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소시민의 싸움
바벨의 탑이 있던 평원.
내 눈앞에는 수백 개의 게이트가 펼쳐져 있다.
권승리가 형상화한 게이트를 휘오가 다시 내 앞으로 끌어와 준 것.
하늘과 땅이 녹아서 섞인 것처럼 만들어진 타원형의 게이트.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수백 개의 과녁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고요히 서서 호흡을 고르며 그 수백 개의 게이트로 들어간 아군의 동태를 살폈다.
‘다들 절실하게 싸우고 있구나…….’
그걸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모조리 느꼈으니까.
적과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등줄기를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 하나 하나,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에도 전진하는 용맹한 걸음걸음.
이 싸움은 마치 항원과 면역세포 간의 싸움과도 같았다.
게이트는 마치 혈관처럼 이돌룸의 신체 곳곳을 지났고, 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지구인들과 지구의 동맹들은 흡사 숙주의 몸을 점령해 가는 전염병처럼 이돌룸의 방어 체계를 갉아먹으며 진격했다. 던전 핵이라는 급소를 찾아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게 켄타로스였다.
게이트 안은 온통 푸른색이었다.
권승리가 형상화한 이돌룸의 방어 체계는 푸른 점액질의 거인과도 같은 모습으로 켄타로스와 그를 따르는 부대의 앞을 막아섰다.
[태양 강기에도 전혀 녹질 않는군…….]
켄타로스는 그렇게 푸념했지만 이내 그랜드 마스터의 검술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콱! 콰지직!
켄타로스가 태양 강기를 몽둥이처럼 휘두를 때마다 푸른 거인들이 토마토처럼 짓이겨졌다. 내가 최대한 빠른 진격을 요청한 만큼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갔다.
그의 뒤를 센타울의 8,00 결사대와 연구자들의 1,500경비원들 그리고 우주 각지에서 모인 1만 5천 명의 전사들이 목숨을 내던지며 따랐다.
처절한 전투였지만 그들 사이에선 때아닌 환호성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으하하! 멸세 병기! 멸세 병기를 내가 때려잡고 있어!]
[이건 영원히 자랑할 수 있는 무용담이다!]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수도 없는 싸움에 휘말렸던 전사들조차도 멸세 병기와 직접 싸워 보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격 일격이 무겁고 온몸이 통증으로 아려 와도 전사들은 영광스러운 싸움이라며 도리어 웃었다.
그렇게 빠르게 던전을 돌파한 끝에 마침내 켄타로스 부대는 던전 핵과 마주했다.
쿵! 쿵!
거대한 박동 소리를 내며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붉은빛의 던전 핵. 온통 푸른빛의 던전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미친……!]
그 앞에서 켄타로스는 진격을 멈추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지 접근했을 뿐인데, 칼 위로 이글거리던 태양 강기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이 흔들렸던 것이다. 던전 핵 주변에서는 영력을 온전히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흔들리는 영력에 진이 빠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푸르른 점액질의 괴물들이 던전의 외벽에서 끝도 없이 솟아났다. 점점 더 많아지는 그 숫자는 마치 해일을 연상케 하며 부대를 몰아세운다.
[크윽……!]
견디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권승리가 던전 핵으로 형상화했지만, 사실 그건 사람으로 치면 동맥과도 같은 부분. 이돌룸의 거대한 영력이 뿜어내는 압력은 영혼을 짜부라뜨릴 정도의 압박감을 선사한다. 그런 고통을 견디면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푸른 거인을 상대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혹하다.
투지 넘치던 켄타로스 부대가 견디지 못하고 주춤주춤 물러서려 했던 것도 실은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오히려 휘오의 가지를 통해 그들을 다그쳤다.
“버티세요!”
[큭!]
대답 대신 신음이 돌아왔지만 나는 냉정하게 지시했다.
“버텨요! 아주 느리게라도 좋으니까 한 발, 한 발만 더 앞으로!”
켄타로스는 정말 그렇게 해야 하냐고 되묻지 않았다.
