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린 라이트
모두가 말했다.
빨간불이 켜졌다고.
바람이 바뀌었으니 지금은 납작 엎드려 이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고.
하지만.
만약 납작 엎드린 그사이에 점령군이 와서 엎드린 우리 머리를 발로 짓누르면 그땐 어쩔 것인가?
기세 좋게 달려 내려가던 언덕길. 하지만 우리가 건너야 하는 다리가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그때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이다. 일단 멈추는 것. 아니면 속도를 더욱 올리는 것.
시간이 충분하다면 멈춰서 다리를 보수한 후에 건너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속도를 더욱 높여 단숨에 끊긴 다리를 뛰어넘어 버려야 한다.
서민서에겐 내 뜻을 전했다. 녀석이 내 말대로 장례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무르물랑과 권승리 그리고 데미안을 불러 놓고 말했다.
“그냥 이번에 끝을 내자.”
무르물랑이 화들짝 놀란다. 녀석의 살결이 찰랑 흔들린다.
“…으, 응? 뭐, 뭐라고?”
“빠르면 3개월, 길면 반년. 그 안에 끝장을 보자고.”
“무, 무슨 말이야, 그게? 지금은 일단 뒤로 물러서서 생존을 모색해야…….”
“그러니까 그러지 말고 싸우자고. 권승리, 너는 어때? 할 수 있겠어?”
권승리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답했다.
“…전에 네가 변경한 대계, 그걸 지금 실행하겠다? 그런데 되겠어? 나는 자신 있어. 근데 너는?”
정작 감각에 느껴지는 권승리는 바짝 긴장한 상태.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은 이렇게 태평하고 자신만만할 수가 없다. 승리는 준비된 인류의 구원자 같은 얼굴로 되레 내게 물었다, 너는 괜찮겠냐고.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데미안 도련님을 보며 물었다.
“유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어떤 재료든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지 않고 즉시 옮겨 올 수 있다면 3개월 내로 신살 병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만한 재료를 확보할 수 있겠어요?”
도련님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가락을 까닥이며 계산을 마쳤다.
“네. 문제없습니다. 이미 거래처도 재고도 충분히 확보해 두었어요. 이번에 합류시킨 센타울 기술자들의 협조를 구해 설계도 벌써 들어갔고요. 만약 말씀하신 대로 유통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제로가 된다면… 3개월 내로 신살 병기 제조, 가능해요. 다만… 이번 아갈타의 승리 탓에 말을 바꾸는 거래처가 있을 겁니다. 핵심 재료… 몇 개를 못 구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그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다시 권승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답했다.
“나도 자신 있어. 그럼 그렇게 하자. 오늘 장례식은 아갈타를 향한 선전포고로 하는 거야. 그게… 내미슈를 기리는 최선의 길이 될 거야.”
권승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데미안도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무르물랑은 항변했다.
“하지만… 당장 선전포고 해 봤자 무시만 당하지 않을까? 차원 문명 간의 선전포고는 신살 병기가 기본인데……? 일단 신살 병기까지 만들고 선전포고를 하는 게 어때?”
“그럼 늦어. 그리고 우리 있잖아, 신살 병기. 그것도 다섯 개나.”
“무슨 소리야? 우리가 신살 병기가 어디… 아, 설마 센타울 수송선에 있던 그거?”
무르물랑이 어이없다는 듯 물방울을 튕겼다.
“그거 먹통이잖아! 해체해서 쓴다는 것 아니었어?”
무르물랑이 답지않게 순진한 소리를 하길래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그걸 쟤네는 모르잖아.”
“아…….”
무르물랑의 온몸에 파도가 인다. 그녀는 결국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했다.
“하… 알아서 해라. 나도 이제 모르겠다. 투자인 줄 알았더니 이런 도박판이 따로 없네.”
차라리 도박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질 리가 없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결정이 났다.
이제 우리는 오히려 액셀을 밟는다.
