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경기가 약간 소강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요크 시티의 입장에서는 웨스트 릴링 FC의 에이스인 에드워드 선수와 마크 선수가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지는 후반전을 노리고 플레이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노련한 판단입니다.]
요크 시티가 계속 자신의 진영에서 공만 돌리면서 경기가 루즈해지자, 캐스터는 해설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였다.
[프레디 해설 위원께서는 오늘 웨스트 릴링 FC와 요크 시티 FC의 남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저는 요크 시티의 역전승이 예상됩니다.]
[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웨스트 릴링 FC가 먼저 선제골을 넣은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수비를 하며, 매서운 역습을 수시로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요크 시티의 승리를 예상하는 프레디 해설자였다.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가 지금까지는 잘 버텼지만, 이 팀의 수비는 시즌 평균 실점 2점이 넘는 팀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공수 밸런스가 좋은 요크 시티가 충분히 역전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6부 리그 경기는 전혀 살펴보지도 않고서, 시즌 전체 기록지만 보고서는 예측하는 멍청한 프레디 해설이었다.
“잘하고 있어, 수비 집중!”
“집중!”
현장에서는 대칸을 비롯한 코치들은 수비 훈련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요크 시티의 선수들이 공격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할 곳이 없어서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앞서고 있는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달려들어서 공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이미 요크 시티의 선수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에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요크 시티의 에이스라 불리는 해리슨 선수는 속이 꽉 막힌 답답한 기분이었다.
‘이 새끼가…….’
자신을 찰거머리같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리 때문에 해리슨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게리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패스.”
빠르게 움직여서 패스를 요청하였지만… 어느새 게리가 옆에 따라붙었고, 같은 팀 동료의 선택은 안전하게 백패스를 하는 것이었다.
“야! 이 멍청한 새꺄, 공을 달라고!”
해리슨이 신경질을 부렸지만 같은 팀 선수들은 해리슨에게 붙어있는 게리를 의식하여 안전하게 후방으로 공을 돌렸다.
[해리슨 선수, 흥분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마 요크 시티의 선수들의 공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역시 캐스터는 아마추어군요. 40년이 넘게 축구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인 제가 볼 때는 요크 시티에서 경기 조율을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웨스트 릴링의 선수들의 진을 빼고 있는 중입니다.]
프레디 해설의 말과는 다르게 오히려 점점 진이 빠지고 있는 요크 시티의 선수들이었다.
[전반전도 어느새 끝나갑니다. 심판은 로스타임으로 3분을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죠? 요크 시티가 득점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마침 해리슨 선수가 볼을 잡습니다! 21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요크 시티의 에이스죠! 기대해 볼 만합니다. 돌파합니다.]
[공을 빼앗은 대니얼 선수, 바로 롱패스!]
[…….]
[에드워드 선수, 완벽하게 요크 시티 수비진의 라인 브레이킹을 하면서 달립니다! 골키퍼와 1:1, 그리고 슛! 골입니다.]
에드워드의 멋진 골이 터졌다. 에드워드가 격렬하게 세리머니를 하였고 선수들도 몰려와서 에드워드를 축하해 주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멋진 플레이입니다. 해설께서 설명해 주시죠.]
[…아… 네… 에드워드 선수 잘했네요.]
계속되는 예측 실수에 이미 짜증이 난 해설이었다.
경기가 재개되고, 잠시 후 심판이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전반이 끝나기 전에 에드워드 선수가 추가 골을 기록하면서 웨스트 릴링 FC가 2:0으로 요크 시티를 앞서갑니다.]
[…….]
