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 마지막 영입 】
“레이첼 왔어?”
“오래간만이다.”
웨스트 릴링 FC의 스카우트 팀장인 레이첼이 오래간만에 대학 동기들 모임에 참가하였다. 영국의 명문대 출신인 레이첼과 동기들은 주기적으로 동기 모임을 가지면서 그들이 가진 결속력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한동안 바빠서 모임에 참가하지 못했던 레이첼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 영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비싼 옷과 두꺼운 화장으로 완벽한 무장을 하고 모임에 참가한 것이다.
“그래, 오래간만이다.”
레이첼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친구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간만에 모인 동기 모임… 하지만 하는 이야기는 역시나 직장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경영학과 사람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동기들이었다. 그래서 각양각색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레이첼, 넌 요즘 어떻게 지내?”
조용히 듣고만 있던 레이첼에게 한 친구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레이첼은 자신의 명함을 그 친구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난 리그 2 소속 팀인 웨스트 릴링 FC의 스카우트 팀장으로 일하고 있어.”
레이첼의 말에 동기들은 ‘오!’라고 말하면서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
아무래도 이제 서른 살인 레이첼의 동기들은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는 레이첼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리그 2는 비록 4부 리그지만 프로 리그였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레벨의 팀이었다. 그런 리그 2의 스카우트 팀장이라는 직책은 동년배에서는 가지기 힘든 직책이었다.
“잘되었네. 축하해.”
“정말 부럽다.”
“와… 학교 다닐 때도 스포츠 마케팅 부분만 파더니 결국 성공했구나.”
친구들의 말에 레이첼은 약간 거만함을 유지하면서도 소탈하게 웃는 척을 하며 말했다.
“호호호. 아니야. 오히려 내가 너희들에게 잘 부탁해야지. 앞으로 우리 구단이 홍보할 일이 있거나, 협의할 일이 있으면 너희를 통해서 부탁할게.”
레이첼은 동기들보다 상대적으로 잘 풀린 자신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과시하면서 여유롭게 모임을 즐겼다.
레이첼은 어느새 동기 모임의 중심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자신이 왜, 어떤 비전으로 웨스트 릴링 FC를 선택하였으며, 입사하자마자 수석 스카우트가 된 일, 그리고 계속해서 선수를 영입하여 4부 리그까지의 승격 과정에서 자신이 한 역할을 무용담처럼 말하였다. 그러자, 대부분의 남자 동기들은 부러움의 눈초리로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최근에도 우리 팀의 감독이 하도 부탁해서, 내가 유망주를 한 명 발굴했지. 6부 리그에서 뛰고 있던 스물한 살짜리 선수인데, 다른 팀의 스카우트들은 모두 이 선수가 프로 리그에서 활약할 만큼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한 선수야.”
물론, 그 당시 레이첼의 스카우트 보고서에도 프로 리그에서 활약이 힘들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선수가 미드필더가 아니라, 윙백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하여 보고하였고.”
대칸의 축구 매니저가 권고한 내용이다.
“대칸 감독이 감동하면서 나에게 감사 표시를 하며! 이 선수를 영입했지. 아마 한동안 훈련을 통해서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게 되면, 우리 팀의 로테이션 멤버로 경기에 뛰게 될 거야.”
레이첼이 언급한 선수는 가장 최근에 영입한 세바스찬 딘이었다.
세바스찬 딘(21살, 미드필더, 304/382)
기술 103/140, 정신 119/148, 신체 82/94
스킬 : 타고난 수비수(L), 설명 : 수비수가 필요한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수비 포지션일 경우에 개인기, 일대일 마크, 태클, 헤딩, 수비 위치, 시야, 예측력, 집중력, 침착성, 판단력, 민첩성, 순간 속도, 점프 거리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보물이 6부 리그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재능이 아닌 미드필더 선수로… 그래서 대칸은 재빠르게 기존 팀에 소액의 이적 자금까지 지불하고서는 세바스찬을 영입하였다.
