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 * *
“뛰어, 집중해! 경기 종료까지 집중하라고!”
아담을 비롯한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집중하라고 독려하였다. 하지만 대칸은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미 경기의 스코어는 3:1, 공격진은 오늘도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었고, 대니얼과 매튜가 버티는 수비진도 안정적이었다. 물론 후반에 매튜의 체력 관리를 위해 교체를 해주자, 대신 들어온 루이가 실수를 하면서 1점을 내주었지만… 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최근 9경기 동안에 대칸은 편안하게 시즌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동안에 웨스트 릴링 FC는 8승 1무를 기록하였다. 1무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수중전이라 선수들의 체력이 빨리 빠져서 꼬이게 된 경기라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삑삑삐~
경기를 종료하는 휘슬이 울렸고, 대칸은 반대편 감독과 웃으며 악수를 하고서는 고생한 선수들을 격려하였다. 오늘 경기로 리그 10전 9승 1무, 무패!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대칸이었다.
“다음 경기 게이츠헤드전을 대비하는 회의 시작하시죠.”
김종일 코치가 주도하는 대책 회의가 시작되었다. 다른 팀과의 대결 전에 하는 회의와는 다르게 약간 진지한 분위기… 이번 상대가 대칸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상위 다섯 개 팀으로 선정하였던 팀과의 첫 번째 대결! 현재 순위 3위인 게이츠헤드 FC와의 대결이기 때문이었다.
게이츠헤드는 작년까지 4부 리그(리그 2)에서 뛰고 있었던 프로 팀이었다. 비록 5부 리그로 강등당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강한 팀이었고, 우승 경쟁 팀이었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격파해야 하는 팀이었다.
“최근 게이츠헤드 경기를 통해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레이첼은 미리 준비한 보고서를 코치들을 비롯한 대칸에게 넘겨주었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가 인식할 정도만 보고서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도 있지만 게이츠헤드는 빠른 양측 윙어들이 유명합니다. 김종일 코치님과 매튜 코치님은 의견이 있으신가요?”
수비진을 담당하는 두 코치에게 고민한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김종일 코치가 미리 준비한 메모를 꺼내고서는 말했다.
“감독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만 게이츠헤드는 우리 팀과 가장 상성이 좋지 않은 팀입니다. 우리 팀은 든든한 센터백을 위주로 수비를 꾸려나가는 팀입니다. 양쪽 윙백들의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게이츠헤드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보다 유독! 양쪽 윙들이 강한 팀입니다. 윙백들이 1:1로 대응한다고 생각하고 수비를 한다면 뚫릴 것이 분명합니다. 현재의 다이아몬드 4-4-2 진형은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전에 준비했었던 수비 전략인 4-3-1-2 진형을 추천드립니다.”
김종일 코치의 의견을 듣고서 대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물론 7백에 가까운 이 전략은 웨스트 릴링 FC의 사기적인 에드워드, 라이언, 마크라는 세 명의 공격진을 믿고 운용할 수 있는 진영이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다른 수비 코치인 매튜가 입을 열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수비적인 전술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강팀과의 대결이 계속 이어지는데, 균형 있는 전술로 받아쳐야지! 먼저 맞을 것을 두려워하는 수비 전략은 우리 팀과는 안 어울립니다.”
매튜의 의견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다이아몬드 4-4-2 전략을 사용하면 윙이 강력한 게이츠헤드를 상대로 무기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팀 4백의 한계는 인정해야죠.”
냉정한 김종일 코치의 말이었다. 그리고 대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윙백 선수들로는 게이츠헤드의 윙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수비진을 변경해야 합니다.”
“어떻게……?”
방법은 있지만 해답은 없는 매튜의 말이었다. 다행히, 매튜는 해답을 준비해 왔다.
“제가 윙백의 위치에 서면 됩니다.”
그랬다! 매튜는 윙백을 소화하는 것도 가능한 선수였다.
매튜의 말에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그래… 매튜가 비록 느리긴 하지만 오른쪽 윙백이 가능한 선수이고 다행히 게이츠헤드의 왼쪽 윙은 스피드가 빠른 타입은 아니다. 충분히! 매튜가 윙백에 선다면 수비가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축구 매니저에서도 진형 완성도가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종일 코치도 생각해 보니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옆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기존의 4백 선수들의 명단을 적었다.
