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기상! 복수의 시간입니다
휘오- 휘오오-
하얀색 게이트를 넘자마자 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나를 반겼다.
곧이어 연둣빛 가지가 살며시 내 어깨를 스치고, 휘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안녕, 아앙녕!]
“그래. 반갑다, 인마.”
녀석의 밝은 인사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은 여기 올 때마다 힐링받는 기분이 든다.
휘오가 성장할수록 우중충했던 동굴은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 검회색의 바위는 점점 하늘색으로 맑아지고, 돌연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상쾌한 향기가 났다.
어디선가에서 잔잔한 빛이 스며들고, 그 중심에는 아름다운 나무 휘오가 가지를 넓게 퍼뜨리고 둥실 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저 옆에 허묵이 기르는 세계수의 묘목도 함께 있었지만, 최근에 그 녀석은 분가해서 떨어져 나갔다.
“자, 밥 먹자.”
아무리 바빠도 휘오 식사는 직접 챙겼다. 품에서 타키온 주머니를 꺼내 뒤집으면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강아지 뛰어다니듯 사방을 낭창거린다.
싸르르-
무려 서른 알이나 되는 타키온.
휘오가 클수록 점점 먹는 양이 늘어났다. 전에는 많이 먹어 봐야 한 달에 다섯 알이었는데… 이제는 한 달 새에 서른 알씩 두 번은 먹이고 있다.
솔직히 엄청 부담이지만… 아까워할 투자는 아니다.
“많이 먹고 쑥쑥 커서 도와주라, 알았지?”
[밥! 바아압.]
녀석의 뿌리 쪽에 타키온을 떨어뜨리자 황금빛으로 빛나는 타키온들이 휘오의 뿌리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쌩쌩 회전하다가 문득 하나씩 하나씩 흡수되어 사라진다. 먹는 모습이 흐뭇하다.
자식… 잘 먹네.
‘근데 슬슬 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요즘 특히 기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에 성장하면 게이트 권능이 향상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곧장 휘오의 동굴로 올 수 있게 해 주는 게이트의 권능은 정말 편리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화이트 게이트가 내가 있던 장소에서만 열린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화이트 게이트를 열고 휘오의 동굴로 들어왔다가, 나갈 때는 제주도 같은 곳에 열어 주면 참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출구는 항상 내가 들어왔던 장소로 고정되고 말았다.
하지만 만약 휘오가 한 번 더 성장한다면? 가지를 뻗은 장소를 서로 잇는, 일종의 포털이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물류 혁명. 지난 생에 살아남았던 세계수들은 사실 타키넷과의 교류보다는 물류 유통 분야에 더 많이 사용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쓸모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지.
“어때, 휘오야? 좀 느낌이 와?”
[느으으낌? 배애불, 배불. 히히.]
어린아이 낙서 같은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휙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그 천진한 텔레파시에 문득 쓴웃음이 났다.
‘에효. 애 데리고 뭐 하는 거냐?’
물론 녀석이 성장하면 좋지. 하지만 계산적으로만 접근하기엔… 너무 귀엽잖아?
“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라.”
나는 타키온 한 알을 내 어깨 근처를 감싸고 있는 가지에 붙여 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휘오의 가지들이 타키온을 이리저리 튕기며 놀았다.
“아, 참. 그거 왔지?”
[여어기요.]
요리조리 타키온을 튕기면서 또 다른 가지를 내게 내밀었다. 끈처럼 가는 귀여운 가지 끝에 악몽사슬과 가죽 칼집에 담긴 회칼, 파도가 고이 안겨 있었다.
까막이 케사리니 아몬에게서 받아 보내 준 물건들.
‘더럽게 비쌌지.’
악몽사슬 인챈트가 200알이고 파도 인챈트가 600알이었다.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다시피 해서 겨우 충당했다.
[이이거. 재미이써어!]
티잉-
팅-!
휘오는 물건들을 바로 넘겨주지 않았다.
가지로 악몽사슬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파도의 칼날을 꺼내 가지로 두드리고, 심지어 자기 잎사귀를 자르면서 놀기 시작했다.
