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상승의 장군
센타울 차원.
평의회 의원 다수와 군부를 총괄하는 장관과 고위 장군들. 그리고 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은 개척 군단의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였다.
신생 개척 군단의 군단장 내미슈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실력과 공훈이 특출 난, 모두의 기대를 받는 인재.
그렇기에 평의회 의원들과 통령은 개척 군단 자체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내미슈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내미슈에겐 어떤 단점이 있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내미슈를 보아 온 톨리만 대장이 답했다.
[내미슈요? 단점이 없습니다. 굳이 하나 꼽자면… 여태 세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도 패배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거?]
[그건… 단점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허허, 뭐 그도 그렇습니다. 허허허.]
정치인들은 내미슈를 좋아했다. 충실한 군인이라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인물이었고, 젊고 인기가 많아서 친하게 지내면 본인들의 이미지에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미슈가 도착했을 때 의원과 통령은 내미슈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호응해 주었다.
[그렇군. 내미슈 준장의 생각으로는 침묵의 해적단을 주요한 동맹으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로군.]
[네. 최근 아갈타의 적대 세력들이 침묵의 해적단을 중심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침묵의 해적단과 우리가 손을 잡는다면 개척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보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봅니다.]
[방식은 ‘대등한’이고요?]
[네. 비록 해적이라곤 하지만 그 수완과 실력이 굉장합니다. 이번에 제가 큰맘 먹고 차원강습 시스템 생산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더니, 이미 자기들 선에서 준비를 완료했다고 하더군요. 그걸 보고 확신했습니다. 어설프게 우위에 서기보다는 대등한 동맹으로 확실하게 면을 세워 주는 편이 낫습니다.]
[차원강습 시스템이라니… 정말 대단하군.]
의원들과 장군들 그리고 통령까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차피 개척 지역의 전권은 내미슈 장관에게 맡겼으니 자네의 판단을 따르겠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는 딱 그 순간까지만이었다. 통령이 그간 미뤄 왔던 주제를 꺼내는 순간 회의 석상은 차갑고 날카롭게 얼어붙었다.
[그래서… 아갈타는 어떻게 하겠나? 중대 규모의 병력이 전멸을 했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내미슈는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가 다시 떴을 때, 그의 눈동자 속에선 노랗고 파란 나선이 빠르게 회오리쳤다.
[그간 아갈타와 접촉을 해 보았습니다만, 이자들은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이와 유사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겁니다.]
[흠… 괜찮겠나? 이번 신생 개척 군단이 역대급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수에서 밀리지 않나?]
[아갈타는 적이 많습니다. 신살 병기, 멸세 병기야 어차피 서로 쓰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 붙게 되는 건 정예병들 사이의 싸움일 겁니다. 그런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뭐 이런 류의 제한된 무력 분쟁은 우리 문명이 항상 겪어 오던 일이었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평의회 의원들을 보며 내미슈는 살벌한 미소를 피워 올리고 말했다.
[그럼, 선전포고를 부탁드립니다.]
* * *
센타울과 아갈타의 전쟁 소식이 밀수꾼 네트워크를 강타하고 얼마 후, 내미슈에게서 통신이 걸려 왔다.
- 인사를 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작전지역으로 떠나야 해서… 이걸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저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겁니다. 아, 정말 아쉽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선물도 이제 제작이 막바지라는데… 직접 전달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거야 승리한 후에 줘도 되는 겁니다.”
- 네, 얼른 끝내고 와서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늦어지게 된다면 그냥 먼저 전달해 놓으라고 얘기해 놓겠습니다.
“나 참… 아갈타와의 전쟁을 앞둔 사람이. 본인 몸이나 보중하십쇼.”
- 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차원 문명들 간의 전쟁은 사실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스포츠 같은 면이 있거든요.
“스포츠요?”
- 예. 애초에 센타울과 아갈타는 쌍방 모두 멸세 병기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가는 싸움은 하질 않습니다. 적당히 서로의 전력을 겨루고 더 강한 쪽에게 양보를 하는 방식이죠.
내미슈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글쎄… 아무리 신살 병기, 멸세 병기 떼 놓고 하는 싸움이라 해도 전쟁은 전쟁. 위험하지 않을 리가 있나?
