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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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바커, 그는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주로 대칸과 함께 축구 매니저 능력을 각성한 각성자였다.
대칸이 감독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바커는 구단주로서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위치였으며, 구단의 얼굴마담이었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직책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웨스트 릴링 FC의 백업 키퍼라는 아주 간간이 활동하는 역할이었다.
솔직히, 여태까지 데이비드의 역할은 스쿼드를 채우는 의미가 컸다. 그리고 승리를 기대하지 않고, 2군 선수만 출전시켜서 패배가 예상되는 컵 대회 경기에만 출전하는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출장하지 않은 선수였다.
20/21 시즌 6부 리그에서 컵 대회 2경기만 출전했고 전패! 평균 실점률은 무려 4점에 달하는 엄청난 기록(?)을 가진 백업 키퍼였다.
21/22시즌에 5부 리그로 승격되어서도 데이비드는 백업 키퍼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차피 별 기대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어두었던 스쿼드 멤버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주전 키퍼의 카펜터의 부상이었다.
“어딜! 못 가! 수비수 뒷공간 커버해!”
게리가 간만에 눈에 독기를 품고서는 수비를 하고 있다. 반대편 렉스햄의 플레이 메이커인 오스카는 그럼에도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오스카가 발재간을 부리면서 게리를 돌파하려 하였다.
“안 돼!”
게리가 몸으로 오스카를 막았다. 그러자, 오스카는 옆에 있던 공격수에게 짧은 패스를 주었다.
“아.”
패스를 주는 순간에, 게리가 살짝 틈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오스카였다. 빈틈을 돌파한 오스카에게 다시 리턴패스, 2:1 패스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면서 오스카의 앞에는 약간의 공간이 나타났다.
“슛!”
살짝 떨어진 수비수인 대니얼과 매튜를 두고서도 오스카는 중거리 슛을 날렸다. 힘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무회전도 아니고, 회전이 많아서 꺾이는 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약간 빠르게 직선으로 골대 중앙, 골키퍼의 정면을 향해 날아간 슛이었다. 그런데…….
“아!”
강한 슛에 겁을 먹은 데이비드는 팔을 허우적대었고, 공은 허망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휴유~ 야호!”
후반전 45분… 인저리 타임! 연장 시간에 렉스햄의 에이스인 오스카의 결승 골이 들어갔다. 오스카는 오늘 경기 중거리 슛으로만 무려 3골! 해트트릭을 기록하였으며,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오스카와 데이비드를 번갈아 가며 볼 수밖에 없었다.
삐삐삑~
남은 약간의 시간에 에드워드가 공을 잡고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심판의 휘슬은 냉정하게 울렸다. 결국 웨스트 릴링 FC와 렉스햄 FC의 경기는 4:5로 렉스햄 FC의 승리로 종료하였다.
경기 결과에 렉스햄 FC의 선수들은 모두 환호하였다. 리그 2 승격 경쟁에 있어서 가장 큰 산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였던 현재 1위 팀인 웨스트 릴링 FC를 잡은 것이다.
이 경기의 결과, 승점 3점은 이번 시즌 렉스햄에게 있어서 승격 경쟁을 비롯한 1위 경쟁에 좋은 발판이 될 것이 분명했다.
좋아하는 렉스햄 FC의 선수들과는 달리…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약간 처진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골대에는 한 선수가 대자로 쓰러져 누워있었다.
“하아… 하아…….”
쓰러져 있는 선수는 오늘 선발로 나와서 5골을 먹은 데이비드… 물론 막기가 힘들다고 생각되는 슛이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골도 있었지만, 어이가 없는 골도 2골이나 있었다.
아니! 솔직히 카펜터가 있었다면 1골이나 0골로 막을 수가 있었던 경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데이비드도 알았기 때문에 비참했다.
“데이비드 괜찮아?”
매튜가 쓰러진 데이비드를 일으키러 다가갔고, 매튜의 도움으로 데이비드는 간신히 힘을 내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어난 데이비드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다.
“무리네요.”
“…….”
경기가 끝나고, 대칸이 급하게 소집한 코칭스태프 회의. 김종일 코치가 먼저 말을 꺼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데이비드가 키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한다는 것은 경기를 통해서 드러났다. 아무리 백업 키퍼라고는 해도 기본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다 보니… 대량 실점으로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대칸은 살며시 수석 스카우트인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이첼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감독님께서 알아보라고 하신 임대 선수는 없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프로 팀의 골키퍼 임대 선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구원 줄인 임대 선수도 역시 없었다.
“감독님, 새로운 키퍼 영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담의 말에 대칸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축구 매니저의 제한 때문에 선수 영입은 할 수가 없었다.
“구단주와 감독인 제가 몇 번을 말했던 사안입니다. 구단 사정상 절대로 추가 영입은 없습니다.”
아담은 ‘대주주인 내가 모르는 그 사정이 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속이 답답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있던 매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감독님? 이미 데이비드는 한 경기 만에 완전히 멘탈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그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전반전에 1골을 주면서 간신히 버티던 녀석이 후반전에 반대편의 계속되는 중거리 슛에 4골을 그냥 내주었습니다. 키퍼가 약점인 것을 알아차린 렉스햄의 선수가 골대를 향해 대충 찬 중거리 슛도 못 막은 데이비드입니다.”
김종일 코치가 매튜의 의견에 동의했다.
