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에이 씨팔! 레프리, 레프리! 이건 고의적인 반칙이잖아! 똑바로 보라고 눈 제대로 뜨고 보란 말이야.”
대칸은 흥분해서 눈을 가리키면서 격하게 가까이 있던 부심에게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부심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화가 넘쳐…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아담과 김종일 코치가 말려서 간신히 퇴장을 면하기는 했지만, 대기심은 대칸에게 경고를 하였다.
“반칙이라니까요. 반칙, 발로 찼어요!”
해리슨의 반칙에 대해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주심에게 몰려가서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볼 경합을 위해 공중으로 뛰었기 때문에 해리슨이 한 행동이 심판에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심판은 반칙이 아니라고 판정하였다.
“뭐야… 진짜!”
대니얼이 흥분하려는 기색을 보였고, 매튜가 옆에서 달래주면서 최대한 흥분을 자제시켰다. 하지만 대니얼만이 아니라,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들이 살짝 흥분하고 있었다.
대칸과 선수들이 항의하는 동안에, 팀 닥터는 카펜터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큰 부상은 아니지만 넘어지면서 머리 부근에 살짝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교체를 해야 한다는 사인을 벤치로 보내었다. 그래서 대칸은 백업 키퍼인 데이비드를 내보냈다.
[결국, 카펜터 골키퍼를 대신해서 데이비드 선수가 골키퍼로 투입됩니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부상당한 카펜터의 상태 창을 보면서,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 30분.
웨스트 릴링의 진영 좌측 사이드에서 위치를 잡고 있던 해리슨이 좋은 패스를 받았다. 근데 그런 해리슨의 앞에는 헨리가 자리 잡고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해리슨이 이런저런 기술을 쓰면서 뚫어보려고 하지만, 헨리는 중심을 잡고 자리를 지키면서 공격을 지연시켰다.
“젠장.”
짜증이 난 해리슨이 투박한 드리블로 공을 몰고 들어갔고, 헨리가 몸으로 해리슨의 진로를 막았다. 그러자 해리슨이 발로 헨리가 전반에 부상당한 허벅지를 발로 실수하는 척! 차버렸다.
“악!”
해리슨의 반칙에 헨리가 쓰러졌고, 심판은 ‘삐삑!!’ 휘슬을 불어서 해리슨에게 반칙을 선언하고 옐로카드를 주었다.
“아 씨팔!”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헨리의 상태 창을 보고서는 한숨이 나왔다. 헨리의 ‘타박상’은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이미 모든 교체 카드를 사용하여 교체를 할 수가 없는 상황!
심판의 지시에 따라 헨리가 들것에 실려서 경기장 밖으로 나왔고 그 위치가 웨스트 릴링 FC의 벤치 앞이라서 대칸은 직접 헨리의 상태를 눈으로 보았다.
허벅지에 푸른 멍이 크게 들어있었다. 대충 봐도 통증이 심각한 상황! 결국 열 명으로 경기하더라도 헨리를 빼야겠다고 대칸이 결심하였다.
“아담, 헨리를 빼…….”
하지만 누워있던 헨리가 대칸의 손을 잡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감독님, 전 괜찮습니다!”
대칸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헨리의 허벅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난해? 허벅지에 멍을 봐!”
푸른 멍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도 헨리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말했다.
“감독님, 만약 제가 빠져서 이 경기를 지게 된다면… 그래서 우리 팀이 우승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승격을 못 하게 된다면! 전 평생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1위를 사수하기 위해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가 만약 레이튼의 승리로 끝난다면, 승점 2점차로 급격하게 좁혀질 수가 있었다.
