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VIP 차원 쇼퍼-178화 (178/212)

3. 기룡지세

고작 하루 반나절. 떨어져서 각자 싸우고 다시 만났을 뿐인데.

도련님은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도련님?”

“네?”

잘은 모르겠지만 달라졌다. 내 [만상공감]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그냥 도련님이 세상을 보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거울에 김이 서린 것처럼 희뿌옇던 감각이 조금쯤 맑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좋은 방향 같아서 굳이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내가 알아야 할 일이라면 먼저 말해 줬을 거다. 도련님이라면 그랬겠지.

그래서 그냥 이렇게만 말해 주었다.

“잘하고 계세요.”

도련님은 별다른 말없이 싱긋 웃어 주었다.

* * *

점층, 시너지, 콤보. 모두 비슷비슷한 말이다.

만약 좋은 일이 한 가지라면? 그냥 그 순간 좋고 끝이다.

그런데 그게 두 가지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루 종일 행복감이 든다.

세 가지 좋은 일이 함께 찾아오면? 대략 정신이 멍해지고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듯한 착각과 함께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른다.

심지어 테트리스도 그렇다. 3줄을 하나씩 하나씩 지울 때는 점수가 낮지만 3줄을 콤보로 한 번에 지우면 큰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나하나 좋은 게 연속될수록 그 효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내 계획도 그런 식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

사무실을 안락한 다이닝 홀로 개조하는 것.

좋은 향과 음악으로 가득 채운 것.

사무실까지 오는 복도를 꾸민 것.

최고의 목욕 시설을 준비한 것.

하나하나의 좋은 경험을 쌓고 쌓아서, 그걸 연달아 콤보로 느끼게 만들었다.

목표는 치사량의 행복.

그렇게 매일같이 학대당했던 우리 노예 기술자님들을 위해 멋진 저녁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고작 멋진 저녁 시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때론 한 번의 따스한 시간이 인생을 바꾸고 영혼을 치유하기도 한다.

특히나 그 시간을 기획한 게 세련된 귀족 센스를 가진 데미안 도련님이고, 그걸 감독하고 실현한 게 우주 제일의 감각을 가진 나라면 말할 것도 없지.

‘이거야말로 경험의 오마카세라고 할 수 있지.’

시작은 목욕부터.

그간 노예들은 돼지처럼 한꺼번에 물세례를 맞았다. 아니, 물세례라도 맞으면 다행이었다. 작업반장 루카르의 말을 들어 보면 며칠이고 씻기지도 않고 한곳에 몰아넣고 재우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그게 다 자존감을 꺾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작.

그렇게 부서진 자존감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으로는 샤워와 목욕만큼 좋은 게 없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한 명 한 명의 체온에 딱 맞춘 물 온도. 가장 적절하게 배합된 향기. 넓고 아늑한 욕조. 노예들은 그 안에서 어벙한 표정으로 샤워와 목욕을 마쳤다. 굳은살이 배기고 각질과 병균이 창궐하던 그들의 피부가 특제 목욕을 하며 떨어져 나가고 포슬포슬한 밥알처럼 뽀송한 새살이 자라났다.

촉촉한 얼굴들로 욕실을 나서면 욕실 앞에는 피부에 조금도 거슬리지 않는 가볍고 포슬한 가운이 걸려 있었다. 쌀알 같은 노예들은 그걸 걸치고 푹신하고 깨끗한 양탄자를 밟으며 리모델링한 사무실을 향해 맨발로 걸어왔다.

이게 말이 되는 세상인가. 이토록 아늑하고 부드러운 세상이 존재했다는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어안이 벙벙하던 노예들은 어느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들… 다 우리가 가공한 물건들이야.’

그들은 밀수업자의 노예로서 매일같이 온갖 재료들을 가공하고 만들었다. 못 하면 채찍을 맞으니 피를 토해 가며 만들고 또 만들었던 매일.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만든 물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방금까지 기분 좋게 사용한 샤워기, 욕조, 양탄자… 그 모든 것이 다 자신들이 가공한 재료로 제작된 물건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충격은 연속해서 이어졌다.

복도가 끝나고 나타난 곳은 본래 고나르의 사무실이었던 곳. 하지만 그곳은 지금 식당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어둡게 만들어진 방을 은은하게 밝히는 조명, 천장과 벽을 덮은 고급스러운 광택의 장식들. 앉는 순간 등허리가 녹을 것처럼 편안한 의자며, 각자의 체형에 딱딱 맞춰 제작된 책상이며, 식기며, 심지어 올라오는 요리에 쓰인 식자재들까지. 이 역시 모두 노예들이 생산한 재료로 가공되어 있었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마저 그들이 기르고 키운 고기와 작물들.

그것들이 최상의 상태로 준비되어 노예들 앞으로 줄지어 다가왔다.

‘달다.’

‘고소하다.’

‘살살 녹는다…….’

하나하나의 경험이 주는 그 감각들이 너무나 달고 고소하고 살살 녹았다. 살갗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혀가 된 것처럼, 맛있는 살코기가 그들의 몸을 살포시 감싸 안은 것처럼 노예들은 그냥 이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달콤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엄청난 행복들이 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것들에서 비롯했다니…….