그리고 김종일 코치와 이야기를 하고 세바스찬을 테스트한 결과, 윙백에서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별하여, 윙백 선수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레이첼의 무용담을 실컷 들은 동기들… 특히 남자 동기들은 레이첼에게 부러움의 눈빛을 마구 보냈다.
거기에 레이첼은 동기들의 마음속에 기름을 던졌다.
“너희 로니 기억나? 우리보다 두 살 어린 후배?”
“로니 킹슬러? 그 축구광?”
일부 동기들은 축구광으로 유명했던 후배인 로니 킹슬러를 기억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호호호, 그 녀석 지금 우리 팀에 스카우트로 있어. 내 밑에서. 호호호.”
학과 후배까지 한 명! 자신의 부하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레이첼의 자존감은 더욱 높아졌다.
레이첼은 언제든지 혹시 축구 관련 일에 관심이 있으면 말하라고 동기들에게 허세를 부렸고, 동기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동기 모임에서의 레이첼의 기세는 하늘을 뚫을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레이첼이 동기들의 부러움을 양식으로 자존감과 허영심을 뽐낼 때, 전화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레이첼이 휴대폰의 액정을 보자.
대칸 개쓰레기 감독 새끼 XXX-XXXX-XXXX
아. 대칸 감독의 전화였다. 레이첼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신 거부를 하였다.
웅~ 웅~
하지만 다시 시작된 휴대폰의 진동… 대칸의 전화는 끝없이 계속 왔다. 분명히! 오늘은 절대로 쉬게 해준다고 약속했던 대칸이었다. 레이첼은 핏줄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인내하면서 계속해서 수신 거부를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웅~ 웅~
이제는 전화를 꺼버리려고 휴대폰을 보는 순간 액정에는 ‘아담 단장(구단 실세)’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애들아, 미안한데 잠시 전화받고 올게, 단장님 전화라서.”
레이첼은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의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서 전화를 받았다.
“단장님, 레이첼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아담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삭 선수가… 훈련 도중에 햄스트링 부상이라고요?!”
비상사태였다. 개막전을 일주일 남겨둔 이 시점에 핵심 플레이 메이커인 이삭 브라운이 부상을 당하였다.
레이첼이 급하게 구단으로 복귀했을 때, 내부는 난리였다.
운영 팀.
“병원에서 소식 왔어요?”
“네! 적어도 5주 부상이랍니다.”
“햄스트링 치료 전문 병원에 의뢰해 보세요. 최대한 빠르게 부상 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네.”
운영 팀은 이삭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전문 병원과 협의하는 등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전략 분석 팀.
“이삭 선수가 없을 경우, 내부 전술에 대한 보고서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선수가…….”
“우리 팀에서 대체가 유일하게 불가능한 포지션이 이삭 선수의 포지션이었습니다.”
“니키 선수는 아직 리그 2 레벨이 아닙니다.”
“게리 선수도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경기 운영을 도와주는 레벨이지, 플레이 메이킹 능력은 부족합니다.”
전략 분석 팀에서는 이삭이 없을 경우에 가장 적합한 선수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레이첼 씨, 아담 단장님으로부터 긴급 선수 영입 자금을 확정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이적 자금 내의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선수 영입을 추진하겠습니다. 선수 명단부터 뽑아주세요.”
대칸 감독의 간만에 보는 진지한 표정,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대상 선수 명단 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레이첼과 새로운 스카우트인 로니는 급하게 선수 리스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칸과 스카우트 팀은 급하게 이삭을 대체할 선수 영입을 추진하였다.
* * *
3일 뒤.
부상당한 이삭은 다행히 햄스트링 전문 병원에서 4주 만에 복귀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전략 분석 팀에서는 플레이 메이커가 있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이 아닌 4-5-1 역습 포메이션을 추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스카우트 팀에서는… 아무리 선수를 찾아봐도 답이 없었다.
이적 시장 초반에 10억(75만 유로) 하던 선수를 끝날 무렵에는 15억(112.5만 유로)을 부르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칸은 능력치 360대 플레이메이커를 15억(112.5만 유로)에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FA 선수와 임대 선수를 알아봤지만, 해결책이 없어서 고민이었다.