올해가 스물아홉 살인 헨리는 준프로 생활만 10년을 하였다. 그동안에 6부 리그를 비롯한 하위 리그에서만 뛰었던 헨리는 저번 시즌에 합류한 웨스트 릴링 FC가 우승하면서 승격하여 5부 리그에서 처음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올 시즌, 운이 좋게 우측 윙백 주전으로 경기를 뛰고 있었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헨리는 자신의 선수 역량이 여기 레벨까지라고… 솔직히 5부 리그도 버겁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웨스트 릴링 FC에서 가장 떨어지는 선수라는 것을 자각하고! 5부 리그의 상대편 공격 에이스들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축구 선수 기량이 가장 좋다는 스물아홉 살… 이 전성기에 이 정도 능력이라면… 헨리는 이번 시즌이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고 커리어 시즌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헨리는 5부 리그에서 우승이라는 커리어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리그 우승을 위해서 이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 때문에 패배하는 것은 정말로 싫었다. 그래서 제대로 플레이는 하지 못하더라도 경기에 뛰겠다고 말하였다.
“감독님! 이번 경기는 저의 인생 경기입니다. 저의 전성기 커리어가 걸린 경기입니다!”
“…….”
“제! 다리가 부서져도 좋습니다! 저는 뛰고 싶습니다!”
대칸은 헨리의 투혼에 차마 교체를 지시할 수가 없었다. 아니! 헨리의 의지를 막을 수가 없었다.
대칸이 잠시 고민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부상이 조금이라도 더 심각해지면 무조건 빼겠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그라운드로 다시 쩔룩거리며 들어갔다.
“후…윽……!”
경기장에 들어온 헨리, 하지만 허벅지의 고통이 매우 심하였다. 마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헨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섰다.
“공! 잡아!”
참… 축구의 신도 얄밉게, 하필 이 상황에 반대편 윙어와 헨리의 사이에 공이 떨어졌다.
레이튼의 윙어가 공을 잡기 위해 뛰어왔고, 헨리도 공을 걷어내기 위해 뛰려고 발을 움직이려 하였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몸이 안 움직였다. 고통은 참을 수가 있지만, 몸이… 발이 안 움직이는 것이다.
‘젠장, 어떻게 하지?’
헨리가 당황할 때, 갑작스럽게 옆에서 나타난 대니얼이 태클로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낸다.
“좋아 잘했어. 다들 수비 집중하자!”
게리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대니얼이 헨리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헤이, 서있기만 하라고. 무리하지 말고. 내가 다 막아줄 테니!”
헨리의 투혼에… 대니얼이 슈퍼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저도 언제든 도울게요.”
윙어인 버나드도 재빠르게 커버를 들어왔다. 그리고 게리까지도 약간 우측으로 치우쳐서 수비 위치를 잡았다.
“헨리,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티자. 모두가 도와줄 테니! 10분만 버티자고.”
대니얼의 말에 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못 말리겠군.”
대칸은 대니얼과 버나드의 팀워크 능력치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였다.
“받아.”
탁.
미드필더 지역에서 게리가 찬 공을 오른쪽 사이드에 위치하고 있었던 라이언이 너무나 완벽하게 받아냈다.
라이언의 앞에는 이번 경기 내도록 자신을 괴롭혔던 상대편 수비수가 있었다. 그리고 라이언은 평소와는 다르게 매서운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언 선수, 공을 드리블하면서 전진합니다.]
타타탁.
[환상적인 마르세유 턴! 가볍게 상대 선수를 벗기고 들어갑니다.]
평소에는 불필요한 개인 돌파를 선호하지 않는 라이언이 갑작스럽게 돌파를 하였다. 수비가 뚫렸지만,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던 마크에게 달라붙어 있었던 수비수들이 당황하면서도 대응을 늦게 하였다.
[레이튼 선수들, 라이언 선수를 막지 못합니다.]
급한 대로 태클을 시도하였지만, 라이언이 가볍게 경로를 조절하면서 피하고서는 계속 돌파하였다. 어느덧 최종 수비수만이 남아서 자신과 마크를 번갈아 보면서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위치라면!’
라이언은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슈팅 각이 나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공을 찼다.
[대포알 같은 슛~ 골! 골입니다!]
라이언은 텀블링을 하면서 원하는 순간에 터진! 자신의 골을 자축하였다.
라이언의 팀워크 능력치도 올라갔다.
