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철퇴
소식은 들었다.
아갈타가 로랑 대좌를 죽인 흉수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사방을 침공하고 잔혹한 범죄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단 내가 주로 밀수 활동 하는 곳이 아갈타의 세력권이 아니기도 했고, 아갈타의 침략 행위는 사실 나를 잡겠다는 것보다는 단순한 힘자랑에 가까워서 정작 나랑은 별 상관이 없었다.
현상금 1억 타키온이 걸리긴 했지만… 홀로 차원 요새에 침투해 아갈타의 대좌를 죽이고 나온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도 않은 리스크일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궁금했다.
아갈타는 정말 날 잡고 싶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날 잡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을까?
* * *
큰손들의 심부름꾼은 자부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이곳을 보신다면 우리 밀수꾼 네트워크의 큰손들이 침묵의 해적단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차원 병원 아리드네를 보고 내가 떠올린 생각은 ‘내가 정말 큰일을 저지르긴 했나 보다.’였다.
일반적인 차원 병원은 지구의 병원과 시스템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들어가면 들어갔다고 접수를 해야 하고, 그다음 진료를 받고 검사를 받고 그 후에야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아리드네’는 그 하나하나가 특별했다.
도착한 곳은 하얀 신전 같은 곳이었다. 언덕 위에 세워져서 시야가 탁 트여 있다. 그 가운데에 준비되어 있는 건 우리 인원수에 딱 맞게 준비된 식사와 다과상.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전투로 지친 우리 몸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갔다. 아, 맛있는 향기.
병원 관계자가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아리드네의 지배인입니다. 침묵의 해적단 여러분은 접수가 필요 없으십니다. 곧바로 진료와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지배인은 미소를 띠며 아름다운 이곳의 풍경을 가리켰다. 식탁이 있는 곳은 정중앙이라 높디높은 지붕 아래에서 아주 시원해 보였고, 신전의 가장자리에는 풍경을 내려다보며 쉴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목욕 시설도 보였다.
“바로 이곳에서 검사가 진행됩니다. 먹고 마시면서 쉬시다 보면 물의 정령들과 바람의 정령들이 증상에 따라 한 분씩 진단을 마치고 각자에게 맞는 치료 시설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시장하실 테니 음식은 저쪽에서 드시고, 전투를 하고 오신 만큼 목욕은 꼭 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욕 시설은 저쪽에 있습니다.”
관계자가 가리킨 곳은 야외 온천 시설이었다. 언덕 아래에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욕조들. 원한다면 화랑단 전체가 들어가서 놀 수 있는 거대한 욕조도 있고, 남들의 시선을 피해 혼자 조용히 씻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지배인이 물의 정령이라고 말한 건 손바닥만 한 물로 만들어진 물고기였다. 욕조마다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딱히 위험한 건 없어 보였다.
나는 [만상공감]으로 주위를 샅샅이 훑고 미소를 지었다.
“전원 휴식!”
[잘됐다! 우리 돈 아니니까 실컷들 즐기라고!]
전쟁에서 패배해 돈이 없다더니… 크르으랑이 유독 빈티를 내며 신나게 식탁으로 달려가 착석을 했다. 그렇게 앉아서 먹고 마시고 씻다 보니 아리드네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타나 부상자를 한 명 한 명 데리고 갔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자리를 뜨고,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반갑습니다. 아리드네의 해주 전문의 ‘이신’이라고 합니다. 어깨에서 시작한 저주가 팔꿈치에서 가시꽃으로 발현되었군요.]
이신의 시선이 내 팔꿈치로 향했다. 내 팔꿈치에는 이제 한 뼘 반이나 되는 길이의 빨간 나뭇가지가 자라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쓰라리고 아프고 지쳤다. 팔꿈치는 작은 악마가 뜯어먹고 있는 것 같았고, 온몸은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맥이 빠졌다.
무척 불쾌한 심정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이신은 조심스럽게 나를 인도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메이즈 테라피를 실시할 것이며, 해주 작업은 2시간 내외로 끝날 것 같습니다.]
이신의 뒤를 따르다 보니 좁고 아름다운 회랑이 나왔다.
