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또… 설마?”
반대편 셀포드 FC의 에이스인 재커리 선수가 공을 몰고서 사이드라인을 타고서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의 윙 포지션 선수가 허겁지겁 따라갔지만… 뒤꽁무니만 쫓을 수밖에 없었다.
“막아, 막으라고! 협력 수비하라고!”
대니얼이 소리치자, 왼쪽 윙백 선수도 재커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재커리는 여유롭게 왼쪽 사이드 선수들을 제치고서는 돌파하였다. 그러는 동시에 셀포스 선수들이 공격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다른 수비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누가 봐도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뻥!
시원한 소리와 함께 재커리의 매서운 크로스가 올라왔다. 크로스 능력치가 좋지는 않았지만, 노마크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크로스였다.
“슛!”
공이 셀포드 공격수의 머리에 닿았고, 얄미운 축구공이 거침없이 웨스트 릴링 FC의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역전 가자!”
“두 골 더!”
골을 넣은 공격수는 공을 잡고서는 중앙선으로 뛰었고, 그 모습을 대칸이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미치겠네.”
개막전 경기가 시작한 지 40분… 전반 40분 만에 경기의 스코어는 벌써 4:2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크와 공격수 에드워드와 라이언의 호흡은 최상이었다. 마크는 적재적소에 에드워드에게 제대로 패스를 배분하였고, 에드워드와 라이언은 빠른 스피드와 테크닉을 기반으로 2:1 패스를 즐겨 하며 반대편 셀포드의 수비진을 어린애 가지고 놀듯이 농락하였다.
전반 1분, 마크의 스루패스를 받은 에드워드의 슛이 골을 기록하면서 1:0.
전반 5분, 공을 빼앗은 게리의 패스를 받은 마크가 직접 드리블해서 적진에 진입한 다음에 라이언에게 패스, 라이언은 돌파를 하면서 수비수들을 모아서는 에드워드에게 패스, 그리고 슛! 아쉽게 골키퍼 선방.
전반 12분, 조심스럽게 공을 돌리던 반대편 수비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서, 압박하던 라이언이 공을 빼앗아서 골키퍼와 1:1 상황, 라이언이 침착하게 로빙슛으로 골! 2:0.
전반 21분, 공격하던 에드워드가 반대편에 위치한 라이언에게 크로스, 라이언은 머리로 공을 마크에게 패스하고, 마크가 침착하게 마무리! 3:0.
경기가 시작되고 21분 만에 3:0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일방적인 경기를 하였다.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부터 미드필더인 마크와 게리가 중원을 장악하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던 것이다. 반코트…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되었다.
문제는 수비였다.
처음에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한 셀포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하지만 셀포드가 우리 팀 수비수들이 약하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부터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전반전 25분, 셀포드의 에이스 오른쪽 윙을 담당하고 있는 재커리는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비에 포진하고 있었고, 몇 없는 공격수들의 위치도 별로라서 공을 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재커리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새로운 강력한 공격수들을 영입했을지는 모르지만, 수비수들은 작년에도 봤던 선수들이라 자신이 충분히 뚫을 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다가왔다.
재커리에게 공이 왔다. 그리고 재커리는 자신을 도와줄 같은 편 선수가 없음에도 사이드라인을 타고 단독 돌파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한 명, 두 명, 순식간에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진을 뚫어버렸다.
마지막에 다행히 대니얼이 급하게 태클로 공을 걷어내기는 했지만… 재커리는 웨스트 릴링 FC의 사이드 수비가 약하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것이 시작이었다.
“공을 앞으로만 보내!”
뻥 축구… 셀포드 선수들은 에이스인 재커리를 향해 공을 뻥뻥 차기만 하였다. 그런데 그게 잘 통했다. 환장하겠지만 너무나 잘 통했다.
롱패스를 받은 재커리가 느린 해리(왼쪽 풀백)를 뒤로하고 골대를 향해서 질주하였다. 대니얼이 셀포드의 포워드를 마크하였고, 루이(센터백)가 다급하게 재커리를 막으러 접근했다. 그런데 재커리의 몇 번의 발재간에 뚫려버렸다.
