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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25화 (25/445)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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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스포츠계에서 이적이 활발하다는 것은 능력이 좋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로 한 팀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가진 슬픈 단어이다.

무엇보다 원 팀 레전드…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선수가 유독 높이 평가받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영국 축구계를 생각한다면 선수 본인이 원해서 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 단어였다.

매튜 로렌조… 이 흑인 축구 선수는 영국 축구계의 전형적인 저니맨이었다.

열아홉 살에 정식으로 프로 경기에 데뷔하면서부터 서른여덟 살 현재까지 20시즌을 소화하면서 리그 2부터 프리미어 리그 팀까지 무려 열네 개의 팀을 거쳤다.

전성기 시절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백업 멤버로 뛰기는 했지만, 선수 경력 대부분은 리그 1이나 챔피언십 리그에서 보내었다. 그리고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말년이 되어서는 리그 2에서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매튜가 뛰고 있는 팀은 리그 2의 중위권 팀인 올드햄 FC, 이 팀에서는 3년이나 선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자신의 커리어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뛰는 팀에 속하였다.

하지만 21/22시즌이 시작되면서 팀에 새로운 감독이 들어오면서 그의 신세는 한순간에 처량해졌다.

‘팀의 체질을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의 미래를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진행하며, 출전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겠다.’라고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올드햄 FC의 노장 선수들은 21/22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다른 팀으로 많이 이적하였다. 그런데 매튜는 이적을 하지 못한 채로 시즌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21/22시즌은 매튜에게는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되었다. 10경기도 출전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대부분 교체 출전,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한 매튜를 감독은 주급 도둑 취급을 하였다.

매튜가 억울한 것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서 이런 대접을 하면 모르겠는데… 제대로 출전 기회를 주지 않고서, 벤치에서 놀게 만들어 놓고서는 주급 도둑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매튜가 받는 주급은 그리 높지도 않았다. 리그 2의 평균 선수 주급이 200만 원 정도이다. 매튜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욱 적은 주급 100만 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억울했다.

21/22시즌이 종료되고 올드햄 FC는 리그 2에서 중위권을 기록하였다. 매튜는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다음 날에 구단 측으로부터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며, 재계약은 없다고 통보받았다.

“매튜 선수,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정산과 서류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단의 인사 담당자가 매튜가 방출… 아니 자유계약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매튜는 4년 동안 즐거웠다고 인사를 하고서는 자신의 짐을 챙겨서 구단에서 나왔다.

“후…….”

올드햄 FC 구단 옆에 있는 작은 식당, 매튜의 단골집이었다.

매튜는 점심을 먹으면서 고민에 빠져있었다. 자신의 나이가 벌써 서른여덟 살. 본인은 아직 리그 2 정도에서는 충분히 통한다고 자부했지만, 자신에게 오퍼를 하는 팀이 전혀 없었다.

보스만 룰에 의해서, 계약 종료 6개월 전… 즉 6개월 전부터 다른 팀과 이적 협의가 가능하였지만 여태까지 어떤 팀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매튜가 미래를 걱정하며 씁쓸한 표정으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매튜 로렌조 선수 되십니까?

“네. 제가 매튜입니다.”

- 에이전트가 없으셔서 직접 전화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신가요?

“말씀하십시오.”

- 저는 올해 5부 리그에 승격한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 대칸이라고 합니다. 저희 구단으로 영입을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계약을 위해 한번 만나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

5부 리그, 준프로의 영역이라니?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된 매튜였다.

- 비록 저희가 준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다음 해에 4부 리그로 승격할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 팀에게 매튜 선수가 꼭 필요합니다. 직접 만나주신다면 충분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찾지 않는 자신을 찾아준 구단이며, 직접 감독이 전화해 준 고마운 팀이었다. 거절하더라도 한번 만나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네. 그럼 일단 만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튜는 3일 뒤에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사무실에서 대칸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형님? 어떻게 이야기되셨나요?”

데이비드의 질문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만나기로 했어.”

“괜찮은 선수 맞아요? 코치로도 나쁘지 않고요?”

대칸이 기억하는 매튜 로렌조는 나이가 들어서 신체적인 능력은 많이 하락하였지만, 기술이나 정신적인 능력치는 충분히 뛰어난 선수였다. 게다가 코치로서의 자질도 뛰어났다.

“응! 괜찮았어.”

“형님 그나저나 어떻게 알게 된 선수예요?”

“축구 매니저는 한 번만 봐도 그 사람의 정확한 능력과 잠재력을 정확하게 측정해 줘. 그래서 내가 저번 시즌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다른 구단의 경기를 보러 다녔지.”

“아!”

데이비드는 대칸이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경기를 보러 다녔던 것이 기억났다. 그 이유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선수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그때, 보았던 선수야.”

물론, 반년 전에 보았던 선수 데이터이기 때문에 변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도 레이첼을 통해서 최근에 매튜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기 때문에, 대칸이 생각하는 플레잉 코치의 후보 중에서는 매튜가 1순위였다.

게다가 매튜가 기존의 팀과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자유계약으로 풀린 상황이 상위 리그에서 뛰던 매튜를 자연스럽게 5부 리그에 있는 웨스트 릴링 FC로 데려오기에는 괜찮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 * *

3일 뒤.

