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네 배 쩔더라
‘실력은 크르으랑이 훨씬 좋아. 하지만 영력에서 밀려. 저게 태양강기구나?’
솔직히 크르으랑의 달빛강기만 해도 ‘내가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런 달빛강기가 그 희미한 태양강기 앞에서는 유리창처럼 깨져 버렸다.
분명 처음 크르으랑은 두 개의 도끼형 성검을 들고 나섰는데, 하나는 벌써 박살이 났는지 보이지 않고 한 자루만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싸우고 있었다. 머리칼은 다 헝클어졌고, 숨은 거칠었다. 그러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래도 태양강기를 상대로 정말 잘 싸웠네. 이제 빨리 구해서 퇴각하자.’
내가 크르으랑을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룬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크르으랑의 기본 실력이 상대를 압도하고 있어서 강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버틸 것 같았다는 것.
둘째는… 크르으랑을 돕는 게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울 것 같다는 것.
싸움에 끼어들기 전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획을 정리했다.
‘집중해, 집중. 집중만 똑바로 하면 단 한순간에 승부를 지을 수 있어.’
안 그래도 한껏 올라가 있는 집중력을 다시 한번 더 바짝 죄었다. 비록 태양강기를 쓰는 무서운 적이지만, 나의 적이라는 게 그의 불행이었다. 내 눈에는 놈의 단점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그걸 단숨에 찌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경험은 적다.’
특히 무기가 그랬다. 엄청나게 좋은 창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창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심지어…….
‘무기가 새 거야.’
새 무기. 그러니까 길들이기 진척도 0%. 저런 걸 전장에 들고 나오는 놈은 처음 봤다. 나처럼 [만상공감]이 있어서 처음 잡아 보는 무기도 달인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배짱일까?
하지만 그래서 세울 수 있었던 필승 전략이다.
‘그건 내가 잘 쓸게.’
지켜보고 또 지켜본다. 나무 뒤에 숨은 늑대처럼.
그리고.
쩌어어엉!
또다시 크르으랑의 달빛강기와 놈의 창이 부딪쳐서 크르으랑의 강기가 깨지는 순간, 크르으랑이 도끼 상태를 살피며 황급히 물러서고 녀석이 빨리 따라잡으려고 창을 거두고 땅을 박차 앞으로 뛰는 그 순간, 창을 쥔 놈의 그립은 약해지고.
나는 날개를 펼쳤다. 세계선의 비행까지 이용해 모든 영력을 쏟아부어 최고 속도의 비행을 펼쳤다. 지금 내 속도를 표현하라면 음속보다는 오히려 광속 쪽에 가깝다. 공간을 압축해 날아가는 비행술.
파아아앙-!
그렇게 놈을 지나치는 순간.
[하핫! 끝장이다……! 어?!]
내 손에 놈의 창이 쥐여 있다.
크르으랑에게 마지막 일격을 찔러 넣으려던 아갈타의 사령관은 그저 빈손으로 허공을 찔렀다. 크르으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끼를 세로로 박았다.
콰직!
끝이라고 생각해서 방심한 탓일까? 아갈타의 사령관은 집중했다면 충분히 막아 냈을 공격을 어깨에 허용했다. 치명타는 아니었다. 그래도 충격이 없지는 않은지 뒤로 물러나며 불평을 터뜨린다.
[크윽……! 비겁한!]
얘 아갈타인이 맞는 걸까? 오늘 진짜 이상한 놈 많이 본다. 아갈타의 군인이 전쟁터에서 비겁 운운을 하다니. 아무튼 죽어라.
나와 크르으랑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내 손에는 놈에게서 빼앗은 창이 들려 있다. 근데 직접 쥐어 본 창은 생각한 것보다도 더 대단했다.
‘와… 이건 뭐지?’
성검 시스템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의 코어가 뛰고 있었고, 스스로 정제된 영력을 질서 있게 자아낸다. 그 모든 설계가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었다.
