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미슈
웅성거림이 부대 전체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내미슈는 단호했다. 그의 눈은 아케르와 아케르를 따라온 친위 병력으로 향한다.
‘망할 권능. 저런 괴물이 오는 건 미리 알지도 못하더니…….’
[위협파악]에는 범위가 있다. 범위 밖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 천재지변과도 같은 남자와 그의 군세는… 능력으로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면에 지금 [위협파악]이 알려 주는 현실은 명확했다. 이곳에서 싸운다면 전멸하게 될 거라는 사실만을 반복해서 경고하고 있었다.
[무장해제 하고 항복한다. 아케르 원수! 아갈타는 포로의 대우를 어떻게 하지?]
아케르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한다.
[패자를 굳이 잡아 죽일 필요는 없지. 대개의 차원 문명이 그러하듯 대가를 지불한다면 고향으로 보내 준다. 물론 자네는 빼고.]
내미슈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는 바란 적도 없어.]
그러는 와중에도 개척 군단의 병사들은 내미슈의 눈치만 볼 뿐 무장해제를 하지 않았다.
내미슈는 화를 왈칵 냈다.
[항명이냐? 당장 무장을 해제해!]
그래도 병사들이 말을 듣지 않자 내미슈는 그랜드 마스터 우루스와 마스터들 그리고 각급 지휘관들을 돌아봤다.
다들 혼란스럽게 얼어붙은 가운데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우루스였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말한다.
[너희 사령관의 명령을 따라라!]
센타울 전역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는 우루스가 그렇게 말하자 뒤늦게 마스터들과 사단장, 연대장까지 나서서 다그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자 병사들은 그제야 무장을 해제했다.
내미슈는 그 모습을 다 보고 나서 다시 자신의 헬멧을 썼다.
그런 그의 옆으로 우루스가 다가선다.
[나는 본디 민간인. 그대의 명령은 듣지 않겠네.]
[우루스 님…….]
[결투를 신청할 작정이지?]
속내를 꿰뚫는 그 말에 내미슈는 쓰게 웃었다.
[네. 아갈타인이니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잘만 한다면… 우리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도 있고요.]
우루스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 혼자서는 승산이 없네. 자네는 지쳤고, 저자는 괴물이야. 내 스승님을 떠올리게 하는군. 아니… 그 이상이다.]
[우루스 님의 스승님이라면… 그랜드 마스터 히페론 님? 하…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심상치 않다 싶기는 했습니다만.]
[분명한 건, 우리 둘이 협공을 해도 이길 가망이 거의 없다는 거야.]
[애초에 협공을 받아 주겠습니까?]
[받아 줄 거야. 아니, 오히려 먼저 제안할 수도 있지. 우린 지쳤고, 저자는 쌩쌩하니까. 페널티를 지는 게 명예롭다 생각할 수도 있어.]
둘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케르는 천천히 둘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미슈가 그를 향해 외쳤다.
[명예로운 결투를 요청한다!]
아케르가 답했다.
[내가 왜? 우리가 다 이긴 싸움인데?]
[이미 이겼으니까! 내 병력들은 모두 항복했다. 하지만 내가 남아 있다. 혹시 아갈타는 적장을 숫자로 밀어붙여 죽이는 것을 명예로 아는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
아케르가 클클거리고 웃었다.
[도발 솜씨가 형편없군.]
클클거리고 계속 웃다가 배부른 짐승처럼 나른하게 이어 말했다.
[그래. 그래도 그간 아갈타의 명예를 많이 구겼으니 오늘은 명예로운 제안을 하지.]
아케르가 손가락을 뻗어 내미슈와 우루스를 한 번씩 가리키고 말했다.
[둘 다 덤벼라. 너희가 날 이긴다면 너희 병사들까지 모두 풀어 주마.]
그 말에 내미슈가 미소를 짓고 속삭였다.
[생각보다 관대한 조건이군요.]
