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VIP 차원 쇼퍼-179화 (179/212)

4. 피바람

침묵의 해적단과 밀수 네트워크의 큰손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은 그 누구의 예상보다도 빨리 끝이 났다.

[흠… 지금쯤이면 슬슬 전쟁이 한창이겠군. 자, 이제 슬슬 손을 내밀어 볼까? 침묵의 해적단에 연통을 넣어. 아주 생색을 팍팍 내면서 도와주자고.]

[저, 저기 보스, 그게…….]

[뭔데?]

[끝났습니다.]

[끝나? 뭐가? 설마 침묵의 해적단이 벌써 졌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겼습니다. 단 나흘 만에 열세 개의 차원 요새를 함락하고… 반기를 들었던 큰손들과 그 추종 세력까지 모조리 전멸했다고…….]

[뭐, 뭐? 언제?!]

[그, 그게 지난주에…….]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질 정도로 이번 전쟁은 전격적이고 빨랐다.

큰손들 중 몇몇은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간 이유를 뒤늦게나마 캐치 해냈다.

[센타울 차원이 그렇게까지나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줄 줄은…….]

[재앙 병기 23발, 전함과 차원 간 탄도포 그리고 각종 고가 장비를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지원해 줬다고? 하… 정말 이 근방에서 아갈타를 완전 밀어낼 작정인 모양이군.]

[아갈타가 너무 나대긴 했지만 센타울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도 의외야. 센타울이 강력한 문명인 건 알지만… 거긴 안 그래도 신경 쓸 곳이 너무 많지 않아? 이런 변방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되나?]

[뭐, 내미슈가 이끄는 신생 개척 군단의 전력이 역대급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아갈타 정도는 그걸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지. 지금까지로 보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뒤늦게 현실을 자각했다.

[어? 잠깐… 근데 그러면 지금 침묵의 해적단이 우리 밀수 네트워크에서 큰손이라고 불리던 자들을 무려 13명이나 집어삼킨 거 아냐?]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미친? 그 정도면 차원강습 시스템 제작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수준인 거 아닌가?]

[젠장! 더 빨리 움직였어야 되는데!]

[빠, 빨리! 침묵의 해적단에 연락을 넣어 지금 만나자고 해!]

[아, 저번에 통신으로 인사드렸는데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네.]

[뭐? 그래? 거기 단장님이 비싸고 좋은 물건들 좋아한다고? 그럼 준비해야지! 뭘 하고 있어! 그게 뭐든지 간에 제일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물건으로 준비해!]

* * *

[예. 예. 호오? 굉장히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오셨네요?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시지요.]

정체를 숨긴 릭이 자리를 펴고 앉은 곳은 현상금 사냥꾼들이 모이는 이름 없는 주점이었다. 아갈타의 준장 에르하무스가 이곳에서 자결한 이후 아갈타 놈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 바람에 침묵의 해적단의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딱 적절한 곳이 되었다.

릭은 이곳에서 상주하며 선물로 들어오는 물건들을 감정하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가 통하는 것은 차원 문명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특별한 선물을 보낸 이는 기억을 해 두고, 또 선물을 보내지 않은 이들도 기억을 해 두어야 하는 법이었다.

[예? 단장님이요? 단장님은 요새 바쁩니다. 제가 꼭 말씀 전달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최근 들어 밀수 네트워크 출신의 밀수꾼들이 물밀 듯이 몰려와 선물 세례를 안겨 주며 은근슬쩍 소시민의 동정을 묻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릭은 대놓고 답을 주진 않았지만 은근슬쩍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안겨 주곤 했다.

[네? 무슨 일로 바쁘냐고요? 에헤이…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거 하고 계시겠죠. 여러분이 원하는 그거요.]

그러면 선물을 들고 온 이는 그 값비싼 선물을 내놓고도 전혀 아까워하는 기색 없이 상기된 얼굴로 돌아가곤 했다.