길이 굽어질 때마다 풍경이 변하고 시야의 방향과 각도가 달라지는 그 신기한 회랑을 걷다 보니, 문득 느낌이 좀 다른 장소에 도착했다.
어떻게 보면 정원 같은데 길이 너무 복잡하고, [만상공감]으로 느껴지는 감각과 눈에 보이는 것이 조금씩의 차이를 보이는 이상한 장소였다.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여긴 뭐야?”
이신이 답했다.
[예리하시군요. 여기가 바로 저희 아리드네가 자랑하는 메이즈 테라피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메이즈 테라피?”
[네. 보시다시피 저 입구로 들어가면, 거기서부터는 미로입니다. 고도의 영능학으로 설계된 미로는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현실과 꿈의 경계를 지나게 만듭니다. 꿈이란 영혼과 육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이 미로에서 꿈을 더듬어 들며 가다 보면 영혼과 육신에 뿌리내린 저주의 뿌리를 찾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저주를 꿈속에서 소멸한다?”
[네. 정확히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불태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 하는 편이 가장 깔끔하고 아무런 후유증도 남기지 않습니다.]
“미로인데 길을 잃는 건 아니고?”
[그래서 전문의인 제가 따라 들어가는 겁니다. 직접 소시민 님을 안내하며 가장 빠른 길로 저주를 찾고 나올 겁니다. 그 와중에 유익한 다른 것들을 발견한다면 기꺼이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햐… 이렇게까지 대접해 줘? 내가 정말 큰일 하기는 했구나?’
나는 뚜벅뚜벅 걸어서 메이즈 테라피의 입구에 섰다. 전문의 이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바로 시작하면 되나?”
[네. 제 안내만 잘 따라 주신다면 금방 해주 하고 나오실 수 있을 겁니다.]
* * *
이신은 소시민을 데리고 메이즈 테라피의 입구를 지나쳤다. 입구를 지나쳐서 한 번 꺾자마자 축 늘어진 가지에 달린 황금색 사과가 보였다. 이신은 그 앞에 멈춰 섰다.
소시민이 의문을 드러냈다.
“그게 뭔데?”
이신은 답했다.
[이곳은 꿈과 현실의 초입. 거기서 발견되는 황금 사과는 깜빡 잊어버린 ‘좋은 생각’을 의미합니다.]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졸다가 혹은 샤워를 할 때, 정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어딘가에 적어 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펜과 종이를 찾을 때쯤엔 어느새 잊히고 기억이 안 나는 ‘좋은 생각’.
[그 사과를 드시면 가장 최근에 떠올렸다가 잊어버린 좋은 생각이 다시 떠오를 겁니다. 물론 맛도 좋고 활력도 주는 몸에 좋은 사과이구요.]
그 말을 들은 소시민은 사과를 덥석 베어 물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끄덕끄덕 하며 허리춤을 한 번 쓰다듬는다.
[좋은 생각이 다시 기억나셨습니까?]
소시민이 씩 웃었다.
“응. 고마워. 이거 깜빡했으면 많이 아쉬울 뻔했다. 이따 잊어 먹지 말고 꼭 시도해야지.”
[다행이군요. 그럼 좀 더 깊은 곳으로 가 보도록 하지요.]
이신 역시 마주 웃음을 씩 짓고 소시민을 계속 안내해 미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한 발, 한 발.
미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미로의 풍경은 변화했다. 소시민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풍경이 꿈을 타고 흘러나와 미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신이 말했다.
[단장님께선 감각이 무척 예민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지금 미로를 보면 디테일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벽에는 오랜 세월이 새겨진 벽돌이 있고, 그걸 타고 지나는 생생한 담쟁이가 있고, 심지어 구석에 칼로 그린 낙서도 보이네요. 이렇게까지 디테일이 발달하려면 환자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야 가능합니다. 손님들 중에서는 이 미로 전체가 그냥 뿌연 안개만 끼어 있던 분도 있습니다.]
이신은 흥미롭다는 듯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말했다.
[아, 저기 가지가 하나 나와 있군요.]
