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VIP 차원 쇼퍼-75화 (75/212)

11. 그들의 사정

소시민이 사라지고 얼마 후, 밤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되었다.

꾸우우우우-!

우르르르르!

처음 시작은 거대한 잠수함이 침몰하는 듯한 낮고 불길한 울음소리였다. 직후, 천지가 진동했다.

쿠르르르!

쾅! 꽈과광!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은 뼈와 이빨, 발톱 따위가 땅을 때렸다. 그 충격으로 몸이 2층 높이만큼 던져질 정도로 무지막지한 위력이었다.

저 멀리서 최치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흩어지지 마! 옆 사람을 잡아!”

데미안 측의 두 번째 서열인 임훈도 외쳤다.

“체인 포메이션!”

쩔그렁! 쩔렁!

소시민이 자주 쓰는 악몽사슬과 비슷한 얇은 사슬들을 던졌다. 사람과 사람을 거미줄처럼 연결했다. 난리 통에 홀로 떨어져 낙오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

데미안의 부하들은 소시민의 측근인 강전구와 박민희도 빠짐없이 사슬로 연결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표류가 시작되었다.

“우와아앗!”

누가 지르는 비명인지는 무의미했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우르르르!

밤이 몸을 흔들고, 그 움직임에 휩쓸려 주변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던 괴물들이 해일처럼 덮쳐 왔다.

끼에에엑!

이 난리 통에 괴물들도 잠에서 깨어 사방으로 이빨과 발톱을 휘둘렀다. 그것은 마치 칼날로 이루어진 폭풍우와 같았다.

사슬로 서로를 엮은 일행은 덮쳐드는 괴물들을 막아 내고 튕겨 내느라 이리저리 출렁였다.

깡! 카캉!

“막아! 방진 안으로 들여보내지 마!”

“발톱이나 이빨에 베이는 건 괜찮아! 하지만 붙잡히거나 물리면 안 돼! 계속 움직여! 짓밟으면서라도 움직여!”

꿀렁! 꿀렁!

끝도 없이 밀려드는 괴물들을 밟고 뛰어오르고, 밀쳐 냈다. 사슬로 서로를 엮은 채 괴물들과 악전고투를 하는 데미안 일행의 모습은 폭풍우에 휘말린 작은 뗏목의 형상이었다.

박민희가 외쳤다.

“으악! 소시민은 어딜 간 거야! 야아! 네가 데려와 놓고 이렇게 나몰라라식이냐!”

충성심이 깊은 강전구가 반박했다.

“사령관님은 이 던전을 점령하러 간 겁니다. 조금만 버티면 사령관님이 해결할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버틸 수는 있고?”

“그야… 크윽! 사령관님!”

뚝심 있고 충성심이 강한 강전구조차도 지금 상황이 버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리저리 휩쓸리다 못해 강전구가 [무게증가]를 발휘했다.

쿠직! 꽈아앙!

강전구가 스스로의 무게를 늘려 뚝 떨어지며 땅을 후려치자, 밀려들던 괴물 수십여 마리가 단숨에 허공을 날았다. 해일의 한 부분이 으깨지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사슬에 묶여 위태롭게 출렁이던 데미안 일행과 박민희는 순간적으로 무게중심을 잡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영력을 수련한 이후로 더욱 강력해진 [무게증가]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여유는 잠시.

키에에에에!

괴물들은 소용돌이처럼 금세 몰려들었고, 일행들은 다시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 올라가!”

“잠겨 든다! 빠지면 안 돼! 밟고 올라가!”

“처진 놈 누구야! 끌어 올려!”

“끄아아압!”

전투라기보다는 몸부림이었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듯, 괴물들에게 뒤덮이지 않기 위한 몸부림. 하늘을 향한 끊임없는 사투.

쿵!

꽈과광!

그 와중에 거대한 검은색 발톱은 쉼 없이 땅을 헤집고 있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그것이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땅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갈 때마다 다들 모골이 송연했다.

특히나, 이 무리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데미안은 가슴 한구석이 섬뜩했다.

‘운 나쁘게 저게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물론 데미안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위협으로는 데미안을 죽일 수 없다. 그에게는 위기를 벗어날 수많은 보물이 있고, 무엇보다도 소형화한 채 가슴 주머니에 숨어 따라온 리디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저 자신만을 위한 것. 데미안 스스로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가문의 힘이었다.

과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만으로 자신을 따라온 이들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인가?

데미안은 자신 없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리디아, 혹시 도와줄 수 있어?”

대답은 데미안의 셔츠 가슴 주머니 속에서 가늘게 들려왔다.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로.

예상한 대로의 대답이었다.

“…죄송합니다.”

알고 있었지만, 울컥했다.

“안 된다는 거 알아! 그래도 묻는 거야. 리디아… 부탁이야.”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는 가주님의 명령에 묶여 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도련님을 지키는 최후의 칼. 마지막의 마지막, 최악의 최악을 위해 존재하는 자.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하는 때에도…….”

“역량의 절반 이상을 숨겨야 하는 자!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언성을 높이던 데미안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남들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하는 아이템을 썼으니, 마음껏 소리 질러도 괜찮았다.