“안녕하세요, 매튜 씨. 저는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주인 데이비드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 계신 분이 통화하셨던 대칸 감독님이십니다.”

흑인에 거구의 매튜가 안 어울리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매튜 로렌조입니다.”

대칸도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능력치를 보고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매튜와 악수를 하였다.

매튜 로렌조(38살, 선수 338/420, 코치 132/192)

선수 : 기술 110/141, 정신 151/170, 신체 77/109

코치 : 선수 훈련 능력 65/82, 정신적 능력 36/52, 골키퍼 훈련 11/11, 정보력 20/47

예전에 대칸이 보았을 때보다, 선수로서의 능력이 약간 낮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5부 리그에서는 넘치는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포지션이 가장 급한 센터백이 가능하였고, 동시에 비어있는 기술 코치에 적합하며, 향후에는 스카우트로서의 높은 성장 기대치까지! 놓치기에는 아까운 인재였다.

“먼저 차 한잔하실래요?”

대칸이 권유를 하자, 데이비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혹시나 대칸이 직접 보고 여전히 마음에 든다면 차를 권유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매튜는 별생각 없이 홍차를 한 잔 달라고 부탁하였다.

매튜와의 대화는 잘 진행되었다. 대칸과 데이비드는 매튜에게 웨스트 릴링 FC의 비전부터 제시하였다.

“매튜 선수가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작년에 대칸 감독님과 함께 이 구단의 구단주로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단! 1년 만에 5부 리그로 승격을 하였습니다.”

약간 전형적인 승격 구단의 자랑이었다. 그래도 매튜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저희는 장기적으로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리그 2 입성은 물론 적어도 10년 안에 프리미어 리그 입성을 목표로 장기 투자할 예정입니다.”

모든 구단에는 장대한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지,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었다.

“이미 언론에도 몇 번 보도되었지만, 저희 구단에는 뛰어난 유망주가 에드워드 선수와 마크 선수! 두 명이나 있습니다. 이 두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와 마크가 리즈 구단의 유망주였던 것처럼, 상위 리그에 있는 팀일수록 유망주는 많았다. 그리고 뛰어난 선수들은 대부분… 상위 리그에 올라가면 돈에 의해서 빼앗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저희 팀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많은 코치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만 2억(15만 유로)을 시설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5부 리그에 있는 팀답지 않게, 미래를 보고서 코치진과 시설에 투자는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구단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매튜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대칸이 끼어들었다.

“뭐, 저희 구단의 비전은… 당연히 좋습니다. 이제는 현실적인 계약! 프로는 계약으로 결정하는 거죠? 저희의 계약 조건을 계약서를 통해 보시죠.”

대칸이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매튜에게 보여주었다.

“4년 계약? …플레잉 코치?”

“네. 저희는 매튜 선수가 플레잉 코치로 팀에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 계속해서 필드를 누비면서 코치 준비를 동시에 하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플레잉 코치라지만 무려 4년이라는 기간을 계약으로 제안하였다. 여태까지 매튜가 했던 프로 계약 중 가장 긴 기간이다. 매튜는 속으로 ‘무슨 생각으로 서른여덟 살 선수에게 4년 계약을 제안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구단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튜 선수!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시잖습니까? 저희 구단에서 관리받으면서 행복하게 선수 생활의 마지막 커리어를 완성하시고, 코치… 지도자로서 같이 성장하는 구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안정감을 드리기 위해 4년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매튜의 성향이 안정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레이첼의 조사를 통해 알았던 대칸의 전략이었다. 여태까지 저니맨으로 살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한 구단에서 정착하고 싶어 했던 매튜였다.

“게다가, 전담 코치로 계약을 전환할 시에! 자동으로 4년 추가 계약이 조항에 들어가 있습니다.”

매튜가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선수 겸 플레잉 코치 계약으로 주급 80만 원… 금액이야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5부 리그 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신을 충분히 배려해 준 금액이었다.

게다가 4년 계약에 코치로 전환 시 4년 재계약 조건도 있었다. 즉 구단에 머물 수 있는 최대 기간이 8년인 계약이었다.

코치로서 능력이 뛰어난 매튜를 오랜 기간 잡기 위해 대칸이 준비한 노예 계약이었다. 물론, 매튜 본인은 자신의 코치로서의 역량을 몰랐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이기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저희는 플레잉 코치 계약 기간 동안에 절대로! 매튜 선수에게 은퇴를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4년 동안 선수로 뛰고 싶으시면 뛰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주전을 약속드리지 못하는 점은 죄송합니다만, 그렇다고 저번 팀에서처럼 일방적으로 벤치에만 있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결정타였다. 매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금액은 부족했지만, 매튜가 고민하던 모든 것! 안정성과 코치로서의 미래, 그리고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모두 지켜주는 계약이었다.

사실, 대칸이 매튜의 코치로서의 포텐을 알았기 때문에 제안할 수 있는 계약이었다.

“알겠습니다. 사인하겠습니다.”

그렇게 매튜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였고, 웨스트 릴링 FC의 플레잉 코치로 합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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