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VIP 차원 쇼퍼-140화 (140/212)

2. 화랑

“…죄송합니다. 저… 더는 못 하겠습니다.”

에스토니아 노래 군단의 에른스트가 에페를 늘어뜨리고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나는 그 어깨를 붙잡아 딱 0.2도를 더 틀어 주었다. 에른스트는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땀에 젖어 축 늘어진 금색 머리칼이 처량해 보인다.

좌절해서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몸. 에른스트의 멘탈은 바스라지기 직전이었지만 정작 그의 육신은 내 가르침을 받아들이기에 가장 좋은 상태였다.

“자, 이 각도 기억해. 평소보다 0.2도를 더 튼 상태, 이게 네 근육들이 가장 잘 협응을 일으키는 각도야. 자, 이 상태에서 발바닥부터 하복부, 명치를 지나서 가슴과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근육의 얽힘을 느끼는 거야.”

에른스트의 푸른 눈동자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늘어뜨린 그의 손을 가슴께로 잡아 올리고 손수 자세를 잡아 주었다. 나는 말해 줄 뿐이다. 그걸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는 에른스트의 몫.

“근육과 관절, 네 자신을 먼저 느낀 다음에 네 몸을 타고 흐르는 영혼… 그러니까 영력을 느껴 봐.”

뭔가를 느낀 걸까?

깜빡.

에른스트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아까 느꼈던 전신 근육에 성검을 쥔 팔과 손가락을 이어. 영혼도 잇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성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력과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거야. 여기. 여기. 여기. 이런 식으로.”

자세를 잡아 주고 감각을 예민하게 할 수 있는 위치들을 탁탁탁 때려 주었다.

“아…….”

그 순간 에른스트의 입에서 한숨과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려서 에페 형태의 성검을 바라본다. 그리고 반짝! 풀려 있던 눈동자에 푸른 불이 들어오는 순간.

우우우우웅-!

에른스트의 성검의 끝에 진득한 블레이드오러가 맺혔다. 자신의 눈 색깔처럼 투명한 푸른색으로 단단하게 엉긴 블레이드 오러. 구름강기에 비벼 볼 수는 있을 정도로 야무지게 맺힌 그것.

여태 에른스트가 계속 실패한 고품질의 블레이드오러였고, 내가 생각한 최소한의 기준이었다.

짜식 해냈네.

“에른스트 최종 합격.”

“큭! 크으윽!”

에른스트의 눈시울이 확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거칠게 눈을 비비더니 되레 건방진 미소를 띠며 말했다.

“거 당연하죠. 제가 합격하질 않으면 누가 합격을 하겠습니까? 하핫! 천천히 한다고 했는데 벌써 끝났네. 아, 훈련 끝났으니 이제 뭘 할까? 저 오늘부터 기숙사 말고 호텔 가서 자도 되죠? 저 갑니다?”

빙글빙글 성검을 돌려서 허리춤 칼집에 탁! 꽂아 넣고는 건들건들 훈련장을 걸어 나가는 에른스트. 무릎이 떨려서 자꾸 비틀거리려는 걸 감추다 보니 엉거주춤하게 걷는 꼴이 웃겼다.

‘짜식…….’

아, 지난 생의 나이는 못 속이는 걸까? 현재는 다들 나랑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은 사람들인데, 자꾸 까부는 조카들 같아 보인다.

* * *

이건 비밀인데.

사실 인생은 장비발이다.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

유희하는 사람, 호모 루덴스.

정치하는 사람, 호모 폴리티쿠스

어쩌고저쩌고 사람을 대표하는 특성을 두고 붙이는 이름은 많지만, 그중 제일은 도구의 사람, 호모 파베르이다.

장비병은 삶의 조건이자 본능이다.

군인을 아무리 싫어해도 군인이 되는 순간 반짝이나 사제 전투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에이급 전투복에 잡힌 칼 같은 주름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원시인들은 누구의 반달 돌칼이 더 매끈하게 갈렸는지, 누가 예쁜 반달 모양을 가졌지를 겨루며 침을 꿀꺽꿀꺽 삼켰을 것이다.

장비야말로 생각의 정화이며, 유희의 끝판이며, 정치의 이유!