[크아아악! 젠장! 모두 자리 사수! 앞사람이 죽으면 뒷사람이 대가리 들이밀어! 여기까지 와서 다 뒈지는 결말이 싫으면! 앞으로 달려들라고!]
그저 온 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앞으로 달려들었을 뿐.
쿵! 쿵! 쿵! 콰직!
푸른 점액질의 괴물이 해일처럼 난장판을 치며 쏟아지는데, 켄타로스는 촛불처럼 일렁이는 태양 강기로 이를 악물고 자리를 지켜 냈다. 그를 따르는 부대원들도 흔들리는 영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으며 앞으로 앞으로 기를 쓰고 전진했다.
척!
그렇게 부대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서는 순간, 부대 전체의 영력이 이돌룸의 영력을 잠시 잠깐이라도 꾹 눌러서 압도하는 그 순간.
“수고하셨습니다.”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내가 나섰다.
촤르륵.
헬리온의 날개를 펴고 손에는 창을 들었다.
늘 쓰던 거인창도 아니고 일출창도 아니었다.
오히려 보잘것없는 목재 자루에 무딘 창두. 하급 병사나 쓸 법한 꼬질꼬질한 창.
하지만 볼품없어 보여도 이 창은 사실 유물이었다. 무려 예수님을 찔렀다는 전승을 가진 ‘롱기누스의 창’.
‘결국 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의 힘이니까.’
물론 부대 하나가 온 힘을 다해 영력을 퍼붓는다면 내가 굳이 손대지 않아도 던전 핵을 무너뜨릴 수 있기는 할 거다. 하지만 시간이 한 세월은 걸리고 피해도 어마어마하겠지. 반면 유물의 힘을 빌린다면 그 시간과 노고를 찰나로 단축할 수 있었다.
쿠우우우-
리미트는 이미 해제한 상태. 롱기누스의 창에서는 짙은 보랏빛의 영력이 끝도 없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은 이 힘을 거스르지 않고 이용했지만…….’
오늘은 그런 싸움으로는 부족했다.
꾸우욱!
창 자루를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비틀어 쥐었다. 내 모든 영력은 물론이고 나와 연결된 1,080개의 장비들의 힘까지도 모조리 끌어와 롱기누스의 창을 휘어잡았다.
꾸구구국!
하늘까지 치솟을 듯 제 멋대로 터져 나오던 보랏빛 영력이 분홍빛의 갤러리 효과에 감싸여 마치 강기처럼 뾰족하게 형태를 잡는다.
유물의 힘을 완벽하게 휘어잡고 통제했다.
뚝 뚝 뚝.
단지 그것만으로도 턱을 따라 식은땀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첫걸음을 떼어 냈을 뿐. 진짜는 이제부터다.
“간다.”
파아아앙-!
헬리온의 날개를 한 번 내리치는 순간, 내 몸은 게이트를 꿰뚫고 켄타로스 부대가 개척한 길을 순식간에 달려 던전 핵에 닿았다.
목숨을 버려 가며 한 발 한 발 던전 핵을 향해 나아가던 켄타로스 부대를 건너뛰었다. 이미 켄타로스 부대에 기세가 눌려 있던 푸르른 거인들은 롱기누스의 창이 뿜어내는 기운만으로도 좌우로 갈라지고, 그렇게 눈앞에 가득 들어오는 붉은 던전 핵.
나는 헬리온의 날개를 한 번 더 내리치며 힘껏 비틀어 쥔 창 자루를 폭발시키듯 앞으로 쭉 뻗었다.
창끝이 던전 핵에 닿는다.
카가가가각!
눈앞에서 불꽃이 튄다. 창 자루가 부러질 듯 휘고,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강렬한 충격으로 아찔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다.
이 싸움은 그런 싸움이니까. 힘들고 어려운 게 당연했으니까.
그러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뚫는다!
“크아아앗!”
화륵! 화르륵!
내 영혼을 지탱하던 1,080개의 장비 중 일부가 불에 타서 사라지고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내 영혼으로 감당해 낼 수 없는 힘을 장비들이 스스로를 희생해 대신 감당하는 것이다. 한 서른 개쯤의 장비들이 소멸했을 때.
