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 없으면 일이 안된다
용산구 제2지역, 서부드래곤힐동의 공방 거리.
예전에는 크지 않은 규모였다. 서울 내에서도 간신히 열한 번째쯤 되는 크기였을까? 지역에 있는 장인을 모두 합쳐 보아야 40명 남짓이었고, 그중에서도 신발 제작과 관련된 이는 4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루드비히 가문에서 보낸 서른 명의 신발 장인이 신축 건물에 입주하는 것으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 직후에는 서민서, 까막이, 강전구, 박민희가 전국 각지를 오가며 오갈 데 없는 기술자들을 모아 오기 시작하면서 서부드래곤힐동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거주하는 장인만 300명. 그중에 타키넷에 납품하는 신발을 만드는 장인이 77명.
신발만 놓고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의 공방 밀집 지역이었고, 모든 직군으로 놓고 보아도 이제 서울 3대 공방 거리인 동부드래곤힐동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아마 이 기세로 성장을 계속하면 서울 3대 공방 거리를 넘어서 전국 3대 공방 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이상이 될 날도… 어쩌면 머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공업단지의 중심이 된 루드비히 건물에는 대형 용광로가 있었다. 하루 24시간 내내 마화魔火가 꺼지질 않았다.
마화는 던전에서 발견되는 마탄을 태워서 만드는 불꽃이었다. 마화로 정련한 금속은 마누스는 물론이고 던전에서 발견되는 여러 마법 아이템들과 뛰어난 호완성을 보여 주어 널리 쓰임이 많았다.
그런데 이곳, 용산의 새로운 공업단지의 마화 용광로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마화 용광로와는 아주 달랐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령관이 있었고, 전국 팔도에서 모인 기술자들은 사령관이 말하는 생소한 개념들을 각자의 기술과 요령을 접목해 어떻게든 현실화했다.
이곳에서 공학 기술은 매일매일 뚝딱뚝딱 진보되었다.
화르르르!
마화 한가운데서는 [염동력]으로 둥실 떠오른 금속 덩어리가 천천히 회전했다. 단계에 따라 빠르게 회전하여 회오리 같은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천천히 회전하며 완벽한 구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불길이 변해 갈수록 금속의 빛깔도 서서히 바뀌어 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까막이가 내 왼쪽에서 말했다.
“아… 반짝거려요.”
그 말대로였다.
마화魔火를 입고 적동색으로 빛나던 금속은 이내 옅은 황금색으로 식어 가며 신비한 빛을 사방으로 뿌렸다. 금속을 타고 흐르는 안개 같은 영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 오른쪽에 선 데미안이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사이에 공정이 또 바뀌었네요. [염동력] 반죽 과정에서 세 번째 회오리의 반지름이 2cm 정도 늘어났어요. 지속 시간도 1.2초 길어지고. 공정을 바꾼 것 맞죠? 정말 신기해요. 사소한 변화인데도 확실히 빛깔이 더 맑아졌네요? 정말… 사령관님은 어떻게 그렇게 개선점을 잘 찾아내시죠?”
그야 [만상공감]으로 척 보면 척이지.
오히려 그 차이를 단번에 알아차린 데미안이 신기했다.
“루드비히라면 여섯 살만 지나도 다 할 줄 아는 잔기술에 불과해요.”
도련님은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 설마 자기 딴에는 겸손을 내보인 건가? 도련님, 그거 겸손 아니에요. 자랑질이지.
까막이가 끼어들었다.
“좋겠다… 나는 열다섯 살인데도 봐도 모르겠던데.”
…음?
뜬금없는 끼어듦에 나는 뭐라 대답해 줄 말을 찾지 못했고, 데미안은 까막이의 말을 무시했다.
“소 사령관님, 저기 열처리된 금속을 보세요. 이미 기존 마화 용광로에서 나온 것보다 마나광이 세 배는 더 밝고 투명해요. 이 정도라면 말씀하신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내 왼쪽에서 급격하게 시무룩해지는 까막이를 애써 무시하며 나는 도련님의 질문을 생각해 봤다.