“야! 뭐 하는 거야!”
[이이거. 봐아라요.]
아몬이 악몽사슬에 인챈트한 힘은 충격파와 벼락이었다.
휘오가 사슬을 세게 잡아당기고 가지로 때리자 파아앙-! 하고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벼락이 몰아쳤다.
내 살갗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음에도 휘오의 가지와 잎사귀는 조금도 그을리지 않고 그 힘을 흩어 냈다. 역시 세계수다운 강력한 주문 저항력이었다.
휘오의 장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이거, 예에리해.]
사륵.
자신의 잎사귀가 파도 앞에서 맥없이 잘리는 모습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이이거, 떨려어 스며어.]
휘오는 파도를 들고 자기 잎사귀도 자르고 자기 가지 끝도 살짝 자르기 시작했다. 이게 미쳤나?
“야, 야! 위험하잖아?”
[괘아아나, 아나파아. 그리고 이제 아라써어요.]
휘오가 가지를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파도를 자기 잎사귀에 그었다. 그런데 이번 잎사귀는 잘리지 않았다. 칼날이 닿는 순간 잎사귀가 은색으로 물들더니, 태풍을 만난 천 조각처럼 파르르 떨며 파도의 칼날을 비껴 내고는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잘해찌이요?]
‘허… 세계수다, 이건가?’
순간적으로 잎사귀에 특정한 성질을 부여해서 파도의 칼날을 막아 내다니. 이게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아기 나무가 보여 줄 수 있는 힘이 맞나 싶다.
그렇게 내가 감탄하는 사이 새로운 장난감을 실컷 가지고 논 휘오는 내게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여기요. 이거도. 그으리고 이거도.]
악몽사슬과 파도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다.
오라가 없는 물건이라 그런지 휘오의 관심을 끌진 못했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
타키넷 현장 요원 까막이가 찾아서 보내 준 물건.
“오… 이거 쓸 만하네?”
투명하게 빛나는 깃털. 바로 네필림의 날개였다.
‘형님, 형님! 저번에 그 날개! 그거 만든 문명에서 제대로 된 장사꾼 하나가 넘어왔습니다!’
까막이 녀석이 호들갑 떨면서 말하길래 한번 사 보라고 했는데, 진짜였다.
[쓸 만해요요?]
“응. 신품이야. 전에 썼던 것보다 속력도 20퍼센트는 더 빠르고, 순간 가속과 감속도 더 쉽고 방향 전환도 더 나아. 내구성도 짱짱하고.”
처음에 단돈 타키온 10알에 샀던 네필림의 날개는 써먹을 대로 써먹어서 너덜너덜한 중고품이었다. 하지만 이건 새 거. 인위적으로 파괴당하지 않는 이상 저번처럼 날개짓하다가 박살 날 염려는 없다.
“이런 신품을 타키온 70알을 주고 샀단 말이지……? 제법인데?”
갯펄 시장 진출하면 잘 대해 줘야겠어.
속으로 다짐하며 네필림의 날개를 흡수했다. 빛으로 흩어진 깃털이 내 날갯죽지에 흡수되어 작은 날개 문신을 만들었다.
‘이로써 다 갖추었다.’
악몽사슬과 파도도 인챈트했고, 새로운 네필림의 날개까지 얻었다. 현 수준에서 가능한 최대의 전력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제주도로 출진하는 것!
“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
[으응. 또 놀러와아요.]
휘오 녀석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장인들이야 이제 곧 넘치도록 구할 수 있으니 됐고. 이제 남은 건 제품 구상. 어떤 소재를 쓰고 어떤 디자인으로 물건을 뽑을지…….’
가장 큰 문제는 소재를 확정하는 것이었다. 소재가 정해져야 디자인도 정할 테니까.
‘어디, 드래곤의 비늘 같은 그런 꿈의 소재는 없나? 아니면 유니콘의 뿔이나……. 에효.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금속이냐 가죽이냐, 이건데…….’