쿠직!
드디어 롱기누스의 창이 던전 핵을 꿰뚫었다.
보랏빛 영력이 붉디붉은 던전 핵으로 스며들고
우오오오오!
거대한 비명 같은 것이 세상 전체에 울려 퍼진다. 해일처럼 몰려들던 푸른 거인들이 짓밟힌 눈덩이처럼 녹아 사라지고 던전이 흔들린다.
꽈광!
마침내 붉은 던전 핵은 폭발하듯 사라지고, 그 뒤에서 엄청난 영력이 몰아닥쳤다.
“악! 으악!”
켄타로스의 부대원들은 태풍에 굴러가는 책상처럼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지나가고 나자 던전 핵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게이트가 열렸다. 이돌룸의 보다 깊숙하고 연약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고 외쳤다.
“첫 번째 타깃 제거 완료! 켄타로스 부대! 재정비 후 새로운 게이트로 진격!”
[재정비 후 진격. 알겠습니다.]
켄타로스는 이번에도 두말하지 않았다. 지친 부대원들을 추스르고 잠깐의 휴식을 부여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쉴 수 없었다.
지금 막 다른 게이트로 들어갔던 까막이와 트라팔가스의 대족장도 던전 핵을 마주치고 있었으니까.
“그럼, 또 오겠습니다.”
켄타로스에게 인사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롱기누스의 창을 회수하고 돌아가려는데.
퍼석.
창 자루가 가루처럼 부서졌다. 롱기누스의 창이 다 타 버린 재처럼 흩어졌다.
‘아… 역시 이렇게 되나.’
유물은 기껏해야 이미 죽은 신이 남긴 자취. 반면에 이돌룸은 생생하게 살아서 세계를 집어먹는 멸세 병기. 어찌 보면 유물 하나를 희생해서 이돌룸에게 상처 하나 입히는 거면 충분히 남는 장사긴 했다.
‘그래도 두 번은 쓸 수 있기를 바랐는데…….’
지나친 욕심이었나 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얼른 흔들리는 던전을 빠져나갔다.
이 짓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아릿한 손을 꾹꾹 쥐었다 펴며 생각했다.
‘이게 이돌룸의 손맛인가?’
꽤나 진귀하고 재밌는 감각이었다.
* * *
“흐악! 하아악! 흐아……!”
까막이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호흡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 어깨와 등이 후들거려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지만.
“흐악! 꺼져! 하아아악! 죽어!”
하나 까막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킬러로 훈련을 받아 온 까막이었기에 최악의 최악, 한계까지 몰려서 싸우는 것에 유독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까막이는 아무도 모르는 타키넷을 전전하면서, 또 자신보다 한참은 강한 동료들과 적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늘 그렇게 싸워 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트라팔가스의 대족장은 그런 까막이의 싸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첨에는 건방진 애송이라 생각했다. 미안하다. 사과한다. 그대는 위대한 전사다. 경의를 표한다.]
“지랄……! 네가 나보다 더 세잖아! 학! 입 놀릴 시간에! 흐어… 한 놈이라도 더! 흐아악!”
당장 죽을 것처럼 헉헉거리면서도 끝까지 할 말 다 하는 까막이를 보며 트라팔가스의 대족장은 진하게 웃었다. 뭐, 웃는다고 해 봐야 인간들의 눈에는 악마가 흉악하게 얼굴을 구기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지만, 트라팔가스 대족장에게는 그게 가장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트라팔가스!]
대족장이 외치자 트라팔가스인들이 크르륵! 그르릉! 하는 목울음으로 화답했다. 검은 몸체에 커다란 뿔, 지구에서 생산한 단조 슈트형 차원강습 시스템이 한데 어울러져서 악마 기사단과도 같은 엄정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저 작은 전사를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나! 미적거릴 거면 차라리 죽어라! 모두 돌격!]
크아아아악!
트라팔가스인들이 까막이가 이끄는 화랑단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해일처럼 몰려들던 푸른 거인들의 물결이 거꾸로 뒤집혀 올라가는 무시무시한 기세.