“선수의 기량도 문제지만… 이러다가 선수의 멘탈이 완전 나갈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고요. 감독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데이비드를 보호해 줘야 합니다!”
외통수!
지금 대칸이 딱!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었다. 축구 매니저의 제한 때문에 선수 영입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일한 키퍼인 데이비드를 계속 내보내기도 힘든 상황. 대칸에게 수가…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제가 경기에 계속 나갑니다.”
구단주실에서 나온 데이비드가 말했다.
“데이비드, 회의 중이다!”
아담의 말에도 데이비드는 회의 테이블의 옆에 앉아서는 말했다.
“제가 합니다! 어떻게든 제가 버티겠습니다. 카펜터가 복귀할 때까지요.”
구단주실에서 쓰러진 척 있었던 데이비드였다. 하지만 축구 매니저의 사정을 모르는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대칸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었다.
데이비드가 회의에 참석하자, 모든 코치들이 데이비드를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고집은 여전했다. 아니 축구 매니저의 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구단주님, 그렇게 고집만 부릴 일이 아닙니다.”
“제가 나갑니다.”
“데이비드!”
“제가 경기에 나간다고요. 무조건 나가요!”
어느덧 아담의 목소리가 커졌고, 그래도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자신이 경기에 나간다고만 대답했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진정하시고요.”
대칸의 굵은 목소리에 회의는 순간 조용해졌다.
잠시 침묵…….
대칸이 골키퍼 코치를 임시로 담당하고 있는 차승진 코치에게 물었다.
“차승진 코치님, 솔직히 지금 데이비드의 능력이 얼마 정도 됩니까?”
“네? 능력이요?”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만약, 오늘 경기에 데이비드가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대응했다면 몇 골 정도로 막을 수 있었을까요?”
차승진 코치는 실점 장면을 생각하면서 곰곰이 고민하고서는 답했다.
“아마… 훈련 때 데이비드가 보여준 평상시 모습이라면 2골은 더 막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펜터나 다른 팀의 주전 키퍼라면 4골을 더 막거나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을 것입니다.”
“2골… 그럼 데이비드가 정상적인 플레이만 했어도 4:3이네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네요.”
“네?”
대칸의 계산법에 차승진 코치가 놀랐다. 그는 다시 설명하였다.
“데이비드가 제대로 정신만 차리고 있었다면 오늘 경기는 4:3으로 우리가 승리했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이번 시즌 4위인 렉스햄을 상대로.”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데이비드가 선발로 나서더라도, 뛰어난 필드 선수들로 인하여 승리하는 방법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급한 대로 데이비드보다 잘하고 경험 많은 준프로 골키퍼 한 명만 데려와도 쉽게 해결되는 문제였다.
대칸이 아담을 비롯한 코치들을 보면서 말했다.
“카펜터 골키퍼는 길어도 3주 이내에 부상에서 복귀합니다.”
병원의 진단서는 4주였지만… 축구 매니저라는 사기적인 기능을 통해 3주 만에 복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대칸이었다.
“3주 동안에 있는 경기는 3경기! 앞으로 3경기입니다. 시즌 20차전 토키전, 21차전 솔리헐전, 22차전 살포드전, 이 3경기는 데이비드가 선발 골키퍼입니다.”
여전히 놀라고 있는 코칭스태프를 보면서 대칸이 확정 지어 말했다.
“우리 공격진을 믿고 수비진을 믿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제 실력만 보인다면 골을 먹더라도 이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3경기는 데이비드가 골키퍼입니다. 데이비드 선발로 이기는 방법을 만들어 봅시다.”
무모한 대칸의 결정! 하지만 구단주인 데이비드와 감독인 대칸이 고집을 부려서 결정한 사안이다. 코칭스태프들은 이 결정에 맞춰서 해결 방안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한 차승진 코치가 먼저 말했다.
“좋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데이비드를 훈련시켜야겠네요. 그러면 내일부터 데이비드에 대해 키퍼 집중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중거리 슛부터 대비하는 훈련 스케줄부터 짜도록 하겠습니다.”
차승진 코치의 의견에 김종일 코치가 의견을 내었다.
“어쩔 수 없죠. 키퍼의 빈자리! 수비가 메우겠습니다. 수비진은 7백으로 가겠습니다. 반대편 선수들이 중거리 슛도 못 하게 우리 진영에서는 압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죽여버리죠.”
코치들이 한둘씩 데이비드를 선발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아담은 마지막으로 데이비드를 바라보았고, 데이비드가 괜찮다는 각오가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버지, 이번에도 제가 도망가면… 전 영원히 도망간 축구 선수가 될 겁니다. 저는 도망자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데이비드의 말… 아담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렇죠. 원래 웨스트 릴링 FC는 3골 먹으면 4골 넣는 공격적인 팀입니다. 게다가 공격은 에드워드랑 마크, 라이언이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이 선수들은 세 명에서만 공격하는 것이 더 익숙할 겁니다. 공격은 세 명에게 맡겨주십시오.”
매튜가 아담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리 팀 공격수 세 명의 선수를 상대로 우리가 7백 수비를 시도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중거리 슛을 쏘아주시는 것으로 실전 키퍼 연습도 병행하는 것으로 가시죠.”
“좋습니다. 다들 한번 해보자고요.”
데이비드의 선발 결정에 코치들은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훈련 방향을 결정하여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