기묘한 긍지가 그들의 가슴에서 피어났다.

원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쳐다보기도 싫은 강제 노동의 부산물 따위에 감동할 리가 없지 않은가? 구역질만 하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데미안과 소시민이 섬세하게 설계한 ‘좋은 경험의 콤보’는 그들의 상식과 심리적 저항을 깨부수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던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속내에 닿았다.

노예들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벽이 깊고 편안한 심청색으로 변했다. 표면 곳곳이 별이라도 뜬 것처럼 반짝거렸다.

시설 내 노예들의 심리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이 벽은 원래 1년 사시사철 피처럼 붉은색을 유지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평온과 행복을 느끼는 노예들 덕분에 여태 그 누구도 본 적이 없었던 깊은 푸른빛이 넘실거렸다.

소시민은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앞에 계약서를 내밀었다. 오랫동안 노예로 지냈던 그들이 이 안락함의 소중함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이렇게 말한 것이다.

“거기에 서명하면 꾸준히 이런 저녁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말했다.

“서명해 주십쇼.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아주 뛰어난 장인들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경험하고 맛본 모든 것들이 그걸 증명하죠. 저와 함께한다면 여러분은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오늘 본 것들보다 더 대단한 것을 여러분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게 제 약속입니다.”

아…….

아!

노예들 사이로 칼에 찔린 것 같은 헛숨 삼키는 소리와 외마디 비명 같은 게 퍼져 나갔다.

소시민의 말이 그들의 폐부를 찔렀다.

작업반장 루카르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 제안을 어떻게 거절하라고?’

사실 이 노예들은 마지막으로 돈을 써 본 게 최소 10년씩은 된, 부서진 인생들이었다.

재산이라는 막연한 것들보다는 오늘의 이 안락한 기분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오는 이들.

하지만 이 행복조차도 실은 이들에겐 두 번째 문제였다.

그보다 더 그들의 마음에 와닿은 건 소시민이 그들을 불러 준 그 이름 때문이었다.

‘내가… 장인이라고? 더 뛰어난… 장인이 될 수 있다고?’

평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이었던 것 같은 오늘의 경험을… 아니, 그보다 더 달콤한 경험을 이 두 손으로 빚어 낼 수가 있다? 내가… 그렇게 가치 있을 수 있다?

노예들의 심장은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노예란 그런 것이었다.

‘내가 없는 것.’

이리 가라면 가고 저리 가라면 갈 뿐, 짖으라 하면 짖고 기라 하면 길 뿐 스스로를 규정짓는 정체正體가 없는 사람들.

그런데 소시민은 그들을 장인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것도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인이라고.

그건… 아주 멋져 보였다.

오늘 느껴 본 것 같은 멋진 물건을 만들고, 어딘가에 가서 ‘내가 뭘하는 사람이냐고? 장인이야. 물건 만드는 장인.’이라고 잘난 체 한번 해 보고 싶을 만큼 탐나는 미래였다.

사삭! 스스슥!

첫 번째 노예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훌쩍훌쩍.

흑… 흐흑…….

한 명이 울면서 사인을 하자 다른 노예들도 따라 울면서 하나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눈물에 젖은 계약서.

그렇게 노예는 노예가 아닌 지구의 기술자로 다시 태어났고.

소시민과 데미안은 고숙련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을 수 있었다.

* * *

달다.

고소하다.

살살 녹는다.

네 명의 밀수업자를 처단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산과 시설, 심지어 인적자원까지 살뜰하게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집어삼켰다. 그 과정에 [만상공감]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듯한 끔찍한 두통까지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정말 치사량의 꿀맛이었다.

하지만 무르물랑이 전리품 목록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새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토록 배 터지게 달게 먹은 것들이 사실은 그저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무르물랑은 나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 지금 뭐라고 했어? 회로 집적 단조 공정 시설이 있다고? 미친! 미친 밀수꾼 새끼들!

입으로는 욕하지만 어조는 환호 그 자체였다.

- 그럼 순혼 정제소는 당연히 있겠네?

당연한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있었다. 지구에서는 여태 건설 중인 그것이 여기엔 버젓이 있다.

- 순혼 원료는 뭔데?

그게 좀 특이했다. 영혼벌이라는 것이 곳곳을 다니며 부스러기 같은 영혼의 조각을 모으고, 그걸 자신들의 벌통에서 꿀과 같은 형태의 순혼으로 저장했다.

- 오,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고급 방식이잖아? 그럼 순혼 2차 가공소도 있어, 설마?

있다. 순혼으로 다양한 자원을 합성해 내는 가공소라면 있다.

- 꺅! 지구에 건설하는 정제소랑 거기 있는 것까지 하면 이제 순혼은 진짜 걱정할 게 없잖아?!

그 후로도 무르물랑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쇼핑이라도 하듯 자신의 마음속 장바구니 목록들을 확인해 보고 꺅꺅거리기를 한참, 문득 무르물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소시민… 이거 상황이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다. 급진전이야.

그 정도까지나?

