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 *
개막전 아침.
간밤에 거의 자지 못한 대칸이 아침 일찍부터 경기장에 출근하여 조깅을 하였다.
“후… 하…….”
땀을 흘렸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긴장과 함께 머릿속이 복잡했다. 물론, 자신은 있었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다른 팀의 역량을 확인해 본 결과, 웨스트 릴링 FC는 선수들의 평균적인 기량이 매우 뛰어난 팀이 확실했다.
게다가 오늘 개막전 상대인 셀포드는 선수들의 평균적인 능력치가 290이 간신히 넘는 팀이었다. 에이스급 선수가 두 명 정도 있지만 수비진이 매우 허약하여 우리 공격진이 압도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무대가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전이니 대칸이 긴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대칸 형님!”
텅 빈 운동장에 데이비드도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다. 약간 눈이 충혈된 것이… 대칸과 마찬가지로 어제 잠을 설친 것 같은 눈치였다.
데이비드가 대칸과 함께 뛰면서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형님, 드디어 오늘 개막전입니다.”
“훗… 그래!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축구 매니저라는 능력을 얻기 전까지는 자신이 축구 감독이 되는 일은 게임에서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대칸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형님!”
물론 축구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취업 준비생이었던 데이비드도 아마 한국에서 적당한 기업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 우리는 이제 영국 축구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설이 될 겁니다. 형님!”
“…정말 할 수 있을까?”
대칸의 물음에 데이비드는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축구 매니저와 함께라면 형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가능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형님!”
확신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대칸도 웃으면서 ‘해보자!’라고 크게 소리쳤다.
아침 아홉 시가 지나자, 구단 운영진들이 사무실로 출근하였다.
대칸은 마지막으로 코치들과 선발 명단을 확인하였다. 축구 협회에 리그에 참가하는 웨스트 릴링 FC 선수 명단을 오전 열 시까지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킨? 혹시 지난밤 사이에 선수들 몸 상태는 이상 없지?”
“네! 감독님 확인해 본 결과, 선수들 모두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아홉 시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전화를 하여 마지막으로 몸 상태를 확인한 스킨이 대답하였다.
“마지막으로 체크하겠습니다. 우리 팀 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데 있어서 특이 사항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나요? 아니면 다른 의견이라도?”
대칸의 말에 코치들은 모두 없다는 의견을 내었다.
“데레사 여사님! 축구 협회에 팩스와 메일로 제출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무 행정을 담당하는 데레사가 웃으면서 대칸에게 받은 선수 명단을 축구 협회로 발송하였다.
열두 시 정각.
“축구 협회 홈페이지에 잉글랜드 컨퍼런스 북부 리그 참가 팀과 각 팀의 선수 명단이 공개되었습니다.”
데레사 여사의 말에 대칸은 자신의 컴퓨터로 셀포드의 선수 명단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그의 옆에는 아담과 레이첼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셀포드의 선수 명단을 보던 레이첼이 말을 하였다.
“저번 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셀포트 FC의 주력, 양쪽 윙어들은 여전히 있네요.”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두 선수의 정보를 조회하고서는 레이첼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오른쪽 윙어인 재커리 선수가 최대 변수죠?”
“네! 6부 리그에서는 크렉 레벨의 선수입니다.”
다른 팀의 선수들에 대해 가장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레이첼은 자신이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대답했다.
“오른쪽 윙어, 재커리 페이지의 돌파력과 득점력이 더욱 뛰어납니다. 사실상 공격수의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포워드들과 호흡이 잘 맞아서, 원투 패스도 즐겨 합니다. 그에 반해 왼쪽 윙어는 클래식 타입이라. 라인을 따라 움직이면서 크로스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재커리의 공격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주로 합니다.”
재커리 페이지(27살, 공격수, 342/349)
기술 112/115, 정신 141/143, 신체 89/91
재커리는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을 기반으로 수비진을 농락하는 것이 특징적인 선수였다. 다만, 몸싸움이 약하고, 골 결정력도 낮기 때문에 빠르고 몸싸움이 강한 수비가 적극적으로 수비만 한다면, 득점률이 낮아질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대니얼 외에 수비수들의 능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칸은 협력 수비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 판단하여 아담에게 말했다.
“재커리의 빠른 스피드에 대비하기 위해서, 속도가 빠른 우리 팀 왼쪽 윙어…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동참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 왼쪽 윙어인 가브리엘은…….”
물론 가브리엘은 공격적인 성향으로 스피드가 좋지만 수비적인 능력은 부족한 선수였다.
“공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수비 능력이라도 돕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당연히 대칸도 알고 있다. 수비적인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그래도 수비적인 역할은 부여해야 했다.
“오늘 경기에서 왼쪽 윙백의 오버래핑은 금지하겠습니다. 수비에만 집중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독님.”
다음으로 셀포드 수비수 명단을 확인하고 말했다.
“레이첼 스카우트님? 저번 보고서에 의하면 셀포드의 수비진은 형편없는 것 같은데? 여전히 맞나요?”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래 셀포드 FC의 색깔이 공격적인 팀입니다. 3점 주면 4점을 넣어서 이기는 팀으로 수비는 형편없습니다. 게다가 올해에 수비진에 특별한 보강도 없었으며 작년에 주전 공격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여, 올해의 셀포드는 재커리 원 맨 팀이라 보시면 됩니다.”
