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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1화 (1/445)

1화

【 축구 매니저가 시작되었다 】

신림동에 있는 고시원 꼭대기의 옥탑방, 마치 돼지우리 뺨칠 것같이 옷과 쓰레기로 어지럽혀진 방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국적인 외모는 잘생겼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그런데 늘어진 티에 떡 진 머리, 평범한 인터넷 폐인의 모습으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의 듀얼 모니터, 한쪽에는 인터넷 방송이 켜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축구 매니저가 켜져 있었다.

“하하하하, 이 사람 정말 재미있네!”

방송 BJ가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미친 듯이 리액션하는 장면을 보고서는 청년이 크게 웃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 쾅쾅!!

비가 내리던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쳤고! 옥탑방 위에 잘못 설치된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컴퓨터가 박살 나고 이 잘생긴 사람도 감전이 되었다.

“아악!!”

엄청난 충격에 기절하기 직전에 그가 본 것은 바로!

[축구 매니저(Version 1)가 시작됩니다.]

* * *

“후원금!! 감사합니다!”

남자가 일어나서는 자신이 앉아있던 대형 의자를 들고서는 방구석에 있는 침대를 향해 던졌다.

과광~ 꽝!!

의자가 벽과 침대에 부딪히는 괴음에도 그는 여전히 환호성을 크게 지르며 리액션을 하였다.

“시작부터 후원금 50만 원!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방송 채팅 창은 폭주하였다.

- ㅋㅋㅋㅋㅋㅋ

- 저러다 또! 신고 들어온다!!

- 리액션 얌전해졌네!!

- 그래! 대광이 예전 같았으면, 50만 원이었으면 의자가 아니라 방을 부쉈을 건데!

유명한 BJ 대칸! 그가 거금의 후원금을 받고서는 거침없고 과격한 리액션을 하고 있었다.

“자자, 시작부터 저를 격하게 아껴주시는 우리 시청자 형님들께 다시 인사 박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칸은 과도하게 오버스러운 액션으로 큰절을 하고서는 옆에 준비해 두었던 다른 의자를 가져와서는 앉고서는 다시 방송을 진행하였다.

“그럼 오늘 콘텐츠 순서를 먼저 말씀드리고 방송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어제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있었는데, 맨유랑 우리의 자랑인 리버풀이 경기를 해서 리버풀이 맨유를 찢어버렸습니다. 그 경기, 제가 제대로 리뷰 하겠습니다.”

- 크크크 저 콥등이…….

- 아, 빌어먹을.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 맨유는 찢어야 제맛!

“그리고 다음으로는 조올라!! 역겹죠. 역겨운 게임이지만 버릴 수 없는! 콘텐츠! 피X 온라인 카드깡을 무려 30만 원어치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BJ 대칸! 그는 인터넷 방송계에서 축구 관련 콘텐츠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BJ였다.

그의 본명은 한대광으로 어려서부터 축구 마니아이자, 축구 게임광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축구 관련 인터넷 방송으로 인기를 몰고 있었다.

그가 방송한 지도 어느덧 4년이나 지났고! 이제는 대형 BJ라 불릴 만큼 고정 팬이 많이 생겼으며, 공중파 방송에도 몇 번 출연하였다. 유X브 구독자도 50만이 넘는 네임드 BJ가 된 것이다.

‘아, 씨발.’

오랜 기간 인터넷 방송 하면서 멘탈이 강해진 대칸을 짜증 나게 하는 사람이 요사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혼혈미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시청자였다.

그 시청자는 방송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1:1 메시지 창으로 대화를 걸었다.

- 제발 한 번만 만나주세요! 네? 제발!

대칸은 능숙하게 ‘혼혈미남’의 아이디를 차단하였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아이디의 ‘혼혈미남’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 정말로 손해 보지 않을 겁니다! 제발 한 번만 만나주세요!

이런 미친…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해진 대칸이 본 또라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고 별의별 미친놈들을 다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집요한 새끼는 몇 명 없었다.

벌써 차단만 20번은 넘게 했는데, 또 다른 아이디로 말을 걸어오는 미친 새끼였다.

그래도 인터넷 방송 내공이 깊은 대칸은 신경은 쓰이지만 무시하면서 방송을 계속 진행하였다.

“피X 온라인 카드깡 다음에는!! 사전에 협의한 다른 BJ님과 10만 원 빵 대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랑 오늘 시합하실 분이 누군지! 궁금하시면! 계속 봐주시면 됩니다.”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혼혈미남’의 귓말…….

- 아 진짜! 제 말 한 번만 들어달라니깐요!