[그렇긴 하지만… 승산은 여전히 낮다.]
[그럼 우루스 님, 딱 한 번, 나를 위해 딱 한 번만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내미슈의 요청에 우루스는 눈을 빛냈다.
‘뭔가 노림수가 있구나.’
그럼 그렇지. 언제나 모든 상황에 대비해 평생을 수련해 왔다는 센타울 최고의 장수. 쉽게 무너질 리가 없다.
우루스는 이번 전쟁을 통해 내미슈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나이를 떠나서 그가 존경스러웠다.
우루스는 신뢰와 결의 그리고 경의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내미슈 장군. 그대에게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존대에도 내미슈는 당황하지 않고 그저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진정한 리더는 순조로울 때가 아니라 가장 절박한 순간에 빛을 내는 법.
우루스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 * *
신살 병기 시설의 탈취는 착착 진행되었다.
모두가 최선을 쟁취했고.
최선은 최고의 합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탈취한 수송선은 17대. 폭파한 수송선은 10대. 스물일곱 대 전부를 탈취하거나 폭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탈출하는 것뿐.
꾸르르르릉.
권승리가 일으킨 차원 격류가 적 함대를 휩쓸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빙글빙글 돌며 헤매는 적의 전투함들.
반면에 우리가 탈취한 수송선들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날쌔게 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꽝-!
우우우웅 쩌정-!
데미안이 쏘아 대는 차원 포격은 기가 막히게 적의 공격을 분쇄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손가락을 총으로 쏴서 날려 버리듯이, 수송선을 향해 포를 돌리는 함선만을 딱딱 골라내 명중하는 데미안. 아마도 [모이라이 홀덤]으로 적들의 수를 계속 읽어 내고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끝까지 꽁무니로 따라붙는 적 함대.
‘이건 내가 해결해야 돼.’
이미 동료들은 밑바닥까지 힘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여력이 있는 건 나뿐이다.
나는 추격자들을 향해 이성계의 활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미리 착용을 하고 있던 다른 유물들에도 정신을 집중했다.
‘동시에 유물을 쓰는 건… 여태 최고 기록이 이성계의 활을 포함해 세 개까지였나?’
오늘 그 기록을 경신할 작정이다.
전투 전에 까막이에게 했던 말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건 최선. 머리털 나고 싸워 본 모든 싸움 중에서 오늘이 제일 잘 싸운 날이 되어야 한다.
“…괜찮겠어? 진짜 그걸 전부 다 리미트 해제하려고?”
권승리가 걱정을 해도 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착용한 거 전부 다 리미트 해제해 줘.”
“…알겠어.”
우우우웅-!
‘아르테미스의 화살’이 황금색 영력을 뭉클뭉클 쏟아 낸다.
시위를 놓기도 전에 멋대로 내 손을 벗어나려는 화살의 꽁지를 ‘윌리엄텔의 슈팅 글러브’로 꼭 부여잡는다. 하지만 글러브 자체도 노란 영력을 왈칵왈칵 뿜으며 손을 짜부라뜨릴 것 같은 압력을 형성한다.
나는 [만상공감]을 최대로 발휘해 그 힘을 결을 따라 비껴내며 영력을 집중해 버티고 또 버텼다.
그게 끝이 아니다. ‘아르테미스의 화살’ 옆면에는 ‘대종의 갑마甲馬’라는 노란 부적이 둘둘 감겨서 붙어 있다. 수호지에 나오는 축지법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이 부적에서는 붉은 영력이 철철 흘러넘쳤다.
우우우우-!
황금색, 노란색, 붉은색의 영력이 왈칵왈칵 쏟아지며 서로 섞이고 꼬인다. 나는 집중했다.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성계의 활이 뿜어내는 검은 영력이 제멋대로 날뛰는 세 가지 영력을 어떻게든 제어해 보려 하지만, 하나가 셋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법.
결국 맞설 수는 없다. 함께 타고 흘러야 될 뿐.
