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18화 (18/445)

18화

* * *

“안녕하십니까! 청자님들! BJ 축구광 인사 박겠습니다!”

거구의 동양인 사내가 큰 목소리로 휴대폰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주변의 영국 사람들은 신기한 듯 힐긋 보기는 했지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청자님들! 제가 저번 방송 때 말씀드렸지만 제가 제일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님! 대칸 형님을 만나기 위해서 제가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축구광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뛰어다녔고, 축구광을 돕기 위해 같이 온 촬영하는 친구는 호들갑 떠는 축구광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로 촬영을 하였다.

- 레알? 영국임?

- 실화 맞음?

- 축광 거지 아님? 맨날 후원 구걸하잖슴?

- 와… 축구광 실망이네. 맨날 밥 먹을 돈 없다고 만 원만 후원해 달라고 애원하더니…….

평소 궁상이랑 구걸이 캐릭터의 콘셉트였던 축구광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가난한 척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청자님들 서운합니다! 저 축구광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저 세 달 동안 대칸 형님에게 구걸해서 비행기표 간신히 받아서 영국 왔습니다. 그것도 환승만 세 번 해서 여기 리즈에 도착했습니다.”

축구광은 허름한 가방 하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저 챙겨올 옷도 없어서 이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온 사람입니다. 게다가 이 비싼 영국에서 버스 타고 살기 위해 밥 사 먹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어야 합니다.”

물론… 방송을 도와주는 축구광의 친구 가방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고, 맛있는 것을 먹고 관광할 충분한 여비를 가지고 있었다.

- 크크크, 그래 봐주자.

- 원래 시청자 많았던 대칸에게 빌붙던 축구광이니…….

- 영국에서도 구걸 방송 하게는 할 수 없잖아… 크크크

- 국격 문제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만족스럽게 확인한 축구광은 공항에서 나와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여기 리즈에서 웨스트 릴링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근데! 저는 가난하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검색해 왔습니다.”

축구광은 당당하게 미리 준비하여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제일 싼 교통수단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버스 7종 릴레이입니다! 여기 리즈 공항에서 747번 버스를 40분 정도 타면 리즈 중심가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축구광이 준비한 교통수단은 가장 저렴한 버스만 7번 갈아타고서 웨스트 릴링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 축구광아, 지겹다… 가는 건 빨리 가자!

- 저분 축구광 콘셉트 모름? 안 걸어가는 게 다행임

- 맞음! 한국이었으면 걸어가면서 후원 구걸하다가! 후원 들어오면 버스 타고 가고는 함

- 궁상과 구걸이 축구광의 트레이드마크임!

- 그래도 지겨운 건 사실임…….

축구광은 버스를 타고서 웨스트 릴링으로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방송을 하였다.

“이 자식 여전하구만.”

대칸은 사무실에서 휴대폰으로 축구광의 방송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형님 뭐 보세요?”

지나가던 데이비드가 대칸에게 물었다. 그러자 대칸이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너도 알지? 축구 방송 BJ 중에서 걸인이라 불리는 축구광.”

“아! 지지리 궁상 구걸을 콘셉트로 가지고 있는 BJ요?”

데이비드가 웃으면서 축구광의 방송을 보았다.

“어? 영국이네요?”

“응! 내가 초대했거든.”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오늘 여기에 오는 건가요?”

대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데이비드가 손으로 한잔하자는 표시를 하였다.

“저녁에 다 같이 한잔하시죠.”

“당근이지! 너도 JOB's PUB에 아홉 시에 와라.”

“넵! 저도 축구광 한번 보고 싶었어요.”

대칸은 BJ 축구광도 엄청난 술꾼이니 각오하고 오라는 말을 하려다가 삼켰다. 요즘 데이비드가 구단주가 된 이후에 너무 건방져졌으니… 한번 당해보라는 의미였다.

“저! BJ 축구광이 무려 여섯 시간 만에 웨스트 릴링에 도착했습니다!”