“젠장.”
실점을 하여 중앙선에서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해리슨 벨라미가 중앙선에서 공을 잡고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려 상대 선수 두 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게다가 동점 골까지 넣었는데도 수비수들이 멍청하게 추가 골을 먹어서… 이번에도 웨스트 릴링 FC에게 지게 생긴 것이다.
삐삑.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불리고, 해리슨은 일단 평소와 다름없이 중앙선에서 공을 뒤로 패스하였다. 그런데.
“아악!”
공을 보는 척, 들어간 게리의 태클! 게리의 강력한 태클에 해리슨의 발목이 살짝 돌아갔다.
“아! 아!!”
해리슨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그라운드에서 뒹굴었다. 대칸은 해리슨의 상태 창에서 붉은색 ‘발목 골절’을 확인하였다. 적어도 세 달이 넘는 대형 부상이었다. 그래서 해리슨에게 더 이상 22/23시즌은 없었다.
심판은 사고를 터트린 게리에게 즉시 레드카드를 주었고, 게리는 쿨하게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게리의 팀워크 능력치도 올라가 있었다.
물론, 경기는 웨스트 릴링 FC의 2:1 승리로 종료되었다.
* * *
2일 뒤, 회복 훈련 날.
“야! 속이 시원하냐?”
“…….”
대칸의 질문에 게리는 그저 웃기만 하였다.
저번 경기가 끝나고, 게리의 고의적인 태클 때문에 약간 시끄러웠다. 레이튼 오리엔트에서는 게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축구 협회에 요구하였고,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에서도 해리슨의 반칙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축구 협회에 요구하였다.
축구 협회에서는 두 선수에게 벌금형과 추가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레이튼 오리엔트에서 게리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해리슨에 대한 처벌이 강하다고 항의했지만, 축구 협회는 ‘심판의 눈을 속인 교묘한 반칙을 여러 경기에 걸쳐서 실행한 영악한 해리슨에게 가중 처벌을 한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다른 5부 리그에 속한 팀들도 해리슨에게 처벌을 요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여론은 레이튼 오리엔트에게 불리하여 나중에는 처벌을 수용하였다.
최종적으로 게리는 500만 원의 벌금과 3경기 출장 정지도 같이 받았다. 물론, 게리의 벌금은 구단에서 대신 내주기로 하였다.
“너도 속이 시원해?”
“…….”
대칸이 다음으로 헨리에게 질문을 하였고, 헨리도 게리와 마찬가지로 그저 웃기만 하였다.
헨리는 허벅지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타박상이라고는 하지만, 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3주 정도 치료를 해야 한다고 축구 매니저에서 알려주고 있었다.
“이기긴 이겼는데… 한동안 주전 두 명이나 출전을 못 하니…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하지?”
대칸의 고민에 같이 있던 대니얼이 대답했다.
“야야! 네가 그러니깐 저질 삼류 감독이지! 선수 둘 없다고 경기 운영 못 하냐?”
“…….”
대칸은 대니얼과 말을 섞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헨리에게 다른 질문을 하였다.
“근데 그 정도 부상이면 한동안 회사에 출근을 못 하겠네? 회사에서는 아무 말도 없어?”
“회사?”
대칸의 말에 헨리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리고 대니얼이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야! 이런 사이비 감독아! 소속 선수 정보도 모르냐? 헨리는 백수야. 무직이라고!”
“뭐?”
대칸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헨리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모습이 전혀 백수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평소에 몰고 다니는 고가의 차는? 시계는? 명품 옷은?”
대칸의 질문에 게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 녀석 부자예요. 준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유명합니다. 복권 당첨된 걸로요.”
“얼마나?”
대칸의 질문에 게리가 귓속말로 조용히 액수를 말해주었고, 대칸의 작던 눈이 커졌다.
“헐…….”
“저 녀석 일 안 해도 평생 먹고살아요.”
대칸은 한참 동안 부러운 눈빛으로 헨리를 보았고, 헨리는 승리자의 웃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