내 의문에 내미슈는 씁쓸하게 부연했다.
- 그게… 차원 문명이라는 게 참 냉혹합니다. 모든 걸 게임처럼 생각하죠.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이득이냐 아니냐 하는 계산뿐입니다. 이 전쟁도 그렇죠. 이득이 되는 선까지만 이어질 겁니다. 병사들은 소모품처럼 죽어 나가지만… 계급이 높을수록 체감이 달라집니다. 사실 대령급만 되어도 진급 기회 정도로 보는 게 전쟁이니까요.
대령이 진급의 기회로 본다면 준장인 내미슈가 느끼는 체감이 더 다르긴 할 것 같았다.
- 더구나 전 이런 식의 차원 전쟁에 익숙합니다. 벌써 세 번이나 치러 봤거든요. 그리고 단 한 번도 진 적 없습니다. 그래서 제 별명이 항상 이기는 장군, 상승장군常勝將軍입니다. 그저 중요한 건 무고한 피해를 얼마나 줄이느냐 그것뿐이지요.
내미슈는 다시 한번 진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말했다.
- 당장은 센타울의 세력이 아갈타 보다 작으니 나서기 어려우실 거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저희가 지금 노리는 요충지들을 장악하고 나면 숨통이 좀 트이실 겁니다. 그때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다 함께 힘을 합치면 이 일대에서 아갈타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거 동맹 제안이죠?”
- 네. 잘 아시는군요. 자세한 조건은 저희의 1차 작전이 완수된 후에 만나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아갈타는 공통의 적. 같이 잘 토벌해 봅시다. 저도 센타울 차원과 동맹으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겠습니다.”
- 하하. 네. 제가 정부에도 말해 두었으니 저 만나기 전에 한번 놀러 갔다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차원을 보고 나시면 동맹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기대되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용건을 다 나누고 통신을 끊기 직전, 내미슈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불쑥 말했다.
- 아, 선물은 그냥 준비되는 대로 보내 놓으라고 얘기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소감이나 들려주십시오. 진짜 좋을 겁니다. 푹신하면서도 질기고, 날카로우면서도 뭉툭한 그 느낌이 정말 예술이거든요.
* * *
“푹신하면서 질기고… 날카로우면서 뭉툭?”
뭔가 서로 모순되는 형용사들의 조합 같지만, 내미슈쯤 되는 인물이 그렇다고 하면 그럴 것이다. 인정받는 문명에서 준장쯤 되는 존재면 이 우주에서 좋은 물건이라면 한 번씩은 다 써 보지 않았겠는가?”
“기대되네. 내가 가진 것 중에 그런 느낌을 주는 장비는 아직 없는데.”
고개를 들었다. 툭 하고 땀 한 방울이 턱을 타고 떨어진다.
웅웅웅-
분홍색의 갤러리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324개의 장비가 허공에 떠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가지고 있는 장비가 이렇게 많아졌지만, 물건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다 개성이 넘치는 것이라 아직도 새로운 장비를 만나면 가슴이 설레고 탐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내미슈가 준비했다는 선물도 아주 기대가 된다.
나는 땀을 닦아 내고 열심히 움직이던 324개의 장비들을 다시 거둬들일 준비를 했다.
“후… 그럼 준비운동은 이쯤 하고 이제 본운동으로 넘어갈까?”
스르르르-
324개의 장비들이 허공을 유영해서 내 아공간 속으로 되돌아온다.
거인창, 어스퀘이커, 세계수의 걸음, 아루카의 날개.
붉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소장품 단계의 장비는 이렇게 네 가지였다.
이 넷이 마치 중대장처럼 나머지 장비들을 인솔하면 분홍색 아우라에 이끌려 324개의 장비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모든 장비가 아공간 속으로 사라지고 나자 거인창과 어스퀘이커가 마지막 배후를 살피듯 기웃거리며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세계수의 걸음과 아루카의 날개는 내 발과 등에 붙은 채 스르르 아우라를 감췄다.
우웅-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성검 시스템, 반월이가 울었다.