해설인 프레디는 아주 고리타분한 영국 사람이었다. 그래서 동양인이 감독으로 있고, 요크의 지역 팀에 불과한 웨스트 릴링 FC가 역사 깊은 요크 시티 FC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양인의 성공이 영국 축구계를 망가트릴 것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도 못하는 감독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사실 행복한 일 아니겠습니까? 요크 지역에 있는 두 팀이 우승 경쟁을 한다는 것이? 적어도 한 팀은 5부 리그로 승격하여, 내년부터 우리 방송국을 통해 중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승격 플레이오프의 결과에 따라 두 팀 다 중계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자격을 가지고 있는 팀은 요크 시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지역 자본이 투자되었으며, 영국 축구에서 유명한 인재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있습니다. 요크에서도 외곽 지역인 웨스트 릴링 지역 구단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요크 시티가 승격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설의 어처구니없는 말… 캐스터는 말은 하지 못하였지만… 방송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계방송을 총괄하는 PD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해설자가 다른 말을 못 하도록 빠르게 광고로 넘기라고 지시하였다.
[그럼 하프타임 동안 광고 보고 오시겠습니다.]
PD가 붉어진 얼굴로 해설 박스에 뛰어 들어갔다.
“프레디 씨! 지금 방송에서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네? 무슨 짓이라니… PD 양반! 경기 해설하고 있지 않습니까?”
PD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딴 말도 안 되는 편파 해설을 원한 것이 아닙니다. 요크 시티 FC도! 웨스트 릴링 FC도! 모두 요크 지역의 팀이란 말입니다!”
“PD님 저는 제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프레디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요크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란 원주민으로서 요크 지역의 토박이 축구 전문가로 자존심을 걸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PD의 머리가 아팠다. 요크 지역 라디오에서 요크 시티 경기를 전문으로 해설하는 요크 시티 FC 전문 해설가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요크 시티 구단에 대해서만 편파적일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프레디 해설님, 우리 방송국에서 방송하고 싶으시다면… 적당히 하십시오! 벌써 인터넷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프레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요크 시티가 승리하여 내가 말한 해설이 맞다는 것만 증명되면 시청자들도 좋은 평가를 줄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 마십시오.”
프레디의 말에 PD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어디 한번 두고 봅시다. 똑바로 하세요!”
[후반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에드워드 선수가 뒤로 패스하고, 웨스트 릴링 공격의 시작인 마크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캐스터 토마스는 PD로부터 웬만하면 프레디 해설에게 말을 유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계를 진행하도록 지시받았다.
[현재, 경기는 2:0으로 웨스트 릴링 FC가 앞서고 있는 상태입니다. 요크 시티에서는 선수 두 명의 교체가 있었습니다. 미드필더 선수 두 명을 교체하고 미드필더 지역에 선수들이 밀집된 것이 전략적인 변화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전략입니다. 요크 시티가…….]
[아, 마침 에드워드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기대가 되는 선수죠!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슛! 아쉽습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납니다.]
타이밍 좋게 해설의 말을 뭉개버리는 캐스터였다.
삐익.
[심판의 휘슬, 요크 시티의 반칙입니다. 무리한 수비로 공이 아니라 마크 선수를 막았습니다.]
[잘했습니다. 여기서…….]
[웨스트 릴링 FC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습니다.]
[키커가 바로 골을 노릴지, 아니면 세트피스를 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둘 다 가능한 위치입니다만 올 시즌에 웨스트 릴링 FC의 세트피스가 좋지 않아서 큰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캐스터가 최대한 말을 못 하게 하려 했지만… 프레디의 편파 해설이 계속되었고, PD는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요크 시티의 다섯 명의 선수가 수비벽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에드워드와 라이언을 비롯해 헤딩에 능한 대니얼까지 마크를 하였다.
공격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동안에… 키커인 마크가 가볍게 공을 찼다.
“공간을 막아! 공간!”
[마크 선수가 공을 찹니다.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칼슨 선수!]
수비수들은 미처 체크하고 있지 않았던 칼슨의 등장에 당황하였고, 칼슨의 발에 맞은 공이 골대를 향해 날아가자… 그저 골키퍼가 막아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골! 환상적인 세트피스입니다. 후반 10분, 웨스트 릴링 FC의 세 번째 골이 터집니다!]
[…….]