애초에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신살 병기의 자체 제조. 그걸 위해 밟아야 하는 단계는 이미 내 머릿속에 1만 개가 넘는 퍼즐 조각으로 완벽히 암기되어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에 얻은 전리품이 아무리 대단해도 전체 공정의 3퍼센트를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인데? 너무 김칫국을 마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무르물랑의 설명은 그게 아니었다.

-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사이즈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되는 거야. 마치 콤보가 터지듯 시설 하나와 자원 하나의 추가로 엄청나게 큰 연쇄 효과가 일어난다고. 지금 얻은 자원과 시설들은 잘만 요리하면 세 배, 네 배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

세 배……? 네 배? 그러면… 10퍼센트 이상?

- 당장 차원 문명들이 너를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질걸? 여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거래를 거절해 오던 거래처들도 먼저 손을 내밀걸?

그렇게까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차피 밀수업자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 아닌가? 이게 이 정도 파급력이 있었으면 진작 얘네가 시장을…….

- 아니라니까! 걔네는 넷이 나눠 가지고 있었던 거고, 너는 지금 그걸 혼자 가졌잖아! 거기에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도 있고, 네가 보여 줬던 능력도 있고, 센타울 차원의 호의도 있어. 전혀 다른 이야기야! 지금 콤보가 펑펑 터진 거라고!

아,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근방 밀수 네트워크에서 큰손이라고 불리던 밀수업자를 무려 넷이나 먹어 치운 것이다. 지금 나는 어쩌면 이미 밀수업자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사이즈를 가지게 됐다.

- 그래! 멕시코 마약왕처럼 한 나라를 쥐고 흔들 정도의 거물이 된 거라고!

아니, 근데 비유를 해도……!

하지만 내가 뭐라 항의할 사이도 없이 무르물랑은 목소리를 팍 낮추고 진지하게 내게 경고했다.

- 소시민, 우리 긴장하자. 마음 단단히 먹자고.

무르물랑은 긴장과 희열을 함께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는 지금 기세를 탔어. 호랑이, 아니 용의 등에 올라탔다고. 아차하면 나락이지만, 잘만 하면 이 모든 게 엄청 빨리 끝날 수도 있어.

…빨리 끝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빨리?

- 내 처음 계책이 기억 안 나? 꼭 지구가 직접 신살 병기를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야. 믿을 수 있는 동맹이 있다면 그들과 병합하는 것도 방법이고, 하다못해 동맹의 위치로 서로 이익을 충족시켜 주며 그들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어. 우리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말야. 그리고 지구는 지금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어.

병합. 그 상황에 대해 무르물랑은 이렇게 말한 적 있었다. 스타트업을 잘 키워서 고글이나 핑거북 같은 대기업에 거액을 받고 지분을 양도하는 것과 같다고. 그것도 여전히 CEO 자리를 유지하면서 말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나쁠 것도 없는 생각이긴 했다. 특히나 지금 지구의 상황에서는.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 그 시작은 지금부터고, 우리가 스스로 차원강습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되면 완전히 가시화될 거야. 근데 우리가 남은 밀수업자들 잘 처리하고 이번에 수습한 걸 잘만 굴려서 키우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차원강습 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어.

올해… 내년. 그렇게 계산하니 정말 코앞이었다.

-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지 몰라. 누가 언제 접촉해 올지,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걸려 오는 연락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받고 그 뒤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돼. 그들 모두가 우리의 잠재적 파트너, 투자자 그리고 인수자가 되는 거라고.

무르물랑의 목소리에는 얼음처럼 차고 단단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나 역시 그녀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무겁고 단단하게 대답했다.

“알겠어.”

그리고 그때였다, 센타울 차원의 내미슈 준장의 통신이 걸려 온 게.

그는 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와! 대승을 축하합니다! 이거 이 기세면 1주일도 안 걸리겠는데요? 요즘 아갈타와의 신경전 때문에 답답하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멋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주문 제작 중인데 완전 대박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통신이 걸리자마자 와다다다 할 말을 쏟아 내던 내미슈는 문득 내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 말했다.

- 어… 근데 분위기가 왜 그러세요?

아, 이런. 무르물랑 말에 너무 긴장을 해 버렸네. 갑자기 선물을 준다니까 이건 무슨 의도인가 하고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큼큼.

속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내미슈의 취향에 맞춘, 침묵의 해적단답게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로 리액션을 취해 주었다.

“고맙군. 역시 우리는 좋은 친구입니다.”

-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렇게 내미슈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했다. 센타울 차원 정도만 돼도 꽤 괜찮은 인수자 후보일 것 같다고.

‘한번 센타울 차원을 직접 보고 와야겠어.’

합병이라는 계획은 어쩐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할 때였다.

당장은 분위기가 좋지만, 아갈타는 여전히 건재했고 현재 지구의 평화는 태풍의 눈 속에 찾아온 평온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카드는 많을수록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내미슈가 아갈타 욕을 하는 걸 계속 들어 주었다.

그게… 일방적으로 말을 들어 주는 거였는데도 의외로 지겹지가 않았다.

내가 진짜 아갈타를 싫어하기는 하는 모양. 아갈타 욕은 아무리 들어도 꿀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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