‘이건… 강기를 만들어 내는 데 최적화된 창이잖아?’
단순한 영력 지배력을 따지면 간신히 평균에 닿을까 말까 한 게 내 수준이다. 그런데 이 창과 교감하는 순간, 영력들이 내 생각대로 세밀하게 움직이더니 급기야는 창끝에서 별빛강기가 떠올랐다.
‘뭐야……? 내가 강기라고?’
비록 별빛이라지만 그간 구름강기조차 피워 내지 못했던 내가 아닌가? 여태 나는 무기의 가능성을 한계까지 강화해서 강기를 상대했지, 내 스스로 강기를 피워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구 최초의 강기 사용자는 서민서가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별빛강기?
강기를 못 쓰던 나는 별빛강기를 피웠고, 반면에 아갈타의 사령관은 더 이상 태양강기를 피워 올리지 못했다. 그저 허둥지둥 양손에 달빛강기를 피워 올릴 뿐. 그것도 초라한 초승달이었다. 크르으랑의 강기는 꽉찬 만월과도 같은 강기다.
그렇게 승부는 한 합으로 끝났다.
푹! 콰직!
달빛강기가 서린 크르으랑의 도끼가 놈의 오른손 강기를 깨뜨리고 머리를 세로로 쪼개 놓았다. 별빛강기가 서리고 [만상공감]으로 강화된 내 창이 놈의 왼손에 어린 흐릿한 달빛강기를 뚫고 놈의 배에 구멍을 뚫었다.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창을 빼내고 몽롱한 시선으로 피 하나 묻지 않은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내려다보았다.
‘정했다.’
너는 태양강기도 가능하게 만든 창이니까. 이름은 ‘일출’이라고 하자.
길들이기가 0%였기 때문에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였다.
쿵!
쓰러지는 시체를 내려다본 크르으랑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당혹스러움이 가득 실린 표정이었다.
[너, 너 뭐냐? 너처럼 싸우는 놈은 난생 처음 봤다. 무기는 어떻게 뺏은 거야? 그리고 별빛강기로 달빛강기를 부숴? 뭐, 뭐야, 너?]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난 방금 부순 달빛강기의 손맛을 곱씹느라 바빴다.
‘창 끝이 닿을 때는 매끈한 대리석 같더니 창에 뚫릴 때는 셔벗 같은 느낌이었어. 도각하고… 아… 또 없나.’
입맛을 다시며 시체를 내려다보았더니 크르으랑이 주춤 내게서 한 발 멀어졌다.
그러곤 잠시 있다가 중얼거렸다.
[그만 가자. 퇴각해야지. 이 벼, 별 이상한 놈아.]
* * *
- 와… 마침내 여기까지 왔군요! 아무도 믿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제일 어렵죠. 퇴로 확보를 위해 직접 침입해서 포대들까지 박살 냈다고는 하지만, 워낙 요새의 규모가 큽니다. 포격이 막 쏟아질 거거든요. 그걸 다 피해서 후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노츠니는 주먹을 꾹 쥐었다. 땀이 흥건해서 손이 미끈거렸다.
-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때까지 격추당하지 않고 버텨 낼 수 있느냐, 그리고 그 후에 아갈타에서 파견할 추격대를 따돌릴 수 있느냐. 그게 관건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기대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그의 예상은 모두 틀렸으니까. 소시민이라면 또 예상과 다른 엄청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이번엔 힘들 거야.’
여태까지는 맨몸으로 해낸 일일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거대한 차원 선박을 이끌고 해내야 하는 일. 이번에도 터무니없는 실력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탐적 시스템에 차원 요새에서 쏘아 낸 포격이 잡혔다. 아까 소시민이 돌입할 때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팍 줄어든 상태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이었다. 무엇보다도…….
- 아아! 명중률이 엄청나죠! 아갈타 놈들 독기가 잔뜩 올랐습니다!
