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조쉬는 대칸을 데리고 유소년들이 훈련하는 구장으로 이동하였다. 그러고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유소년 구장의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서야 내기를 걸고 대화가 진행되었다.
“오늘 경기에 뛴 선수 중에서 선발로 나온 저희 팀 우측 공격수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측 공격수라…….”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선수의 이름부터 능력치까지 모든 것을 알 수가 있었지만 이름까지 정확하게 외우지는 않고 대략적인 설명하는 식으로 말하였다.
“그 우측 공격수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발이었습니다. 게다가 볼 터치도 예사롭지 않았고, 드리블도 자연스러운 것이 테크닉도 수준급이라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기량을 확실하게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아무래도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게다가 트라우마?”
움찔!
조쉬가 움찔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대칸은 더욱 확신하였다.
“역시! 트라우마 극복이 더 중요하겠네요. 정신과 전문의 상담을 통한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쉬는 놀라웠지만 최대한 마음을 감추었다. 그러고서는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선발로 나온 우측 윙백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보면서 즉시 답하였다.
“그 선수는 요즘 급성장기라 생각됩니다. 플레이에서 자신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신체적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테크닉이 부족합니다. 테크닉 위주 훈련을 진행해서, 본인의 신체적인 성장과 테크닉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대칸의 판단은 정확했다. 조쉬가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에 정확한 판단을 해준 것이다. 축구 매니저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에는 저희 팀 선발 선수 중에서 좌측 윙에 위치한 미드필더 선수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대칸이 축구 매니저의 데이터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섞어서 말했다.
“하… 정말 아쉽네요. 선수가 가진 기술적인 능력도 뛰어나고 정신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한계가 명확하네요. 문제는 신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성장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동년배들과 경쟁이 가능하지만 성장할 여지가 없어서 1년만 지나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럼……?”
“아무래도 프로 선수로서 진로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네.”
어려서부터 열심히 축구만 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성장이 늦어졌고 자신이 볼 때도 한계가 뚜렷한 선수였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칸의 판단에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는 조쉬 감독이었다.
“선발 수비진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선발 4백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요?”
“네.”
대칸이 잠시 축구 매니저를 보고서는 어느 수준까지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말하였다.
“수비진의 팀워크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전혀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선수들을 모아서 수비진을 구성하셨나 봅니다. 무엇보다 두 센터백의 능력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뛰어난 선수가 평소에 서브 포지션이었는지 리드나 백업을 전혀 하지 않더군요. 아마 1군의 서브 선수와 유소년 팀의 주전 선수가 호흡을 맞춘 것이겠죠?”
조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측 윙백 선수는 아까 말씀드렸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좌측 윙백 선수는 수비적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공격적인 능력은 거의 없으며, 앞으로 성장을 고려하실 때에도 수비적인 부분의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발전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미 조쉬는 거의 대칸에게 홀릭한 상태였다. 한 경기 만에 선수들의 상태를 확실하게 파악한 대칸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사전에 조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조사하신 건가요?”
대칸은 웃으면서 조쉬에게 말했다.
“다음에 새로운 유소년 선수들을 보여주시더라도 한 경기만 보고 나면 평가해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지만요!”
“…….”
대칸의 말에 조쉬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이후에도 조쉬는 계속해서 대칸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대칸은 조쉬에게 최소한의 대답만 해주었다.
“후반전에 교체한 우측 윙백은 어떤가요?”
“그 선수, 정말 인재더군요! 나이에 비해 성장도 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이 높아서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면 챔피언십 레벨 팀의 주전이 될 인재라고 판단됩니다.”
“전반전 끝나기 전에 교체한 공격수는 어떤가요?”
“그게… 참 신기한 선수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인자기 선수의 다운 버전이라고 할까요? 기술이 뛰어나지도 않고, 발전 가능성도 떨어지지만, 골을 넣는 공격수의 자질은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경기 종료 전에 교체한 미드필더 선수는요?”
“아니 감독님, 그 선수가 뛴 시간이 5분도 안 되는데 제가 그 선수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여튼… 조쉬 감독은 대칸에게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하! 감독님 대단하시군요. 제가 졌습니다.”
대칸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승리를 만끽하였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어떻게 한 경기 만에 선수들을 그렇게까지 파악하시다니…….”
“하하, 코치님, 저의 판단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참고하시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전에 조사하신 거라면… 그래도 대단한 거구요. 이 정도 레벨로 분석을 하신다는 것도 대단합니다.”
“사전에 조사한 게 아니라니깐요.”
물론 너무 정확해서 약간 오해를 사기도 하였다.
“어쨌든 내기는 감독님이 승리하셨습니다. 요구 사항을 말해보시죠.”
