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큰일 날 뻔했네
“서민서.”
“넵!”
“짧은 [점멸] 열 번은 가능하다고 말했지?”
“네! 엄청 늘었어요!”
원래는 두 번이나 겨우 할 수 있었을까? 짧은 시간에 말도 안 되는 성취였다. 지금도 쓰고 있는 백야의 안경 덕분이기도 했고, 세계수의 씨앗이 정제해 준 힘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서민서 본인의 재능이 받쳐 준 덕분이었다. 지난 생에는 고생만 하고 살아 꽃피울 겨를도 없었던 재능이… 적절한 아이템과 보조를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늦지 않게 이곳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이제부터는 [점멸]을 아끼지 마. 너만 믿을게.”
“넵!”
“…근데 너, 갑자기 왜 이렇게 말 잘 듣냐?”
“존경합니다, 선배님!”
서민서의 눈이 반짝거렸다.
고작 예비역 헌터인 자신이 프로들의 무대인 D급 던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자기가 막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고 아주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나만 따라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건지 아주 눈에서 별 가루가 떨어졌다.
알기 쉬운 녀석…….
‘근데 미안하지만 이 판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야.’
내 눈은 저 멀리, 다른 방향에서 오크 무리를 파고들고 있는 최치국에게 향했다. 그의 검은 아까보다도 더 예리해졌다. 칼날이 닿기만 해도 정예 오크 전사들이 종잇장처럼 썰려 나갔다. 목표가 코앞에 있으니 페이스 조절을 관두고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진짜 미쳤네.’
안 그래도 열여섯의 나이로 C급 던전을 공략하는 괴물인데… 회귀까지 해 버렸으니, 대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이 되어 버린 걸까?
그 대답이 눈앞에 있었다.
오크들의 날랜 움직임도, 튼튼한 근육과 뼈도 이 순간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역시 검웅 최치국이었다.
이쪽 숫자는 열일곱이고 저쪽 숫자는 열셋인데도… 도무지 최치국 쪽의 진격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크르르르!
오크 대전사 역시 우리 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최치국만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도끼를 부여잡고 으르렁거렸다. 오기꾼이라고 불릴 정도의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괴물이 키도 자그마한 16세 소년 최치국에게 위축되었다.
하지만, 놈도 수많은 헌터의 목숨을 앗아 간 괴물 중의 괴물.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크아아아-!
두려움을 떨쳐 내려는 것인지, 놈이 크게 괴성을 지르며 들고 있던 도끼를 떨쳤다.
우우우웅- 쐐애애애앵-!
그 순간, 불타는 듯한 빛과 함께 전투기가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미… 미친!”
“사, 사기 치지 마!”
용맹하게 돌격하던 헌터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슨 오크가 저런 무기를 써!”
많은 소문은 실제보다 과장되지만, 어떤 소문은 실제보다 축소되기도 한다. 때론 현실이 너무 말이 안 돼서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친 오크도 그런 케이스였다.
크아아아하-!
점토를 주물러 놓은 듯한 거대한 대가리가 하늘을 보며 웃었다. 잠시 위축되었던 마음도 깨끗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놈이 부여잡고 있는 도끼는 그냥 도끼가 아니었다.
우우웅- 우웅-!
부신斧身은 뜨거운 쇳물처럼 붉게 달아오른 채, 위협적인 울음을 토해 내고 있었고.
부우웅-! 콰아아-!
도끼의 꽁무니 쪽에는 웬 제트엔진 같은 것이 달려서 붉고 푸른 빛의 입자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놈이 손의 힘을 조금만 풀어도 스스로 날아가 대지를 쪼개 놓을 것만 같은 위용이었다.
아니, 그런 걸 다 떠나서.
“갑자기 웬 SF냐고!”
누가 봐도 미개한 오크들이 들고 다닐 무기가 아니었다. 다른 오크들은 녹이 슨 투박한 도끼를 들고 다니는데, 오크 대전사 혼자 41세기 무기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문득, 탐험가 영화에 나올 것처럼 턱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잘생긴 헌터가 외쳤다.
“오, 오파츠!”
