 에이전트가 허세를 잔뜩 부리는 것이 대칸의 눈에 들어왔다. 사실… 웨스트 릴링 FC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딜런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라는 것도 대칸은 알고 있었다.

대칸이 손짓을 하자, 레이첼이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어서 딜런 측에 건네주었다.

“뭐?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은 고작 1억? 주급 300만 원?”

챔피언십 헐시티에서 주급 800만 원을 받았던 딜런 측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주급이었다.

“이게 뭡니까? 계약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십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에이전트가 화가 난 모습을 보이면서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그리고 딜런도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칸은 여전히 여유롭게 말을 하였다.

“싫으면 관두십시오. 저희도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

나갈 테면 나가라는 대칸의 말에 순간 당황한 딜런과 에이전트였다. 레이첼은 마음을 졸이면서 대칸의 행동을 지켜보았지만,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딜런의 감정을 확인하면서 날린 카드였다.

“솔직히 딜런 선수가 갈 팀도 없지 않습니까?”

팩트 폭력을 행사하는 대칸의 말이었다. 그리고 에이전트도 아무 말을 못 하였다.

딜런과 계약한 에이전트사는 영국에서는 충분히 큰 규모의 회사였다. 그런 회사에서도 딜런을 이적시킬 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딜런을 영입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한 팀은 웨스트 릴링 FC였다.

“귀 팀에서도 이삭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이삭 선수, 3주면 돌아옵니다. 그동안에 다른 선수들로 경기 치러도 상관없습니다.”

에이전트의 말을 끊어버리는 대칸이었다. 그리고 대칸은 딜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딜런 선수! 이건 기회입니다. 당신의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기회.”

대칸은 계약서의 조항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3년 계약이지만 200억(1,500만 유로) 바이아웃 조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급은 저번 팀보다 적겠지만 공격 포인트 하나당 수당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승급 시 주급 재협상 조항도 있습니다.”

대칸의 말에 딜런과 에이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증명해서 쟁취하십시오. 바이아웃 금액만큼 몸값을 올려서 대접받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이적을 하든! 경기마다 공격 포인트를 올려서 돈을 벌든! 팀을 승격시켜 주급을 올리든지! 직접 쟁취하세요. 저희는 모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웨스트 릴링 FC가 이번 시즌에 승격하지 못할 경우 이적 가능 조건도 있었다. 대칸도 승격 못 하면 놔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칸의 말에 딜런은 잠시 생각에 빠졌고, 에이전트는 적당히 계약을 하자는 눈치를 딜런에게 보냈다.

현실적으로… 전 팀에서 난동을 부리고 버람받은 악명 높은 딜런이 갈 만한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웨스트 릴링 FC의 조건이 별로긴 했지만 1년 정도 머물면서 리그 2를 폭격하여 이미지 변화한 다음에 상위 리그 팀으로 다시 이적하는 것이 제일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다만… 이 조항은 뭐죠?”

딜런이 가리킨 조항은 ‘전담 코치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 물론 전담 코치가 지시하는 법과 윤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으나, 그 외의 지시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를 것. 만약 이 조항을 어길 시에 구단 측의 처벌을 받아들인다.’라는 조항이었다.

딜런의 물음에 대칸이 웃으며 답했다.

“저희도 최소한 딜런 선수를 억제할 조항이 있어야죠.”

이 조항이 에이전트는 많이 거슬리긴 했지만 딜런은 웃음이 나왔다. 제아무리 어떠한 제약 조항을 걸더라도 자신을 통제했던 구단은 없었다. 그래서 어린애 장난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뭐, 좋습니다. 이 팀이 내년에 리그 1으로 승격할 것 같지 않으니, 1년 정도 리그 2에서 슬슬 뛰면서 커리어를 만들고 이적할 팀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계약을 하죠.”

건방진 포즈로 딜런은 계약에 동의를 하였고, 레이첼과 에이전트는 계약 세부 조건을 조정하고서는 계약을 완료하였다.

* * *

그때 아담은 웨스트 릴링에서 북쪽에 위치한 쉐리프 허턴에 도착하였다. 쉐리프 허턴은 웨스트 릴링보다 조금 큰 마을이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영국의 농촌 마을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정육점으로 아담이 들어갔고, 누가 봐도 터프한 모습으로 피가 잔뜩 묻은 앞치마를 입은 40대 남자가 아담을 맞이하였다.

“아담 형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고기 대량으로 떼러 오셨나요?”

이 남성의 이름은 제이든 클라크, 요크 북부 지방의 토박이로 JOB's PUB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정육점의 주인이기도 하였다.

“제이든, 요즘은 별일 없지?”

제이든은 의외로 안 어울리지만 웃는 표정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저야 여전하죠. 오히려 형님이 요즘 잘 안 보이시던데요. 웨스트 릴링의 단장이 되시더니 바쁘신가 봐요?”

“하하하… 그래 바쁘지.”

