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겨울 이적 시장 - 1 】
1월 22일.
대칸은 자신의 감독실에서 다음 경기인 시즌 30차전 체스터 FC를 상대로 어떻게 준비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대칸의 말이 끝나자, 레이첼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독님, 겨울 이적 시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아시죠?”
“겨울 이적 시장?”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 달간 있는 겨울 이적 시장은 프로 리그 팀들에게 있어서는 팀의 자원을 보충하는 중요한 기간이었다. 하지만 5부 리그에 속해있는 웨스트 릴링 FC는 기간과 상관없이 선수를 영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기간이 아니었다.
“갑자기 이적 시장은 왜 언급하세요?”
대칸의 질문에 레이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리그 1(3부 리그) 소속 팀인 링컨 시티에서 우리 수비수인 대니얼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대니얼을 노린다는 말에 대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고요!!”
대니얼을 빼앗긴다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대니얼 보얀(356/400)… 웨스트 릴링 FC의 주전 센터백 선수로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헤딩 능력이 뛰어나서 공중 볼이 좋으며, 발재간과 축구 지능이 높아서 백업에도 능한 센터백이었다. 게다가 체력도 좋아서 거의 풀타임 소화가 가능한 자원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의 핵심이었다.
플레잉 코치인 매튜가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비진의 리더였고, 안 그래도 윙백 자원이 약한 웨스트 릴링 FC는 대니얼의 백업에 수비를 부탁한 상태였다.
대니얼이 떠난다는 것은 대들보가 빠져서 집이 무너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레이첼의 이야기를 들은 대칸은 다급하게 데이비드 단장실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세 사람은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다.
“레이첼 스카우트님, 정확하게 현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레이첼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서 말했다.
“현재, 리그 1(3부 리그)에서 강등권에 있는 링컨 시티에서 부상당한 수비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백업해 줄 선수를 찾고 있습니다.”
레이첼이 나누어 준 자료에는 링컨 시티의 스카우트가 대니얼의 경기 모습을 관찰하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 기간 동안에 수비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 컨택을 하였는데, 다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곳이…….”
대칸이 끊어서 말했다.
“우리 웨스트 릴링 FC의 대니얼이란 말이군요.”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적으로 레이첼은 자신의 정보 라인을 통해서 링컨 시티에서 대니얼에 대한 이적료는 대략 3억에서 4억 정도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였다.
“금액도 말도 안 되는군요.”
대니얼은 포텐이 400대인 수비수이다. 비록 나이가 스물여섯 살로 조금 많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3~4억(22.5만 유로~30만 유로)은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현재 시점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서…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절대로 필요한 선수였다.
대칸은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표명하였다.
“절대로! 대니얼의 이적은 불가합니다.”
대니얼의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하고도 6개월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적을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레이첼이 꺼내는 말에 대칸은 불안하게 물어보았다.
“뭐가 문제인가요?”
“하… 문제는… 링컨 시티에서 대니얼의 에이전트에게 먼저 접근했다는 거죠.”
“젠장! 그러면 대니얼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안다는 뜻인데…….”
상황이 빌어먹을 상황이었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구단이 선수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그 선수가 태업… 불성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지름길이었다. 특히나 대니얼과 같은 감정파 선수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대니얼은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선수, 프로 리그가 아닌 준프로 리그에서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선수를 무작정 프로 리그급 팀 이적을 막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외통수…….
팀 차원에서도 두 단계나 상위 리그인 리그 1팀에서 요청이 왔는데 보내주지 않으면 대니얼이 크게 화를 낼 것이 뻔했고, 팀의 수비력이 무너지는 동시에 분위기도 만신창이가 될 것이 예상되었다.
대칸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레이첼 스카우트님… 공식적으로 언제 링컨 시티의 오퍼가 올까요?”
“아마, 이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면 올 겁니다.”
대칸은 다급하게 가방을 챙기면서 말했다.
“일단 제가 직접 링컨 시티의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레이첼 스카우트님과 데이비드 단장님도 대니얼 이적과 관련해서 정보를 수집해서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붙였다.
“절대로! 대니얼을 이적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대니얼을 설득해야 하고요. 팀의 운명을 걸려있는 일입니다. 모두 이 건에 집중해 주세요.”
대칸은 이번 시즌 우승을 하는 데 가장 큰 고비가 이번 건이라는 점을 확실히 말했고, 데이비드와 레이첼도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 * *
예상대로 2일 뒤에 링컨 시티에서는 분할 지급이지만 5억 원(37.5만 유로)이라는 금액에 대니얼을 영입하겠다는 공식 오퍼가 왔고, 그다음 날에는 대니얼의 에이전트가 구단을 방문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데이비드 단장님. 저는 대니얼 선수의 에이전트인 제이미 바커스입니다.”
제이미는 웃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에이전트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충분히 알고 있는 데이비드는 평소와는 다르게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네, 웨스트 릴링 FC의 단장인 데이비드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대칸도 같이 인사를 하였다.