대칸은 다시 차단 버튼을 눌렀다.

- 소원입니다. 소원! 대답해 주세요.

다시 차단!

- 아~ 진짜! 너무하시네, 절대 손해 보실 일이 없어요!

또 차단!

- 정말… 미치겠네! 이야기… 좀…….

차단! 차단! 차단!!

계속되는 새로운 아이디로 걸어오는 귓속말에 대칸은 계속해서 차단을 눌러서 무시하였다.

결국 ‘혼혈미남’이 선택한 것은 돈질이었다.

채팅 창에 떠오르는 한마디.

- 혼혈미남 님이 10,000원 후원!

대칸은 속으로 깊이 한숨을 쉬면서도 표정만큼은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했다.

“혼혈미남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돈이 영향을 주었는지… 대칸은 ‘혼혈미남’이 걸어오는 귓속말에 대답은 여전히 안 했지만 차단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혼혈미남’의 귓속말을 무시하자…….

- 혼혈미남 님이 10,000원 후원! 제 귓말에 대답해 주시면! 10만 원 후원 갑니다! 제발 답해 주세요!

“아이고 혼혈미남 님!! 감사합니다! 귓말 꼭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은 대답은 이렇게 하고서는 여전히 귓속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저런 개또라이 같은 집착이 쩌는 편집증 환자 같은 새끼의 말에 대답하다가는 안 그래도 험난한 인터넷 방송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컨디션이 망가질까 봐 걱정이었다.

결국!!

- 혼혈미남 님이 100,000원 후원! 제발!! 제발!! 대화 좀 해주세요!

‘혼혈미남’이 계속해서 후원까지 하면서 대화를 해달라고 말을 걸자, 대칸 방송의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관심을 가지고 말을 하였다.

- 헐, 후원까지 하면서 저러는데… 무시 ㄴㄴ

- 그래? 말이라도 걸어줘라.

- 대칸! 변했네, 변했어! 예전에는 시청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더니, 쯧쯧.

- 그래, 말이라도 들어보자.

진행하던 방송 콘텐츠와는 전혀 다르게 ‘혼혈미남’에 대해 방송 채팅 창이 어그로가 끌리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진행하려던 대칸도 어그로가 너무 심하게 확산되자, 결국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시청자 형님들! 제가 그냥 대답을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혼혈미남’ 님께서는 어찌나, 제게 집착이 심하신지. 벌써 2주째! 아이디만 무려 30개가 넘게 바꿔가면서 말을 걸어오십니다. 그리고 제가 대답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분께서는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제게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네?”

대칸의 설명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욱 폭발하였다.

- 와우, 대박!! 크크크크

- 대칸 많이 컸네! 사생도 붙고!

- 한번 만나주지 그래?

- 야야! 다들 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하지 말자.

- 와! 대칸에게 집착남이라니, 유X브 각 아니냐?

대칸의 설명에 시청자들은 더 흥미로워하면서 ‘혼혈미남’이 왜 이렇게까지 대칸에게 집착하는지 이유를 들어보자고 했다.

대칸은 돌아가는 상황이 오히려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겠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나이스’를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형님들, 자꾸 왜 그러십니까? 맨유랑 리버풀 경기 리뷰 재미없으세요?”

- 어! 노잼임

- 이게 훨씬 꿀잼이다!

- 혼혈아! 응원한다!!

- 혼혈이에게 발언권을!!

- 근데 혼혈이 얼굴 개씹 못생겼을 것 같지 않냐?

- 미남이라는 대화명만 바꾸면 나도 혼혈이 밀어준다.

- 혼혈이 말을 들어보자!

시청자들은 이미 진행하던 경기 리뷰 콘텐츠보다 ‘혼혈미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상태였다. 게다가!

- A 님이 30,000원 후원! 혼혈이 말 들어보죠. ㅎㅎ

- 열혈팬 C 님이 50,000원 후원! 난 혼혈이 편!

- D 님이 10,000원 후원! 혼혈아 유X브 각이다!! 유하~

- 열혈팬 F 님이 100,000원 후원! 혼혈이랑 대화하면 더 쏩니다!

후원금이 몰려들면서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가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밀려갔다. 결국 대칸은 시청자들에게 선언하였다.

“자! 그럼 제가 혼혈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혼혈이가 전화번호를 준다면 공개 전화 통화로! 왜? 도대체 왜? 제게 이러는지를 한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까? 어떻습니까? 형님들? 인정? 인정?”

대칸의 말에 채팅 창은 바로 ‘인정’, ‘ㅇㅈ’, ‘린정’으로 도배되었다.