하지만 말이 가슴에서 턱, 막혀서 나오지 않았다.

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투정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위선일 뿐이었다.

‘만약 정말로 이들을 지키고 싶다면… 내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 되는 일이니까…….’

얼마 전에 소시민을 구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인질로 리디아를 움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결국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 역시 대가가 따르는 일이었고, 소시민 때와는 달리 그 대가가 아까웠으니까. 그런 주제에 명령을 따를 뿐인 리디아를 다그친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주인은 책임을 지는 자였다. 수족에게 애걸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자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호위 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견디자. 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을 기억해 주자.’

아무리 봐도 현 상황은 인명 피해 없이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게 자신의 의무이리라.

꽈르르릉!

얄궂게도, 막 그렇게 마음을 먹고 두 눈을 부릅뜬 그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검은 발톱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피할 틈도 없었다. 그저 다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도련님을 지킨다!”

데미안 근처에 있던 호위 팀원들이 데미안의 머리 위를 막아섰다.

데미안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그때,

웬 소년이 몸을 빙글빙글 회전시키며, 데미안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카각! 후우우우웅- 꿍!

거대한 발톱과 칼이 부딪히는 미세한 소리, 거대한 발톱이 허공을 휘젓는 소리, 땅에 처박히는 울림.

발톱이 빗나갔다.

단 일검으로 저 무지막지한 일격을 완전히 비껴 낼 수 있는 존재는 이곳에 단 한 명뿐이었다.

“최치국?”

데미안의 목소리에 최치국은 데미안의 앞을 막아서며 붉어진 얼굴로 거친 호흡을 뱉으며 히죽 웃었다.

“나한테 목숨 빚진 거 같네요. 루드비히 가문의 빚은 비싸다고 들었는데.”

데미안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느새 최치국의 일행과 데미안의 일행이 뒤섞여 있었다. 난리 통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서로 합쳐진 모양이었다.

솔직히 반갑고 고마웠다. 하지만 루드비히의 일원으로서 데미안은 솔직해질 수 없었다.

루드비히는 같은 편이 될 수 있는 이에게는 한없이 후하지만, 경쟁자에게는 한없이 박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데미안은 속마음과는 반대로 콧방귀를 뀌었다.

“루드비히를 가볍게 보는가? 약간의 위험도 느끼지 못했다. 괜히 끼어들었어.”

별 볼 일 없는 헌터들에게도 존댓말을 하는 데미안이 최치국에게는 존대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루드비히는 경쟁자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데미안을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호위 팀원들도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최치국을 도발하듯 쏘아봤다.

최치국은 그들을 일별하더니 중얼거렸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아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뭐, 무슨……!”

감히 애 취급을 하다니!

데미안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정작 최치국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데미안은 멈칫 굳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왜 나를 저런 눈으로 봐?’

최치국의 눈에 담긴 감정은 연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를 보는 듯한… 아주 깊은 연민. 데미안은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치국은 금세 감정을 지우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뭐, 아무튼. 그럼 이거나 알려 주시죠. 소시민 씨는 어디에?”

데미안은 어쩐지 울컥했다.

‘뭐야? 세상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때는 언제고 갑자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어쩐지 혼자 바보가 된 느낌.

그래서였다.

데미안은 최치국을 비웃었다.

“소시민 사령관이야 이미 던전 코어를 발견하고 점령하러 갔지. 불쌍하구나. 너는 이미 늦었다.”

그 대답을 들은 최치국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아… 이런…….”

이번에는 데미안이 연민을 느껴 버릴 만큼,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과 목소리였다.

하지만 최치국은 또다시 금방 감정을 지우고는 쓰게 웃었다.

“한 발 늦었군요. 이상하게 소시민 씨는 자꾸 날 훼방 놓네……. 뭐, 별수 없군요. 이미 늦었다면, 상황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당신을 계속 지켜 주죠.”

“흥! 필요 없다!”

데미안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최치국은 데미안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도 이게 병이지. 도움도 안 되는 경쟁자일 뿐인데도… 막상 꼬마가 울고 있으니 외면을 하지 못하겠네.”

“뭐, 꼬마? 아니, 그리고 내가 언제 울었다고……!”

데미안은 맹렬히 분노했다.

꼬마라니. 감히 루드비히의 직계에게 꼬마라니! 이런 대접은 태어나서 받아 본 적도 없고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이건 루드비히에 대한 도전이야! 정식으로 항의를……!’

하지만 데미안이 다시 한번 분노를 쏟아 내려는 순간,

쩌어엉-!

최치국은 또 한 번 밤의 발톱을 튕겨 냈다.

꿀꺽.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튀어나오려던 말이 도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쩌저저정!

밤이 마구 발버둥을 치느라 계속해서 뼈와 발톱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길고 무시무시한 뼛조각도, 이빨도, 발톱도, 그 무엇도 최치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열여섯의 어린 소년의 어깨가 까마득한 성벽처럼 크고 듬직해 보였다.

깡! 까강!