“웨스트 릴링 FC의 대칸 감독입니다. 반갑습니다.”
단장실에서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분 모두 아시겠지만 어제 링컨 시티에서 정식으로 대니얼 선수 영입을 위한 오퍼를 보냈습니다.”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적료가 무려 5억(37.5만 유로)입니다. 5억(37.5만 유로)! 분할 지급이긴 하지만 5부 리그 선수를 데려가는 데 5억(37.5만 유로)을 지불할 만큼 링컨 시티에서 대니얼 선수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에이전트의 말대로 주전 수비수들이 모두 부상당한 상태라 링컨 시티가 워낙 급한 상황이기는 했다.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선수를 5억(37.5만 유로)이라는 돈에 이적시키는 일은 웨스트 릴링 FC의 입장에서도 전혀 손해가 아닙니다. 그러니, 대니얼 선수의 이적에 대해서 허락해 주십시오.”
에이전트의 입장은 단순했다. 대니얼의 이적을 통해서 웨스트 릴링 FC는 돈을 벌어서 좋고 대니얼은 상위 리그로 진출하여 좋은 주급을 받아서 좋았다. 물론 에이전트의 측에서도 수수료를 받을 테니 그들도 좋았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모두가 ‘윈-윈’인 상황이었다.
에이전트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이 말없이 대칸을 바라보았다. 팀의 모든 이적 권한은 대칸이 가지고 있는 상태… 대칸의 결정에 따라 이번 이적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대칸은 여전히 말없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대니얼의 이적은 반대입니다.”
“감독님?”
“하지만, 이렇게까지 된 이상…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겠네요.”
대칸은 대니얼의 에이전트에게 말했다.
“제가 대니얼과 직접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십시오.”
“네?”
에이전트는 대니얼과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계약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로 대칸을 설득하려 하였다. 하지만 대칸의 말은 한결같았다.
“제가 직접 대니얼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돌아가 주십시오.”
결국, 에이전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말했다.
“좋습니다. 다행히 3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경기 잘 치르시기 바랍니다.”
대칸은 그렇게 에이전트를 내보냈고, 단장실에는 데이비드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형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데이비드의 물음에 대칸은 대답했다.
“그곳으로 대니얼을 보내면 안 된다.”
“아니… 형님의 입장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대니얼 선수가 당연히 필요하죠. 하지만 붙잡을 명분이 없잖아요.”
“명분은 있어. 있다고.”
“네?”
명분이 있다는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의 눈이 커졌다.
“내가 직접! 대니얼과 이야기해 보겠어.”
“형님, 아무리 우리가 5부 리그에 있다지만 프로입니다. 인정으로 부탁하시는 것은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잘해볼 테니까.”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도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였다.
“잘되면… 저도 좋지만… 과연 형님께서 어떻게 하실지…….”
대칸을 믿을 수밖에 없는 데이비드였다.
저녁.
시즌 30차전 체스터 FC와의 경기를 앞두고… 웨스트 릴링 FC의 라커룸은 평소와 달랐다.
항상 쾌활하던 대니얼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던 것이다.
눈치가 빠른 선수들은 재빠르게 대니얼의 주변에 다른 선수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고… 아담을 비롯한 코치들은 대니얼의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말을 걸지 않았다.
라커룸에 들어선 대칸은 유일하게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대니얼에게 다가갔다.
“헤이, 브로~ 오늘 컨디션은 어때?”
“…….”
대니얼은 싸늘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묘한 분위기…….
“자, 경기 시작 30분 남았다. 다들 운동장에서 몸을 풀자!”
아담의 말이 구호의 신호였다. 선수들은 이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네.’라고 외치고서는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라커룸에는 대칸과 대니얼만이 남았다.
“대니얼.”
“대칸… 네가 무슨 이유로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니얼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일단 오늘 경기는 치르고 내일 이야기를 하자. 경기 전에 더 복잡해지고 싶지는 않거든.”
오히려 저음으로 냉정하게 말하는 대니얼의 모습에 대칸도 살짝 긴장이 될 정도였다.
“그래, 경기 마치고 이야기하자.”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천천히 걸어서 그라운드로 나갔다.
“뛰어, 뛰라고!!”
“자신의 자리 확실하게 지켜!”
경기 도중에 김종일 코치는 목이 터질 것처럼 외쳤다. 수비 지역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대니얼은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실수를 자주 보여주었다.
평소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수비 백업을 못 하여 반대편에게 골을 허용하였고, 특기인 공중 볼 다툼에 있어서도 분명히 대니얼이라면 막을 수 있는 공중 볼을 놓치는 장면이 보였다. 그 외에도 자잘한 실수는 옵션처럼 따라다녔다.
다행인 것은 상대 팀인 체스터 FC의 전력이 약했기 때문에 대니얼의 부진이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경기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웨스트 릴링 FC가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 대니얼의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니얼의 흔들림은 팀 전체의 수비를 흔들고 있습니다.”
김종일 코치의 말에 대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칸은 만약 대니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팀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확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