대칸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임대 선수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시는 것을 부탁드립니다.”
“무상 임대요?”
조쉬 감독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게 1군 선수의 임대 권한이… 없습니다만?”
“제가 원하는 임대 선수는 1군에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네? 그럼?”
“저는 유소년 축구단에 있는 선수면 충분합니다.”
“네?”
대칸은 당황해하는 조쉬 감독을 보며 말했다.
“유소년 선수 중에서 성장이 멈춘! 그리고 그 해답이 저희 팀에 있는 선수에 대해서 임대를 요청드립니다. 다만 무상으로 부탁드립니다.”
대칸의 말에 조쉬 감독의 입이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 * *
2일 뒤.
리즈 유소년 경기장에 대칸이 다시 나타났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쉬 유소년 감독은 열심히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즐겁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조쉬 감독이 훈련을 한참 하다가, 관중석에서 대칸을 발견하고서는 대칸에게 다가왔다.
“감독님 오셨군요.”
“네! 약속했던 선수를 받으러 왔습니다.”
대칸의 말에 조쉬 감독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감독님… 그런데 정말로 저희 선수들 중에서 감독님 팀으로 가면 성장할 선수가 있나요?”
조쉬의 말에 대칸은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감독님! 친선경기 때 에드워드랑 마크 보셨죠? 그런데 못 믿습니까?”
“하… 대칸 감독님! 에드워드랑 마크는 떡잎부터 다른 애들이었습니다. 그 녀석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팀에서만 훈련을 받아도 그 정도는 성장하는 애들입니다.”
뭐… 조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 대칸도 그 사항에 대해서는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대칸 감독님께서 임대를 고려하시는 선수라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제가 확실히 말씀드리죠. 5부 리그? 선수의 육체적인 성장이 우선인 선수에게는 안 맞습니다. 리그 일정도 빠듯하고, 성인 선수들이라 거칠고 부상 위험도 높거든요.”
조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느 부분이 부족한 선수가 성장하기 좋은가? 기술도 아닙니다. 기술은 전문가 코치의 지시대로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실전에서 깨달음을 얻거나 경험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훈련이 우선입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결국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미숙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채우기 위해서 제게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기술도 빼어나고 신체적인 능력도 충분한데 선수로서 기량이 부족한 선수라면 정신적인 부분을 의심해야 합니다. 그런 선수는 리그의 경험이 좋습니다. 오히려! 압박감이 심한 상위 리그보다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하위 리그의 경험이 좋습니다.”
조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선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경험을 통한 정신적인 성장이며, 승리를 통해 부담감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칸이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직접 데려갈 선수를 골라보십시오. 대칸 감독께서 말씀하신 선수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선수와 같다면 제가 책임지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구장에 있는 유소년 선수… 40여 명 중에 대칸이 말했고, 조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선수는 단 두 명! 그래도 대칸은 손쉽게 한 멀대같이 유독 키가 큰 선수를 선택하였다.
“구장 좌측에 있는 윙을 주로 보는 노란 머리의 키 큰 선수로 하겠습니다.”
버나드 스콧(19살, 윙-미드필더, 341/414)
기술 126/151, 정신 119/156, 신체 96/107
대칸이 고른 선수는 버나드 스콧, 올해 열아홉 살 선수였다. 현재 능력은 리그 2에서도 주전이 가능한 레벨의 선수였지만, 포텐은 414로 프리미어 리그 후보 선수까지 성장이 가능한 선수였다.
그의 특징으로는 신체적인 성장은 우수하고, 기술적인 성장이 무난했다면 유독 정신적인 능력이 낮다는 점이었다.
조쉬도 버나드의 정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대칸이 말하는 사람이 버나드라는 것을 알았고, 대칸이 과연! 버나드를 정확하게 집어내는가를 확인한 것이다.
조쉬도 공감하는 지금 버나드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성장,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 그것도 실질적인 경험이었다.
버나드에게는 좋지 않은 별명이 하나 있었다. 그 별명은 ‘훈련장의 메시’. 훈련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전 경기에는 정신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하… 대단하시네요.”
조쉬는 대칸에게 감탄하였다.
대칸이 미리 리즈 유소년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하였든, 아니면 정말로 그가 선수를 보는 눈이 뛰어나든지! 이 정도 능력이라면 충분히 버나드를 맡길 만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버나드의 성장도 원활하게 시킬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감독님, 제가 구단 측에는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버나드를 웨스트 릴링 FC로 1년간 무상으로 임대 보내는 사항에 대해서요. 그리고 버나드에게도 웨스트 릴링 FC로의 임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하겠습니다.”
조쉬의 말에 대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서는 조쉬와 악수를 하였다. 완벽한 임대 영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