웨스트 릴링 FC의 세 번째 골이 나오자, 해설은 침묵했다.
오래간만에 골을 넣은 칼슨이 매우 기뻐하면서 세리머니를 하였고, 선수들도 같이 그의 골을 축하하였다.
[리플레이를 보시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펼쳐졌습니다. 주요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에 조용히 중앙으로 돌파하는 칼슨 선수의 앞으로 공이 배달되었고, 칼슨 선수가 가볍게 골을 성공시킵니다.]
준비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하자, 전술 코치인 김종일 코치와 대칸은 서로 부둥켜안고서는 자축을 하였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한 골도 좋지만, 세트피스에 의한 골은 코치진의 준비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대칸 감독! 포효하고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골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요크 시티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역전도 가능한 시간입니다.]
대칸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잘했어, 잘했어! 남은 시간에도 집중하자고.”
[이번 세트피스는 정말 허를 찌르는 플레이였습니다. 주요 공격수들을 모두 수비수들의 시선을 끄는 버림 패로 사용하고서는 공격 기여도가 거의 없는 칼슨 선수에게 공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게다가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보세요! 수비진을 흔들면서 틈을 확실하게 만들어주지 않습니까? 정말 대단한 작전이고 완벽한 약속이었습니다.]
해설이 똑바로 하지 않자, 캐스터가 해설의 몫까지 이야기를 하였다.
후반전 남은 시간에도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었다.
프레디 해설이 바라던 요크 시티의 반격은 전혀 일어나지가 않았다. 오히려! 후반전 40분에… 모든 선수가 총공격을 하던 요크 시티의 빈틈을 라이언이 파고들어서 추가 골을 기록하였다.
삑삑삐~
심판의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종료되었다.
[오늘 경기는 웨스트 릴링 FC의 4:0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멋진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18/19시즌 잉글랜드 컨퍼런스 북부 리그의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프레디 해설님, 예상외로 웨스트 릴링 FC의 압승으로 우승이 확정되었습니다. 의견 말씀해 주시죠.]
오늘 하루 종일 요크 시티 편만 들었던 해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웨스트 릴링 FC를 응원했던 캐스터가 해설에게 물었다.
[하… 안타깝네요. 요크 시티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요크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 시민분들께 애도의 말을 보냅니다.]
[…프레디 해설님, 웨스트 릴링 FC도 요크 지역의 팀입니다.]
[어허… 역사도 고작 50년밖에 안 되고, 외곽 지역의 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동양인 감독에 코치라니! 지금 운이 좋아서 승리했지만 결국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영국 축구계에 멍청한 동양인 감독이라니!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영국 축구계의 질서를 위해 동양인은 퇴출되어야 합니다!]
해설도 뜻대로 되지 않고… 모든 것이 꼬였다고 생각하여 참았던 울분을 프레디 해설이 터트렸다. 그것도 방송에서! 막말을 한 것이다.
“꺼! 마이크 꺼!! 그리고 끌어내!!”
최악의 발언… 인종차별 발언이 나왔고 PD의 제지에 따라 프레디 해설은 방송 스태프들에 의해서 강제로 퇴장당하였다. 퇴장당하면서도 웨스트 릴링 FC를 저주하면서 나갔다. 그리고 캐스터가 아직 떨리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방송을 정리하였다.
[죄송합니다. 프레디 해설은 객원 해설로 그의 의견은 우리 방송국의 의견이 아님을 시청자분들께 다시 알려드립니다. 우리 요크 지역 방송은 웨스트 릴링 FC와 요크 시티 FC가 모두 우리 요크 지역 팀이라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년에 웨스트 릴링 FC의 5부 리그 경기 중계를 기약하며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다행히 이 소란을 모르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감독인 대칸까지도 우승을 자축하고 있었다!
“우승이다. 우승이야!”
“그래, 승격이라고! 5부 리그로 가자고!!”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우승을 축하하였고, 웨스트 릴링 FC를 응원하는 원정 팬들과 지역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축하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