그렇게, 내게 또 기회가 왔다.
나는 그 사이를 달려 궁니르로 던전 핵을 꿰뚫었다.
쿠지지지직!
퍼석.
북유럽신화 속의 창, 궁니르도 던전 핵을 한 번 꿰뚫고 나니 속절없이 부러져 버린다.
푸스스스-
또한 내 영혼을 지탱하던 명품 1,050개 중 20개도 추가로 소멸했다.
하지만 눈앞으론 게이트가 열린다. 이돌룸의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게이트. 지금 우리가 놈의 살가죽을 파괴하는 중이라면 이 밑은 근육쯤 될 거다. 그렇게 계속 찾다 보면 이돌룸을 죽일 수 있는 급소도 나타나겠지.
나는 지쳐서 주저앉은 까막이의 머리칼을 쓱쓱 문질러 주곤 말했다.
“잘했어. 계속 잘 부탁한다.”
“하악… 흐아… 옙! 형님!”
문득 이번 싸움이 끝나면 까막이를 더 잘 대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대체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감도 오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 거인도 쓰러질 때가 분명 올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 * *
콰직!
쩌정!
던전 핵을 대략 10개쯤 박살 냈을 때였다. 1,080개였던 명품은 이제 600개 정도가 간신히 남았을 뿐이고, 유물도 창, 칼, 도끼 형태의 유물들로 10개 이상을 날려 먹은 채였다.
다들 전투 피로로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을 때.
구아아아아악!
돌연 온 세상을 뒤흔드는 비명이 들렸다.
이돌룸도 더는 고통을 참지 못한 것이다.
하긴 놈이라고 별수 있을 리가 없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 어떠냐, 새꺄.’
이돌룸이 너무 크고 고차원적이어서 인류가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없었다면, 반대로 이돌룸은 인류가 너무 작고 저차원적이라서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없었다. 인간이 전염병과 주먹질하며 싸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고통에 떨며 비명을 지르는 것뿐.
구아아아악!
보이지 않는 고통에 몸을 떨며 이돌룸은 세상을 쥐고 흔들었다. 그럴수록 내 입가의 미소는 점점 더 짙어졌다.
‘그래. 슬슬 오는구나! 좀 만 더!’
이 온 세상이 흔들리는 난리통이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돌룸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지난한 싸움에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종소리!
그런데.
퍼석!
‘어……?’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쩌저적!
‘이런……!’
이돌룸을 보기 위해 유지하고 있던 [자유]. 9개로 분화한 평행 차원이 방금 이돌룸의 몸부림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고 다른 하나는 금이 갔다.
‘[자유]를 박살 낸다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공격 한 번 한 번을 할 때마다 나를 지탱하던 장비들이 부서져 버리고 있던 차였다. [자유]마저 없다면 나는, 아니 우리는 더 이상 이돌룸을 볼 수 없게 된다.
길게 생각할 시간도 아까웠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외쳤다.
“전 부대! 진격 속도를 높인다! 전력을 다해서 죽여 버려!”
시간 싸움이었다. [자유]가 부서지느냐 이돌룸이 먼저 죽느냐.
촤르륵!
나는 헬리온의 날개를 펼치고 또다른 게이트로 날아들었다. 이번에 쥔 유물은 스파르타쿠스의 검. 광기 어린 검투사처럼 줄기줄기 뻗는 검붉은 영력을 다듬고 다듬어서 또다시 던전 핵에 꽂아 넣었다.
쩌정!
아,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 한 가지는 싸우면 싸울수록 이 ‘손맛’에 익숙해진다는 것. 점점 더 이돌룸을 찢어 놓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를 지탱해 주는 장비가 고작 600여 개 남은 현재 상황에서 이렇게 쉽게 던전 핵을 찢어발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프스스스-
하지만 또다시 스파르타쿠스의 검과 함께 25개의 장비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시간 싸움이었다.
[자유]가 버텨 내느냐.
이돌룸이 버텨 내느냐.
그리고 내가 버틸 수 있느냐.
나는 이를 악물고 또 다음 게이트를 향해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