칼슨 고트(306/341)―대니얼 보얀(356/400)―매튜 로렌조(338/420)―헨리 블랙(313/329)
“현재 우리 팀의 4백 선발 라인입니다. 그런데 매튜 선수가 오른쪽 윙백으로 간다면…….”
칼슨 고트(306/341)―대니얼 보얀(356/400)―제이콥 펜(304/330)―매튜 로렌조(338/420)
김종일 코치가 수정한 4백 선발 라인이었다,
“이렇게 4백을 구성하는 것이 최상이군요.”
매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좋군요!”
“코치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매튜와 김종일 코치는 수정된 4백 라인에 대해 한참 토론을 하였다. 제이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는 했지만, 게리가 커버한다면 충분히 중앙 수비가 가능했다. 게다가 게이츠헤드의 중앙 공격수들이 생각보다 매섭지가 못해서 괜찮다고 판단이 되었다.
매튜와 김종일 코치가 대화하는데, 대칸이 살짝 끼어들어서 말했다.
“그런데 헨리나 루이 투입은 고려를 안 하시는 건가요?”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선수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대칸은 수비 코치들의 의견이 궁금하였다. 윙백 포지션에서 헨리(313/329)가 칼슨(306/341)보다 뛰어났고, 센터백에서는 루이(306/311)가 제이콥(304/330)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대칸의 말에 매튜와 김종일 코치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김종일 코치가 솔직한 심정을 말하였다.
“솔직히, 헨리가 칼슨보다 뛰어난 선수죠. 하지만 뛰어난 수비수를 고르라면 저는 칼슨을 선택하겠습니다.”
매튜가 말을 더했다.
“맞습니다. 단순 축구 선수로서의 기량은 헨리가 뛰어나죠. 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칼슨입니다.”
대칸도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감독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칼슨이 능력치 이상의 묘한 안정감을 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루이와 제이콥도 비슷합니다. 사실 둘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김종일 코치는 잠시 쉬면서 고민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루이는 성장의 가능성이 더 이상 없는 선수입니다. 그에 반해서 제이콥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팀의 장기적인 플랜을 고려한다면 제이콥 선수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일 코치의 말에 대칸도 입을 못 열었고, 다른 코치들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모두가 감독과 코치로서… 루이의 한계를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는 정말 좋은 선수였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성장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잠시 분위기가 조용해지자, 대칸이 박수를 치면서 마무리하였다.
“좋습니다. 코치님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게이츠헤드전까지 이 포지션으로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FW : 에드워드 바커(355/478)―라이언 힐(353/398)
AM : 마크 보셀(349/437)
LM : 버나드 스콧(341/414), RM : 레오 바니스터(301/312)
DM : 게리 워커(334/350)
DF : 칼슨 고트(308/341)―대니얼 보얀(356/400)―제이콥 펜(304/330)―매튜 로렌조(338/420)
GK : 다니엘 카펜터(301/333)
매튜가 오른쪽 윙백으로 반대편 공격을 막고, 왼쪽에서는 칼슨이 버나드와 협력 수비를 통해서 게이츠헤드의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전술이 결정되었다.
* * *
게이츠헤드전.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시즌 10차전 웨스트 릴링 FC와 게이츠헤드 FC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 다들 침착하게 경기한다.”
“하던 대로 하자! 이길 수 있어!”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게리와 대칸 감독의 말대로 안정적으로 수비를 취하면서 경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공인 게이츠헤드의 선수들은 공을 패스하면서 천천히 웨스트 릴링 FC의 진영을 살펴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게이츠헤드의 돌격대장이라 불리는 왼쪽 윙인 조세프 아처(339/361)는 살짝 당황하였다.
‘뭐야… 다른 선수가 윙백이잖아? 윙도 다른 선수고?’
반대편 오른쪽 윙과 윙백에 사전에 예상했던 선수들과 다른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사이드라인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특기인 조세프의 입장에서는 수비형 윙어인 레오와 몸싸움만큼은 아직 현역급인 매튜가 윙백으로 포진한 것이 당황스러웠다.