가능한가?
대답은 명확했다.
‘택도 없지.’
그냥 지금처럼 작업화를 생산하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차원강습 시스템 같은 정밀 부품에는 어림도 없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필요한 물질의 순도가 99.999999999%짜리. 아니, 양보하고 양보해도 최소한 99.99%짜리.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만드는 건 41.5%가 될락 말락. 비교 자체가 우스웠다. 10K짜리 금 돼지를 이쁘게 잘 만든다고 그 기술로 언감생심 반도체를 꿈꿀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하지만 사령관님, 그 신발… 그것도 지구에서 만든 거라면서요?”
데미안이 내가 신고 있는 세계수의 걸음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기회만 되면 흘깃흘깃 세계수의 걸음을 살피는 눈빛이 아주 간절해 보였다.
그래서 더 지구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믿고 싶은 모양이다. 귀중하기 짝이 없는 타키온을 써서 사 오는 것보다는 루드비히의 재력이 썩어 나는 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맞춰 신는 게 속 편할 테지만.
물론 유해의 마을이라면 내 기준을 충족하는… 99.99% 순도의 물질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그저 초능력과 망치로 두드리는 무식한 방법으로도 말이지.
‘하지만 그건 유해의 폭포가 있기 때문이야.’
물론 그곳에 있는 장인들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의 명장들이었다. 거기에 그들이 지닌 초능력도 터무니없이 강력한 것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의 폭포가 없었다면 세계수의 걸음 같은 기적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상 금 돼지 세공하던 양반이 일일이 깎아서 반도체를 하나 뚝딱 만들어 버린 것과 다름없는 어처구니없는 성취였고, 그건 실력이 좋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유해의 폭포라는 신비가 작용한 것인 만큼 지구의 기술력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래도 그게 어디예요. 된다는 게 놀라운 거지.”
그런데도 데미안은 낙천적으로 웃었다.
나도 동의했다.
그래. 그게 어디냐.
‘인내심을 갖자.’
진보라는 건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그렇게 천천히 이루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훌쩍 다가와 있는 것이니까.
10K가 14K가 되고 18K가 됐다가, 24K를 넘어서 99.99%의 포 나인, 그 이상의 나인 일레븐까지 가는 것이다.
지치지만 않으면 나는 그 끝을 볼 거고, 나중에는 저절로 벌리는 타키온을 들고 저기 차원 문명들의 휴양지나 돌아다니며 은하수 같은 음료나 쪽쪽 빨아 먹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나는 용광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업들을 [만상공감]으로 꼼꼼히 체크하며 지나갔다.
마화 용광로를 지나니 깨끗하게 정리된 공방이 나타났다. 서부드래곤힐동에서 오로지 11명의 선택된 장인만이 출입할 수 있는 핵심 공방으로, ‘중정中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소였다.
그곳에는 내게 ‘파도’를 만들어 준 대장장이 명장 김용수 옹을 필두로 총 11명의 장인이 둘러서서 진지한 토론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 외부 장갑 부분은 충분히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요. 여기 구조를 보시오. 이게 따로따로 만들어서 합친 게 아니라, 생명체 하나를 통째로 융합하면서 동시에 만들어졌소. 이거 따로따로 뜯으면 완전 물건 망치는 거요. 재조립 못 한다고.”
“그냥 힘으로 뜯으면 그렇겠지만 다같이 초능력을 합쳐서 통째로 들어내면 되지 않겠소?”
“아까 해 봤잖어. 안 돼. 초능력들이 충돌한 여파가 튀어서 너무 불안정해진다고. 충돌로 인해 생기는 파장을 완전히 잡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인상을 팍 구긴 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생포된 아갈타의 차원강습병이었다.
나는 차원강습 시스템을 연구해 보라고 여기 서부드래곤힐동의 중정 공방에 6명을 던져 주었고, 유해의 마을에는 4명을 건네준 바 있었다.
