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 * *
오늘 시즌 29번째 경기는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웨스트 릴링 FC와 시즌 2위를 지키고 있는 레이튼 오리엔트와의 대결이었다.
경기 전, 웨스트 릴링 FC의 라커룸.
“다들 전반기에 있었던 지난번 경기 기억나지?”
대칸의 말에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대답을 하였다.
“네.”
“패배를 복수할 기회다. 우리가 실력으로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특히 대니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번 경기 자신이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여 팀이 진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팀 1위가 누구지?”
“우리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그래, 우리는 챔피언이다. 오늘 경기 상대인 레이튼에게 상반기에 한 대 맞기는 했지만 우리가 챔피언이라고! 모두 챔피언의 위엄을 보여주자.”
“네!”
대칸의 말에 선수들은 격하게 공감하였다.
“그만큼 우리는 강하고 공격이나 수비나 완벽하다. 감히 레이튼 따위가 넘볼 팀이 아니라고, 오늘 완벽하게 찍어 눌러서 레이튼에게 우승은 포기하라고 완벽하게 알려주자.”
그랬다, 전반기에는 운이 없어서 진 것에 불과했다. 오늘같이 최대 전력이라면 절대 웨스트 릴링 FC를 따라올 팀이 아니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승리! 너희들의 능력으로 우리의 영광을 위해 승리를 쟁취하러 가자.”
“네.”
대칸의 선창에 따라 선수들이 구호를 외쳤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경기장에 나갔다.
[시즌 32차전 웨스트 릴링 FC와 레이튼 오리엔트의 경기를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캐스터 토마스, 해설에는 조슈아 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토마스와 조슈아는 공손하게 카메라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조슈아 해설님, 역시 웨스트 릴링 FC의 돌풍은 거셉니다. 지금 잉글랜드 컨퍼런스 프리미어 리그에서 수많은 팀들을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위인 레이튼 오리엔트와 승점 차이가 무려 5점이나 나고 있습니다. 웨스트 릴링은 오늘 경기만 승리한다면 남은 대진에서 약팀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우승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캐스터와 해설이 대화하는 동안에 경기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에서 두 팀의 싸움이 치열했다. 무엇보다 레이튼 오리엔트는 4-5-1 포지션으로 미드필더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다이아몬드 4-4-2의 웨스트 릴링 FC에게 강한 압박을 하였다.
[경기 초반부터 레이튼 오리엔트 선수들의 압박이 상당합니다.]
[상대적으로 공격 진영에 두 명의 선수가 있는 웨스트 릴링 FC를 상대로 미드필더를 장악하기 위해 준비한 전술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반대편 미드필더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하였지만 마크에게 공이 가는 순간 그 압박의 의미가 없어졌다. 마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탈압박을 하면서… 오히려 상대편 선수를 제치고서는 돌파를 하였다.
[이런 부분이죠. 웨스트 릴링 FC의 유망주 듀오를 비롯한 공격수들의 개인기는 기가 막히거든요. 개인의 능력으로 쉽게 압박에서 벗어납니다.]
[마크 선수의 패스, 라이언. 그런데 주변에 수비 선수가 많아서, 다시 마크에게 리턴패스를 합니다.]
라이언에게 리턴패스를 받은 덕에 순간적으로 마크와 수비수의 사이에 틈이 생겼다. 그리고 마크는 본능적으로 패스할 공간을 인식하였다.
[이번에는 오! 마크 선수, 반대편 선수들을 가르는 빈 공간에 패스!]
그리고 그 공간에는 기가 막히게 에드워드가 치고 들어왔다.
[에드워드 선수, 공을 받았습니다. 바로 슛!]
뻥!
에드워드가 낮게 깔아 찬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았지만,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
적의 의표를 찌르는 마크의 패스를 정확하게 받은 에드워드는 역시나! 자신의 별명이 골무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전반 20분에 첫 골을 기록하였다.
[아주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골이 나왔어요. 중요한 타이밍에 선취골을 가져가는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만족스러운 골이었는지, 에드워드와 마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서는 골 세리머니를 같이하였다. 벤치에서도 에드워드의 선취골에 박수를 치며 골의 기쁨을 같이 누렸다.
다만 단 한 명! 감독 대칸만큼은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였다.
“집중, 집중해! 다시 수비 위치를 잡아.”
골을 넣었지만 대칸은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집중하라고 지시하였다. 특히, 대니얼과 게리에게는 수시로 역습을 조심하라고 말하였다.
경기는 재개되었고, 1점을 허용한 레이튼 선수들은 마음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자, 감독의 지시에 따라 점점 거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태클, 아! 발이 높았어요.]
[이런 밀었어요! 심판이 못 봤나요?]
[사정없는 거친 플레이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팍!
“악!”
[서로의 다리가 강하게 부딪쳤습니다. 양 선수가 모두 쓰러졌습니다. 괜찮은가요?]
“젠장, 닥터! 들어가라고 닥터!”
상대편 윙어와 공을 경합하던 헨리의 발과 상대편의 발이 강하게 부딪쳤다. 그리고 그 고통에 두 선수는 필드에 쓰러졌고 심판이 경기를 잠시 중단시키자, 양 팀의 닥터들이 다급히 필드에 나가서 두 선수들의 상태를 살폈다.
팀 닥터들이 선수들을 살피는 동안에, 심판은 레이튼 윙어 선수의 플레이가 과격했다고 판단하여 카드를 꺼내었다.