하지만 그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도련님, 그런데 소시민 씨가 던전 점령을 못 하면… 몇이 죽든 공세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도 이거, 계속 못 막습니다.”

쿨럭!

최치국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발톱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밤이 점점 더 심하게 몸부림쳤다.

“큭!”

계속 뛰어오르며 밤의 공격을 끝도 없이 막아 내던 최치국이 문득 균형을 잃었다.

제대로 빗겨 내지 못한 발톱이 최치국이 원했던 궤도를 벗어나 사람들의 머리 위를 덮쳤다.

“아……!”

데미안은 탄식을 내뱉었다.

자기 사람이라 생각한 이들이 다치고 죽는 일은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먹을 세게 쥐고,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쿵!

쿠쿵!

우수수수…….

일행을 덮치던 뼈와 발톱들이 갑자기 궤도를 한 번 더 틀더니 빈 땅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뼈와 이빨이 천천히 땅 위로 내려왔다. 격렬하게 흔들리던 밤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끝도 없이 밀려들던 괴물들은 끈끈이 덫에 걸린 쥐처럼 어둠을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버둥거렸다.

지옥 같던 전장이 갑자기 꿈처럼 평온해졌다. 새소리마저 들릴 것만 같은 고요함.

“이, 이게……?”

“어……?”

데미안과 최치국이 서로를 멍하니 돌아보는 순간,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소시민이 외쳤다.

환하게 빛나는 달덩이를 끌고 내려오며 외쳤다.

“도련님, 점령을 완료했습니다!”

* * *

던전 점령이라는 건 엄청난 일이다.

우우우우-

밤은 땅 위에 얌전히 누운 채 울고 있었다.

데미안 도련님의 수하인 임훈이 나를 대신해 밤의 심장이자, 던전 코어인 달덩이에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24시간, 루드비히 가문에서 파견 나온 누군가가 달덩이를 감시하고 여차하면 코어를 파괴할 수 있는 만전의 태세를 갖출 것이다. 그게 점령의 의미였다. 항상 코어를 파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는 것. 코어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던전 부산물들을 알뜰히 챙기는 것.

데미안이 데려온 수하들은 이런 일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듯, 코어에서 정보를 읽어 내고는 능숙하게 던전을 정리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들을 발굴하고, 재생 가능한 자원 목록을 기술하기 시작했다.

“밤의 심장은 극히 우수한 금속이야. 조금 떼어 가자. 이게 재생이 되는지도 체크해 봐야 돼.”

“뒤틀린 괴물들 중에서도 특이한 생체 조직을 가진 녀석들이 있어. 가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군.”

이렇게 체계적으로 던전을 점령하고 관리하는 건, 엄청난 노하우와 자원을 소유한 강력한 집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던전을 확보하기만 하면 거기서 떨어지는 이득은 어마어마했다. 지구에서는 결코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을, 경우에 따라서는 무한정 얻을 수도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루드비히는 자신과 같은 편에게는 역시 화끈했다.

“처음 예상과 많이 달라졌으니, 던전에 대한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3할을 드리죠. 물론 처음에 약속한 신발 소재와 장인 서른 명을 서부 드래곤힐동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던전을 찾은 것도 루드비히고, 전력을 모아 온 것도 루드비히고, 나를 용병처럼 고용한 것도 루드비히고, 심지어 던전을 관리하는 것도 루드비히라는 것을 감안할 때, 3할은 아주아주 후한 계산이었다.

이러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언제든 또 불러 주십시오!”

승리했겠다,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없겠다, 보상도 넉넉하겠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내 등에 업혀서 날아다니느라 머리가 산발이 되었던 서민서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박민희와 강전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재잘거렸다.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났네요. 아, 좋다. 끝나고 한잔해야죠? 아까 선배가 산다고 했어요.”

“술 마시면 근 손실 옵니다.”

“먹고 두 배로 하면 되죠!”

“으음……!”

갈등하는 강전구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이런 파티 분위기에 끼지 못하는 불쌍한 이가 있었다.

검웅 최치국.

그는 한편에 서서 우리가 던전을 정리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검웅의 팬이라지만 저절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눈치 보이게 저기서 왜 저러고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도, 도련님!”

사람 하나가 데미안에게 뛰어왔다. 쫑긋, 알게 모르게 최치국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 오파츠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떤 오파츠길래 그러죠?”

“그, 그게… 코어에서 읽은 정보가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일정 지역 내의 던전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던전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위험지역을 마킹해 주는 오파츠입니다. 시, 심지어 던전 브레이크의 조짐을 사전에 알려 주기까지 합니다!”

데미안 도련님의 얼굴색이 변했다.

아마 내 얼굴색도 변했을 것이다.

‘아, 이거구나.’

그리고 깨달았다. 왜 최치국이 이곳에 왔는지, 왜 아직도 떠나지 않고 얼쩡거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육삼공 참사가 끔찍했던 이유는… 던전 브레이크가 예고도 없이 닥쳐왔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그걸 사전에 포착하고 경고할 수 있다면?

육삼공의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지금, 이건 정말 대단한 오파츠였다.

특히나 회귀자들로서는 정말 포기하기 싫은 그런 물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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