미로 중간에 벽을 뚫고 머리를 내민 붉은 가지와 이파리들. 이신은 그 앞으로 다가가 가지를 만졌다. 그 순간.
화르륵!
가지를 타고 순식간에 번진 불이 저주가 만든 가지를 순식간에 소멸시켰다.
소시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지를 태우는 순간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팔꿈치에 자랐던 가시꽃이 절반쯤 뚝 부러져 나갔기 때문이다. 팔꿈치가 시원해졌다.
[뿌리를 태울 때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잡으면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더 깊은 곳으로 가 보지요.]
화르륵!
화륵!
이신은 유능한 의사였다. 미로를 따라 더 깊은 곳으로 향할 때마다 가시꽃의 저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를 태우다 보니 줄기가 드러났고, 줄기를 다 태워서 밑동이 드러날 때쯤 소시민의 팔꿈치에 자라나 있던 가시꽃도 거의 다 떨어져 나가 겉으로는 완치된 것처럼 보였다.
소시민은 거뜬해진 팔꿈치를 이리저리 구부려 보며 물었다.
“근데, 내 꿈을 타고 이렇게 깊이 들어와 버리면… 프라이버시가 좀 안 지켜지는 것 아냐?”
이신이 답했다.
[당연한 걱정이십니다. 하지만 저희는 차원 병원의 의료진입니다. 환자의 비밀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슬쩍 이마를 걷어 이마 한편에 새겨진 낙인을 보여 줬다. 차원 문명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강력한 금제법 중 하나의 흔적이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소시민은 물었다.
“그래도 왜,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남에게는 절대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거. 여태 그런 걸 싫어한 손님은 없었어?”
[당연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주라는 건 제대로 해주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살과 영혼을 파먹다가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결국 건강을 먼저 선택하셨지요. 자, 그런 의미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제 뿌리만 남았는데… 뿌리는 꽤나 깊은 곳에 숨어 있을 겁니다.]
드르륵!
[가령 이렇게 교묘하게 숨겨진 문 뒤 같은 곳 말이죠.]
이신은 미로의 벽면에 있던 담쟁이를 휙! 걷어 내고 그 안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방 하나를 찾아냈다.
[보통 이런 방이 감추고자 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곳입니다. 단장님께서 말한 것처럼 손님들이 가장 꺼리는 그런 곳이죠. 하지만 뿌리들 역시 이런 곳으로 숨어드는 법이니 금방 둘러보고 나오겠습니다.]
이신이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갔고, 소시민은 그의 행동을 묵인하듯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뒤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방 안은 깨끗하고 정교했다.
소인국처럼 아주 복잡한 건물과 구조가 방바닥에 쭉 펼쳐져 있었고, 그 구조 곳곳에 장난감 병사 같은 작은 인형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커다란 지역을 통째로 하늘에 조망한 듯한 모양새.
아주 특이한 공간이었지만 소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인지 이신은 특별히 방 안의 특이한 풍경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흠… 여기엔 없는 것 같군요.]
그렇게 주위를 대충 둘러보고 그만 나가려던 이신의 시선이 주르르 늘어선 인형들의 위에 잠깐 머물렀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다가 방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러진 인형들에까지 시선이 닿았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물론 소시민은 그의 그 작은 동요를 놓치지 않았다.
소시민이 물었다.
“이게 뭔지 안 궁금해? 왜 이 사람이 숨기고 싶어 했던 무의식에는 이토록 많은 인형이 있을까…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신이 즉답했다.
[저희는 치료와 관련 없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시민은 그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놓치지 않는다.
“웃기지 마. 이게 뭔지 알아봤잖아. 아리드네 병원. 그치? 똑같잖아. 지금 우리가 여기 있잖아. 저기 인형 두 개가 있는 곳, 모르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근데 이상하지? 왜 이 얼굴이 잿빛인 새끼들이 병원 곳곳을 포위하고 있듯이 배치되어 있을까? 그리고 저기 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인형은 뭘까? 시체인가? 근데 더 이상한 건 뭔지 알아?”
