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VIP 차원 쇼퍼-81화 (81/212)

17. 동반자

권승리가 물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무혼 권가의 연무장에서 함께 수련하고 있던 최치국이 답했다.

“네?”

“검웅도 리프 얀센의 보고를 들었죠?”

“만안자가 다수의 아갈타 정찰병을 감지했다는 보고 말씀십니까?”

“네.”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찰 활동은 늘 있지 않습니까? 리프 얀센의 텔레파시도 그렇게 심각한 어조는 아니었는데…….”

“아뇨. 정찰 활동이 평소보다 3배 이상 증가했어요. 정찰 활동이 갑자기 증가하는 건 침략의 전조. 통계적으로 정찰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규모도 더 커졌죠.”

“아… 그런데 이전에 정리하신 연도표에 따르면 아직 아갈타가 대규모 공세를 취할 때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상해요. 이게 정말 침략의 전조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미 심증은 굳히신 것 같군요.”

“맞아요.”

권승리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녀의 눈이 무혼 권가의 담벼락 너머 저 멀리 펼쳐진 하늘을 노려본다.

“역사가 크게 바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도 각자 변수들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통제하지 못한 변수들도 있죠. 우리 바로 곁에도 커다란 변수가 하나 있잖아요?”

“아, 설마?”

“네. 소시민이요. 유물을 맨손으로 잡고 사용할 수 있는 괴물.”

“…그가 벌써 역사를 바꿨다고 보시는 겁니까?”

“유물을 사용했잖아요? 그러고도 남을 만한 일입니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런 식으로 통제되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든 영향을 끼친 거겠죠. 제가 안일했어요. 일단 이제라도 A급 경보를 발령하세요. 혹시나 있을 아갈타의 침공을 대비합니다.”

“알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쳐들어오는 게 잘된 일이에요. 아직 전 세대의 강자들이 많이 살아 있으니까요. 거기에 우리도 있고.”

“하긴… 하준광 같은 이들은 제 전성기 시절이라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들이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최치국이 권승리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당신이 계셔서 안심입니다. 특히 요즘 보여 주시는 성장 속도는 우리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말에 권승리가 쓰게 웃었다.

“아직 멀었어요. 유물을 맨손으로 다루는 남자도 있는 판에……. 마냥 뒤처지면 안 되니까.”

그 말에 최치국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자에게 당하고 온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는 소시민, 그자와 스스로를 비교하시는 걸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초능력의 격이 벌써 다릅니다. 당신의 초능력은 모든 능력… 아니, 모든 신비 위에 군림하는 최강의 능력이 아닙니까?”

“…그냥 맨손에 능력만 놓고 보면 그럴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난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최강이라는 게 뭘까? 최강의 능력이라는 게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인 걸까?”

“약해지지 마세요. 당신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최치국의 눈동자를 보며 권승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날 걱정하지 마요. 약해 빠진 당신들이야말로 언제나 내 걱정이니까.”

권승리는 힘없이 웃어 보이고 최치국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자리를 떠났다.

“후우…….”

권승리가 떠난 자리에서 최치국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약해 빠진 우리가 걱정이라니…….”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늦게까지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았다.

* * *

데미안 도련님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감각은 향기였다. 언제나 데미안을 감싸고 있는 고급스럽고 성숙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최고급 향수 냄새.

그 이후에 덮쳐드는 것은 잘 조율된 감각들의 향연이다. 매일 마사지를 받고 보습과 영양 제품들로 꼼꼼하고 균일하게 케어받은 데미안의 피부는 항상 완벽한 습도와 영양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컨디션과 기호에 완벽하게 맞춘 식사로 인해 장운동은 언제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했으며, 머리칼은 새치 한 가닥, 손상된 모발 한 가닥도 없이 언제나 건강하게 찰랑찰랑했다.

이러니 내가 도련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지난 생에는 전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급기야는 인류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루드비히 가문이었는데도… 정말이지 도련님에게는 첫 만남의 순간부터 악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관리된 이 존재를 보라.