“장례식 끝나면 곧장 전쟁 준비 시작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어딘가로 통신을 넣었다.
“어, 연출가. 오늘 장례식 있잖아. 어, 그래. 그거 전 차원에 방송해. 어, 그래. 모든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빠방하게 방송하라고. 당연히 지구라는 단서는 주지 않게 다 가려 놓고. 아, 다 생각이 있으니까 하라는 대로 좀 해. 뭐? 비용? 그래? 싫으면 앞으로 우리 방송 영영 하지 말든가. 끊어. 그래. 그래, 그렇지. 잘 생각했어. 잘해 보자. 아, 참고로 방송 콘셉트는…….”
도련님은 나랑 눈을 한 번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전포고야.”
* * *
내미슈에게 선물 받은 차원강습 시스템에게는 ‘초월超越’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한자는 다르지만 반월半月이, 만월滿月이, 초월超越이 이렇게 라임을 맞추어 놓고 나는 혼자 뿌듯해했다.
장례식의 하이라이트는 내가 초월이를 착용하고 내미슈를 향한 애절한 조문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복수 천명.
“우리는 절대로… 아갈타가 저지른 행위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갈타는 감히 침묵의 해적단의 친구를 모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말하는 내 등 뒤로는 완전무장 한 화랑대가 살기를 번뜩이며 서 있고, 다시 그 뒤에는 어지간한 건물 크기의 로켓 같은 형체의 물체가 주르르 다섯 개나 늘어서 있다.
센타울의 신살 병기들. 비록 먹통이 되었다곤 하지만, 그 품은 영력만으로도 일대에 새벽 같은 푸른 빛이 내려 일렁거렸다. 그것은 마치 오로라. 하늘부터 땅까지 드리운 영력의 오로라가 이 일대를 지구가 아닌 전혀 다른 신비한 차원처럼 보이게 했다.
누구든 보는 순간 이게 신살 병기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절차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선언만을 남겨 둔 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하늘이 푸르러서 마음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불안하다면 불안한데… 또 이상하게 그 밑바닥에서는 설레는 심정이 심장을 따라 쿵쿵 뛰었다.
‘내미슈, 이것도 새옹지마일까?’
그와 만난 게 처음엔 좋은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로 인해 아갈타가 미쳐 날뛰었고, 전쟁이 벌어졌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생각했는데 내미슈는 너무나 잘 싸웠고, 그래서 금방 이기고 그대로 해피 엔딩이 찾아올 줄 알았다. 한데 절정의 순간 돌연 내미슈는 죽고 말았다. 센타울은 갑자기 배신을 때렸다. 다시 최악으로 고꾸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게 오히려 내가 처음 생각한 엔딩이랑 가까웠던 것 있지?’
원래는 신살 병기까지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미슈가 죽고 센타울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그들의 신살 병기 시설은 물론이고 최고급 기술자들까지 그대로 꿀꺽할 수 있었다.
시간과 자원이 좀 빠듯해서 그렇지, 이젠 바로 생산을 노려 볼 수준까지 온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처음부터 동맹을 맺는 게 마냥 탐탁지만은 않았다. 남의 힘에 의지한다는 건 우리 운명을 방기하는 것. 센타울이 마음을 바꿔 먹으면 어쩔 것인가? 난 처음부터 그런 걱정을 했었다. 지금은 그게 현실이 되었고.
그런데 돌아보니 스스로 신살 병기를 만들어서 자주국방 하겠다던 내 최초의 목표도 거의 코앞이었다. 단숨에, 거의 모든 게 우리 손아귀에 잡혔다.
이 모든 게 묘하게 내미슈 덕이었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주지 못한 내미슈가 이 상황을 전부 만들어 주고서 자신은 그렇게 죽었다.
‘내미슈… 너한테는 이래도 고맙고 저래도 고맙고… 또 이래도 미안하고 또 저래도 미안하네.’
이 고마움도 이 미안함도 풀어내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아마 내미슈도 바라고 있을 그것.