부러운 모양이다. 반월이도 요즘 집중 수련으로 완벽 단계까지 길들였지만 아직 백색의 아우라를 가진 ‘수집물’에 머물러 있었다.
붉은 아우라를 지닌 ‘소장품’이 되려면 아직은 나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반월이랑 일출, 거기에 만월이까지 소장품 단계까지 성장하면… 진짜 볼만하겠다.’
만월이는 바로 이번에 특별히 주문 제작한 차원강습 시스템이었다.
지난번 위력 시범은 양산형 보급 기종으로 했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커스텀 기종은 또 따로 있었다. 그게 바로 ‘만월滿月’이다.
1,200소울 영력 증폭기에 2,300넘버링 제어 코어. 8개의 메모라이즈 슬롯, 라-온 400넘버링 영력 구현 장치.
부품 하나하나까지 다 거래처에 부탁해서 특별하게 가공했기 때문에 진짜 제대로 된 물건이 나왔다.
스펙만 보면 보급 기종의 2.5배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물건이고, 당장 뽑혀 나온 효율은 155퍼센트.
하지만 나에게 딱 맞게 만든 만큼 나와의 궁합은 155퍼센트 그 이상이었다.
입으면 착 달라붙는다. 팔꿈치나 무릎 같은 관절은 더 부드럽고 튼튼해지고, 살갗은 오히려 더 예민해져서 슈트 위로 떨어지는 한 낱의 눈썹마저도 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입고 잠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순수 지구 기술로 최종 조립을 한 차원강습 시스템이라서 의미가 더 각별하지.’
파베카스톨의 공장에서 3번의 견학을 하며 알뜰하게 연구한 노하우로 지구에 최종 조립 시설을 만들 수 있었다.
파베카스톨 공장은 기록 장치와 측정 장치가 없으니 우리가 견학으로 배울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사실 우리에겐 그런 장치를 뛰어넘는 강력한 권능들이 있었다. 당장 내가 가진 [만상공감]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빼낼 수 있었으니까.
우우웅-
그렇게 내가 가진 가장 비싸고 훌륭한 명품이 된 만월이.
가장 최근에 들여 온 녀석이지만 녀석의 길들이기 진척도는 벌써 ‘일출’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벌써 얻은 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일출의 길들이기는 53퍼센트로 겨우 능숙 단계에 들어선 반면 아직 실전에서 한 번도 쓰지 못한 만월은 길들이기 진척도가 57퍼센트.
아무리 아갈타의 눈치를 보느라 일출을 자주 사용하지 못했다곤 해도 이 정도로 진척도가 차이가 나는 건 역시 지금부터 수행할 수련 때문이었다.
‘그만큼… 힘들기는 하지.’
324개의 장비를 다루는 빡센 수련도 사실은 이 본훈련에 비하면 몸풀기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면 몸이 무겁고 잘 뛰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숨이 깔딱깔딱할 때까지 뛰고서 잠깐 쉬면서 호흡을 가라앉히고 나면 그다음에 뛸 때는 베스트 컨디션으로 가볍게 뛸 수 있다.
마찬가지였다.
유물을 가지고 수련을 할 때면 나는 항상 다른 훈련으로 먼저 몸을 데우고 나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만 훈련에 임했다.
때마침 권승리가 시간 맞춰서 내 훈련장에 방문을 했다.
그녀가 물었다.
“오늘은 뭐뭐 수련하게?”
“일단 이성계의 활. 97퍼센트니까… 이제 좀만 더 힘내면 된다.”
“오, 그러고 나선?”
“투탕카멘의 가면, 에디슨의 전구… 그리고 오늘은 의천검에 도전해 보게.”
“워… 의천검? 설화급 유물이네. 할 수 있겠어?”
“해야지. 전쟁이 코앞인데.”
“좋아. 네가 어려운 거에 도전할수록 나도 수련에 도움이 되니까.”
거기까지 말한 권승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호흡이 깊어지고,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이 살갗을 깎아 낼 즈음이면 나도 마음의 준비를 마치게 된다.
권승리가 말했다.
“그럼… 죽지 마라?”
화아아아악-!
