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49화 (49/445)

49화

“형님, 이적 요청이 왔습니다.”

“이적? 누구?”

5부 리그 우승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날아온 비보다. 데이비드는 대칸에게 공식 요청 서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에드워드 선수와 마크 선수에 대한 리즈에서 이적 요청입니다.”

“……!”

대칸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에드워드와 마크, 두 선수는 대칸과 데이비드에게 있어서 단순하게 계약 기간으로 구속할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2년 전에 두 선수의 부모님들께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조건으로 섭외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에드워드는 수석 코치인 아담의 아들이자, 구단주인 데이비드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팀에 잔류시킬 이유도 있고 방법도 많았다. 하지만 마크는 달랐다. 마크는 그저, 웨스트 릴링 지역의 주민이라는 것 외에는… 이적을 막기 위해서는 설득만이 정답이었다.

【 안녕, 마크 】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아, 데이비드 왔구나?”

데이비드에 이어 대칸도 같이 인사를 하자, 대칸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마크의 어머니였다.

데이비드와 대칸은 직접 마크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자 마크의 어머니가 직접 맞이해 주면서 응접실로 안내하였고, 데이비드와 대칸은 응접실에서 마크의 어머니가 내준 차를 마시면서 마크의 아버지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마크의 부모님이 모두 응접실에 모이자, 데이비드가 본론을 이야기하였다.

“솔직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바뀌자, 마크의 아버지는 역시 진중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바꾸고서는 말했다.

“그래? 이적 건이지?”

“네.”

이미 마크의 아버지도 리즈 구단으로부터 마크에게 이적 요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선수를 이적하기 위해서는 원래는 구단과 우선 협의를 한 후에 선수… 마크는 미성년자이니 마크의 아버지와 협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리즈 구단에서는 유소년 감독인 조쉬가 마크 아버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고는 해도, 대칸이나 에드워드가 화낼 상황은 아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마크의 부모님께 제공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솔직히 말하겠네. 우리 부부와 마크는 우리의 에이전트와 이야기가 끝난 상태이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대칸의 질문에 마크의 아버지는 잠시 한숨을 쉬고서는 말했다.

“마크는 리즈로 이적하기로 결정했네.”

잠시,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대칸과 데이비드는 문제가 쉽지 않아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침묵을 참지 못한 마크의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물론, 자네들은 여태까지 잘했어. 웨스트 릴링 FC… 6부 리그의 팀을 4부 리그까지 승격시켰으니, 프로의 영역까지 올라왔으니 충분히 잘했다네. 그리고 그동안에 마크를 잘 챙겨준 것도 인정한다네.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잘 보살펴 준 것도 사실이고.”

“그럼 왜?”

“하지만 리즈라는 챔피언십의 팀이 고액의 주급을 주겠다면서 부르는데 거절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일단 주급이라는 돈에서 웨스트 릴링 FC는 리즈와 상대가 안 되었다.

“게다가 마크의 나이도 이제 열일곱 살이네. 다른 유망주들이 상위 프로 리그에서 한참 뛰면서 성장하는 시기에 리그 2는 아쉽다네.”

이것도 사실이긴 했다. 마크 정도의 유망주라면 상황에 따라서는 챔피언십 리그에서 백업 멤버나 컵 대회 멤버로 활용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리즈 구단에서는 마크에 대해 출장 경기 수를 보장해 주겠다고 했네.”

1시즌에 컵 대회를 포함해서 최소 10경기 이상을 선발 보장, 리즈에서 제안한 마크 계약 조건이었다. 경기 경험이라는 웨스트 릴링 FC의 최고 무기도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우리는 마크를 리즈유나이티드로 이적시키기로 결정했다네.”

마크 아버지의 최후의 통보였다.

데이비드가 설득하기 위한 말은 해보았다.

“아저씨, 우리 팀은 계속 성장하는 팀입니다. 리즈보다는 우리 팀이 마크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크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팀에 남아줬으면 합니다.”