복수.
나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긴장감이 가득한 지구인들. 고요하게 마음을 다잡는 화랑단. 한편으론 긴장하고 한편으로는 준비를 마친 올림픽 선수처럼 자신만만한 아틀라스 클럽의 영웅들. 그 모두를 눈에 담고 또 저 너머 우리의 방송을 보고 있을 수많은 이계인들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선언했다.
“침묵의 해적단은 아갈타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내미슈의 핏값은 너희의 피와 살과 비명으로 받을 것이다.”
그 순간 모든 이의 살갗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파바박!
불꽃이 튀는 것 같다.
마지막 전쟁. 모두가 상대가 안 된다고 여길 전쟁. 하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승산을 보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며 하나하나 준비해 두었던 포석들이, 문득 밝은 빛을 내며 우리의 앞날을 인도하는 별자리가 되었다.
길은 있다.
남은 건 그 길을 걷는 것뿐.
‘이미 불은 붙었어.’
불꽃이 꺼지기 전에 놈들을 다 태운다면 우리의 승리. 미처 태우기 전에 불이 꺼지고 그을음만 남는다면 우리의 패배. 둘 중 하나. 태우느냐 꺼지느냐. 이미 불은 붙었고…….
‘기다린다는 선택지는 없어.’
살갗에 돋은 소름, 이 불꽃이 어디까지 번져 나갈까?
민들레처럼 모든 차원을 뒤덮고 타오를까?
그렇게.
우리는 전쟁을 준비했다.
* * *
트라팔가스의 대족장 라-트라팔가스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다. 위대한 대족장이었던 그의 아버지 센-트라팔가스는 아갈타라는 침략자들과의 전쟁에서 무수한 동족을 구해 내고 장렬하게 전사하셨다.
아니… 사실 그건 전사가 아니었다. 포획이었다.
그렇기에 라-트라팔가스는 아버지의 최후를 생각하면 항상 피가 거꾸로 솟았다. 동족들 중 그 누구보다도 커다랗던 뿔이 바닥에 깔리고, 일어서지 못하고, 나약한 짐승처럼 포획당해 끌려가던 아버지의 마지막 눈빛. 그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는 자신은 물론이고 모든 동족이 알고 있었다. 껍데기는 그대로 남지만 그 속은 이 역겹고 더러운 아갈타라는 종족의 것으로 채워질 것이다. 분명 기억과 똑같은 영력의 향기를 풍기는데… 낯선 장비를 사용하고 낯선 말을 할 것이다. 그 위대했던 영혼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트라팔가스의 동족들은 ‘포획’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건 죽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명예롭게 돌아가신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이 타오르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다.
그렇게 아갈타의 눈을 피하며 지하에서 남몰래 힘을 기르기를 수백 년째, 이제는 라-트라팔가스도 이 모든 일이 어떻게 해서 벌어지게 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별빛’이라는 이름의 비리비리해 보이는 이계인이 알려 주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테지만,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 매일 밤 그를 따르는 트라팔가스인들은 다 같이 모여서 별빛이 주고 간 ‘방송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장비로 차원 문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살펴보며 정보를 수집하곤 했다.
가장 최근 그를 분노하게 했던 건 내미슈라는 위대한 전사의 죽음이었다.
이제 곧 반격이 시작될 거라고, 그렇게 자신했던 별빛이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도 물론 유감이었지만… 사실은 위대한 전사의 죽음 자체가 그를 분노하게 했다. 아케르라는… 그… 감히 아버지의 시신을 뒤집어쓴 그 썩은 고기와도 같은 작자가 내미슈의 목을 뜯었을 때, 그는 격정을 참지 못해 자기 가슴을 쥐어뜯어야만 했다. 발톱이 어찌나 깊게 들어갔는지 별빛이 가져다 준 치료 약을 바르고 나서도 상처가 남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의 방송은 정반대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기쁘고 이렇게 가슴이 떨려 본 적이 있었는가? 라-트라팔가스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방송 속의 그자는, 분명 별빛의 친구이자 상관이라고 했던 그자는 이렇게 말했다.