타닥 탁!
루이를 제친 재커리의 슛! 강한 슛은 아니었지만 정확하게 구석을 향해 공이 날아갔다.
“나이스!”
“루즈 볼 막아!”
키퍼인 카펜터가 간신히 선방하였다. 하지만 셀포드의 다른 선수가 쇄도하여 루즈 볼을 가볍게 차서 골대 안으로 넣었다.
“와 좋아~”
“잘했어!”
재커리는 골을 넣은 선수와 흥겨운 세리머니를 하였다.
“이거 실화냐?”
셀포드의 첫 골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재커리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웨스트 릴링 FC의 좌측 선수들은 말도 안 되는 수비 실수를 남발하였다.
“야! 패… 야! 적한테 패스하면 어떻게 해?”
적한테 패스하는 것은 물론.
“뺏기지 말고 패스하라고.”
무리하게 공을 잡고 있다가 빼앗기고.
“차라고 차! 걷어내라고!”
걷어내는 것조차 제대로 하질 못했다.
계속되는 실수, 보다 못한 대니얼이 루이와 자리를 교체하여 좌측에서 몇 번이나 위험한 장면을 커버하였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에드워드가 35분에 추가 골을 넣었지만 40분에 재커리에게 반격을 받아서 결국 전반전은 4:2로 끝이 났다.
전반전이 끝나고 대칸의 머리는 복잡했다.
‘뭐지? 뭐가 문제지?’ 아무리 재커리의 능력치가 뛰어나다고 해도 수비진이 너무 맥없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칸이 일단 표정을 관리하고서는 라커룸에 들어왔다.
“…….”
라커룸은 조용했다. 공격은 정말 잘했지만… 수비수들은 본인들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알았기 때문에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용했던 것이다.
대칸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모두 잘했어. 잘했어! 분위기 왜 이래? 다른 사람이 보면 지는 팀 라커룸인 줄 알겠어.”
대칸은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격려하였다. 그리고 선수들은 충분히 음료를 마시면서 그의 말을 들었다.
“에드워드와 라이언, 마크는 잘하고 있어. 계속 공격하라고. 다만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해. 상대편 수비수들이 정신 못 차리게! 특히 라이언이 조금 더 처진 위치에 자리 잡아도 좋아. 그게 아니라면 라이언 네가 판단하기에 적당한 위치로 조정해도 된다. 오늘같이 난전일 경우에는 미드필더 영역까지 내려와도 된다고? 이해하지?”
라이언이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에드워드와 마크가 주의할 점은 체력이야. 너무 무리해서 뛰지 말고, 항상 체력을 일부 남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라. 알겠지?”
체력이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급식 듀오를 위해 대칸이 추가 지시를 했고, 둘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미인 게리 주장, 네가 남은 후반전의 키 플레이어다. 미드필더 지역부터 적극적으로 수비에 치중해라. 그리고 경기 템포 조절 적절하게 해주고.”
게리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였다.
“사이드 미드필더의 가브리엘은 후반전에 맥스와 교체한다. 그리고 맥스와 엘리엇은 수비 백업 위주로 후반전에 임한다. 공격은 안 해도 괜찮다.”
윙들은… 빨리 지쳐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템포의 경기, 두 팀 다 수비가 약했기 때문에 더욱 공이 상대편 진영과 우리 진영을 많이 오갔고, 미드필더 포지션 선수들이 뛴 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서 체력이 소모된 상태였다.
“전술 훈련대로 하자고. 왼쪽 맥스는 최대한 패스 플레이를 하면서 수비 커버만 하고 오른쪽 엘리엇은 평상시에는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다가, 확실하게 공격이라는 상황에서는 침투하고 절대로 무리해서는 안 된다. 애매하면 수비만 하고? 알겠지?”
두 미드필더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문제의 수비진… 수비진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갔다.
“대니얼, 흥분 상태지? 침착하라고. 잘하고 있어! 흥분해서 실수만 하지 마.”
대칸의 말에 대니얼은 차가운 물을 머리에 뿌리면서 열을 식혔다.