“데이비드… 웨스트 릴링 FC는 좋은 팀이야. 하지만 더 이상은 마크가 작은 무대에 머물게 하고 싶지는 않단다. 리즈는 대형 구단이야. 이제는 그런 구단이 마크에게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네. 미안하지만 자네의 제안은 거절하겠네.”

챔피언십 레벨의 팀이 주급을 보장하고 출장을 보장하면서 오라고 하는데… 거절할 유망주 부모는 없었다. 이제 정식 프로 팀이 되는 작은 웨스트 릴링 FC가 당할 수는 없었다.

데이비드와 대칸은 더 이상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크의 집을 나와서는 말없이 웨스트 릴링의 거리를 걸었다.

“형님… 어쩔 수 없네요.”

데이비드의 말에 대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쩔 수 없네.”

대칸은 갑자기 생각난 듯!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에드워드는 어떻게 하지?”

마크에게 제안한 조건이라면 에드워드에게는 더한 조건을 제안했을 리즈 구단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에드워드는 수석 코치이자 대주주인 아담의 아들이자, 구단주인 데이비드의 동생이었다.

데이비드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에드워드는 저랑 같이 웨스트 릴링 FC에 남겠죠. 하지만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조정해야겠네요.”

에드워드와의 계약은 데이비드와 아담에게 맡겨버린 대칸이었다.

* * *

웨스트 릴링의 작은 공터.

웨스트 릴링이라는 지역은 영국 농촌 지역이다. 그래서 간간이 거주하던 사람들이 떠난 집터가 남아있기도 하였는데… 그런 넓은 공터에서 에드워드와 마크는 어려서부터 공을 차면서 놀았다.

평소 에드워드와 마크가 놀았던 마을 중앙에 있는 넓은 공터, 그 공터에서 마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복잡한 표정으로 애꿎은 축구공을 벽에다가 뻥뻥 차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냐?”

익숙하고 친근한 목소리… 하지만 지금은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마크에게 들렸고, 마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역시 에드워드였다.

에드워드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마크에게 말했다.

“얌마~ 구장 텅 비어있던데 여기서 공 차고 있냐?”

에드워드는 마크가 차던 공을 빼앗아서는 트래핑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그리고 마크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서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그 구장을 쓸 수 없어.”

“왜?”

에드워드의 대답에 마크는 찡그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도 알지 않냐? 나는 더 이상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가 아니야. 이제는 리즈유나이티드 소속 선수라고.”

사실 에드워드에도 비슷한… 아니, 더 좋은 조건으로 리즈에게서 이적 제안이 왔었기 때문에 에드워드가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남는 것을 선택하였고, 마크는 떠나는 것을 선택하였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공을 트래핑하면서 마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야! 리즈 꼭 가야겠냐? 나랑 같이 축구하는 게 좋지 않냐? 나는 너랑 축구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함께였잖아.”

에드워드와 마크는 어려서부터 같이 큰 소꿉친구이다. 게다가 웨스트 릴링 마을에서는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같이 공을 차고 놀았던 팀메이트이기도 하다.

마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하였다.

“그러면? 너도 같이 리즈 구단으로 가는 것은 어때? 리즈 구단에서 주급만 지금 받는 것보다 열 배 넘게 주겠다고 약속했어. 게다가 집도 제공하고, 차량도 제공해 준대.”

“야.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주가 우리 형인데?”

“그러면? 나는 많은 주급과 상위 리그를 포기하고 웨스트 릴링 FC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

에드워드가 트래핑하던 공을 내려놓고서는 말했다.

“마크! 단순히 돈이 문제야? 그러면 내가 형한테 다시 말해줄게! 금전적인 조건이 문제라면 조정도 가능해.”

에드워드만 해도, 구단의 지분을 일부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었다. 리즈 구단처럼 많은 주급을 지급하지 못하지만, 에드워드가 속한 웨스트 릴링의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더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답이 마크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마크는 에드워드의 발에 있던 공을 살짝 발로 건드려서는 공을 뻥! 하고 벽에 한 번 차고서는 말했다.