훈련이 끝났다.

실전 훈련을 떠났던 이들도 뒤늦게 합류하여 악몽의 시간 속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훈련을 견뎌 낸 이들은 성검 시스템이라는, 지구의 문명을 훌쩍 뛰어넘는 차원 문명의 장비를 소유하게 되었다.

창단식을 앞두고 며칠간 휴가를 만끽하며 그들은 서울의 거리를 활보했다.

그리고 그들은 필연적으로 자신들이 가진 장비와 서울의 헌터들이 지닌 장비를 비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품’으로 생각했을 대한민국 정예 헌터들의 값비싼 장비들을 보고도 그들은 옅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후… 저런 장난감 같은 걸 무기라고 들고 다니다니.”

“나 같으면 자살했다, 자살했어.”

“아아, 조심하라고. 귀한 물건에 먼지 묻잖아.”

자긍심이 도를 지나쳐서 무례와 시비가 되는 일이 잦았고, 곳곳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승패야 뻔했다. 애초에 세계적인 정예였던 이들의 손에 성검 시스템이 쥐이고 영력까지 익혔으니…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헌터들이 일방적으로 쥐어 터졌다.

그나마 보복을 해 준다고 나서서 마주 때려 준 대한민국의 헌터는 하준광의 파견으로 이번 훈련에 참가한 헌터들과 창신대 분대장 출신의 헌터들이 유일했다. 사실상 동일한 훈련을 받고 동일한 장비를 가진 이들만이 상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헌터들이 너무 얻어맞자 열받은 하준광이 다 때려눕히는 것으로 사태가 종식되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하준광의 영역이었다. 힘에 대한 탐욕이 그 누구보다 강했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악몽의 시간까지 따라 들어와 내 훈련을 별도로 소화해 낸 하준광. 그 잘난 정예들도 질질 짜던 악몽의 시간 속에서 혼자 여유롭고 능글능글하게 굴며 내게 성검을 뜯어내고 조언을 강탈하며 수련을 하던 모습은… 대한민국의 절대자라는 타이틀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의 엘리트 헌터들 사이에서는 ‘성검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장비에 대한 소문과 열망이 조용히 퍼져 나갔다.

좋은 장비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능.

서부 드래곤힐동은 새롭고 강력한 장비가 흘러나오는… 하지만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핫하고 힙한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성검을 소유하고 서부 드래곤힐동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이들이 그 선망 어린 시선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저절로 어깨가 올라간다. 자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소속감이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저마다 다른 조직에서 모인 이들은 하나의 소속이 되었고, 거기에 긍지를 지니게 되었다.

그때쯤 나는 창단식의 날짜를 정했다.

훈련을 시작했을 때의 인원은 207명.

끝내 훈련을 따라오지 못한 낙오자가 17명.

최종 합격자 190명.

전원이 영력의 기틀을 마련했고, 성검 시스템을 차원 문명의 해적들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끝내 영력과 성검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한 이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서부 드래곤힐동을 떠났지만, 남은 이들은 그들을 비웃지 않았다. 워낙 혹독한 훈련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들조차 자신들이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또 그들은 알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강한 무기를 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자신들이 마주해야 할 싸움을 생각한다면 낙오한 쪽과 낙오하지 않은 쪽, 어느 쪽이 더 운이 좋고 어느 쪽이 더 운이 나쁜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훈련은 끝났다. 이제 싸우러 간다. 전장은 지구가 아니라 지구 밖 이름 모를 차원이야. 참고로 적들은 아주 강하다.”

쩔컹!

모두가 동시에 자신의 무기를 부딪쳤다.

훈련받는 내내 바보 같았던 모습은 이제 없었다.

하루를 한 달처럼 보내며 여기 있는 모두가 ‘절대 못 해… 나는 해내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그 한계를 두 번이나 세 번쯤은 넘어섰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가지며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남들을 앞서게 되었는지 실감했다.

처음 모였을 때는 서로 다른 조직에서 모인 까마귀들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늑대 무리.

190명의 늑대들은 굶주렸고, 어서 새로운 이빨을 사용해 보고 싶어 했다.