“조세프!”
하지만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게이츠헤드의 미드필더 선수들은 패스를 우선 조세프에게 했다. 조세프의 몸을 활용한 돌파가 공격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윽……!”
레오와 매튜의 적절한 협력 수비! 그리고 몸싸움이 통하지 않는 매튜였기 때문에 조세프는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젠장!”
게이츠헤드 팀의 에이스인 오른쪽 윙, 알렉산더 프랭크(352/374)는 오늘 경기를 쉽게 풀어가기는 힘들 것이라 판단하였다. 왼쪽 윙인 조세프가 전혀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떨어져!”
자신에게 껌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반대편 윙… 버나드가 신경에 거슬렸다.
버나드에게 대칸이 지시한 명령은 단순했다.
‘그냥 따라다녀. 전담 마크 같은 수비를 하라는 게 아니야, 따라다니면서 알렉산더가 제 플레이를 못 하게 해! 전반전에 공격 하나도 안 해도 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알렉산더를 따라다니면서 방해해.’
대칸의 지시대로 버나드는 알렉산더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리고 알렉산더도 전혀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였다.
경기는 팽팽했다. 게이츠헤드의 핵심인 두 윙 선수들을 봉쇄하기는 했지만, 게이츠헤드의 다른 선수들도 미친 듯이 달려들었기 때문에 경기 자체는 균형이 맞았다.
“좋아, 잘하고 있어!”
예상보다 더욱 원활한 수비에 대칸은 만족하였다. 왼쪽의 조세프는 매튜가 있고, 레오가 도와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오른쪽에서도 버나드와 칼슨이 알렉산더를 완벽하게 봉쇄하는 것을 보고서는 대칸은 역시! 칼슨은 체감형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팽팽하던 게임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수들은 이번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골무원처럼 골을 넣었다. 에드워드와 라이언이 사이좋게 1골씩 기록하면서 2:0이라는 스코어를 만들었고, 집중 수비에 빨리 지친 조세프가 교체되면서 경기의 무게감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뭐야?”
알렉산더가 골을 넣고 포효를 하였다. 그러고는 급하다는 듯이 골대 안에 공을 잡고서는 중앙선으로 뛰었다.
후반 35분, 스코어는 2:2를 기록하고 있었다.
후반 25분에 대칸이 체력이 떨어진 칼슨을 배려하기 위해, 그 자리에 헨리를 교체 투입하였다. 그러자, 교체된 지 5분 만에 골을 먹었다.
그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알렉산더의 패스가 있기는 했지만 중앙 공격수가 잘해서 넣은 골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골은 과정이 달랐다.
분명히 버나드가 알렉산더를 따라다닌 것도 같았고, 대니얼과 게리의 중앙 수비도 견고했다. 그런데 알렉산더가 단독으로 헨리를 돌파한 것이다. 그리고 따라붙는 버나드를 뒤로하고!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슛! 스코어는 순식간에 동점이 되었다.
‘왜지? 왜지? 분명 칼슨보다 헨리의 능력치가 더 높은데? 정신적인 능력치를 제외하면 헨리가 높은데? 왜?’
김종일 코치와 매튜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축구 선수로는 헨리가 뛰어나지만 수비수로는 칼슨이 뛰어나다.
대칸은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대칸은 급하게 수비형 미드필더인 게리에게 알렉산더의 전담 마크를 명령하고, 레오를 대신하여 루이를 투입하여 수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조세프가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 알렉산더가 힘을 못 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수비가 안정되었다.
“에드워드, 라이언 밀어붙여!”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수비가 안정되자 대칸은 공격진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마크… 때려!”
급한 마음에 마크가 찬 중거리 슛이 게이츠헤드의 키퍼의 손을 맞고 나왔다. 그리고 루즈 볼을 보고서 달려드는 라이언!
“골!”
“라이언 좋았어.”
간신히 라이언이 마무리를 하였다. 그렇게 경기는 3:2로 간신히 웨스트 릴링 FC가 게이츠헤드 FC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대칸의 머리에는 칼슨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