던전 안에서 이따금 발견되는, 시대는커녕 장르조차 달라 보이는 장비들. 사람들은 그걸 오파츠라고 불렀다.
“오파츠? 그게 뭐야?”
“뭐, 뭐야. 뭔데?”
하지만 아직 이 시대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념. 솔직히 이 중에 오파츠를 알고 있는 헌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오로지 잘생긴 턱수염 헌터만이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도, 도망쳐! 오파츠는 절대 이길 수 없어!”
정확한 판단이었다. 오파츠를 사용하는 괴물들은 최소 한 단계에서 두 단계는 더 등급이 높아지는 걸로 간주했으니까.
하지만 그 헌터가 간과한 건, 그 괴물의 상대가 최치국이라는 사실이었다.
“다행이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최치국의 입가가 말려 올라가는 모습을. 그리고 다행이라며 중얼거리는 그의 입 모양을.
그 웃음이 꼴 보기 싫었던 걸까? 여태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오크 대전사가 최치국을 먼저 공격했다.
콰우우웅-!
오크 대전사의 돌진은 너무나도 빨랐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허공에 남겨진 푸르고 붉은 빛 가루들뿐이었다. 키는 2미터가 넘고 몸무게는 600kg에 근접할 것 같은 거대한 오크 대전사가 그 거대한 몸으로 훌쩍 날았다. 도끼 뒤에 달린 제트엔진이 붉고 푸른 입자를 미친 듯이 쏘아 댔다. 목표는 최치국의 머리. 도끼날이 그 작은 머리를 쪼개기 위해 내리꽂힌다.
후욱-
하지만 모두가 예상한 잔인한 파육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방석 위로 낙엽이 떨어지는 듯한 보드랍고 맥 빠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최치국은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대전사의 도끼를 받아 흘렸다.
쿵-!
비껴 나간 도끼가 보잘것없이 땅에 박혔다.
[굴절].
최치국의 초능력이었다. 손과 그 손에 들고 있는 검 길이의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그게 무엇이든 적당히 굴절할 수 있다. 그 초능력을 이용해 도끼의 파괴력을 순간적으로 분산해 받아 내고, 그 여력은 적당히 옆으로 흘려 던져 버린 것이다.
짧은 순간, 오크 대전사와 최치국의 눈이 부딪쳤다. 오크 대전사의 눈은 숯불처럼 까맣고 빨갛게 타들어 갔고, 최치국의 눈은 용광로 속 강철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키이이잉-!
오크 대전사의 도끼가 다시 붉게 물들며 굉음을 토해 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최치국의 검을 넘지 못했다. 빗나간 도끼는 실속 없이 주변을 휩쓸었고 애먼 오크들만 박살이 난 채 허공을 날았다. 운 나쁜 헌터들도 그 여력을 이기지 못해 굴러다니며 깨지고 다쳤다.
두 괴물의 싸움에 나머지 오크들과 헌터들은 그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도망치기 바쁠 뿐이었다.
문득, 촉촉하게 땀이 맺힌 손이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서민서였다.
“서, 선배…….”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서민서의 눈에선 별 가루가 떨어졌던 것 같은데… 이제는 원망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를 데리고… 저, 저런 거랑 싸우려고 했어요?”
녀석은 오크 대전사의 위용에 완전히 쫄아 버렸다. 나는 녀석의 두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정신 차려. 저놈은 우리가 잡을 거니까.”
“무, 무슨… 선배, 잘 생각해요. 저거 최소 C급 네임드 수준이에요. 프로 헌터들 중에서도 아무나 못 잡아요.”
알지. 잘 안다. 2류 헌터였던 지난 생의 나도 일대일로 싸우면 겨우 이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저건 우리가 잡아야 한다.
“어허, 좋은 쪽으로 생각해. 포상금이 얼마가 나올까? 저 도끼를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이런 거.”
“아니, 그것도 살아남아야…….”
“이길 수 있어.”
내 단호한 말에 서민서는 울상을 지었다.
“아, 미쳤어. 자꾸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지 말라니까요? 진짜 같잖아요!”
“진짜야.”