역시, 능력치는 높지만 경험이 없는 공격수인 에드워드와 라이언,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크가 데뷔하기에는 최고의 상대였다.
“적의 수비진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 팀은 적극적으로 그 약점을 공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크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여, 사실상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도록 하죠.”
대칸의 의견에 아담도 동의하였다.
“아담 수석 코치님은 선수들에게 세부 전략 전달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장인 게리에게 수비진을 적극적으로 커버하는 방향으로 개인행동을 지시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정식 경기에서 호흡을 맞추는 거라 허점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셀포드의 선수 명단을 보면서 개막전 경기의 세부 전략을 논의하였다.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 모든 선수들이 대기실로 모였다. 개막전이 다행히, 홈경기였기 때문에 선수들은 익숙한 경기장에서 개막전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다들 몸을 조금씩 풀어, 오버해서 체력 소모하지 말고 찬찬히 풀어라.”
아담의 지시에 따라서 선수들은 가볍게 경기장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아담과 게리는 선수들에게 개개인의 세부 전술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였다.
“오늘은 절대로 오버래핑하지 말고 적의 오른쪽 윙을 마크해라.”
“셀포드의 오른쪽 윙은 파괴력 있는 놈이다. 너의 포지션이 윙이지만 오늘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해라.”
대칸 감독도 게리를 찾아가서 지시를 하였다.
“게리 주장, 오늘 첫 경기라 수비진의 조직력이 부족할 거야. 그러니 전반적인 수비진 조율을 부탁한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커버해 주고. 오늘은 플레이 메이킹보다는 수비진을 총괄하는 것이 너의 역할이야. 알겠지?”
선수들은 모두 개인의 전술을 충분히 지시받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동안에… 반대편 셀포드 FC의 선수들도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셀포드의 감독이 대칸과 아담에게 인사를 하였고, 한 시간 전에 셀포드 선수들이 몸을 풀게 경기장을 양보하고서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대기실에 들어왔다.
경기 시작 20분 전.
아담은 여전히 몇몇 선수들에게 전략을 지시하였고, 대칸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대니얼에게 다가갔다.
“대니얼, 우리 팀의 수비를 부탁한다.”
대칸의 부탁, 수비진이 허약한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 선수들 중에서 믿을 만큼 뛰어난 사람이라고는 대니얼밖에 없었다.
부탁에 대니얼도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만 믿으라고. 6부 리그는 내게는 좋은 기억밖에 없는 리그야. 나는 6부 리그의 포식자라고!”
6부 리그에서 두 번의 우승과 두 번의 승격을 경험한 대니얼은 자신감이 넘쳤다.
“감독님 나갈 시간입니다.”
어느덧 경기 시작 10분 전이다. 대칸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하였다.
“나가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자.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완벽한지를 알려주자! 그리고 개막전 승리, 나아가 리그 우승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고 팬들이 원하고 우리도 원하는 전설! 6부 리그 팀이 전설을 어떻게 쓰는지 우리가 해보자고.”
“네.”
마지막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다 같이 원 모양을 만들어서 정해진 응원 구호를 외쳤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잔뜩 텐션을 올린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가볍게 뛰어나갔다.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에는 관객들이 약 400명 정도 입장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지역 구단인 웨스트 릴링의 오랜 팬이었으며, 올해 새로운 구단주와 감독이 와서 승격이라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이었다. 몰론, 개막전인 탓에 원정 응원객도 일부 자리하고 있었다.
“파이팅!”
“이겨라~ 웨스트 릴링!”
“대칸, 잘해보라고.”
특히, 웨스트 릴링 FC의 광팬인 JOB's PUB의 패밀리들도 관중석에 들어와서 대칸을 비롯한 선수들을 응원하였다.
“후…….”
대칸은 이 흥분… 이 열기…를 느끼면서도 무표정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꾼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상대편 선수들을 직접 확인해 보았다. 역시, 압도적으로 이길 수가 있는 상대편의 능력치였다. 그리고 스카우트인 레이첼이 비교적 정확한 정보만 제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협회에서 파견 나온 심판들과 양 팀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중앙선에서 심판의 주도하에 게리 주장과 셀포드 주장의 동전 던지기로 골대와 선공을 결정하였고, 웨스트 릴링 FC의 선공으로 결정되었다.
삐삑.
주심의 휘슬이 강하게 울려 퍼지면서 웨스트 릴링 FC의 21/22시즌 개막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축으로 라이언이 가볍게 마크에게 공을 패스하고서는 반대편 골대를 향해 에드워드와 함께 달렸다.
“막아!”
반대편 공격수들도 마크가 지니고 있는 공을 향해 달려들었고, 마크는 손쉽게 달려드는 공격수를 제치고서는 외쳤다.
“에드워드.”
마크는 공중 스루패스로 전방에 있는 에드워드를 겨냥해서 길게 공을 찼다! 그리고 달리던 에드워드는 자연스럽게 라인 브레이킹을 하면서 마크의 패스를 받았다. 그러고는 강하게 골대의 비어있는 구석을 보고서는 슛을 하였다.
“골!”
“휘유~!”
“와!”
관중들이 환호하였고 선수들은 같이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시작한 지 1분 만에 방심한 셀포드 수비수들을 넘어서 데뷔 첫 골을 기록한 에드워드! 그리고 감독인 대칸이 주먹을 휘두르면서 감독으로서 기분 좋은 첫 골을 만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