눈앞에 놓인 이성계의 활에서 새까만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녀석을 거침없이 잡았다. 쿵쿵 뛰는 심장. 입안에 비릿하게 터지는 피 맛. 이미 여러 차례 다루며 익숙해진 녀석이지만 여전히 다룰 때마다 몸에 부담이 왔다. 하지만 괜찮다. 이러고 나면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온몸의 영력을 끌어모아 이성계의 활의 시위를 당겼다.
쭉쭉 당겨지던 시위가 절반을 좀 넘으면 뻐근하게 걸리고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다.
샤아아아-!
바로 그 순간, 만월이가 4중창의 구동음을 울리며 영력을 뿜어냈다. 이성계의 활이 주는 압력 탓에 삐걱삐걱거리면서도 착실하게 내 힘과 영력을 보조한다.
끼기기기긱!
덕분에 시위는 절반을 넘어 끝까지 당겨졌다. 뺨에 와 닿는 시위의 감촉이 뜨겁고 저릿하다.
숨이 턱 막히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압력이 아랫배와 등에 걸린다. 저절로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권승리가 그런 내모습을 보고 말했다.
“어후… 저런 흉악한 걸 어떻게 당기는지… 법칙을 왜곡하고 뭘 해도 나는 당기지는 못하겠던데. 아예 폭발시키는 것도 솔직히 쉽지 않은데.”
물론 나라고 쉬운 건 아니었다. 유물이 가지고 있는 힘은 지나치게 강하고 제멋대로여서 매번 하는 일이어도 매번 무섭고 매번 죽을 것처럼 무겁고 아팠다.
하지만 나는 시위를 꾹 잡고 버티며 억지로라도 자신감 있는 미소를 띠었다.
이제 고작 첫 번째 세트였으니까.
* * *
뚝…….
뚝뚝…….
땅바닥을 노랗고 파란 피와 땀이 흥건하게 적신다.
출진을 앞두고 내미슈는 마지막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자, 장군님…….”
부관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내미슈를 불렀지만 내미슈의 귀에는 그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건 그의 머릿속이 오로지 한 가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패배하는 상상.
상상 속에서 내미슈는 온갖 방식으로 패배하고 있었다. 힘이 부족해서, 유연성이 부족해서, 영력이 부족해서, 영력의 지배력이 못 미쳐서, 뒤를 받쳐 주는 병사의 수가 부족해서, 감각이 둔해서…….
그런 모든 시나리오를 그리며 그 모든 면에서 ‘대응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내미슈는 자신을 몰아붙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뼈와 살을 깎는 이런 수련은 내미슈가 출진 전마다 항상 치르는 의식과도 같았다. 보는 이들마다 혀를 내두르고 기가 팍 질릴 정도로 치열하고 자기 파괴적인 수련.
부관은 생각했다.
‘잘 모르는 이들은 우리 장군님이 너무 여유로운 것 아니냐고, 상황을 낙관하는 것 아니냐고들 말하지만… 이 장면을 본다면 다들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겠지.’
이만큼 준비하고 이만큼 긴장하기 때문에 다음 날이면 다시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게 바로 내미슈였다. 호랑이를 모르는 하룻강아지라서 여유로운 게 아니라 기나긴 악몽, 그 안의 악마를 붙들고, 싸우고, 마침내 잡아 죽이기에 다음 날 아침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매번 이기는 상승장군이란 별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부관은 생각했다.
‘그 누가 내미슈 준장님만큼의 자격이 있을까?’
[끄흐으으으……!]
신음을 흘리며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내미슈를 보며 부관은 가슴속에 충성심을 꾹꾹 눌러 다졌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내미슈가 이끄는 개척 군단은 아갈타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영역으로 성큼 밀고 들어갔다.
몇 차례의 전투가 이어졌지만 개척 군단의 날카로운 예봉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결국 아갈타군은 최전선을 내주고 며칠 거리 뒤로 후퇴해 강력한 저지선을 꾸렸다.
처음으로 양측이 전력으로 맞붙는 대규모 회전이 예고되었다.
로랑 대좌가 죽은 이후에 아갈타의 횡포에 계속 신음하던 약소 차원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 일대의 운명을 가를 대전투의 향방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