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 * *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BJ 대칸, 오래간만에 인터넷 방송으로 인사드립니다!”
대칸의 인터넷 방송이 개설되고,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같이 대칸의 방에 참여하였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모든 분들 반갑습니다.”
참여한 시청자들은 대칸에게 계속해서 인사를 건넸고, 대칸은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을 맞이해 주었다.
“저번 21/22시즌은 행복한 시즌이었습니다. 제가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으로 부임하여, 첫해 만에 바로 잉글랜드 컨퍼런스 북부 리그… 6부 리그를 우승하고 승격을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대칸은 자축을 하였다. 그리고 채팅 창의 시청자들도 잘했다면서 대칸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물론 몇몇 어그로들은 에드워드빨이네… 김종일 코치 빨이네라며 다른 말을 하였지만, 대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그리고 여태까지 저와 웨스트 릴링 FC가 걸어온 길은 유X브 채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X브에 대칸을 검색해 주세요!”
주 수입원인 유X브 조회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깨알 같은 홍보도 잊지 않았다.
대칸은 방송을 통해서 6부 리그 우승 이후에 팀의 변화와 프리 시즌에 대해 정리를 하고 있었다.
“올 시즌 저희 팀에는 많은 변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같이 다음 시즌까지 갈 예정입니다.”
- 헐…….
- 이거 망한 각 아니냐?
- 원래 하위 리그면 시즌 끝날 때마다 선수 갈아야 하지 않냐?
- 6부 리그 선수들로 5부 리그에서 안 통할 건데…….
시청자들의 걱정에 대칸은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저희 웨스트 릴링 FC는 약하지 않습니다. 저희 강해요. 충분히 5부 리그를 평정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그런 약팀이 아니에요!”
- 아무리 그래도 영입을 한 명도 안 하다니…….
- 그럼 선수 영입 한 명도 없는 거임?
- 충원 절대 없음?
- 절대로 안 하는 거 맞음? 약속할 수 있음?
시청자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자… 대칸은 금세 비굴한 모습으로 답했다.
“하하하… 그렇다고 선수 충원을 안 할 필요는 없죠. 저희 팀에서는 이미 플레잉 코치로 리그 2에서 뛰었던 매튜 선수를 영입했고요. 리즈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에 있던 버나드 선수를 임대하였습니다.”
- 강하다며? 근데 왜 충원함?
- 대칸 비굴하다…….
- 대칸아, 그냥 솔직히 말하자? 구단주가 돈 안 주지?
- 왜 말을 못 하니 구단주가 개새끼라고 말을 못 해? 왜?
대칸은 웃으면서 적당히 시청자들을 구슬려서 선수 영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잘 넘어갔다.
“요즘 저희 웨스트 릴링 FC는 훈련과 함께 친선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요크 시티 FC와의 친선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언제 시작하나요?’, ‘그럼 방송은 어떻게 함?’, ‘오늘도 방송 조금밖에 못 하겠네ㅠㅠ’ 등의 채팅을 쳤다. 대칸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0분 뒤에 친선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인터넷 방송으로 직접 저희 팀 경기를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 대칸… 여유로워졌네!
- 저번 시즌에는 경기 도중에는 절대로 방송 안 하더니…….
- 친선경기라 여유 부리는 것 같음
- 초심을 잃었나? 망하는 징조 아님?
“자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친선경기는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닙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팀워크를 확인하고, 저희 팀의 전술을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제게 직접 시청자분들께 경기를 중계하면서 저희 팀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여튼 방송 오래 한다니깐 좋네요.
- 친선경기는 확실히 여유로운가 보네.
- 그래도 감독으로서 직무 유기 아닌가?
- 근데? 왜 팀의 단점은 설명 안 함?
대칸은 채팅 창의 말에 일일이 다 답해주다가는 진행이 안 될 것 같아서 무시하고, 자신이 준비한 것을 진행하였다.