차원강습 시스템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걸 자체적으로 만들고 유통,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이 세상이라는 피라미드에서 신분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일대 대사건이 일어난다. 잘나가는 차원 문명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국제적인 입지를 가진 인물로 거듭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부분의 공급이 차원 문명들에 의해 독점되고 관리되고 있기에 구매자가 제발 팔아 달라고 사정을 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쥐고만 있어도 모두가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마법과도 같은 상품이었다.

수백 개의 예민한 재료와 수십 개의 굵직한 시설을 거쳐야 겨우 하나 만들 수 있는 비싸디비싼 물건.

소시민과 지구는 요즘 그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 * *

연출가는 자신의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솔직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구가 벌써 차원강습 시스템에 도전을 하다니……!]

그의 목소리는 흥분과 기대로 떨리고 있었다.

[아, 물론 100퍼센트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40퍼센트 정도의 공정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지요. 아주 비싼 값으로.]

이론상으론 침묵의 해적단이 소유한 재산만으로 차원강습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지구의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들도 수많은 원자재와 기술을 외부에서 구매해서 쓰는 것을 보면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실제로 차원강습 시스템 제작에서 지구인들이 해내는 공정은 전체 공정의 15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남는 나머지는 침묵의 해적단의 이름으로 구축한 밸류체인을 통해 조달해야 했다. 이 밸류체인에 속한 거래처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공생 관계였기 때문에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과 기술을 사들일 수 있었다. 사실상 이 생태계 역시 침묵의 해적단의 재산이라 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그렇게 구축된 밸류체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공정도 결국 전체 공정의 45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남는 40퍼센트의 공정은 별다른 유대 관계가 없는 거래처를 찾아가 사정사정을 하며 아주 비싼 값에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 거 알지 않소? 차원 문명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단속하는데 뭘 어떻게 팔라는 거야?]

[아무리 침묵의 해적단 명성이 높다지만 이건 못 팔아.]

그렇게 튕기는 공장장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최종적으로 시가의 세 배에서 다섯 배를 주고 겨우 물건을 구해 온 것이다.

연출가는 말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차원강습 시스템과 관련된 전략물자들은 세 배, 다섯 배가 아니라 열 배, 스무 배를 줘도 사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렇게나마 구매를 했다는 것 자체가 침묵의 해적단이 쌓은 명성과 영향력의 크기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매번 느끼지만… 소시민의 판단력은 정말 우수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서 자신들의 밸류체인에 새로운 자원과 기술을 추가하면 훨씬 싸게 제작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걸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밀어붙이는 판단. 진짜 대단하지 않습니까?]

잠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연출가는 곧이어 말했다.

[예. 그러니까요. 계좌는 텅텅 비겠지만 대신 지구인들은 훨씬 더 값진 것을 배울 겁니다. 차원강습 시스템을 만들고 그걸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사회가 영력과 영능학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그 정도 돈 들여서 지구의 발전을 훨씬 더 가속화한다며 크게 남는 장사 아닙니까?]

연출가는 짧은 팔다리를 흔들며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만 해도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방송인데, 우리 어쩌면… 진짜로 지구가 아갈타의 간섭을 뿌리치고 우뚝 서는 모습을 봐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처음으로 생산하는 차원강습 시스템 퀄리티가 얼마나 나올지 그게 관전 포인트네요.]

거기까지 말하고 연출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시청자들의 반응과 요청을 경청하던 연출가는 문득 프랑켄슈타인 인형의 얼굴을 찌그리며 흉측하게 웃었다.

[아아, 그러니까요. 저도 항상 연출이 고민입니다. 하지만 형님들, 기대해 주십시오. 지금도 꿀잼이지만 앞으로는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어질 겁니다. 제 방송 스타일 아시잖아요, 형님들?]

* * *

무르물랑이 계산을 마치고 내게 말했다.

“그럼 다 해서 차원강습 슈트 하나 만드는 데 60만 타키온이 들겠네.”

비싸다.

아무래도 상당수의 공정을 바가지를 쓴 가격으로 처리해야 하는 바람에 생산 단가가 치솟은 탓이다.