축구광은 무지하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여섯 시간! 무려 여섯 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도중에 말 하나 안 통하는 이 외로운 타국에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아십니까? 환승하는 곳을 잘못 찾아서 헤매기도 하고! 잘못 내려서 다시 삽질하기도 하고!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경찰에게 묻기도 하고! 온갖 몸짓으로 의사 표현을 해서! 어떻게든 이 웨스트 릴링에 도착했습니다!”

뭐… 사실 축구광과 함께 온 친구가 기본 영어 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충분히 아무런 문제가 없이 웨스트 릴링을 찾아올 수 있었지만 축구광은 친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일부러 삽질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동정심과 후원을 동시에 받으면서 이동하였다. 그래서 세 시간 거리를 여섯 시간 만에 온 것이다. 당연히 이것도 축구광이 계획한 콘텐츠였다.

- 지겨웠다…….

- 영국에서도 여전히 짠한 콘셉트…….

- 경찰한테 진짜 물어볼 때… 깜놀했다…….

- 이제 도착했습니까?

- 대칸 만나러 갑시다!

축구광은 충분히 채팅 창을 읽고서는 말했다.

“이제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대칸! 대칸 형님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자! 빨리 가시죠!”

- 그래! 가자가자

- 대칸 보러 왔습니다!

- 저도 대칸 보러…….

- 축구광아 빨리 가자! 빨리 가면 1,000원!

축구광은 1,000원이 입금되자, 뛰는 모습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인 뉴레인 스타디움으로 이동하였다.

“오늘은 경기가 없는 날이라서! 감독인 대칸 형님께서는 아마 경기장 옆에 있는 사무실에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올라가 보죠!”

축구광이 사무실로 올라가자, 사무실에서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대칸과 만날 수 있었다.

“여러분! 제가 드디어! 한국에서 출발한 지 34시간 만에 대칸 형님을 만났습니다!”

대칸은 축구광의 카메라에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자! 대칸 형님! 정식으로 저희 채널의 청자님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이자 축구 전문 콘텐츠 BJ 대칸입니다.”

대칸이 정식으로 인사하자, 채팅 창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축구광이 이동하던 시기에는 500명에 불과했던 시청자가 대칸의 유명세에 어느새 5천 명이 넘고 있었다.

축구광은 늘어난 시청자에 흐뭇해하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매니저분들 어그로 관리해 주시구요. 강퇴는 하지 마시고! 관리해 주세요. 그럼 대칸 형님 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뭐 찾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6부 리그인 잉글랜드 컨퍼런스 북부 리그에서 요크 시티 FC와 함께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다른 팀들은 선두 경쟁에서 멀어진 상태구요. 저희가 승점 2점 차로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한 경기에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라 조심하고 있습니다.”

축구광과 대칸은 사무실에서 나와서 영국 거리를 걸으면서 인터뷰를 계속 이어갔다.

“BJ 대칸께서 갑작스럽게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의 6부 리그 팀의 감독으로 오게 된 것이 한국에서는 화제입니다. 왜? 어떻게?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으로 오신 건가요?”

축구광의 생각지 못한 질문에 대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그거야 단순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게 우연히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고! 전 도전을 했을 뿐입니다.”

- 캬… 대칸 멋지다.

- 이 시대의 진정한 모험가 아님?

- 까고 있네… 다 돈 되니깐! 하는 거지!

- 위에 님 뭘 모르시네… 대칸이 원래 잘 벌던 수입 포기하고 영국에 간 겁니다.

- 맞음! 예전보다 방송을 별로 안 해서 수입은 오히려 줄었을 건데…….

“그럼 형님? 다른 질문으로 실제 축구 감독을 해보니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아마추어 출신이라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네! 당연히 문제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경험 부족이라는 단순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고요. 인맥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감독에 임해서 많은 삽질을 하였습니다.”

약간 당연한 대칸의 대답이었고, 축구광은 계속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감독이 되자마자, 제일 처음 문제는 선수들의 신뢰였습니다. 기존의 선수들이 저를 신뢰하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물론 이해는 하는 부분이지만 감독으로서 팀을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지금은 잘 해결된 부분입니다.”

- 하긴… 나라도 안 믿겠다.