“아니, 그게 모든 문제가 아니야. 먼저, 챔피언십에서 뛸 수 있게 해준다고 했어. 1시즌에 컵 대회를 포함해서 최소 10경기 이상을 선발 보장을 약속받고 가는 거라고.”

“마크, 우리가 함께라면 3~4년만 지나도 챔피언십은 물론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까지 나갈 수 있어. 함께라면 가능하다고!”

에드워드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만 빛나겠지?”

“뭐? 무슨?”

“아무리 우리가 같이 웨스트 릴링 FC에서 잘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너만 바라보고 너만 찬양하겠지.”

“…….”

에드워드가 당황해서 말을 못 하는 사이에 마크가 가슴에 쌓였던 이야기를 하였다.

“난! 너보다 더 빛나고 싶어.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충분히 잘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너만 보니까.”

“마… 마크…….”

“그래서 나는 떠나는 거야. 너를 확실히 넘어서기 위해서, 너보다 빛나기 위해서 떠나는 거라고!”

마크의 고백에 에드워드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이지만… 라이벌이라고. 나는 너보다 더 빛나고 싶어! 그리고 그런 나에게 리즈는 배경이 되어줄 거야. 너보다 더욱 빛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줄 것이라고.”

마크가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처음 들은 에드워드였다.

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생각이 정리된 에드워드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결국은 리즈로 가겠다는 거지?”

에드워드의 말에 마크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알았다.”

에드워드는 공터에 떨어져 있던 축구공을 잡아서는 다시 트래핑하였다. 그리고 마크는 잠시 에드워드를 보다가, 뒤돌아서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큰 소리로 외쳤다.

“마크! 다음에 봐도 여전히 우리는 라이벌인 거다. 선의의 경쟁자.”

데이비드의 말에 마크가 잠시 멈추더니 뒤돌아서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 * *

4일 뒤.

마크가 감독을 비롯한 웨스트 릴링의 관계자들에게 이적 인사를 하러 구단을 방문하였다.

무엇보다 리즈 구단에서 새로운 집도 제공해 줘서, 가족들 모두 리즈시로 이사할 것이기 때문에, 오래된 이웃에게 인사하는 개념으로 가족들이 모두 구단으로 왔다.

“마크, 그동안 즐거웠다.”

대칸은 먼저 감독으로서 마크에게 인사를 하였고, 마크는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감독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이 배우고 떠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코치들도 마크에게 인사를 건넸고, 마크는 코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리즈 가서도 잘하고 처음부터 주전 선수로 뛰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알겠지?”

김종일 코치의 말에 마크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아. 상위 리그에서 보자!”

매튜가 주먹을 뻗자, 마크도 주먹을 맞부딪치며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에 만나면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보는 거다?”

차승진 코치의 말에는 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아담이 마크에게 다가와서는 껴안고서는 말했다.

“마크! 너는 우리의 자랑이 될 거야.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중에 유명 선수가 되면, 꼭 우리 팀 출신이라는 것부터 소개하고. 언제나 넌 웨스트 릴링 출신이야.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우리 구단으로 돌아와라. 이 아저씨가 너 정도 받아줄 능력은 된다.”

아담의 말에 마크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대답했다.

“네. 아담 아저씨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에서 2시즌 동안 지낸 기억… 그리고 웨스트 릴링에서의 제 어린 시절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아담은 인자한 얼굴로 마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저희는 리즈로 가보겠습니다.”

마크 부모님과 마크는 함께 구단 사무실을 나섰고, 감독과 코치들은 부모 된 심정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마크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의 낡은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차에 마크가 탔다.

“마크 빠트린 것 없지? 그럼 출발한다.”

“…….”

“마크?”

“아, 네. 출발하세요.”

마크의 눈에는 자신을 조용히 배웅하는 에드워드가 보였고, 에드워드는 평소에 들고 다니던 축구공을 화려하게 트래핑하면서 마크를 배웅하였다. 그리고 마크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서는 웨스트 릴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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