- 예상 경로에 포탄들이 쏟아집니다! 이제 와서 속도를 줄여도 방법이 없죠!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제노츠니는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너무 안타까워서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그런데 그 순간, 소시민이 조종하던 스스피크가 제자리에 뚝 멈췄다. 예상 경로를 파악해 쏘아 낸 모든 포탄이 스스피크의 앞으로 지나갔다. 명중률 0퍼센트! 오히려 예상 경로에 딱 맞게 떨어지는 바람에 다 빗나갔다. 제노츠니가 눈을 부릅떴다.
[머, 멈췄습니다! 말도 안 되는데? 창조신의 꿈결 속에서 관성도 없이 뚝 멈춘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니… 실제로 가만히 있어도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거기까지 말했던 제노츠니가 기함을 했다.
[잠깐! 설마 이거… 세계선의 비행? 그걸 차원 선박을 타고 창조신의 꿈결 속에서 한다고? 말도 안 돼! 아니, 애초에 개념이 다른 곳인데?]
말은 안 되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관성을 무시하고 갑자기 빨라졌다가 갑자기 멈춰서며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스스피크를 아갈타의 포병들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스스피크는 기어코 단 한 발의 포탄도 허용하지 않은 채 차원 요새의 사거리를 벗어났다. 그리곤 유유히 창조신의 꿈결 속으로 사라져 갔다.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제노츠니조차 그 꽁무니를 따를 수 없었다.
제노츠니는 그때까지도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아니, 불가능한데? 세계선의 비행은 차원 내부에서 가능한 거고… 개념부터가 다른데?’
그렇게 다시 고요가 찾아온 창조신의 꿈결 속에서 고민만 반복하던 제노츠니에게, 소시민이 보낸 통신 한 줄기가 전달되었다.
- 방송 재밌었어요.
제노츠니는 깜짝 놀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까지 고민하던 내용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통신이 연결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창조신의 꿈결 속에서 통신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제노츠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은신하고 있던 상태. 그런데도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언제부터? 처음부터? 은신이 통하지 않았어?
뒤늦게 팔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여기서 방송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송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떠날 때는 굳이 자신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티를 낸다. 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대단합니다…….]
그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버린 아갈타의 차원 요새를 돌아보고 다시 중얼거렸다.
[이건 그가 우리 밀수꾼 네트워크에 보내는 경고 같은 겁니다. 똑똑히 봐라, 나는 이렇게 정규군들의 요새마저 박살 내고 제 집 드나들 듯할 수 있다,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알아서 잘 생각해라, 이거죠. 우리 네트워크에 데뷔를 하자마자 이런 대범함이라니……!]
제노츠니의 목소리는 점점 더 고양 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고함으로 바뀌었다.
[밀수꾼 네트워크의 권력 지형에 큰 파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현재 네트워크를 꽉 잡고 계신 큰손들도 머릿속이 복잡할 겁니다. 대우해 줘야 하나 후려쳐야 하나, 아예 같이 가야 하나 아니면 경쟁해야 하나! 머리 빠지죠! 하지만 무시할 수가 없죠. 이렇게까지 대놓고 경고하는데 무시할 수 없죠! 뭐든 어떻게든 반응을 보여야지요! 정말 신인의 패기가 무섭습니다. 그런데 저부터도 당장 달려가서 친구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빌고 싶네요!]
1,000개가 넘는 차원에서 온 1만이 넘는 밀수꾼 조직들의 네트워크가, 소시민이라는 단 한 명의 루키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퇴각은 예상한 대로 어렵지 않았다.
내가 길들인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피크와의 합도 놀랍게 잘 맞아서, 두렵기는커녕 황홀하고 즐거운 비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스스피크의 주인인 람시르가 지정한 장소까지 나아가는 도중 계속 방송을 진행하던 정보상의 선박이 점점 뒤처지는 걸 느꼈다.