과학기술과 온갖 신비 현상의 도움을 받아 조금의 컨디션 하락도 없이 항상 100퍼센트를 유지하는 인간. 언제나 변함없이 완벽하게 조율된 신체감각. 그 자체로 완벽한 고전 예술품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만상공감]을 가진 나조차 경제적 제약으로 실현하지 못하는 ‘완벽한 컨디션’을 언제나 구현하고 있는 데미안은 그 존재 자체가 내게 즐거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은 어때 보였어?”

“늘 변함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당당하고 고상하시죠.”

분명 내 비서인 김세희 씨는 이렇게 말했는데…….

문을 여는 순간부터가 달랐다.

‘식은땀, 긴장의 냄새…….’

늘 뿌리던 그 향수는 그대로였지만, 그 아래에 깔린 체취가 달랐다. 무너진 균형이 벌써 냄새로 배어나왔다.

“왔군.”

목소리도 달랐다. 아마 본인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는 데미안의 편도에서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편도가 부었다고? 도련님이?’

심지어 피부는 더 엉망이었다. 눈으로 봐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만상공감]으로는 분명 약간의 수분 부족을 느낄 수 있었다. 입술에도 아주 살짝 일어난 부분이 있었고, 왼손 새끼손가락에는 작은 거스러미도 있었다.

물론 이런 작은 증상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무혼 권가의 그 귀한 여식인 권승리 아가씨에게도 이런 증상은 있다.

하지만 데미안 도련님은 아니다. 도련님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루드비히는 이런 걸 두고 보는 그런 호락호락한 가문이 아니었다.

맙소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찌나 놀랐는지 나도 모르게 질문이 먼저 튀어나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데미안이 그런 나를 보고 의아해했다.

“예? 아… 아뇨. 그냥 저번에 약속한 대로 장인들도 입주시킨 김에 인사도 시켜드리고, 앞으로 어떻게 협조하면 좋을지 상의도 드릴 겸 찾아왔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내 질문을 그냥 ‘왜 찾아왔느냐?’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캐묻기도 어려웠다. ‘평소랑 다르게 얼굴도 까슬하시고 냄새도 다르신데요?’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볼 것 아닌가?

결국 나는 적당히 인사말을 주고받고는 일단 데미안이 가져온 안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예. 전에 말씀드린 대로 훌륭한 신발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여기, 신발 샘플을 하나 보여 드리죠. 이런 내구성과 저주 저항 능력이 있는 신발 제작을 위한 소재와 장인들이 필요합니다.”

“흠… 이런 소재는 어떠십니까?”

장인이야 데미안이 서른 명이나 데려왔으니 문제될 게 없었고, 데미안이 그 자리에서 온갖 샘플을 아공간에서 꺼내 보여 주었기에 협의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와… 대박이잖아?’

결과는 놀라웠다. 단 한 시간의 협의로 결정된 사안들을 계산해 보면 한 달에 600켤레의 생산이 가능했다. 심지어 소재 교체로 인한 퀄리티의 하락도 없었다.

‘나타르가 참신한 소재라고 찬사를 보낸 밤의 괴수가 품은 달 조각이 있잖아. 그것만으로는 휘오의 이파리를 대체할 수 없지만, 데미안이 지원해 주기로 한 소재들을 합치면 오히려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게 가능하다.’

중품의 신발의 납품가가 264알. 600켤레니까 한 달 수익이 158,400알. 와아… 근데 최상품이 여러 개 나온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이 나올지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만 하면 백만도 금방이지 않을까? 점점 가슴이 두근거린다.

‘역시 아직은 지구가 버텨 줘야 돼. 루드비히 가문도.’

다시 한번 다짐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데미안이 갑자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자꾸만 흘깃흘깃 빗나가는 시선.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계속 그랬다. 항상 당당하고 담담하게 눈을 마주하던 데미안의 시선이 오늘따라 유독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대체 왜 이럴까?

30초 동안 말도 없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일이길래 이리 뜸을 들일까?’

처음으로 보는 데미안의 흐트러진 모습.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와 관련해서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들어주리라.

물론 공짜는 아니다. 나는 데미안을 돕고 데미안은 전쟁 준비를 위한 막대한 자원을 지원해 주고. 그야말로 윈윈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물었다.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말하라. 내가 돕겠다. 너는 네가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것, 돈을 주면 될 뿐이다. 그런 의지를 담아서 자세와 눈빛을 고쳤다.

