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대칸이 외출했다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사무실은 뭔가 텅 빈 느낌이었는데 평소에 자리를 차지하던 코치들이 자리를 비운 탓이었다.
“대칸 형님 오셨어요?”
데이비드가 있는 구단주 사무실에 들어가자, 구단의 운영자금을 확인하고 있던 데이비드가 대칸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코치들은 잘 해고했어?”
대칸의 물음에 데이비드가 약간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에휴… 제가 미안하다고 두 코치에게 말하면서 퇴직금 줘서 보냈어요. 두 분 다 애원하던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대칸도 인간적으로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어. 걔네들 주급 도둑이야. 능력치가 정말 조금이라도 쓸 만했다면 싼값에 쓸 건데. 모든 능력치가 4 이하인 건 너무하잖아. 코치 영입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새로운 코치들을 구하자.”
데이비드는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것이 궁금하여 대칸에게 질문하였다.
“병원은 갔다 오셨죠? 팀 닥터분의 능력은 어떠신가요?”
대칸은 흡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팀 닥터는 지금 하고 계신 분 괜찮은데?”
6부 리그에서 치료 능력 15가 넘는 의사라니? 기존의 팀 닥터는 대칸이 생각한 것보다 좋은 인재였다.
“오! 다행이네요. 우리 마을 유일한 의사분이에요. 홈경기 때만 파트타임으로 봐주시기는 하지만, 솔직히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염가에 도와주시는 분이세요.”
“팀 닥터는 이분으로 만족하고, 원정 팀 닥터만 구하든가… 아니면 이 선생님께 부탁하든지 하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다른 코치나 스카우트는?”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저었다.
게임 축구 매니저처럼 쉽게 사람이 조회되어, 쉽게 스태프 계약을 하는 것이 잘 안 되었다.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 웨스트 릴링의 코치나 스카우트로 고용되는 것을 거절하는 현실이었다.
‘네? 저희 팀 코치에 관심 없으시다구요? 한번 생각만…….’
달칵.
‘저기요? 저기요?’
‘네. 브라이언 코치님이시죠! 저는 웨스트 릴링의 감독인…….’
달칵.
‘…이 새끼는! 말도 안 듣고 끊네!’
‘네네… 코치님. 저희가 주급 40만 원! 아니 50만 원까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50만 원 주급이면 6부 리그 수준에서는 파격적이죠? 네? 80만 원을 달라고요?’
달칵!
이번에는 먼저 끊어버리는 대칸…….
‘와… 도둑놈 같으니라고! 거지 같네!’
이런 식으로 좋은 코치는 반응이 좋지 않거나 거액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 능력 좋은 사람이 여기 올 리가 없지……. 게임과는 달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병신 같은 놈들이라도 일단 해고하지 말고 있을 걸 그랬나?”
사무실에서 고민하는 대칸… 그런데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잘생긴 남자! 아담이 들어왔다.
“다들 잘하고 있나?”
아담이 들어왔는데… 아직 종료하지 않은 축구 매니저의 기능이 아담의 능력치를 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담의 능력치가 오픈되었는데…….
“어라?!”
생각지도 못한 능력치가 오픈되었다. 아담의 코치 능력치는… 기강 유지 16, 선수 관리 12, 승부욕 15, 의욕을 불어넣는 능력 12, 적응력 16… 그런데 다른 능력은 전반적으로 낮은…….
“전형적인 빠따형 수코네!”
아담은 전문성은 떨어졌지만 매우 좋은 수석 코치감이었다.
“네네… 감사합니다. 아뇨,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알아봐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좁은 인맥이라도 이용해서 수석 코치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알아봐도, 좋은 능력의 코치들은 높은 주급을 부르거나 오는 것을 거부하였다.
구단주가 휴대폰을 보면서 어디에 연락해 볼까? 고민하는 동안에 구단주 방에 대칸이 들어왔다.
“형님? 성과는 있으신가요?”
대칸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데이비드… 혹시… 아담 씨? 너희 아버지를 수석 코치로 고용하면 안 되겠냐?”
“네? 저희 아버지요?”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응! 전형적인 빠따형 수코다! 6부 리그에서는 구할 수가 없는 레벨의 수석 코치!”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버지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뭐? 수석 코치?”
아들인 데이비드의 제안에… 아담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하였지만, 생각해 보니 어차피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전형적인 영국 남자답게! 평소에 축구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높았고, 지역 팀인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충성심도 높았다.
게다가 평상시 하는 농사짓는 일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신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데이비드가 어떻게 구단을 운영하는지 궁금하였으며, 에드워드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까짓것 해보지!”
아담이 손쉽게 코치직을 수락하여… 웨스트 릴링 FC의 수코는 아담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수석 코치가 되면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코치로 추천했는데 다른 능력치는 별로였지만 공격력 훈련 능력이 13이나 되는 인재라 바로 고용하였다.
“어이… 동네 백수? 아니 팸창?”
“…….”
약간 찐따 같은 느낌의 전 스카우트이자 이제는 수습 코치가 된 스킨이 컴퓨터를 하다가, 들리는 말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대칸을 바라본다.
“어디서! 째려봐! 감독의 말은 뭐다?”
“…….”
“대답 안 해?”
대칸이 윽박지르자 스킨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법입니다.”
“그래그래, 감독의 말은 법이지. 일개 수습 코치라면 말을 잘 들어야지.”
대칸에게 꼼짝을 못 하는 스킨이었다.
“너 스포츠 경영학 전공이라면서?”
“네…….”
“혹시 축구와 관련해서 일하는 친한 선배나 후배 없어?”