골똘히 생각하며 걷는 내 앞으로 휘오의 가지와 나뭇잎이 낭창낭창 흔들리며 하얀색 게이트를 만들어 냈다.
마술처럼 찬란한 풍경이었다.
저기 바깥 세상에는 엄청난 기술을 자랑하는 차원 문명이 많이 있다지만, 그들의 기술도 이 ‘세계수’라는 종족이 가진 본능과 권능을 쉽게 넘보지 못한다.
무려 하나의 세계를 지탱했다는 신화적인 족속들이다. 그 몸에 흐르는 신비는 저 오만하다는 용종들도 한 수 접어 줘야 한다는 최상급의 신비종.
그런 세계수들이 차원 격류를 타고 흘러와 지구까지 왔다는 것이 지구의 축복이었고, 그중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세계수가 우리 휘오라는 게 나의 행운이었다.
그렇게 웃으며 화이트 게이트를 넘어가려는 순간,
‘어?’
벼락같이 꽂히는 아이디어에 몸이 덜컥 굳었다.
[자아알가아.]
천진하게 인사하는 세계수.
녀석의 이파리, 줄기, 껍질.
케사리니 아몬이 인챈트한 벼락과 충격파를 아무렇지 않게 상쇄하는 막강한 주문 저항력.
약간의 성질 변환으로 파도의 칼날을 버텨 내는 내구성.
거기에 더해 기본적으로 식물인 만큼 형태와 크기 변환 주문을 각인하기가 금속보다는 용이하잖아?
무엇보다… 공짜였다.
‘바보야……?’
지금 이런 세계수를 두고서 주요 소재를 금속으로 할지 가죽으로 할지, 그걸 고민하고 있었니?
[무우서어…….]
내가 멍한 시선으로 휘오의 가지를 쓰다듬자 휘오는 움찔, 가지를 움츠렸다.
* * *
보통 그렇다.
여름에는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겨울에는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겪는 더위에 깜짝 놀라고 겨울마다 ‘아니, 이렇게 추웠었나?’ 하고 치를 떨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시각과 같은 구체적인 감각은 잘 기억하지만, 고통과 같은 추상적인 감각은 현재의 감각에 강하게 지배를 받는 탓에 잘 떠올리지 못한다. 꼭 그와 유사한 상황이 되어서야 그때 그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이었는지 떠오르고 마는 것이다.
제주도도 그랬다.
육삼공 참사를 모두가 겪었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참사를 이겨 내고 복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은 사람들은 ‘에이… 설마, 육삼공이 언제인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고 막연하게 제주도의 상황을 낙관했다.
간혹 그곳의 참혹한 상황이 보도가 되어도 ‘금방 나아지겠지. 우리도 이겨 냈잖아?’ 하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당장 자신들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급급했던 것도 있었지만,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암울했는지 빠르게 잊어버린 탓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지역의 능력자들은 이곳으로 파견을 와야 비로소 실감했다.
제주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희미하게 번져 오는 괴물 비린내와 무너진 건물들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매캐한 탄내 같은 것을 맡는 순간이 되어서야 그날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건 결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악몽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다.
“빌어먹을……. 대체 왜 지원이 이렇게 늦는 건데?”
처음 이곳으로 차출되던 때에는 ‘아, 재수없게 그런 곳을…….’이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되기 전에 더 많은 지원군을 애타게 찾는 신세가 되었다.
소시민과 소시민을 따르는 직할대. 그리고 무혼 권가의 능력자들과 데미안, 하준광, 권승리가 각각 추린 합동 연구팀이 제주도에 발을 디딘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그들이 제주항으로 입항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다들 울분을 터뜨렸었다.
“고작 20명? 장난해? 심지어 저 안경잡이들은 뭔데?”
“지원군이 아니라 연구 팀을 보냈다고……?”
“미쳤네.”
“위에선 우리가 죽든 말든 관심도 없다, 이거지!”
하지만 A급 위험 지역으로 다가감에 따라 이런 울분 섞인 목소리는 점점 사라졌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런 걸 따지는 게 의미 없다 여겼기 때문이다.