“침묵의 해적단은 아갈타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내미슈의 핏값은 너희의 피와 살과 비명으로 받을 것이다.”
아, 그가 부러웠다.
라-트라팔가스는 아갈타에게 먼저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도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명예로운가?
라-트라팔가스는 떨리는 심정으로 별빛을 바라보았다.
[별빛.]
별빛이 다 안다는 눈으로 그를 돌아본다. 평소라면 감히? 하며 울컥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결심한 바를 전했다.
[소시민이라는 자, 진정 위대한 전사이다. 내가 본 가장 명예롭고 위대한 전사이다. 트라팔가스는 그에게 목숨을 바친다.]
별빛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깃든다.
[크르르!]
[캬아아!]
뿔 달린 악마와 같이 생긴 트라팔가스의 전사들이 낮고 섬뜩한 환호를 내질렀다.
트라팔가스가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절대적인 충성을 의미하는 것.
그간 별빛도 그저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트라팔가스인들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별빛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 강대한 종족을 마치 군대처럼 다룰 수 있게 되는 건가?’
하나의 군대로 훈련시키고 철저한 명령 체계로 전략을 짤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일제 돌격과 일제 퇴각만이 가능했던 이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훈련 기한은 3개월……!’
별빛은 속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소시민이라면 틀림없이 이 종족을 놀라운 군인들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뜨겁다,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비단 별빛과 트라팔가스뿐만이 아니었다.
소시민이 피워 낸 불꽃은 흩날려 차원 전역으로 하나둘씩 불씨를 퍼뜨렸다.
[그래도 역시 침묵의 해적단이네.]
[센타울 새끼들도 꼬리를 말았는데 해적단이 의리를 아네.]
[나는… 침묵의 해적단 편에 선다.]
[미쳤어?]
[아냐. 거기에도 신살 병기가 있잖아. 뻗대 볼 만하다고.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차원 문명의 탄생을 함께하는 걸 수도 있다고!]
은근하게 하지만 뜨겁게 번져 나가는 불길.
그 불길은 마침내 내미슈의 부관 리아센에게도 닿았다.
방송을 보며 펑펑 울던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 담당자에게 통신을 넣었다.
[어 그래, 리아센 대위. 마음은 잘 추스리고 있나?]
[소령님, 하고 싶은 일이…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오, 다행이군. 그게 뭔가? 자네 뜻을 최대한 반영해 주지.]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외무 장관님께서 그랜드 마스터 우루스를 포함한 5,000여 명의 미귀환자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렇지. 켄타로스 님에게 설득을 부탁드렸지만 켄타로스 님도 오히려 역정만 내셨다고 들었네. 그… 자, 장군님을 그렇게 보내면 안 됐다고 하면서 오히려 화를, 크흠!]
내미슈를 이야기할 때 인사 담당자는 목소리를 조금 떨었다. 그리고 리아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럴 만도 했다. 10분 전의 리아센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이미 오열하기 시작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리아센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해야 할 일 있다. 울고 자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오히려 켄타로스가 역정을 냈다는 대목을 머릿속에 새겨 넣으며 용건을 마저 꺼냈다.
[그거, 제가 가서 설득해 보겠습니다. 만나게 해 주십시오.]
[자네가?]
[내미슈 장군님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했던 게 접니다. 제가 말하면 한 번쯤 귀 기울여 주실 겁니다.]
[음… 일리가 있군. 위에 한번 건의해 보겠네.]
[부탁드립니다.]
리아센은 통신을 끊으며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우릴 버린 건 조국이 먼저야.”
그녀의 눈동자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나선이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며 녹색을 만들고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이제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을 작정이었다.
설령 그 앞이 죽음일지라도.
그저 앞으로만 달려 나가라는.
선명한 그린 라이트가 그녀의 눈에서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