[옐로카드를 받습니다.]
[저 정도 움직임이면, 거의 태클이나 다름없습니다. 레드카드를 받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심판은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헨리 선수는 통증이 있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플레이가 가능할까요?]
헨리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대칸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헨리의 상태 창에 ‘타박상’이라고 주황색으로 써져있는 것이다. 교체하기에는 아깝고, 후보 선수도 별로였다.
[관중들도 박수로 헨리 선수에게 격려를 보내는군요.]
팀 닥터의 괜찮다는 신호에 대칸도 일단은 교체를 보류하였고, 심판은 경기를 속행시켰다.
하프타임.
“좋아. 괜찮아~ 전반전 아주 잘해주었어!”
대칸은 쉬고 있는 선수들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었다.
“후반전도 전반전처럼 안정적으로 플레이하자. 반대편 거친 플레이 조심하고 코치들은 각 선수들의 전반전에 부족했던 부분 체크해 주세요.”
선수들도 휴식을 취하면서 코치들의 추가적인 지시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대칸은 구석에서 찡그린 표정… 여전히 주황색의 ‘타박상’이 상태 창에 표시된 헨리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주황색 상태 창이면 교체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1-2위 간의 중요한 경기에서 전반전에 벌써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칸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대칸은 우선 팀 닥터에게 말했다.
“닥터, 헨리 선수 상태 다시 확실하게 체크해 주세요.”
전반에 한번 쓰러졌었던 헨리는 다시 팀 닥터에게 재검진을 받았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대칸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킬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팀 닥터는 헨리의 부상 부위를 살피고서는 이번에도 심한 타박상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를 못 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타박상에 의한 통증이 있습니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는 교체해도 되지만, 경기를 못 뛸 수준은 아닙니다.”
닥터의 말에 헨리가 말했다.
“감독님. 저 뛸 수 있습니다.”
대칸이 헨리에게 되물었다.
“정말 뛸 수 있겠어?”
“네.”
헨리의 말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아서 역습으로 돌파하는 에드워드와 라이언을 보고서는 레이튼의 최종 수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을 쥐고 있는 라이언에게 달려나가면 에드워드에게 패스할 것이며, 에드워드에게 붙으면 라이언의 1:1 찬스가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레이튼의 수비수가 두 선수 사이에서 적당히 간을 보고 있자, 에드워드가 우측 사이드로 빠르게 달려갔다.
어쩔 수 없이 수비수는 라이언에게 달려갔지만! 살짝 이동하기 무섭게, 공은 수비수의 키를 넘어서 유유히 에드워드의 발로 이동하였다.
[에드워드 선수, 슛!]
“아!”
[아쉽습니다. 공이 하늘을 가릅니다.]
에드워드가 1:1 상황에서 자신감 있게 때린 공은 잘못 맞아서 하늘로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 에드워드 선수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 보입니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칩니다.]
라이언의 기가 막힌 패스였다. 평소의 에드워드라면 무조건 넣는 적당히 떨어진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에드워드는 공중으로 공을 날렸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에서 에드워드의 컨디션이 낮지만, 체력 소모도 심한 것을 체크하였다. 그래도 다른 후보 선수보다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후반전에 내보냈는데… 벌써 후반전에만 세 번째 결정적인 실수라니… 대칸의 판단 미스였다. 그래서 대칸은 교체를 결심하였다.
“가브리엘, 에드워드를 대신해서 들어간다. 왼쪽 윙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라이언과 연계 플레이를 하면서 골을 노려라.”
“네.”
[결국 에드워드 선수, 가브리엘 선수와 교체됩니다.]
[선취골을 넣기는 했지만… 오늘 플레이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에드워드 선수입니다.]
에드워드가 나가자, 레이튼 오리엔트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공격진에는 거친 야수 같은 해리슨 벨라미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오늘 다 죽여버린다!’
해리슨은 저번 시즌부터 쌓았던 원한을 풀기 위해 작정하고 있었다.
저번 시즌은 요크 시티 FC의 주전 공격수로 웨스트 릴링 FC에게 패배하여 6부 리그 우승을 놓쳤다. 그리고 올해는 레이튼 오리엔트로 이적하였는데… 이 경기에서도 진다면, 웨스트 릴링 FC에게만 두 번이나 우승을 빼앗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슨은 경기 시작 때부터 심판이 안 보이는 사각에서 지속적으로 반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기회가 다가왔다.
[게리 선수의 반칙, 레이튼 오리엔트의 프리킥 찬스입니다.]
[안 좋은 위치입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위기입니다.]
레이튼 미드필더 선수가 좋은 프리킥을 날렸다. 그리고 공중 볼을 다투기 위해, 선수들은 모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기회다!’
해리슨에게는 반칙할 기회가 보였다. 해리슨은 공중 볼을 경합하던 도중에 무릎으로 골키퍼인 카펜터의 복부를 때렸다. 그래서 카펜터는 고통에 쓰러졌고, 공은 해리슨의 머리를 맞고서는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 해리슨 선수의 헤딩골입니다. 1:1 균형을 맞추는 골이 나왔습니다.]
[해리슨 선수, 자신의 큰 키를 활용한 골이 나왔습니다.]
[아! 그런데 카펜터 선수… 못 일어납니다. 고통이 심한 것 같은데요?]
해리슨의 반칙으로 쓰러진 카펜터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