주르르-
아, 오늘 코피 많이 쏟네. 머리가 뜨겁고 눈앞이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나는 기어코 끝까지 시위를 당겼고, 마지막까지 표적을 노리며 시위를 놓았다.
핑-!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궤적을 남기지 않고 날았다. ‘대종의 갑마’가 일으키는 축지縮地의 원리는 서민서가 하는 공간 도약과도 비슷하다. 멀리 떨어지고, 방향도 제각각인 표적들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화살촉 앞에 일렬로 정렬된다. 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학 날개처럼 펼쳐져 우리를 감싸 오던 모든 함선이 단숨에 꿰뚫린다. 표적은 각 함선의 동력부.
꽈지지지직!
우리 뒤를 바짝 쫓던 수십 척의 함선이 일제히 동력부가 파손되어 표류하기 시작했다.
쿵! 쿠쿵!
단숨에 파괴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표류하게 만들어 두자, 그 뒤를 따르던 함선들이 표류하는 선박과 충돌하거나 황급히 멈추며 혼란에 빠져든다.
더 이상 우리를 따라올 엄두조차 낼 수 없게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후우우…….”
나는 그제야 어깨를 내리고 코피를 닦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뒤를 따르는 적선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심하지 못하고 근 10시간을 더 [만상공감]을 유지하며 안전한 곳까지 항해를 했다.
간신히 안전하다 싶어 돌아보니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길래, “이제 안전해.”하고 한마디 해 주니 아아아 소리를 내며 다들 자리에 주저앉는다. 나도 쇼파에 기대 긴장을 푸는데, 인원 보고를 들으니 전사자는 100명을 조금 넘는 정도… 안타까운 손실이지만 치열했던 전투를 생각하면 기적과도 같은 전과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빛을 발했다.
‘다행이다…….’
항로를 센타울 차원 쪽으로 맞춰 놓고 그렇게 잠깐 마음을 놓으려는데.
“사령관님!”
도련님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목소리에 담긴 불안함이 심상치가 않다.
무슨 일이지?
“센타울과 통신회선이 끊겼어요.”
에? 끊겼다고요? 연락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끊… 겨요?
“네. 끊겼습니다. 아예 연결선 자체가 사라졌어요!”
뭐야?
이거 무슨 상황이야?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연결선이 왜 사라져?
어쩐지 가슴 한켠이 서늘하고 불안했다.
내가 대답을 못 하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자 데미안은 연출가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야! 연출가! 어떻게 된 일인지 빨리 알아 와!”
“예, 예? 아, 예예.”
어리바리하던 연출가가 데미안의 흉흉한 표정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들 방송에 접속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피핀 차원은 온 차원에 퍼져서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 가득한 차원. 연출가라면 뭔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안했다.
나는 아득하고 망망한 창조신의 꿈결로 시선을 돌렸다. 이 망망대해 같은 차원계에서 내 [만상공감]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그저 좁쌀 한 톨과도 같은 것. 저 너머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어둡다.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다.
무슨 일일까,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걱정 이전에.
‘내미슈는… 무사한가?’
* * *
격파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송판이든 얼음이든 격파에 성공했을 때는 별로 아프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부수지 못했을 때다. 그때는 이가 갈리고 뼈가 시리도록 아프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파를 시도하는 그 순간에는 절대 실패를 생각해선 안 된다. 행여라도 몸이 위축되는 순간 그 상상 자체가 실패를 실현하는 꼴이 되고 마니까.
그렇기에 내미슈는 오늘만큼은 머릿속에서 최악에 대한 상상을 말끔하게 지워 버렸다.
어차피 결론은 단순하다. 뚫으면 살고 막히면 죽는 것. 복잡한 생각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그랜드 마스터 우루스가 온몸을 던져 아케르의 검격을 막았다.
파아악!
허공으로 치솟는 노랗고 파란 피. 하지만 우루스는 웃었다.