조금 짜증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으니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밀수꾼 네트워크에 다 방송되는 중이니, 뭐랄까, 여유로운 이미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짧게 한마디만을 남겼다.
“방송 재밌었어요.”
그러고 지나가는데 옆에서 까막이가 물었다.
“그런데 시민이 형, 아까 저 사람 엄청 고민하던데, 창조신의 꿈속에서는 세계선의 비행이 안 되는 것 맞아요?”
아, 그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맞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한 건 세계선의 비행이 아니었다. 그저 그와 똑같아 보이는 비행이었을 뿐.
“세계선의 비행은 진행 방향의 공간을 늘리거나 줄여서 그렇게 움직이는 거거든? 그런데 창조신의 꿈결은 사실 시공간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해야 맞지.”
“음… 어렵네요. 그런데 형은 성공했잖아요.”
까막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어봤다. 데미안의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 이래로 뭐든 열심히 하는 까막이였다.
“그게, 창조신의 꿈속은 무언가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고 그저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곳인데… 그러니까 그걸 적절히 자극만 하면 얼마든지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도, 있던 공간을 없앨 수도 있단 말이지. 그걸 잘 쓰면 세계선의 비행처럼 되는 거야.”
까막이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내가 잘 안다. 저건 못 알아들어서 좌절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놀란 건 옆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크르으랑이었다.
[그게 말이 되나? 그걸 정말 해냈다고? 함선을 조종하면서?]
아니, 물론 아무리 나라고 해도 보통 함선을 끌고는 못 한다. 아주 잘 길든 명품 함선이 도와줘서 [만상공감]의 시너지가 극대화되어야 가능하지. 이번 경우에는 스스피크가 도와줬으니까 됐던 거다.
그래. 아주 황홀했지.
[허…….]
크르으랑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항해한 끝에 우리는 밀수선의 주인 람시르를 만나기로 한 약소 차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소 차원과 게이트를 연결하고 조종대에서 손을 떼자 스스피크가 가늘게 울었다.
우웅-
아쉬워하는 것이다. 나도 아쉬웠다. 우리… 같이 제법 좋았으니까.
이 녀석을 운전하는 내내 탐이 날 정도였다. 지금도 가슴에서는 ‘귀령용액의 생산 시설이나 원래 여기에 실려 있던 물자나, 다 관심 없으니 배만 가져가겠다.’라는 말이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충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아쉬워도 참자. 너도 나도 여기까지야.’
스스피크에게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주인이 있고, 나에겐 발전시켜야 하는 고향 지구가 있다.
게이트를 빠져나가 람시르와 인사를 나눴다.
스스피크의 주인답게 호탕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정말 고마워! 넌 내 은인이야. 평생의 친구가 되고 싶다!]
그는 형식적인 예의를 차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대신 진정한 친구로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 편이 되어 주겠다며 살갑고 진실되게 굴었다.
지구를 위해 동맹은 많을수록 좋았으니 나도 빼지 않고 받아 주었다.
“그래. 친구하지 뭐. 능력 있는 친구는 늘 환영이지.”
손을 맞잡고 의기투합을 하고, 그 후엔 계약했던 대로 이행했다.
우리는 스스피크에 실려 있던 귀령용액 제조 시설과 보관 물자를 챙겼고, 람시르는 스스피크를 돌려받았다.
스스피크의 황금색 게이트를 바라보던 람시르는 눈시울을 적시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 운전해서 온 거지? 어땠어? 이 배… 정말 좋은 배지? 너한테 준 제조 시설이나 물자들… 다 내가 평생 일군 재산이지만 사실 하나도 안 아까워. 나한텐 이 녀석이 제일 소중하거든. 나는 이 녀석만 있으면 아무것도 없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는 진짜 친구처럼 오늘 처음 본 내 앞에서도 눈물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진심이 가득한 말이었다.
그래서 나도 진심을 가득 담아 대답해 주었다. 진짜 친구처럼.
“응. 네 배 쩔더라.”
근데 왜지?
람시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