회의실.
오늘도 스카우트 팀과 대칸은 멍한 표정으로 고민만 하고 있었다.
“레이첼 팀장님… 혹시 없죠?”
대칸의 질문에 피곤한 모습의 레이첼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감독님.”
대칸은 한숨을 내쉬면서 짜증을 회의 테이블을 강하게 치면서 풀었고, 꽝 하는 괴음에 계속된 야근으로 옆에서 졸고 있던 로니 스카우트가 움찔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후… 방법이 없나?”
대칸이 혼잣말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 이번에도 역시나! 생각지 못한 노스카우트 제이크가 말을 꺼내었다.
“감독님, 그냥 플레이 메이킹이 아닌 다른 전술로 팀을 운영하면 안 되겠습니까? 축구라는 것이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이크의 말은 충분히 이해하였다. 하지만 축구 매니저에서 보는 이삭 포지션이 없는 팀의 전술 완성도는 50% 정도밖에 안 되었고, 팀의 공격력도 너무나 낮아졌다. 이삭 포지션을 채워줄 선수가 없다면 팀의 전력이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칸의 설명을 들은 제이크는 여전히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챔피언십 팀… 헐시티에서 내일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선수가 이적 명단에 나올 예정입니다.”
“네?”
대칸과 레이첼이 제이크를 보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제이크가 자세히 설명하였다.
“아마… 이적료도 별로 높지 않을 것입니다. 헐시티에서도 그 선수의 이적이 중요하지, 이적료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 선수를 감당할 수가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그… 그 선수가 누구입니까?”
대칸은 다급하게 선수의 이름을 물어보았고 제이크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다.
“딜런 덱스터 선수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레이첼은 기겁을 하였다.
딜런 덱스터… 아주아주~ 유명한… 아니 악명이 높은 선수였다. 빼어난 선수임에도 거친 플레이로 3경기에 한 번 정도 퇴장을 당하였고, 그라운드에서 맘에 안 든다고 상대편 선수를 주먹으로 때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코치나 감독과의 불화도 유명했다. 말 그대로 망나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선수였다.
딜런 덱스터(23살, 미드필더, 385/464)
기술 140/163, 정신 154/184, 신체 91/117
스킬 : 망나니(R), 설명 :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다행히, 헐시티가 이번 프리 시즌에 친선경기를 했던 팀이라 대칸은 축구 매니저에서 최근의 딜런 덱스터에 대한 정보를 조회할 수가 있었다. 대칸이 선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스킬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최초 선수였다. 물론, 딜런의 능력이 높고, 가능성도 그 이상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대칸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이크에게 물었다.
“왜 헐시티에서 딜런 선수를 이적 명단에 넣었나요?”
대칸의 질문에 제이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예상되지 않습니까? 며칠 전에 딜런이 코치들과 주먹질을 하며 싸웠다고 합니다.”
헐시티의 친한 스카우트로부터 사건을 들은 제이크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한 명의 코치가 아닌 무려 세 명의 코치와 몸싸움 정도가 아닌 주먹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감독님… 이 선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헐시티가 그냥 이적 명단에 넣은 게 아니라고요.”
레이첼은 그라운드의 망나니로 유명한 딜런의 영입에 대해서 극구 반대하였다. 하지만 대칸은 레이첼에게 지시하였다.
“영입을 위해 단장님께 보고할 선수 보고서 준비해 주시고, 내일 공식적으로 이적 명단에 올라가면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레이첼의 걱정에도 대칸이 말하였다.
“방법이 있습니다. 저런 망나니 선수라도 다룰 방법이 있어요.”
다행히 축구 매니저는 딜런을 다룰 방법까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스킬 : 망나니(R), 설명 :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세부 설명 :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망나니 같은 행동을 계속합니다. 기강 유지 20 또는 선수 관리 20의 전담 코치가 있으면 선수 관리가 가능합니다.
대칸은 맞춤형 코치 영입과 함께 세트로 딜런을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