지구를 떠나서 싸워야 한다는 두려움을 되레 연료로 삼아 호승심이라는 불길을 피워 올렸다.

“거 사령관님! 이렇게 기대하게 해 놓고 막상 적이 시시하면 책임지셔야 합니다?”

시비조로 말하는 건방진 놈.

칼츠가家의 이오닌.

그는 여기 모인 이들 중 처음부터 가장 유명한 전사였고, 지금에 와서는 가장 많이 성장한 전사이기도 했다.

‘새끼가 센 척은…….’

물론 그의 성장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할 때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씩씩거리는 게 특기였다. 악몽의 시간이 주는 효과 탓에 다 큰 헌터들이 아이들처럼 꽤나 직설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오닌은 그중에서도 제일 애 같았다.

나는 몇 차례나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조언을 해 주어야만 했다. 내가 한 마디 던져 줄 때마다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다가 다시 맹렬하게 수행을 이어 가곤 했던 게 꽤나 귀여운 녀석이었다. 하는 행동은 시건방지지만 그 누구보다 내 설명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먹는 진짜 재능을 지녔다.

“넌 인마, 처맞고 또 울지나 마. 너, 네 생각대로 잘 안 풀리면 질질 짜잖아.”

“저, 저 운 적 없습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그 어떤 적이 오든 제 디스트로이어가 다 박살 낼 겁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취소하라고 방방 뛰고 부정을 하는 이오닌 칼츠. 거참. 저러면 저럴수록 자기 말을 긍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걸 모르네. 참고로 디스트로이어는 칼츠의 성검이었다. 무식한 워해머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조용. 조용.”

나는 빽빽거리는 이오닌을 조용히 시키고 내 앞에 도열한 전사들을 보았다.

190명. 플러스 서민서, 박민희, 강전구, 까막이, 허묵, 김민수, 데미안.

거기에 나까지 더해 198명이 하나의 부대로 편성되었다. 부대의 이름은…….

“이로써 화랑단의 출범을 선언한다.”

화랑. 그렇게 지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앞선 장비를 지닌 엘리트.

화랑이라는 이름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전사들이 또 있을까?

한편에서 창단식을 구경하던 연출가, 무르물랑, 릭이 한마디씩 했다.

“허… 솔직히 저렇게까지 해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진짜 자주자강이라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어. 안 그렇습니까, 형님들?”

“…형님? 아, 방송 중입니까?”

“네. 방송 중입니다. 말 걸지 마요.”

“닝기미… 큼, 아무튼 나도 놀랍네. 잘할 줄 알고 투자했지만, 소시민 저 친구는 계속 예상을 뛰어넘어.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애들을 저렇게 성장시키지? 진짜 딱 봐도 닳고 닳은 차원 해적들처럼 만들어 놨네.”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저는… 눈물이 핑- 돌아요. 제 감동은 아무도 이해 못 할걸요? 보세요. 봐요.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진 성검, 의복 하나하나가 그 사람이랑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는 것 있죠? 모든 물건이 다 자기가 제일 잘 어울릴 만한 사람한테 가 있어요. 어쩜 저러죠? 성검 시스템이라는 게 사실은 한 세대쯤 뒤쳐진 무기 체계인데… 저렇게 한 명 한 명하고 잘 어울리니까. 아, 너무 멋져요. 소시민 씨는 신인가요?”

그런 말들을 들어도 나는 전혀 쑥스럽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이지만 나도 그들 못지 않게 감탄하고 있었으니까.

우리 화랑들… 정말 훈련을 잘 따라와 주었다. 내 예상을 훌쩍 웃도는 성과.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나 역시 아찔한 성취감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기어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연단에 서서 우리 화랑단원들을 쭈욱 둘러보면서.

“본 사령관은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풉-!”

다들 진지한 와중에 서민서 혼자 웃었다.

이 새끼… 내가 다 봤어, 인마.

* * *

르누아 차원.

이곳의 주 행성은 지구보다 은하의 중심에 가까웠다. 한밤중에 하늘을 보면 하늘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은하가 달보다도 더 환하게 빛난다. 특히 서로 공전하는 두 태양이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빛나며 지평선을 넘어갈 때 즈음이면, 두 개의 태양빛과 은하수의 다채로운 빛깔이 뒤섞이며 거장의 추상화와 같은 기가 막힌 석양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세계는 지금 멸망으로 치닫고 있었다.