[너! 나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고? 그게 네가 죽는 이유가 될 거다!]
움직이지 못할 만큼 깊숙이 베였지만 우루스는 온몸의 영력을 끌어 올렸다.
우우웅-!
영력의 힘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여 태양 강기가 이글거리는 검을 다시 한번 더 찔러 넣는다.
쩌어엉-!
물론 아케르는 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 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루스가 노린 건 그저 잠깐의 빈틈이었을 뿐이다. 이어지는 공격을 막을지언정 피할 수는 없게 되는 그 순간의 빈틈을 만드는 것.
우루스가 외쳤다.
[지금!]
내미슈가 화답했다.
[네. 완벽합니다.]
내미슈는 준비한 검을 들었다. [위협파악]이 요란한 경고를 알렸지만 그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다. 격파의 순간에는 그저 자신을 믿고 온몸을 던져야 하는 법. 위협이라는 건 내가 먼저 적을 죽이고 나면 사라지는 것.
화아아악!
온 세상이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우루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아케르도 커다랗게 커진 눈으로 내미슈를 바라본다.
내미슈의 검이 백열하며 온 세상을 하얗게 탈색시켰다. 태양 강기의 극한을 다시 한번 뛰어넘는 일 검.
‘이 일 검에 내 남은 생의 절반을 건다.’
언제나 어떤 상황이든 대비하고자 했던 내미슈가 개발한 최후의 기술. 자신의 수명과 가능성을 태양 강기로 살라 자신의 경지를 명백히 뛰어넘는 ‘불가능한 일격’을 만들어 내는 것.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과 싸울 때를 상정해 준비해 두었던 기술이다.
[위협파악]이 그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이 검으로 상대를 꺾지 못한다면 역으로 당한다고.
하지만 꺾지 못할 리가 없다. 우루스 때문에 아케르는 공격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자세가 무너진 상태였고,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검을 정면에서 막을 도리는 없었으니까!
서컥!
분명 그 생각은 옳았다. 내미슈의 태양 강기가 아케르의 태양 강기를 두 동강 냈고, 곧장 나아가 그대로 아케르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미슈의 얼굴에는 그저 혼란과 충격 그리고 고통만이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우루스가 비명처럼 외쳤다.
[너, 너……! 권능 사용자!]
우루스는 똑똑히 보았다. 내미슈의 검이 아케르의 몸을 그냥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을. 그 찬란한 일검은 아케르에게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아마도 [피해무효화] 같은 권능.
대신에 태양 강기를 두른 아케르의 왼손이 내미슈의 목덜미를 뜯었다.
노랗고 파랗고, 지나치게 많은 피가 내미슈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
[으아! 으아아아!]
분노한 우루스가 절규하며 내지른 일격이 아케르의 가슴팍을 스쳤다. 픽! 하고 피 몇 방울이 튀지만, 한참은 얕다.
[패자는 좀 얌전히 있어.]
콰앙!
아케르는 커다란 주먹을 들어 우루스를 머리부터 찍어 눌렀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우루스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그렇게 우루스를 때려눕힌 아케르는 가만히 내미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팔딱팔딱하게 반항하던 적수의 눈에서 서서히 생기가 빠져나가는 광경. 아케르는 정말 이 광경만큼은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
내미슈의 입에서는 한숨과도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죽어 가는 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늘 그게 궁금해.]
히죽 웃는 아케르.
하지만 그때 내미슈는 눈앞의 재수 없는 아케르를 보지 않았다. 그저 침묵의 해적단을 떠올렸다.
처음, 아갈타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그리고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알 수 없이 호감이 생기고 마음이 끌리던 이들.
‘아, 가능하면 그들과 끝까지 함께 가고 싶었는데…….’
함께 세상을 질타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미래는 아마 그 정반대가 될 것이다. 내미슈 자신이 내린 항복이라는 선택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센타울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기분은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침묵의 단장님.’
그게 내미슈가 생의 마지막에 떠올린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