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히?
보통 첫 번째 시도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오죽 그런 경우가 많으면 첫 번째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온갖 말이 무성할 정도였다.
‘첫술에 어찌 배가 부르랴.’
‘N번 실패하고 OO 대기업을 세운 CEO.’
‘실패에서 배운다.’
처음에는 모든 게 어설플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
일이 되려고 하면, 단 한 번의 시도로도 큰 성공을 거두는 일도 세상엔 왕왕 있는 법이었다.
준비에서 제작까지 고작 2주.
제작한 신발 1,112켤레.
그중 오라가 깃든 신발이 429켤레.
오라가 깃든 신발이 나올 확률은 1/3 정도로 예상했지만, 운이 좋게도 수율이 상당히 높았다.
덕분에 목표를 한참이나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냥 150알에만 팔아도 매출액 64,050알!
나타르가 벙찐 이유였다.
[미쳤어……. 잘해야 200켤레 정도 준비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수제화인 데다가 만든 장인들이 서로 달라서 품질과 디자인이 들쭉날쭉합니다. 그래서 상중하로 분류했습니다. 최상품 세 켤레와 최하품 다섯 켤레도 따로 뽑았는데, 보십시오. 최상품은 말이 안 될 정도의 명품이 뽑혔습니다. 심지어 최하품조차도 뛰어납니다. 어린 세계수의 잎을 소재로 쓴 덕분에 인챈트 효율이 높아졌거든요. 케사리니 아몬 님도 작업 결과를 무척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과연. 최하품조차도 내가 생각한 합격선에 들어가고도 남는군.]
나타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협상해 볼까?’
원래는 큰 협상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
이미 나타르와 공급가를 150알에서 200알 사이로 논의를 마친 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400켤레가 넘는, 기대를 뛰어넘는 양질의 물건을 만들어 놓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걸 처음 생각한 대로 판매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나타르 님, 원래 최소한의 여건만 갖춘 뒤 돗자리 장사를 하듯 팔 생각이셨죠?”
[그랬지. 결국 뒤틀린 늪 지역에서 쓸 만한 최소한의 스펙만 갖추어지면 앞뒤 없이 팔릴 테니까. 그래서 갯펄 시장 초보 상인인 나에게도 큰 기회인 거고.]
“그러지 말고 아예 브랜딩을 좀 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양질의 수제 물건을 판다는 점을 내세워서 간판을 내걸자?]
“바로 그겁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놓고 이름도 못 남기면 아깝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함께 일을 해 보자는 이야기네. 맞지?]
“뭐, 당장 길게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니 향후 상품 세 개 정도만 계약해 볼까요?”
나타르의 등혹이 간질간질했다.
그가 나를 보는 시선이 밝아졌다.
이 모든 건 사막 발굽인이 어떤 사안에 흥미를 보일 때 나오는 생리 반응이었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해 보자. 이만한 퀄리티로 이만한 물량이 나온다면 승산 있어.]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나니 협상은 금세 이루어졌다.
우선 판매 전략이 바뀐 만큼 우리 사이의 거래 방식도 바뀌었다.
[그러면 일단 오늘은 100켤레 정도만 사 갈게. 상품이 108켤레, 중품이 221켤레, 하품이 92켤레니까……. 상품 5켤레, 중품 25켤레, 하품 70켤레, 최하급 5켤레 그리고 최상품 1켤레를 가져갈 거야. 오늘은 하품 위주로 팔고 내일과 모레, 시간을 두고 우리 간판을 알리면서 점점 중품에서 상품, 최상품까지 판매할 거야.]
“네. 처음 합의와 다르게 저희가 당분간 재고를 떠안고 있어야 하는 만큼, 가격은 브랜딩이 성공했을 때를 기준으로 쳐주시지요.”
당초 계약은 만들어 오는 대로 사 주는 것이었지만, 브랜딩을 해서 더 비싸게 팔기로 한 만큼 서로 리스크를 지기로 했다.
나는 물건을 한 번에 다 팔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나타르는 원래 생각보다 물건을 비싸게 사 간다는 리스크를.
[좋아. 최하품 160알, 하품 190알, 중품 240알. 그리고…….]