“먼저 오늘 친선경기 상대인 요크 시티 FC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작년 시즌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6부 리그에서 저희와 우승 경쟁을 했던 팀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요크 시티와의 경기를 승리함으로써 우승과 승격을 확정 지었죠.”
대칸 방송의 애청자들은 대부분이 아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라서 유X브의 조회 수가 높은 편에 속하였다.
“요크 시티 FC는 2위로 시즌을 종료하였고… 지옥의 6개 팀 플레이오프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저희랑 같이 5부 리그 승격을 확정 지었습니다.”
- 오… 정말?
- 하… 현기증 난다. 축구 매니저 해본 사람이라면 하위 리그의 플레이오프가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지…….
- 레알 대단하다! 2위로 밀리면 멘탈이 나갔을 건데,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다니!
- 어쨌든 내년 시즌에도 만나겠네?
하지만 대칸에게 중요한 것은 요크 시티가 아니었다. 이미 요크 시티는 웨스트 릴링 FC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어떻든지 간에! 더 이상 요크 시티는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저희는 작년 시즌 주전 선수들을 그대로 지켜냈으며! 게다가 주전을 넘는 선수를 두 명이나 추가 영입했습니다. 더 강해진 웨스트 릴링 FC가 된 것입니다. 그에 반하여 요크 시티는 작년에 26골을 기록한 해리슨 벨라미 선수가 팀 내 불화로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전력이 더욱 약해진 상태입니다.”
대칸은 요크 시티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서는 방송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그리고 저희 팀의 유니폼이 바뀌었습니다. 깔끔하게 바뀌었죠?”
대칸은 유니폼을 말하면서 자신의 감독 유니폼의 팔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 뭐냐! CX이냐!
- 여기서 CX가 왜 나오냐!
- 한국 대기업 쩌네! 언제 여기까지 진출했대?
- 크크크, 그래 저번에 유X브 광고에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비X고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더니… 크크크크
- 그래서 감독님도 비X고 좋아함?
대칸은 그래도 광고주에 대한 홍보를 확실히 해줘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비공식적인 광고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말하였다.
“시청자분들 오해십니다. 저는 뭐… 새로운 유니폼이 예뻐서 보여드린 겁니다. 뭔가 익숙한 로고가 보이셨다면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다들 예민하셔서 기분이 별로라 이상한 것이 보이신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웃으면서 대칸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었다느니, 광고 찍더니 변했다느니… 등등 말을 하는데도 전혀 뭐라 하지 않고서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로 구장 내부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자, 저희 경기장도 한창 새 단장 중입니다. 관중석도 기존보다 더욱 확장하고 있고요, 경기장에 있는 광고판도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벌써 광고를 올리기도 하였고요.”
그러면서 카메라가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을 비췄는데… 그 광고판에도 역시! CX에서 만든 비X고에 대한 광고가 실려있었다.
- 크크크크크크크
- 아놔… 크크크크크크
- 비X고 세계로 진출하네?
- 한국 시청자들 노린 광고를 여기까지 하는 거냐? 크크크크
- 대칸아, 광고주님이 일하라고 명령하면 인터넷 방송 키고 광고판 자주 비춰야겠다!
- 자본주의의 노예들… 그래도 저는 지금 비X고 사러 편의점 갑니다.
시청자들의 폭주! 그럼에도 대칸은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
“시청자 형님들 오해십니다. 저는 광고판을 새로 설치했다고 보여드리는 겁니다. 절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제품을 광고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계속 드립을 치면서 대칸을 놀렸고, 대칸은 뻔뻔하게 광고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비시즌 기간에 한국에서 광고를 촬영한 이야기까지 하는 등… 사실상 CX에 대한 광고를 엄청나게 해주었다.
“자,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대칸은 관중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며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왼쪽 진영이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오늘은 에드워드 선수와 마크 선수가 빠진 상태입니다. 오늘 학교 등교일이라 경기에 참석하지 못한 두 선수입니다.”
대칸은 에드워드와 마크가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친선경기를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여, 두 선수를 학교에 등교시켰다.