은둔형 외톨이 같은 녀석이라 인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어본 대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스킨은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더니… 조용히 한 번호를 찾고서는 대칸에게 말했다.
“여자 선배인데요. 예전에 리그 1 소속 팀에서 스카우트로 일하다가, 지금 에이전트 회사에 있는데… 수시로 전화 와서 때려치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한번 연락해 볼까요?”
“뭐? 그래?”
생각지도 못한 인맥이었다. 그리고 경력도 있는 사람이라… 나쁘지 않았다.
“그럼 한번 면접이나 보자고 해줄래?”
스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3일 뒤.
“저 녀석… 왜 아침부터 주차장에서 저러고 있대요?”
데이비드는 스킨이 아침부터 구단 사무실에 있는 주차장에서 서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말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칸이 대답해 주었다.
“응! 자기가 아는 선배가 방문하는데 미리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된대. 만약 대기 안 하고 있으면 혼난다고 저러고 있다.”
“무언가… 스킨답네요.”
데이비드는 그러려니 하고서는 서류를 보았고, 대칸도 팀 운영을 위해 고민을 하면서 관련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끼익~
괴음과 함께 빨간색 스포츠카가 주차장으로 빠르게 들어와서 급정거를 하였다. 그리고 대충 주차를 하고서는 문을 열고 한 여인이 내렸다.
“와우…….”
데이비드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긴 금발 머리에 커다란 선글라스… 대충 봐도 엄청난 미인이었다. 게다가 쫙 달라붙는 와인빛의 가죽옷을 입어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는 공격적인 가슴과 짤록한 허리… 거기에 이상적인 엉덩이 라인까지!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스킨!”
금발 미녀는 기다리고 있던 스킨과 반갑게 포옹을 하며 인사를 하였고, 데이비드는 눈이 돌아갔다.
“저… 저 여자분 이름이 뭐라고요?”
대칸도 약간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레이첼… 레이첼 러셀.”
“이름도 핫하네요!”
이미 빠져버린 데이비드였다.
“안녕하세요! 레이첼입니다.”
구단주 사무실에서 레이첼에 대한 면접이 시작되었다.
“흠흠… 아름다우시네요. 면접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데이비드는 태연한 척 말을 하였지만… 자세히 보면 긴장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여유로운 레이첼이 면접관처럼 보일 정도였다.
“후후, 아니에요. 면접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이비드가 면접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질문으로 사심을 채우는 동안에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레이첼의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나쁘지 않네……. 성장 가능성 판단 12에 현재 능력 판단 15, 전술 이해도 12, 스카우트로서 중요한 능력치가 괜찮네! 근데 적응력이 2… 이거 스킨이랑 같은 수치네……. 둘 다 사회 부적응자네!’
데이비드는 면접을 통해서 레이첼에게 충분히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레이첼은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하였다.
데이비드는 이미 승낙한 대칸의 사인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면접을 마치는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면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하신가요?”
“잠시만요! 제 조건은 안 들어보시는 건가요? 제가 아무리 이직을 원한다고는 하지만 저만한 인재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이 구단에… 6부 리그 소속 팀에 입사한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 봐요?”
사실… 맞는 말이었다. 3부 리그(리그 1) 소속 팀에서 일했었고 괜찮은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6부 리그 소속 팀으로 오는 데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충분히 제안할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레이첼 씨 무슨 조건이시죠?”
“수석 스카우터!”
레이첼의 목적은 단순했다.
“수석 스카우터 자리를 주세요. 그러면 제가 이 구단으로 이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첼의 말이 이어졌다.
“하… 솔직히 말하면! 6부 구단… 스킨의 추천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아쉽더라도 안 오는 자리입니다. 게다가 구단 상태도 별로 맘에 안 들어요. 하지만 수석 스카우트 자리를 주시고! 그리고 관련 일에 대해서 저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신다면 구단을 위해 일해드리죠!”
데이비드는 대칸에게 물어보는 느낌의 눈빛을 보냈고,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스카우트는 한 명만 고용하려고 계획했었다. 그 스카우트가 수석이라고 해도, 약간의 주급만 더 주면 되었다.
“좋습니다. 같이 일해보시죠!”
데이비드가 좋다는 의미로 레이첼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팀 닥터만큼은 정말 구해지지가 않았다.
“그냥 우리 매튜 선생님께 원정도 부탁하자. 대신 선생님을 보좌할 병원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해서!”
데이비드도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매튜 선생님과 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추가로 팀 닥터로 고용하여 경기 때만 선수들의 상태를 봐주기로 하였다. 어차피 기본적인 부상은 축구 매니저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한 사항이다.
그렇게 팀의 코칭스태프 구성이 완료되었다.
수석 코치 : 아담
코치 : 스킨, 로건(아담 지인)
수석 스카우터 : 레이첼
팀 닥터(파트 계약) : 매튜, 간호사
대칸은 명단을 보면서 작은 한숨을 쉬었다.
“하… 뭔가 부족한데… 아쉬운데…….”
어렵게 구성한 스태프였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자 데이비드가 말했다.
“형님, 6부 리그에서 코치 세 명에 스카우트 한 명, 팀 닥터 두 명이면 충분하죠! 완전 비용을 얼마나 투자했는데요. 그야말로 혜자 코칭스태프입니다.”
“…….”
“게다가 주급도 적지가 않습니다. 다른 팀보다 주급 투자도 많이 했다고요!”
“이제 너도 전형적인 구단주냐? 주급… 주급… 예산… 예산을 울부짖는?”
데이비드는 씩 웃으면서 대답을 회피하였다. 축구 매니저의 다른 구단주처럼 짠돌이가 된 데이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