애초에 잡을 만하다고 생각했으니 여기에 온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서민서에게 백야의 안경을 준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악몽사슬을 구매한 것이다. 그때 최치국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젠 최치국까지 있으니 잡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잡느냐. 누가 타키온을 차지하냐. 그게 문제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최치국과 오크 대전사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다른 헌터의 사냥감을 빼앗는 건 대표적인 비매너 행위.
선공권을 빼앗긴 이상 루팅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이제 내가 타키온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누가 생각해도 끼어들 만하다 싶은 시점을 노려 단숨에 오크 대전사의 목숨을 처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후욱-!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오크 대전사의 도끼를 또 한 차례 받아 내며 최치국은 생각했다. 관자놀이를 찌르는 두통은 분명 초능력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징후. 꼭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초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기초 중의 기초인데… 그 조절을 실패해 버렸다. 그 대가가 바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두통이었다.
‘너무 들떴어…….’
하지만 최치국에게도 변명할 거리는 있었다. 그는 쓰게 웃었다.
‘어떻게 안 들뜰 수 있을까?’
미래라니!
처음에는 개꿈이라도 꾼 줄 알았다. 30년 뒤의 자신이 되는 꿈을 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반복되는 기억의 범람으로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은 회귀했다. 비록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것처럼 온전한 회귀는 아니었지만… 미래의 기억과 경험 일부가 16세의 자신에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온전한 회귀가 아닌 불완전한 회귀라는 점이었다.
‘그놈의 회귀 비용 탓이겠지.’
온전한 회귀는 불가능했다. 회귀의 과정에서 30년 뒤의 최치국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기억 중 상당수는 포기해야만 했다. 오직 가장 중요한 것,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만 끌어안고 회귀를 감행했다. 그 결과 현재의 최치국은 꿈 많던 16세의 자신과 한창 노련하던 46세의 자신이 뒤섞인 상태였다.
마음 한구석에서 최치국은 여전히 냉철했지만, 그의 나머지는 갑자기 생겨난 전투 경험과 훨씬 더 노련해진 초능력의 활용 능력에 취해 흥분한 소년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딱히 패배할 염려가 없는, ‘적당히 강한’ 오크 대전사 같은 상대를 앞에 두고서는.
‘그래도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예상보다 훨씬 초능력을 남용해 버리고 말았다. 전투에 취해 있던 최치국의 눈빛이 차갑고 단단하게 굳었다.
‘오크 대전사의 방어력이 예상보다 높아.’
그동안 최치국이 방어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유효타가 될 만한 공격을 여러 차례 성공했다. 하지만 번번이 거무튀튀한 가죽 갑옷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마누스를 사용한 공격에도 뚫리지 않다니… 가죽 갑옷의 방어력도, 순간적으로 칼을 비껴 내는 오크의 반사 신경도 모두 예상보다 뛰어났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놈이 대처할 새도 없이… 강력한 한 방으로 끝내야 한다.’
최치국은 마음을 먹었다.
‘회격回擊으로 승부를 본다.’
그를 검웅劍雄으로 만들어 준 아홉 가지 기술 중 가장 첫 번째 것. 마누스와 초능력을 섞어서 만든 최치국만의 고유 기술이었다. 본래대로라면 5년 뒤에나 만들어 내는 기술이지만 그는 회귀자답게 고작 열 여섯의 나이로 이미 그 기술을 재현해 냈다.
회격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졌다.
크아아아!
오크 대전사가 크게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화악! 퍼지는 붉고 푸른 입자. 눈 깜빡할 사이에 정수리로 떨어지는 도끼를 최치국은 이번에도 검으로 받아 냈다. 하지만 그 양상은 평소와 달랐다. 지금까지는 도끼의 힘을 완벽하게 분산해서 받아 냈다면, 이번에는 그 힘을 분산시키지 않은 채 방향만 바꿔 흘려 냈다.
이게 바로 회격의 첫 번째 단계.
힘을 분산하지 않고 방향만 틀어 보존하는 것.
휘청-!
하지만 그 결과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여태까지 최치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도끼의 힘을 골고루 분산했기 때문. 분산이라는 과정이 없는 이상 제아무리 방향을 바꿔 흘려 냈다고는 해도 그 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줄곧 안정되어 있던 최치국의 신형이 파도 위의 종이배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처음으로 드러난 빈틈. 기회를 포착한 오크 대전사는 흉성을 터뜨렸다. 두 눈에서 검붉은 광망이 뚝뚝 떨어진다.