대칸은 ‘혼혈미남’에게 귓속말로 전화번호를 달라고 말하였고, 혼혈미남은 바로 전화번호를 대칸에게 알려주었다.

“자, 오호! 바로 전화번호가 왔습니다. 그럼 보안이 확실한 인터넷 전화기로 전화를 한번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이 인터넷 전화로 혼혈미남에게 전화를 걸었고… 수화음이 얼마 가지 않아서 혼혈미남이 전화를 받았다.

- 네. 여보세요.

“혼혈미남 님 맞으시죠?”

- 네. 맞습니다.

혼혈미남이 제대로 된 전화번호를 준 것이 확인되자, 채팅 창에서는 또다시 채팅이 폭주하였다.

- 저 또라이 새끼… 크크크크

- 와, 진짜 전화하냐? 미쳤네. 크

- 와! 혼혈이 그래도 제대로 된 전번도 주고

- 용기가 대단하네. 크크크

- 어쨌든 유X브 각임! 유하~

대칸은 진지한 말투로 혼혈미남에게 말을 걸었다.

“혼혈미남 님! 도대체! 왜? 이렇게 집요하게 저한테!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하신 겁니까? 네? 왜?!”

- …….

“제대로 된 휴대폰 번호까지 주신 거 보면!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대답을 해보세요!”

- 제가… 하는 말을 못 믿으실 것 같은데…….

대칸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저! 대칸입니다! 대칸!! 제가 우리 시청자 형님들의 말을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겠습니까? 제가 믿어드릴 테니깐! 말해 보세요~!”

채팅 창에서는 ‘에휴, 대칸 또 거짓말한다!’, ‘절대 믿으면 안 됨’, ‘ㄴㄴ’, ‘구라 즐’ 등의 채팅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혼혈미남은 머뭇거리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 하… 사실… 정말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두 달 전에 번개에 맞았어요.

혼혈미남의 말에 채팅 창이 폭발!! 말 그대로 폭발하였다.

- 미친놈!!

- 또라이! 아냐?

- 시간 회귀냐… 크크크크

- 어? 나 이거! 어제 문X아에서 봤는데? 아니 조X라였나? 크크크

대칸은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말하였다.

“계속 말해 보세요.”

- 그런데… 제가 정말… 못 믿으시겠지만 특별한 능력을 각성했거든요.

채팅 창은 ‘크크크크크’로 도배가 되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대칸은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는 유X브 콘텐츠가 나왔다고 생각하면서 마무리하기 위해 말했다.

“좋아요. 계속 말해 보세요.”

- 근데… 제 능력이 대칸 님이랑 같이 있어야 발휘되는 능력이거든요. 그래서 그러는데, 제발 한 번만 만나주세요!

이미 채팅 창은 완벽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 사실… 나도 능력자야!

- 야, 이거 소설에서 이러면 국정원에서 잡아가던데… 혼혈미남! 대칸! 마티즈 조심해!

- 나는 시간을 회귀했어!

- 난 벌써 20번째 환생이다~

“하… 이런~ 이런~ 제가 능력자님을 몰라보고… 죄송합니다. 대답을 못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저는 그런 능력이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시청자 형님들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이만 전화 끊도록 하겠습니다.”

- 대칸 님! 정말 못 믿으시겠지만 정말이에요!! 제발 한 번만 만나주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네? 믿…….

뚝!

간절한 혼혈미남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칸은 전화를 단호하게 끊었다. 그러고는 정리하는 멘트를 하였다.

“아, 네! 혼혈미남 님! 전화 통화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매니저가 휴대폰으로 치킨 한 마리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이~ 바이~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채팅 창은 폭주하면서 온갖 어그로가 다 끌리기 시작했다.

혼혈이 말을 더 들어보자, 자신도 능력자인데 만나자 등등 말도 안 되는 어그로가 끌렸고 대칸은 능숙하게 매니저들에게 어그로를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자! 여러분! 제가 얼마나 힘들게 방송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 린정!

- 개인정. 크크크

- 완전 대박임… 크크크 능력자라니!

- 나도 벼락 맞으러 갑니다. 능력자 555호가 되기 위해!!

“저 친구가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거 같습니다. 번개를 맞고 각성이라니요! 네? 그게 말이 됩니까? 너무 뻔한 클리셰 아닌가요? 아니, 조선 시대에나 쓰였을 클리셰네요!! 자자… 그럼 다들 재미있는 구경 하셨으면 추천이나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콘텐츠로 가겠습니다! 피X 온라인 카드깡 30만 원어치 바로 갑니다!”

대칸의 방송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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