도련님이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말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습기가 부족한 목구멍에 말이 나오려다가 턱 멈췄다.

세상에! 지금 도련님은 갈증마저 느끼고 있었다. 세상에! 루드비히가 갈증이라니! 목구멍이 살짝 말라서 말문이 바로 터지지 않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암살 시도라도 있었던 건가?

감히 어떤 놈이 나의 후원자님을!

“큼. 크흠.”

데미안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서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때쯤 나는 이미 도련님에 대한 걱정으로 싸늘해진 시점이었고, 그런 내게 도련님은 말했다. 여전히 나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상태로. 주눅 든 것처럼…….

“그, 죄송한데… 혹시 그 가방 좀 볼 수 있을까요?”

어?

데미안의 시선이 나를 지나쳐 내가 메고 있는 가방, 이번에 타키넷에서 구매한 신상 아공간 가방인 ‘탐貪’에게 못 박혔다.

어?

“그… 아까부터 집중을 할 수가 없네요. 그 아공간 가방은 어디서 사셨습니까? 그 광택… 맙소사! 대체 뭐로 만든 거죠? 어떤 장인께서 그런 대단한 물건을 만드신 겁니까?”

밤에 올림픽대로를 달려 본 적이 있는가? 끝없이 늘어선 가로등과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등, 맞은편 차량의 노란 헤드라이트, 한강 다리들을 밝히는 빛, 아파트의 빛. 그 모든 것이 어두운 강물에 비쳐 반짝이는 풍경.

황홀하게 흔들리고 반짝이는 불빛들.

데미안의 황금색 눈이 꼭 그렇게 흔들리고 반짝거렸다.

강렬히 매료된 눈빛이다.

‘아… 주눅 들어서 눈을 못 마주친 게 아니라 탐貪을 보느라 그랬던 거야……?’

얼떨떨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탐貪을 데미안에게 건네주었다.

가방을 받아 든 데미안이 제 입술을 핥았다.

“하… 입이 바싹 마를 정도예요.

아… 그래서 목이 건조했던 거야?

“영물의 가죽이군요. 대체 어떤 영물인지 모르겠어요.”

탐貪이라고 불리는 이계 괴수의 가죽이라고 했다. 몸집은 작지만, 나라 하나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위장을 가진 불가사의한 존재라고 했다. 원시 차원에서는 거의 신급으로 추앙받는 희소한 괴수.

“가죽들을 이어 붙인 모양새도 무척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어떤 힘이 느껴져요.”

소재들이 연결된 구조 자체가 마법진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진보한 영능학의 산물이었다.

“표면 가공을 어떻게 했는지 오묘한 광택이 있군요.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이……. 하아… 이거 정말 어디서 사셨습니까? 혹시 저에게 팔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쯤 되니 나도 그만 감탄을 하고 말았다.

‘안목이 진짜 대단하잖아?’

사실 탐貪은 겉보기에 대단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차고르 씨도 전시관 구석에 걸어 두고 별것 아닌 물건인 양 행세했던 것이다.

그런데 데미안이 이걸 단번에 알아봤다.

이게 세계 최고 부자 가문 도련님이라는 건가?

꿀꺽.

데미안이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또다시 올림픽대로 변의 불빛들처럼 흔들리며 반짝인다.

반짝이며 이번엔 나를 정확하게 직시했다.

“사실 부탁을 드리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아, 이게 본론이구나.

눈빛이나 목이 마른 건 내 착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피부의 부족한 수분과 약간 부은 편도선을 향한 의문까지 해소되는 건 아니었다. 도련님에게는 분명 무슨 큰일이 있고, 그걸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일 것이다.

데미안이 말했다.

“아니, 부탁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당신의 물건들은 처음에는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이제는 제가 구할 수도 없는 물건, 너무나 좋은 물건들이 하나씩 보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새로운 물건을 선보일 때마다 저는 잠을 못 이루고, 백방으로 그 뒤를 쫓으려 해도… 부족한 저는 언제나 실패하고 맙니다.”