하지만 생으로 완제품을 밀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제일 구린 물건도 100만, 200만 타키온은 하는 게 차원강습 시스템이었으니까.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서 살 수 없었고.

직접 디자인한 준수한 스펙의 차원강습 시스템을 60만 타키온에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장사.

“6억 타키온이 있으면 1,000명을 무장시킬 수 있겠네.”

“응. 애초에 1,000개 정도는 뽑을 걸 생각하고 계산한 가격이야. 애매하게 500개 만들고 그럼 비용만 더 높아진다.”

“그래. 초도 샘플 물량은 1,000개로 하자. 어휴, 샘플 한 번 뽑는 데 재산이 다 날아가네. 어떻게 된 게 타키온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지?”

밀수업자들의 사업을 집어삼키고 원래 해 오던 사업도 확장해 가며 그동안 내가 벌어들이는 타키온은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한 달에 60억 타키온은 거뜬할 정도. 하지만 수입과 비례해서 지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여전히 내 계좌는 가난했다. 6억 타키온을 떼어 내고 나면 남는 건 다시 몇천만 타키온 수준…….

작년 생각을 하면 그조차도 천문학적으로 큰 돈이었지만… 어쩌겠나, 배가 고픈 걸.

무르물랑이 내게 물었다.

“진짜 진행해?”

나는 쓰린 속을 숨기고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해.”

그렇게 침묵의 해적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지구의 첫 번째 차원강습 시스템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비록 반쯤은 OEM 방식이었지만… 그 제작 과정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일이었다.

* * *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이 특별한 생명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을 구성하는 원소는 별다른 게 없었다. 산소, 탄소, 수소, 질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런 거창한 말이나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게 사실은 그런 흔하디흔한 원소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쩌면 그 사실이 생명의 놀라움이겠지만…….

차원강습 시스템도 그랬다.

차원강습 시스템에 쓰이는 수백 종의 기초 자원들은 특별할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각 차원에서 흔하디흔하게 볼 수 있는 자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수많은 가공을 거치고 서로 뒤섞이면서 점점 기적을 품기 시작한다.

그저 하얗던 돌을 동그랗고 윤기나게 깎고 색소를 입혀 반질반질한 구슬로 만들 듯이, 수백 개의 차원을 거치며 전처리를 마친 기초 자원들이 지구로 줄줄이 들어오면.

[합성], [강화] 등의 초능력을 가진 장인들이 초능력을 사용해서 재료들을 엄격한 비율에 맞게 섞는다. 잘 섞인 재료들은 마치 대리석처럼 아름다운 빛깔을 냈다. 그렇게 마블링이 잘 살아난 2차 가공 원료도 수십 가지 종류가 된다.

그러면 지구의 역할은 일단 끝이 났다.

여러가지 비율로 섞인 원료는 다시 휘오의 가지를 타고 차원 곳곳으로 운송되었다. 어디는 우리와 계약을 맺어서 싸게 가공을 해 주는 곳이고, 또 어디는 밀수 개념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몇 배는 바가지를 쓰는 가격이다.

그리고 또다시 일부는 이번에 획득한 회로 집적 단조 공장으로 향했다.

쾅!

콰쾅!

재료들을 때리고 접는 소리가 우렁찼다.

강력한 영력으로 재료들을 접어 내부에 입체적인 영력 회로를 만들어 내는 회로 집적 단조 공장. 그런데 거기에 지구인의 초능력을 끼얹자 공정이 한층 더 파워풀 해졌다.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단단한 구조의 소재들이 차고차곡 만들어진다.

그렇게 3차 가공을 마친 재료들은 또다시 휘오의 가지를 타고 지구로 돌아왔다. 그러면 지구의 기술자들은 3차 가공 원료들을 열심히 조립하고 합쳐서 실질적인 부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순했던 재료들은 수없이 많은 공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조립 공장에서 이 모든 게 하나로 섞여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종 조립 공정은 차원강습 시스템 생산에 있어서 꽃이었다.