- 그래 축구 매니저 게임 하다 보면 많이 생기는 일이지… 크크크, 듣보잡 감독을 신뢰하지 않는 선수단!

- 실제 선수들이라면 더하겠지! 누가 경력 하나 없는 감독을 믿어?

“아, 네! 그럼 대칸 형님! 그럼 지금 현재 선수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으신가요?”

대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 문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부상! 피로도! 컨디션! 에 따라 수시로 관리해 줘야 하구요. 게다가 준프로 선수들이 많아서 스케줄이 꼬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케줄이 꼬이다니요?”

“뭐… 그런 거죠. 경기 날에 회사 출장이라 참가 못 한다든가… 아니면 다른 일이 생겨서 참가를 못 하거나… 심한 선수는!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경기에 못 나온 적도 있습니다.”

“정말요? 정말 그렇습니까?”

“네! 아무래도 준프로 선수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부업으로 축구를 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 하긴… 독일의 클로제가 목수하면서 축구했다지?

- 축구 매니저만 해봐도… 출전 수당만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겠냐?

- 그래도 경기에 빠지는 건 너무 책임감 없는 거 아닌가?

- 돈이 문제지…….

“주전 선수 관리 방법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대칸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의 부상, 컨디션, 체력 등을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대칸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답했다.

“영국 축구는 정말 거칠어요. 아니 무식하다고 봐도 됩니다! 몸싸움에 관대하고 살인 태클만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반칙을 불지 않습니다. 자잘한 부상은 정말 많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리그 일정도 빽빽합니다. 6부 리그인 이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최대한 주전 선수들에 대한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경기가 많이 차이 나면 교체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고, 약팀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주전 선수들의 일부를 벤치에서 시작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회복 훈련은 물론, 훈련 시간을 줄이면서 체력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 영국 리그 일정! 토 나오지!

- 게임에서 심심하면 부상! 그런데 꼭 부상당하면 박싱데이… ㄷㄷㄷ

- 6부 리그도 경기 수가 워낙 많으니…….

- 게임을 해도 그런데. 현실은 더 시궁창이겠지

축구광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확인하면서 준비한 질문을 계속 던졌다.

“정규 리그 경기에 대한 소식은 대칸 님의 방송을 통해서 자주 들립니다. 하지만 영국 축구 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컵 대회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컵 대회는 어떻게 되는지 말해주시겠습니까?”

“저희 팀은 선수층이 빈약하여 컵 대회를 포기하고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현재, 모든 컵 대회에서 떨어진 상태입니다.”

- 현실적인 판단임. 역시 축구 매니저 고수임!

- 아 근데 FA 트로피컵 개꿀이지 않냐? 5부 리그 이하 팀들만 나오는데?

- 그건 게임이라 그런 거고!

- 리그 승격이 제일 중요하지!

“웨스트 릴링 FC의 중반 이후 경기를 살펴보면 팀의 득점왕인 에드워드 선수나 마크 선수는 출전 시간을 매 경기 조정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두 선수의 경우, 저희 팀의 에이스이긴 하나, 아직 열여섯 살에 불과한 선수들입니다. 한창 성장기이기 때문에 몸에 과부화가 걸리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체력적으로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서 빨리 지치기도 합니다.”

- 뭐 감독으로 선수 관리 잘하는 거지…….

- 16살짜리 유망주 잘 키우네!

- 근데 실축에서 교체 타이밍 잡기 힘들 건데…….

- 교체를 대칸이 하겠냐? 코치들이 하겠지?

대칸은 채팅 창의 말에 자신이 교체를 지시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인터뷰를 계속하였다.

“후반기에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진이 급격하게 안정되었습니다. 새로 영입한 세 명의 선수 덕분인가요? 수비 코치인 김종일 코치 덕분인가요?”

“솔직히 모든 것이 조화가 이루어져서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확실히 기존 선수들보다 역량이 뛰어나고요. 김종일 코치님 덕분에 수비진의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다음 질문으로 선수 영입이나 계약은 어떻게…….”

축구광은 계속해서 준비한 질문을 하였고, 그것을 대답하는 대칸의 모습이 계속해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국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대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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