아담과 제이든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제이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돈 문제로 폐업할 위기에 닥쳤을 때에… 그 누구도 제이든의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도와준 사람이 아담이었다. 그래서 제이든은 항상 아담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아담은 한참 동안 잡담을 나누다가 슬쩍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축구는 봐?”

“…….”

제이든에게 축구라는 말을 꺼내자, 제이든의 입이 다물어졌다.

제이든의 과거는 복잡했다. 유년 시절에는 잘나가는 축구 유망주로 평가를 받아서, 밀월 구단 유소년 선수로 스카우트되어 이 동네를 떠났다. 문제는 성년이 되는 과정에 부상을 입었고, 결국 프로 축구 선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불행의 끝이 아니었다. 제이든은 젊은 시절… 20대에 밀월의 대표 훌리건 중 한 명이 되었다. 매 경기 치고받는 싸움의 선두에서 미친 듯이 반대편 팬들을 폭행했고, 결국 밀월 구장을 비롯한 모든 프리미어 리그 팀과 챔피언십 팀, 리그 1의 팀이 소유한 구장에서 모두 출입 금지를 당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럼에도 제이든은 장외에서 다른 구장의 팬들과 싸우면서 훌리건 생활을 지속했는데… 나이 서른 살이 넘어서야,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 정신을 차리고 자수하여 수배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이후에 교도소까지 다녀온 제이든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대형 정육점이 자신이 쳤던 사고 때문에… 빚덩어리라서 망하기 직전인 것을 알았다. 후회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가족을 도와주지 않았다.

단! 지역의 유지이자, 오랜 이웃이었던 아담이 딱한 사정을 알고서, 제이든에게 정신 차리겠다는 사나이의 약속을 받고 나서 도와주었고, 제이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정상화될 수가 있었다.

“…형님?”

아담이 제이든에게 자신의 삶이었던 축구를 끊으라고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제이든에게 다시 축구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담이었다.

“제이든, 우리 팀에 와서 코치로 애들 관리를 해라.”

아담의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제이든의 눈이 커졌다.

아담의 말에 제이든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축구… 빌어먹을 축구! 자신의 인생을 가져간 애증의 축구였다. 자신이 인생을 바쳐서 사랑했었고… 부상으로 자신에게 끝없는 좌절을 주었고… 또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망가트린… 그럼에도 아직 말만 들어도 가슴 뛰는 정말 빌어먹을 스포츠! 축구였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지금이라도 구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정말 거지 같은 심정이 제이든의 가슴속에 가득 찼다.

“형님, 가주십시오.”

“제이든, 생각…….”

“형님!”

제이든의 기세는 마치… 야수의 포효와 같았다.

“제발, 오늘은 그냥 가주십시오.”

제이든의 모습에 아담은 ‘그래. 생각해 보고 연락해라.’라고 말을 하고서는 정육점에서 나갔다.

제이든은 그날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집에서 아무런 안주도 없이,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독한 위스키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마셨다. 그럼에도 제이든의 속에 차있는 뜨거운 불길은 식지 않았다.

다음 날.

제이든은 새벽부터 일어나서는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사무실로 걸어갔다. 분명 엄청나게 술을 마셨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온몸의 감각이 제대로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이든이 구단 사무실에 도착하여 천천히 걸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세요?”

사무실의 직원이 제이든에게 물었고, 제이든은 아담을 찾아왔다고 말을 하였다. 그러자 10분 후에 아담이 사무실에서 나왔고, 제이든에게 다가왔다.

“오, 왔…냐?”

아담은 제이든의 몸에서 나는 강한 술 냄새를 맡았다. 그럼에도 제이든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고, 아담은 제이든을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하였다.

“제이든, 술을 얼마나 먹은 거냐? 물 좀 마시고 정신 차려봐.”

아담은 정신 차리라고 시원한 물을 건네주었다. 제이든은 아담이 건네준 물을 단숨에 마시고서는 말했다.

“형님! 저… 정말 코치로 제가 필요한 겁니까?”

제이든의 질문에 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 했잖아. 어떤 형태로든?”

“그렇죠… 그랬죠… 너무나 간절히 바랐죠. 그런데 제가 해도 될까요? 할 수 있을까요?”

아담은 제이든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말했다.

“야… 네가 훌리건으로 사고 치고 다니긴 했지만… 네가 했던 행동에 책임은 다 졌었잖아.”

물론 돈이 모든 것은 아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직접 사과한 다음에 감옥까지 갔다 왔었던 제이든이었다.

“그리고 10년 넘게 자숙하는 기간을 지냈고. 이제… 축구를 다시 해도 그 누구도 널 욕하지 않을 거야.”

“형님… 정말 괜찮을까요?”

아담은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야! 나만 믿고 가자.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커버해 줄게.”

아담의 말에 제이든은 웃으며… 아니 우는 동시에 웃으면서 말했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뭐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밀월 유소년 선수이자 훌리건 출신의 제이든은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로 합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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