나타르는 눈을 스르르 감고 입속으로 셈을 했다. 항상 느리게 뛰던 그의 심장 고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숨이 벅찼다. 무언가 큰 결정을 내리려는 듯. 마침내 그가 눈을 뜨고 말했다.
[상품 400알, 최상품 700알.]
이번에는 내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와…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잘 쳐줄 줄은 몰랐는데……?
[좋은 물건이니까 확실히 비싸게 팔아 볼 생각이야. 하지만… 내 입장에서도 꽤나 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건 잊지 마. 나도 네가 마음에 들어서 최대한 가격을 잘 쳐주는 거라고.]
나타르가 입술을 뒤집으며 웃고는 주머니에 타키온을 두둑이 담아 내게 건넸다.
[잃어버리지 않게 간수 잘해. 신발 다 팔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빠르면 사흘, 늦으면 일주일 뒤에 다시 봐. 시장 반응 살펴서 지금 가격에서 깎든 올리든 좀 조정이 있을 거야. 그건 감안해.]
“물론입니다!”
나타르는 다시 입술을 뒤집어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쥐고 [만상공감]을 발휘해 타키온을 단숨에 세어 보았다.
22,800알!
전부를 판 것도 아니고 단지 일부만을 팔았는데 이 정도라니!
아직 타키온의 쓰임새가 알려지지 않은 지구의 상황을 볼 때, 어쩌면 2만 알이라는 타키온의 양은 1년 내내 지구 전체에서 발견되거나 던전에서 우연히 획득하게 되는 타키온의 총량보다도 많을지도 몰랐다.
‘와… 타키온 2만 알…….’
정말 감개무량한 액수.
내 머릿속으로는 지난 생에 열심히 팔았던 각종 골동품이 아련히 지나갔다.
폐허가 되어 버린 도시를 뒤져서 오라를 풍기는 만년필이나 신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다가 타키넷에서 죽어라 발품 팔아서 다섯 알, 열 알씩 받고 팔아 치웠던 나날. 쓰레기 거리를 전전하며 온갖 잡일과 심부름을 해서 또 타키온 두 알, 세 알씩을 모았던 순간들.
타키넷에 겨우 익숙해진 후에야 100알쯤에 사서 140알쯤에 파는 기초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악착같이 몇 년을 모았지만 2만 알은커녕 1,000알도 모아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모을 새도 없이 족족 물건을 샀으니까.
그때는 마누스도 못 다루는 주제에 [만상공감]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고작 2류 수준의 기량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 소모해야만 했었다.
그랬던 내게, 지금 2만 알이 들려 있었다.
단 한 번의 거래로 일어난 일이었다.
‘달다.’
물론 지금 쥔 22,800알은 내 돈이 아니다.
케사리니 아몬의 인챈트 대금으로 한 켤레당 50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달아.’
50알. 아몬의 일반적인 인챈트 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 놓고 한 번에 427켤레를 인챈트한 덕분에 비용을 크게 줄였다.
거기에 내가 [만상공감]을 활용해 직접 마법진을 그리는 걸 보조해서 또 한 번 줄였다. 아몬은 여태까지 써 본 보조 중에 최고였다고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깎아서 만든 50알.
427켤레면 21,350알.
이걸 다 지급하고 나면 현재 내 손에 떨어지는 건 1,450알.
‘여전히 너무너무 달아.’
아직 거래가 한참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거래로 인챈트 비용을 다 털고도 남다니?
이제 앞으로의 매출은 전부 수익이잖아!
생각할수록 가슴만 쿵! 쿵! 더 세게 뛸 뿐.
‘이런 추세로 계속 팔 수만 있다면……!’
잘 팔려서 사흘 뒤에 또 물건을 팔고… 또 팔고……. 그렇게 이번에 만든 신발을 다 팔면 얼마야?
무려 116,620알!
인챈트 비용을 떼도 순수익 95,270알!
‘와… 그게 정말 될까?’
심장이 떨려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 * *
“와, 형! 우리 이제 부자 되는 거예요?”
까막이와 함께 케사리니 아몬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2만 알이나 되는 거금을 들고 다니기 불안해서 일단 대금을 먼저 치를 작정이었다.
“그래. 네 식비도 올려 주마. 새 옷도 마련해 줄게.”
“오예!”