크아아아!
쐐애애앵-!
전투기가 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붉고 푸른 입자가 폭발하듯 퍼지고 새빨간 도끼가 미사일처럼 날아 꽂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쏟아지는 연격을 최치국은 휘청휘청 이리저리 튕기며 겨우겨우 받아 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회격의 두 번째 단계였다.
분산시키지 않은 힘을 팽이처럼 보존하며, 적의 공격을 유도하고 더 많은 힘을 보유하는 것.
그렇게 적을 충분히 끌어들였다고 생각할 때, 회격의 마지막 단계가 실행된다.
일도양단!
한계까지 모아 둔 힘을 단번에 되돌리며, 결코 피할 수 없는 극강의 일격을 날리는 것. 압도적인 힘과 강철 같은 내구성만 믿고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적을 상대로 특히 효과적인 기술이었다.
왕년의 최치국은 이 회격을 이용해 파괴의 화신, 발록을 꺾은 바 있었다.
‘큭……! 하지만 역시 기억하고는 다르네. 아직 만만치 않아.’
초능력 [굴절]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힘의 방향을 틀어 대고 있었지만,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몸으로는 쏟아지는 압력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도 최치국은 버텼다.
‘이제 딱 한 번만 더……!’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다. 모든 힘의 방향이 철저히 계산되고 조율되고 있었다. 이제 오크 대전사의 다음 공격, 그 힘만 더해지면 단숨에 모든 힘의 방향을 반전할 수 있도록 조정을 마쳤다. 놈이 반응할 틈도 없이 갑옷째로 두 동강 낼 것이다.
최치국이 눈을 빛내며 회격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는 찰나. 갑자기 미약한 진동과 함께 오크 대전사의 머리 옆에 웬 남자와 여자 하나가 공간을 찢고 튀어나왔다.
‘저건……?’
과도와 닌자 갈고리를 무기랍시고 들고 다니는 이상한 헌터였다. 들어 본 적도 없는 이상한 기술을 쓰는 것 같긴 했지만… 저 나이 되도록 겨우 D급 던전에 머무르는 것도 그렇고, 결국엔 2류, 아주 잘해 봐야 1류 수준에 머물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네가 왜 거기서?’
갑자기 [점멸]과 함께 나타난 소시민은 특유의 푸른빛 과도를 들고 오크 대전사의 목을 옆에서 덮치듯 찔렀다.
“제가 돕겠습니다!”
호기롭게 외치면서.
그 바람에, 최치국을 향해 달려들던 오크 대전사가 옆으로 휘청 기울어지더니 쿵!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미, 미친!’
덕분에 완벽하게 조율되었던 회격이 엉망이 되었다.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을 받아 내는 것을 전제로 휘돌렸던 힘이 졸지에 갈 곳이 없어졌다. 검웅이라 불리던 최치국이었다면 이 정도 힘은 순식간에 흩어 버릴 수 있었겠지만, 아직 어린 최치국의 [굴절]로는 그런 묘기를 부릴 수 없었다. 어설프게 시도하다가는 제대로 분산되지 않은 힘이 팔다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꺾어 버릴 수도 있는 노릇.
‘이이익……!’
결국 최치국은 힘의 방향을 억지로 틀어 땅에 쏟아 버렸다.
쿠우우웅!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최치국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그 모습을 본 헌터들은 외쳤다.
“와! 큰일 날 뻔했구먼!”
“나이스 타이밍! 사람 하나 살렸네. 튕겨 나간 힘만으로도 땅이 푹 꺼진 것 좀 봐!”
“와… 진짜 무섭구먼. 오기꾼 새끼가 연격을 하니까 빠져나올 틈이 없네!”
최치국의 회격을 모르는 헌터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때, 극도로 분노한 존재는 단둘뿐이었다.
크르르르-
죽다 살아난 줄도 모르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오크 대전사와.
“씹… 웨엑!”
땅에 처박힌 채 울컥 피를 토하는 최치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