“그리고 카펜터(골키퍼)는 하던 대로 하면서 수시로 대니얼 상태 봐주면서 흥분하지 않도록 체크해 주고.”
카펜터가 옆에 앉은 대니얼의 어깨를 주무르며 알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수비수들에게 다가갔다. 위축되고 소심해진 선수들이 대칸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는 직접 바나나를 건네거나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골 먹어도 돼! 어차피 골 먹는 게 축구야. 하지만 정신은 똑바로 차리자. 말도 안 되는 플레이도 지양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선수들이 알겠다고 대답하자, 대칸이 세부 설명을 하였다.
“먼저 훈련과는 다르게 지역 방어가 안 되니깐, 선수들을 자꾸 놓치게 되는데! 그냥 쉽게 하자. 센터백 루이는 반대편 포워드 선수를 전담 마크하고 왼쪽 풀백인 주드는 반대편 에이스인 재커리만 껌딱지처럼 따라다녀. 그리고 해리는 오른쪽 사이드로 돌파하는 선수들이 중앙으로 침투하지만 못하게 하고. 그럼 나머지는 대니얼이 알아서 할 거야.”
아주 단순하고 비효율적인 수비 방식이었지만… 차라리 이 선수들과 어설픈 협력 수비나 구역 수비를 하느니 커버와 지원은 대니얼이 담당하고, 그냥 선수별 담당 일진으로 임명하거나 단순하게 수비 지역을 할당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조금 떨어져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니얼도 동의를 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수비수들도 이해하였다.
어느덧, 쉬는 시간이 끝나갔다. 대칸은 선수들을 모아서 다시 파이팅을 외쳤다.
“구호 한번 외치고 후반전 들어가자.”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후반전이 시작되고, 다행히 처음에는 안정을 찾았다. 공격진은 여전히 활발하게 공격을 하였으며, 게리가 미드필더에서 템포를 한 번씩 늦춰주면서 조율을 하였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던 미드필더 선수들도 수비적으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대니얼을 비롯한 수비진도 괜찮았다. 각자 담당한 선수나 구역이 완전히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수비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반대편도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골! 나이스.”
후반 10분, 에드워드가 팀의 다섯 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해트트릭과 함께 5:2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그러자 셀포드에서는 선수 교체를 하였는데… 수비수를 한 명 빼면서 공격수를 한 명 추가하였다.
“어?… 설마?”
셀포드에서는 이미 승리는 포기하고, 공격에 올인하였다. 그리고 그 닥치고 공격은…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진을 카오스에 빠트렸다.
“공간 막으라고, 선수 말고 공간!”
대니얼이 제아무리 외쳐도… 네 명의 수비수가 여섯 명의 공격수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골!”
후반전 65분에 셀포드에서 득점을 기록하였다.
“선수 교체.”
대칸은 급하게 공격수인 라이언을 빼고 수비수인 알버크(298/311)를 추가로 투입하였다. 하지만 훈련되지 않았던 5백은 오히려 수비수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 새끼들아. 막으라고 어? 공간 확인하라고!”
“아우 뒷공간~! 제발 공간 침투 막으라고.”
대니얼의 절규가 유독 크게 대칸의 귀에 들렸다.
늘어난 상대편 공격수의 움직임에 웨스트 릴링의 수비수들은 숫자는 늘어났지만 서로 꼬이면서 제대로 대응하지를 못하였다. 오죽하면 후반 40분에는 같은 팀 선수들끼리 부딪쳐서 잠시 들것에 실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하였다.
오프사이드 트랩은커녕… 협력 수비도 전혀 되지 않는 수비진의 현실이었다. 조직력도 부족하고, 개인의 능력도 부족하고, 전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
현실은 게임이 아니었다. 대칸 감독은 축구 매니저 게임을 하듯이 능력치가 부족한 선수라도 자리를 채워주고 버텨준다면 어느 정도 경기가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재커리를 감당 못 하는 좌측 수비수들로 인하여 모든 수비진이 차례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너무 쉽게 생각했던 자신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미친 듯이 서로 공격만 하던 경기는 7:4로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로 끝이 났다. 감독으로 개막전에서 승리하였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수비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더욱 깊어진 대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