까막이가 신이 나서 들썩거렸다. 첫 만남에서는 ‘너, 죽여 보면 안 돼?’라며 살기를 풀풀 날리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강아지 같네.
“어……?”
그런데 그 순간 스치는 불길한 감각에 나는 자리에 멈춰 서야 했다.
“형?”
사방에서 동시에 나타난 감각, 7명. 그들이 [만상공감]의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봐라, 봐. 얼마 전에 갯펄 시장으로 간 인간이 왜 쓰레기 거리 사람을 만나겠어?]
[이번에는 찍기가 제대로 통했네.]
[야, 야. 아까 건네받은 주머니가 얼마나 컸다고.]
[비싼 거였어. 그런 주머니면 최소 5천 알은 들어 있을걸?]
인간종 둘에 아인종 둘 그리고 괴인종 셋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마지막 말은 눈이 돋보기처럼 크고 불룩한 괴인종이 꺼낸 말이었다. 먼 곳의 일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했다.
분위기는 뻔했다.
‘강도네.’
하지만 좀 이상한 면이 있었다. 차원 불안정성 때문에 영력을 쓸 수 없는 쓰레기 거리에서는 보통 습격이란 은밀한 기습을 의미했다. 최초의 공격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단념하고 떠나는 게 관례.
‘그런데 완전 대놓고 다가오네……?’
내가 놈들을 관찰하는 사이, 옆에 있던 까막이가 단검 두 개를 꺼내 들고 자신 있게 나섰다.
“야!”
녀석의 손 위에서 단검이 빙그르르 돌았다. 능숙하다. 자신이 무기술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단검 자체는 내가 여기저기 오가며 주워다 준 평범한 품질이었지만, 무게감과 크기만큼은 손에 착 붙는 것이라서 까막이는 아주 현란하게 단검을 다룰 수 있었다.
“피차 영력은 쓰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개싸움 벌이게? 그냥 갈 길 가지? 그러다 나한테 얼굴 찢긴다?”
오랜만에 보는 살벌한 모습!
이런 모습도 까막이와 잘 어울렸다. 마치 한 마리의 어린 늑대를 보는 것 같다. 지울 수 없는 야성과 송곳니를 가진 늑대.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척 의외였다.
[누가 그래? 영력을 못 써?]
[크큭. 모를 법도 하지. 그림자 인간들은 타키온을 매개로 강력한 차원 결계를 펼칠 수 있다는 걸.]
[그래. 그 말대로다. 나는 이미 타키온 200알을 들여서 강력한 술식을 준비해 왔거든.]
중절모 같은 모자에 코트 같은 것을 뒤집어쓴 그림자 인간이 땅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림자 인간이 모자를 벗으니 그 안에 수북히 쌓인 타키온이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모자를 빙글빙글 돌리는 그림자 인간.
“어, 어?”
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크기를 키워 나와 까막이를 집어삼켰다. 대처할 시간도 없었다. 순식간에 쓰레기 거리의 뒷골목은 사라지고 밤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적막한 공간이 우리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여기서는 영력을 써도 되겠네?”
쓰레기 거리의 차원 불안정성이 이 결계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런 결계까지 준비해 오다니……. 진짜 본격적이다.
“어, 어… 형?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까막이가 엉거주춤 물러서며 내 눈치를 살폈다. 간만에 예전 모습을 보여 주는가 싶더니 바로 꼬리를 내린다.
그래. 늑대는 늑대지만 싸움에서 너무 많이 진 늑대다.
불리한 상황을 금방 깨닫는 즉시 꼬리가 돌돌 말리는구나.
[크큭. 이제 상황을 좀 알겠나? 너희는 죽을 거고 너희의 타키온은 우리 것이 될 거야.]
본격적이라서 그런지 ‘좋은 말로 할 때 내놓고 꺼져라.’라는 옵션은 처음부터 없었다. 우리를 죽이고 가져가겠다는 선언이 당연하게 튀어나왔다.
“제, 젠장…….”
후웅-
까막이의 전신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마누스. 느껴지는 감각으로 보아 <대시>를 활성화한 것 같았다. 여차하면 빠르게 뒤로 빠질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런 까막이의 대처는 습격자들에게 크나큰 웃음을 안겨 주었다.
[어엉? 저게 뭐야?]