소시민의 말대로였다. 잿빛 얼굴의 인형들이 바닥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절묘한 그 배치는 누가 보아도 포위와 감시였다. 그리고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인 인형은 정말 시체처럼 으스스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신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소시민의 말대로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왜 내 부하들이 회색 놈들을 하나하나 마크하며 더 큰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걸까?”
이신이 눈을 부릅떴다. 휙! 하고 소시민을 돌아보는 눈동자엔 지진이 일어난다.
“있잖아.”
소시민이 그를 불렀다.
히죽.
소시민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두 눈이 초승달 같은 비웃음을 그린다.
“너희는 진짜…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어?”
그 순간 온몸의 영력을 끌어 올리는 이신. 하지만 소시민의 손이 더 빨랐다. 허리춤에서 명품 철퇴 하나를 꺼냄과 동시에 이신의 머리를 내리친다.
꽝!
퍼석-
실력이 일취월장 중인 드래곤힐동의 장인들이 만들어 낸 명품 철퇴는 이신의 머리를 두부처럼 깨 버렸다.
소시민이 진하게 웃는다.
“아까 떠올린 좋은 생각이 이거거든. 첫 번째 쥐새끼는 꼭 철퇴로 깨자.”
털썩.
소시민은 쓰러지는 이신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철퇴를 바닥에 던진 다음에 이성계의 활을 꺼냈다.
활을 당기며 혀를 찬다.
“새끼들.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나 궁금했었는데, 진짜 가지가지 하네. 이만한 규모의 차원 병원에서 학살을 저질러? 미친놈들.”
[만상공감]에는 구멍이 없다.
모든 건 자폭을 하던 정보원에게서부터 시작했다. 사실 소시민은 그를 보는 순간 이미 알았다, 그의 몸에 자폭을 통해 부여하는 저주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상했다.
‘날 죽이려면 이딴 저주 말고 그냥 폭발을 강하게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래서 뭘 어쩌려나 싶어서 크르으랑에게 미리 말해 두고 한 방울 저주를 맞았던 것.
그런데 웬걸? 큰손들의 심부름꾼은 등장하자마자 소시민의 어깨를 주의 깊게 살폈다. 소시민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드러내진 않았지만 첨예한 긴장감을 품고서.
소시민은 웃었다.
찌지직.
저주 ‘가시꽃’? 그런 게 [만상공감]을 피해 숨을 수 있을 리가 있나, 손끝에 영력을 모아 그대로 뿌리를 파내 버리고 포션을 발랐다.
이걸로 치료 끝.
이딴 저주 때문에 소시민이 병원에 올 이유는 사실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한 게 이렇게 대박이 나서 다행이야.”
첫 번째 화살을 메기고 당기며 소시민은 말했다.
“크르으랑, 역시 큰손들 중에 배신자가 있어. 확실한 증좌를 잡았으니까 이제 됐어. 다 죽여도 돼. 다 아갈타 놈들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 알겠다.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소시민도 이성계의 활을 적에게 겨냥했다.
“그래. 이런 차원 병원에까지 대군세를 파견하기엔 외교적으로 부담스럽겠지. 그래도 너무했네. 특수 공작원들만 보내서 관계자들까지 싹 다 죽인 다음 침묵의 해적단이 그랬다고 뒤집어씌우려고 그러셨어요?”
소시민은 차게 비웃으며.
피이잉-
첫 번째 살을 놓았다.
[성 위에 일흔 살을 쏘시어 일흔의 낯이 맞으매 개가로 돌아오시니].
[아기살 하나에 섬 도적이 놀라니…….]
시커먼 영력이 글자를 만들어 내고, 무시무시한 화살이 미로를 부수며 쭉 뻗어 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소시민의 [만상공감]을 벗어날 수는 없다.
“빨리 처리하고 큰손들 보러 가자.”
핑! 피이잉-!
가볍게 튕기는 손끝을 따라 무시무시한 화살이 연달아 쏘아져 나간다.
길들이기 진척도 80퍼센트. 완숙 단계.
흉악한 유물조차 이제 가볍게 다루는 소시민의 입가엔 스산한 미소가 어렸다.
“핏값을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