그리고 장인들은 내 기대대로 차원강습 시스템에 푹 빠져서 연구를 이어 갔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우리가 들어온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도 자꾸 해 봐야 답이 나오지. 분해 조립도 못 하는데 무슨 연구를 해? 사령관님이 샘플도 넉넉하게 줬으니까 까 보자. 실패해도 다 배우는 것 아니겠어?”
“에이씨. 몰라. 그래요. 한 번 더 해 봅시다.”
“자자, 알죠? 각자 2인분씩은 해 줘야 합니다.”
“시불. 물건 하나 분해하겠다고 초능력을 스무 개도 넘게 동원하는 건 또 머리털 나고 첨일세.”
머리를 맞대고 골머리를 썩이던 장인들은 갑자기 으쌰으쌰 의지를 모으더니 저마다의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으어… 으어어어…….
이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에 있는 차원강습병은 [염동력]으로 들리며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
“제가 다 기록해 둘 테니 마음껏 시작하시죠. 알죠? 저번보다 힘의 충돌이 작게 일어나도록 유의하면서 가 봅시다.”
던전 공학 설계 과정의 권위자인 함필진 교수가 시작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능력인 [리뷰]를 허공에 펼쳐 두었다. 푸르른 스크린 같은 것이 허공에 나타나 지금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기록했다.
“그럼 일단 좀 흔들어 볼까!”
김용수 명장이 나서서 [쇼크웨이브]를 터뜨리자, 꾸드드득! 소리와 함께 차원강습병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 상태로 공간을 좀 늘리고……!”
각종 소재 가공의 달인이라는 소지현 장인이 두 팔을 쫙 벌리자 차원강습병의 몸에 밀착해 있던 슈트가 공기가 들어가는 것처럼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인들이 한 명씩 한 명씩 가장 자신 있는 초능력을 펼치며 차원강습 시스템의 장갑 부분을 통째로 분해하는 시도를 이어 갔다.
차원강습 시스템은 아주 민감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보안 체계까지 철저했기 때문에, 단순한 분해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중해, 집중해. 잘못하다가 박살 난다!”
장인들이 흘리는 땀이 땅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무려 11명의 초능력이 모두 동원되는 작업. 조금씩 조금씩 들리고 있는 장갑 부분.
대단하긴 했지만… 나는 그 결과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실패한다.’
[만상공감]이 알려 주고 있었다. 힘의 균형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고 초능력끼리의 충돌도 충분히 제어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나는 잔뜩 집중한 장인들 사이로 내 목소리를 끼워 넣었다. 그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내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주목할 수 있게, 그들의 호흡 사이로 완벽하게 녹아드는 타이밍이었다.
“김용수 명장님, 불안해하지 말고 [쇼크웨이브] 자신 있게! 짠! 짠! 짜자잔 짠! 이 박자로!”
놀랐는지 김용수 장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내 말을 충실하게 따르기 시작했다. 꾸드드드득! 차원강습병의 신체가 훨씬 더 크게 흔들렸다.
“흐읍!”
“큭……!”
강해진 반발력에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삐를 늦출 수는 없었다.
‘지금이다! 승부를 본다!’
[만상공감]으로 모든 것을 세심히 살피며 나는 지시를 이어 나갔다.
“허윤 명장님! [미끌림] 최대로! 함필진 교수님! [항상성]! 힘내세요! 더! 더더더더! 더! 스톱!”
꾸우우우웅!
차원강습 시스템의 장갑 부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썩였다. 당장이라도 분리되어 나올 것 같은 기세.
“되, 된다!”
“으으윽!
“그런데 더 이상 못 버티겠어!”
장인들 사이에서 환호와 비명이 같이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초능력의 충돌이 너무 거세어져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내가 청하를 빼어 든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청하에 인챈트된 주문은 [안티소울]. 초능력도 결국은 영력의 한 갈래. 영력을 잘라 내는 그 힘이라면 초능력끼리 부딪치는 여파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물론 그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과도 한 자루로 다비드상을 깎아 만드는 수준의 난이도랄까?