“그 외에 다른 선수들은 주전급 선수들로 선발 출장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선수로는 우측 센터백인 매튜 선수가 플레잉 코치로 새로 영입된 선수이며, 우측 윙에 자리 잡은 버나드 선수가 리즈에서 임대 온 선수입니다.”
대칸은 그 외에도 기존 선수들에 대한 소개를 하였으며, 웨스트 릴링 FC가 기본적으로는 공수가 균형이 맞는 4-4-2 진형을 구성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4-3-1-2 같은 7백 전략과 5-4-1과 같은 9백을 세우는 극단적인 수비 전략까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요크 시티 진영을 살펴볼까요? 요크 시티의 선수들도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해리슨 선수가 빠짐으로써 공격진의 무게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요크 시티는 3-4-3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칸이 해설하면서 저번 시즌에 사용한 진형이 아니라면서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 위해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5부 리그에서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요크 시티의 선수들로 수행하기 힘든 진형이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요크 시티가 다른 전략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다음 시즌에 상위권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말하였다.
“마침, 라이언 선수가 반대편 수비 라인을 돌파합니다.”
역시 라이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슛! 가볍게 득점! 웨스트 릴링 FC 전반 21분 만에 첫 득점을 기록하면서 1:0으로 앞서갑니다.”
대칸이 골을 넣은 라이언을 촬영하던 도중 벤치에 있는 코치진이 화면에 들어왔다. 그 화면에는 김종일 코치와 옆에 있는 차승진 코치도 들어왔다.
- 엇! 김종일 코치님 옆에도? 한국 사람?
- 그런 듯… 검은 머리네?
- 누구지?
- 오… 진짜네? 누구임! 대칸아 빨리 답해라!
채팅 창은 궁금증으로 폭발하였고, 대칸이 대답하였다.
“네, 시청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저분은 바로 차승진 코치님이십니다. 이번에 저희 웨스트 릴링 FC에 새로 합류하셨습니다.”
- 한국 사람 맞네!
- 차승진?
- 누구냐…….
- 듣보임? 처음 들어보는데?
- 검색해도… 안 나온다… 듣보 맞는 듯
선수 생활을 하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2군에서 2년 정도 버티다가, 바로 중학교 코치가 된 차승진 코치는 인터넷에 검색이 안 될 정도로 무명이었다.
“아직 유명세는 없으시지만 실력 있는 코치이십니다. 앞으로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실 분입니다.”
대칸은 채팅 창에서 차승진 코치를 듣보라고 놀림받고, 인맥 축구냐? 라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게 아쉬웠지만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의 능력이 드러나서 대접받으리라 생각했다.
대칸은 경기를 중계하면서, 웨스트 릴링 FC의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매튜가 들어간 수비진은 정말 안정적이라는 말이 나왔고, 버나드가 추가된 미드필더진도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공격진은 에드워드와 마크가 빠져서 아쉬웠으나 리즈와 친선경기에서도 보여주었지만 5부 리그 수준을 한참 넘어선 상태였다.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 종료하였습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요크 시티 FC를 상대로 4:1로 가볍게 승리를 따냅니다.”
채팅 창에서도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와 후원금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대칸은 즐거운 표정으로 경기를 리뷰하였다.
“역시! 안정된 수비와 안정된 미드필더를 기반으로 쉽게 승리를 거둔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 합류한 매튜 선수는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교체되기는 했지만, 전반전에 철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버나드 선수도 윙이지만 공수에 모두 관여하면서 팀의 살림꾼으로 맹활약하였습니다. 물론 기존에 있는 선수들도 잘하기는 했지만,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더 눈에 띄는 경기였습니다.”
대칸은 경기에 대한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해설하고서는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시 깜박한 게 있네요.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목표는 올해도 우승입니다! 그래서 4부 리그… 프로 레벨인 리그 2로 승격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그럼 올 시즌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대칸이 승격을 목표로 한다는 말을 전달하며 방송을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