[와하하하! 설마 지금 저걸 영력이라고 쓴 건 아니겠지?]
오, 이건 좀 신선한데?
지구에서는 마누스 없다고 내가 맨날 허섭스레기 취급을 받았는데, 여기서는 마누스를 쓰는 까막이가 머저리 취급을 받는다.
[효율도 나쁘고, 불안정하다.]
잠자리 같은 눈에 메뚜기 날개 같은 것을 지닌 괴인종이 딱 두 마디로 까막이의 마누스를 평가했다.
심히 동감하는 바였다.
그런데 녀석은 자신의 말을 말에서 그치지 않고 증명하기까지 했다.
놈이 자신의 날개를 파파파팍! 하고 빠르게 떨었다. 영력이 담긴 날갯짓이 파장을 일으켜 까막이의 마누스에 간섭하는 순간,
파아앙!
“아악!”
까막이를 둘러싸고 있던 아지랑이가 벗겨지듯 날아가 버렸다.
“마… 마누스가 상쇄된다고?”
까막이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약해. 먼저. 죽인다.]
곤충 인간이 날개를 활짝 펴고 까막이를 향해 도약했다. 보아하니 이 녀석이 이 패거리에서 가장 빠른 놈이었다.
“으, 으아아!”
<대시>가 날아가는 바람에 고속으로 피할 수단을 잃게 된 까막이는 곤충 인간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달려들자 패닉에 빠졌다. 까막이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초능력인 <염동력>을 끌어내 사방의 모든 것을 밀쳐 내고자 했지만, 곤충 인간은 그런 마구잡이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
[‘권능’? 대단하다. 하지만 권능이 아깝다.]
서걱-
집중되지 못한 <염동력>은 곤충 인간이 쥔 환도에 맥없이 잘려 나갔다. 놈이 파죽지세로 날아 까막이 앞으로 쇄도했다.
까막이는 단검을 뻗었지만, 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으앗! 으아아!”
[그 목. 맛있게 받…….]
쿠직!
내가 놈을 노린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멍청하기는. 까막이에게 정신이 팔려서 나를 잊다니.
이래서 딸피의 유혹이 무섭다는 거다.
7미터 길이의 거인창.
신품 네필림의 날개와 강해진 각력으로 뿜어낸 순간적인 가속!
날개를 한 번 떨치니 이미 창끝이 괴인종의 상반신을 박살 내며 솟구친 뒤였다. 초록색 핏물이 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한참 뒤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저 뒤편에, 아직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눈을 껌뻑이고 있는 노란 머리의 멍청한 인간종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각이 나온다.
‘방향을 살짝만 틀자.’
네필림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관성과 바람을 한 번에 끌어안는다. 강력한 저항에 몸이 뒤로 붕 떠오르는 것 같다. 그 상태로 오른쪽 날개를 꺾었다.
피아아앙-
비행이라기보다는 빙글빙글 추락하는 것에 가깝다. 보통이라면 결코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의 움직임. 하지만 [만상공감]은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느끼고 제어하게 만들어 준다.
“어, 어……?”
쿠직!
노란 머리의 인간은 불규칙하게 빙글빙글 떨어지는 나를 보고도 피하지 못했다. 어영부영 몸을 비틀었지만, 그보다 먼저 거인창이 그의 가슴을 박살 내며 땅에 꽂혀 들었다. 빵!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잘했어, 까막아.”
가늘게 떨어지는 핏물을 맞으며 청하와 파도를 뽑아 들었다.
“덕분에 쉽게 두 명 잡고 시작하네. 근데 너희…….”
남은 다섯 놈의 강도들을 쓱 훑어보았다.
지구인하고 다를 바 없이 생긴 까만 머리의 인간이 하나.
키가 1미터에 피부색이 회색인 아인종 하나. 이마에 뿔이 나고 피부가 빨간 아인종이 또 하나.
그리고 눈이 돋보기처럼 생긴 인간과 그림자 인간, 이렇게 괴인종이 둘이 있었다.
까막이가 한 사람 몫을 못 하는 만큼 1 대 5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계산이 들지 않는다.
나를 지배하는 그저 순수하고 신성한 분노.
“감히 내 돈을 노려?”
들고 있는 아이템 빼고,
나머지는 잘근잘근 다 씹어 먹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