하지만 내게는 문제될 게 없다.
‘청하야, 내 마음 알겠지? 여기서 저기까지, 이런 타이밍으로 잘라야 된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폭발하는 거야.’
우우웅-
청하가 알겠다는 듯이 울었다. 내 의지와 청하의 의지가 하나가 된다. 날아간 청하는 차원강습병 주변을 돌며 정확하게 내가 지목한 영력의 줄기들만을 잘라 냈다.
파앙!
청하가 마지막 영력을 잘라 내는 순간, 장인들도 마침내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했다.
차원강습병의 장갑이 벗겨지며, 드디어 차원강습 시스템의 내부 구조가 드러났다.
후드득!
- 으… 으으…….
허우적대는 차원강습병.
단단한 껍질이 벗겨져 땅에 떨어졌다. 어디 하나 상하거나 잘린 구석없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부분만 떨어져 나왔다.
외부 장갑을 들어내자 금속과 근육, 신경과 회로가 뒤섞인 내부가 훤히 드러났지만, 차원강습 시스템은 여전히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완벽한 분해였다.
“정말 된 건가?”
“드디어 첫걸음을 떼었네.”
“솔직히 100번쯤은 시도해야 될까 말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령관 어르신이 정말 대단하시구만.”
“엥? 어르신이라니. 우리 사령관님 어리잖어?”
“실력 좋으면 어르신인 거지, 이 노인네야.”
“아, 그게 그렇게 되나?”
11명의 명장들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감격한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한 걸 보는 얼굴 같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함필진 교수는 자신의 능력 [리뷰]를 거두어들이며 아까 있었던 분해 과정을 중얼중얼 복기했다.
아마 다음 번에는 내 지휘가 없어도 능숙하게 초능력을 사용하는 타이밍과 강도를 조절할 것이다. 여기 있는 장인들은 하나같이 한 번만 말해도 바로 이해하는 명장들이었으니까.
“봐요.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잖아요.”
데미안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흐. 그럼요. 다들 사령관님 기대에 부응하려고 얼마나 노력 중인데요.”
명장들도 내 어깨며 팔을 툭툭 두드리며 온몸으로 기쁨을 보였다.
“저, 저도 열심히 하고 있죠!”
까막이가 또 뜬금없이 끼어들었다. 어떻게든 데미안과 자연스럽게 대화 한마디를 해 보고 싶은 모양이지만, 데미안은 녀석에게 관심도 없이 그저 명장들과 담소 나누기 바쁠 뿐이었다.
까막이가 나를 보며 울상을 지었고, 나는 그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는 장인들.
타키넷과 관련한 일이라면 늘 긍정적이고 배울 자세를 갖춘 데미안.
친구는 못 만들지만 시키는 일은 잘하는 까막이.
다 좋다. 데미안 말대로 차곡차곡 진전이 되고 있었다.
근데…….
뭐랄까.
‘피곤하네.’
요즘 들어 문득문득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때마침 함필진 교수가 작업 평가를 통해 말해 주었다.
“그런데 분해 작업… 결국 사령관님 없으면 불가능하겠는데? 분해도 분해인데 조립은 또 어떻게 합니까? 다른 건 우리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 초능력 간의 충돌 여파를 줄이는 건 사령관님밖에는 답이 없는데요?”
장인들이 대꾸했다.
“응? 또?”
“그럼 사령관님이 한동안 또 여기로 출퇴근하셔야 하나?”
“바쁘시구만.”
“그래도 어떡해. 당장 연구를 진척하려면 방법이 없는걸. 당분간만 더 힘냅시다, 사령관님.”
“몰랐어? 사령관님은 통뼈야, 통뼈. 안 지쳐.”
나는 그저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아아…….”
그랬다.
벌여 놓은 일들이 어쨌든 차근차근 잘 발전해 가고 있는 건 맞았지만, 그중 뭐 하나 나 없이도 알아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진보라는 수레바퀴를 나 혼자 열심히 돌리는 이 기분.
언제쯤 이게 저절로 굴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