자칫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을 다 망쳐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섬세하고 수준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

애석하게도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아직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알겠죠? 어떻게든 이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사실은 그래서였다, 차원강습 시스템을 제작한 이유도. 적어도 최종 조립만큼은 직접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지구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돈을 털어 가며 차원강습 시스템 생산을 서둘렀다.

그간 설계하고 쌓아 온 기술들이 실제 차원강습 시스템 내에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그걸 살펴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최종 조립 기술 자체를 배우는 것.

지구에서 선발한 최고의 연구자와 기술자 100명.

우리는 전투에 임하는 것과도 같은 비장한 각오를 품고 이곳에 왔다.

명품으로 알려진 무기 브랜드인 ‘파베카스톨’의 최종 조립을 담당하고 있는 공장의 공장장 역시 일말의 긴장을 품고 우리를 마주했다.

[왔군요. 침묵의 해적단과 맺은 기술 및 자원 제휴 협약에 따라 딱 세 번, 침묵의 해적단이 요구하는 대로 물건을 만들어 주고 견학을 허락합니다. 일체의 기록 장비 및 능력과 측정 장비의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며, 이 조항을 어기는 즉시 견학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세 번의 생산과 세 번의 견학. 그것도 기록을 할 수 없이 기억과 눈썰미에 의존을 해야 하는 견학.

고작 이것을 위해서 나는 이곳의 공장장과 ‘파베카스톨’에 막대한 자원과 시설을 양도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해냈다는 거야.’

해냈으므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당장은 쪼들려도 지금 쌓은 이 돌들이 나중에 창대한 미래를 떠받치게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시작…….]

긴장감이 스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공장장이 문득 말끝을 흐렸다.

나도 그때쯤 뒤를 돌아보았다.

‘싸움?’

공장 밖에서 두 무리가 서로 몰려들어서 험한 말을 주고받는 게 [만상공감]에 포착되었다.

[이런… 또 저 지랄이군.]

공장장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갈타?”

밖에서 싸우는 무리 중 한쪽 편이 아갈타의 군인들이었다.

공장장이 아는 체를 했다.

[아아, 침묵의 해적단이랑 아갈타는 원수였죠? 흐흐. 그런데 우리는 장사꾼이라서 그런 게 없습니다. 아갈타도 센타울 차원도 침묵의 해적단도 모두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죠. 오늘도 물량 나오자마자 가져가려고 보급병들이 온 모양인데… 요새 저 둘은 보기만 하면 싸워 대서 아주 성가셔 죽겠습니다.]

공장장은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그냥 귀찮아하는 정도의 어조로 말을 했지만, 내가 받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저 새끼들 진짜 노리고 있는데?’

아갈타의 군인들로부터 전해지는 감각. 센타울 차원의 군인들은 단순한 말싸움 정도로 여기는 듯했지만 아갈타 군인들은 아니었다. 자신의 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남몰래 점검하고 상대의 급소를 눈여겨보며, 서로의 거리와 진형을 파악한다.

‘위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차차창!

스르르륵!

아갈타의 군인들이 무기를 뽑고 차원강습 시스템을 착용했다.

[어? 어어?]

센터울 차원의 군인들 역시 뒤늦게 무기를 뽑고 차원강습 시스템을 착용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들에게 아갈타의 군인들이 덮쳐든다. 완벽하게 준비된 태세로.

[감히 에르하무스 준장님의 명예로운 죽음을 모욕하는 거냐! 그 죄, 목숨으로 받겠다!]

쩡! 쩌정! 서걱!

그리고 제일 앞에 서 있던 센타울 출신 보급병의 목이 날아갔다. 센타울 차원인 특유의 노랗고 파란 피가 허공에 쭉 뿌려진다.

공장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 X팔! 가드 대기시켜! 미안하오. 견학은 잠시 미룹시다. 댁들도 몸 좀 피했다가 오는 게 낫겠소.]

최종 조립 공장 마당 앞에, 갑작스러운 피바람이 불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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