분노도 하루 이틀이지. 끔찍한 고통이 계속되다 보면 오히려 인류애가 피어나는 게 사람이었다.
“안 됐어.”
“A급 위험 지역에 투입된 건가……. 아직 어려 보이는데.”
“특히 저기 저 친구는 아직 고등학생도 안 된 것 같은데…….”
특히 사람들의 시선이 꽂힌 건, 선두에 서서 걸어가는 중학생이었다. 열여섯이나 되었을까? 전장에 있기에는 너무 앳된 얼굴.
하지만 그들은 사실 이 소년이 이 무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는 무혼 권가 출신도 아니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무혼 권가와 소시민 일행의 지휘를 도맡고 있었다.
“첫 번째 A급 위험 지역은 제주시청 남쪽 5킬로미터 지역부터 시작하여, 한라산 능선을 통해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잇고 있던 중앙길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이곳을 차지한 괴물들은 ‘폭발 따개비’라고 불립니다.”
최치국의 담담한 브리핑을 듣고 있던 강전구가 작게 중얼거렸다.
“꼬마가 박식하군.”
최치국의 시선이 그런 강전구를 잠시 훑었다가 다시 그 옆의 소시민에게 돌아갔다. 복잡한 감정이 묻어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담담하게 브리핑을 이어 갔다.
“따개비처럼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데, 돌과 햇볕을 먹고 강력한 포탄을 쏘아 댑니다. 현재까지 공군의 폭격이 3차례, 기갑부대와 민간 능력자들의 돌격이 다섯 차례나 감행되었지만, 모두 토벌에 실패했습니다. 군집을 이룰수록 강력해지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군의 피해만 막대했습니다. 결국 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놈들이 간간이 제주시까지 날려 대는 포격을 견제하기 위해 이곳에서 대공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결국 놈들의 화력을 뚫을 수단이 없어서 도청 소재지인 제주시가 압박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공 방어선만 치고 버틸 뿐이라는 소리였다.
서민서는 그 설명을 듣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눈이 퀭한 능력자들이 꿈도 희망도 없다는 표정으로 참호 속에 기대 앉아 있었다. 지치지도 않고 포격을 쏘아 대는 폭발 따개비들과의 일방적인 싸움에 지칠 대로 지친 것이다. 막아도 막아도 끝나지 않는 포격.
오히려 포격은 점점 많아지는데, 이쪽의 체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가망이 없는 전투를 하는 이들은 불행하고 우울했다.
‘이런 곳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서민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옆을 돌아보니 박민희의 표정도 어두웠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들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정예라고는 해도 그렇지……. 군대가 동원돼도 실패한 것을 스무 명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걸까? 그중에서도 전투 요원은 17명밖에 안 되는데…….
‘대체 우리를 왜 여기로 데려온 걸까? 응? 선배……?’
혼란에 빠진 서민서의 앞을 지나쳐 소시민이 나섰다.
그는 손에 웬 전구 하나를 들고 말했다.
“이제 보니 유물 선별을 딱딱 맞춰서 준비했군요? 이거 쓰라는 거죠?”
서민서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전구가 뭔 상관?’ 싶었는데, 의외로 최치국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자 소시민은 빙그레 웃더니 확성 젤리를 꿀꺽 삼켰다.
‘아니, 그걸 왜 먹어요?’
서민서의 의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다들 기상! 용산구 2지역 사령관 소시민입니다. 자, 지금부터 복수의 시간입니다! 적의 포격은 제가 담당할 테니… 가서 실컷 죽여요!”
멀리 있어도 바로 귀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선명한 목소리가 대공 방어선 일대를 휩쓸었다.
퀭하게 죽어 있던 능력자들과 군인들이 ‘이건 뭐 하는 미친놈이야?’ 하는 시선을 보내며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방어막이었다.
하늘을 뒤덮고 한라산의 봉우리를 가리며, 햇살처럼 찬란하게 피어나는 방어막.
유물, 에디슨의 전구의 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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