데미안은 지금 거의 사랑을 고백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거래처를 알려 주십시오. 그 대가가 무엇이든, 제가 지불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루드비히가 하는 말입니다. 대가가 무엇이든 좋으니, 거래합시다.”

두근.

두근두근, 두근.

아,

나도 모르게 이입이 되고 말았다. [만상공감]을 깨우친 이후로 타인의 감각에 이입이 되는 걸 조심해 왔는데도…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데미안이 보여 준 너무나도 강렬하고 순순한 열망에 내 심장이 데미안의 심장을 따라 함께 뛰었다.

그랬기에 그간 하지 않았던 생각을 다시 해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허묵에게도 타키넷을 알려 줬지.’

그다지 신용할 수 없는 킬러 사장에게 타키넷을 알려 준 이유는 타키넷과 지구의 교류가 많아져야 쇄국정책을 펼치는 회귀자들과 맞서 내 활동이 더 편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차원의 침공도 더 오래 버텨 낼 수 있고 말이다.

더불어 자신이 있었다. 타키넷에 진출한 다른 이들이 나를 뛰어넘을 거라는 걱정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만상공감]이 있는 나보다 차원 간 교역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러니 허묵에게도 쉽게 알려 줬던 것이다.

‘그런데 왜 루드비히에게는 타키넷을 알려 줄 생각을 안 했을까?’

그건 두려웠기 때문이다. 허묵과는 또 달랐다. 루드비히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세력.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그들이 내가 가진 것을 탐내고 빼앗을까 두려웠다.

그들이 스스로 알게 되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나를 통해 알게 되고 내가 또 무엇을 알고 있나 궁금해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데미안 도련님을 신용할 수 있는가?’

나는 데미안을 보았다.

도련님의 심장은 정직하게 뛰고 있었고 호흡에서는 벅찬 기대감이 느껴졌다. 순순한 열정.

그리고 도련님이 어비스 게이트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던 일도 생각이 났다.

심정적으로 완전히 신용한다.

이성적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마음은 기울지만 리스크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짊어질 만큼 데미안 루드비히가 나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가, 그게 관건이겠네.’

이득이라…….

이득을 생각하자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았다.

나의 위험을 알아차린 데미안의 특별한 능력과 짐작할 수 없는 무력을 지닌 데미안의 개인 호위, 리디아 위트필드. 데미안이 보여 준 루드비히 가문의 끝없는 재력과 훌륭한 장인들. 그리고 완벽히 관리되는 데미안을 통해 알 수 있는 루드비히 가의 자원 사용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련님의 안목. 그런 안목을 지닌 지구인은 본 적이 없다.’

모르겠다. 이건 동류를 발견했다는 감정적 희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타키넷에서 써먹을 수 있는 새로운 동료를 발견했다는 이성적인 기쁨인 것일까?

어쨌든 결국 내 심장과 머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득이다.

리스크를 짊어져도 좋을 만큼의 이득이다.

데미안이 내 힘의 원천인 타키넷에서의 거래법을 원한다면, 나 역시 데미안이 움직일 수 있는 지구에서의 힘을 원한다.

나는 데미안에게 답했다.

“거래처가 궁금해요?”

“네.”

“그걸 알려면 저와 같은 배를 타셔야 합니다. 그냥 일회성 거래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말하자면 동맹을 하자는 건가요?”

“동맹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 거래처에서 도련님이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도련님은 제가 원하는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고. 서로가 계산기를 내려놓은 채 전력으로 돕는… 그런 동반자적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거의 목숨까지 함께하는 거죠. 거기에 승낙하신다면 기꺼이 제 비밀을 공유해 드리죠. 그리고 장담하건대, 제 비밀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데미안이 미소 지었다.

“흥미롭군요. 좋습니다.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역시 항상 목숨을 내놓고 살아왔어요. 루드비히의 당대 막내라는 게 그렇게 편한 자리가 아니거든요. 저 역시 동맹이 필요합니다. 같이 가시죠. 그게 무엇이든, 함께 싸워 보죠. 함께 목숨을 걸어 봐요.”

데미안이 손을 내밀었고 내가 그 손을 잡았다.

루드비히의 막내, 데미안 루드비히와 진정으로 한편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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