단순한 생명의 죽음이 아닌 세계의 죽음.

영혼과 역사,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능멸.

[저항하는 놈들은 다 죽이고 영력을 회수해! 지성체의 영력이 차원의 핵으로 통하는 열쇠가 되니!]

하나의 작은 칩 속에 컴퓨터의 방대한 데이터가 들어가듯이.

온 은하에 자신의 중력을 떨치는 거대 블랙홀도 그 특이점은 한없이 작듯이.

하나의 차원은 크고 방대하지만 그 차원의 본질인 핵은 아주 작았다. 그리고 그 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게 바로 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지성체의 순도 높은 영혼.

때문에 지구 차원을 공략하려면 지구인을 절멸하면 되고, 르누아 차원을 식민지로 삼으려면 르누아인을 학살해서 차원의 핵을 인질로 잡으면 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런 일이었다.

[얘야, 도망쳐!]

[가자! 무기를 들어라! 저 악마들로부터 네 가족과 친구들을 지켜!]

[으악! 으아아악!]

르누아의 주민들은 지구인처럼 강대한 영력과 초능력을 타고나진 못했지만, 지닌 장비와 영능학적 기술은 지구를 가볍게 압도했다. 아마 저대로 꾸준히 발전했다면 500년 내로 차원 문명의 하나로 인정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아직은 차원 문명이 아니었고, 아갈타의 2개 사단을 견뎌 낼 만큼의 힘은 없었다. 그들은 처절하게 싸웠으나 고귀한 이들의 덧없는 죽음으로 얻어내는 건 그저 진격 속도를 약간이나마 늦추는 게 전부였다.

“음… 이건 너희가 내 목숨을 인질로 잡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보여 주는 거야. 이건 확실히 하자고.”

“…….”

연출가는 동족이 진행 중인 아갈타 관련 방송을 빼돌려 보여 주었고, 그 방송을 본 화랑단은 참혹한 심정으로 침묵했다. 우리 중 가장 쾌활하고 긍정적인 이들마저 붉어진 눈동자로 이를 악물었다.

현시대를 사는 지구인치고 괴물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잘 웃는 사람이든 잘 우는 사람이든, 가슴속에 귀신 같은 분노 하나쯤은 품고 있으니 싸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겠는가? 저 참혹한 세계가 지구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면 머리털이 곤두서고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가 치밀었다.

나조차 그랬다. 이젠 영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다짐했던 나조차도.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그게 내 목적에 부합한다면 기꺼이 본때를 보여 줘야지.

“우리 임무는 단순하다. 저놈들의 후방을 칠 거야.”

무르물랑은 막대한 타키온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방위 예산이 아닌 영능학 발전을 위한 예산으로 편성되었다.

당장은 권승리의 아틀라스 클럽을 앞세워 아갈타의 침략을 막았지만, 저들의 본대는 무려 두 개나 되는 사단 병력. 르누아 차원 등을 점령하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지구로 본대가 밀려올 것이 자명했다. 그리고 그때는 아틀라스 클럽의 전력으로도, 우리의 미약한 전력으로도 버틸 수가 없다.

“기억해. 우리는 지구인이 아니다. 차원 해적이야.”

지금은 주변 차원들을 점령하고 있지만 저들의 본래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퀴니세인을 죽인 차원 해적을 찾아 보복하는 것. 우리가 등장하는 순간 놈들의 움직임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후방을 교란해서 다른 차원의 점령 속도를 최대한 늦출 거야.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는 르누아 차원의 참상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타오르는 분노와 꺼지지 않는 긍지를 품고 피난을 하는 젊은 르누아인들을 눈에 담았다.

“저들을 만나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 적의 적은 친구니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쩔컹!

화랑단은 아무런 주저 없이 자신의 무기를 부딪쳐 소리를 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출진은 내일.”

쩔컹!

준비는 끝났다. 지구의 발전은 무르물랑과 릭, 아몬과 나타르에게 맡기고 내일 출진한다. 수는 고작 190명이지만 이들은 지구 최강의 신식 부대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