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77화 (277/293)

[277화]

“후우~ 허허허, 이런 압도적인 전장의 공기는 참 오랜만이구먼. 아무튼 잘 부탁하오.”

“저희야말로 세계를 수호하시던 일원이었던 어르신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부끄럽구먼.”

타앙!

백가연은 참전을 환영하는 성좌 아레스 쪽의 헌터와 인사를 나누고는 들고 있던 대형 라이플로 결계에 균열을 내려고 하는 SS급 몬스터를 향해 발사했다.

본래 그녀의 장기는 와이어 기동을 위주로 한 근접전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오로지 화력이 우선시되었기에 유성원에게서 개발 중인 신무장들을 잔뜩 받아 와서 실컷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 신형 탄환, 이거 나쁘지 않군. 하지만 저 거대한 몸체엔 결국 화력이 중요한데 말이지.”

“피갑을 뚫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거 뭡니까?”

“성좌 종말자에게서 얻은 전리품으로 개발한 것이지. 자세한 건 나도 받은 거라서 잘 모르네. 그러면 보자… 눈을 노리는 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참 높은 상공에서 사격을 계속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여성의 비명 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졌다.

난데없이 들린 엄청난 소리에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 백가연은 얼른 귀를 막는 것은 물론 그래도 소리가 뇌를 뒤흔들자 지체 없이 자신의 고막을 스스로 찢어 버렸다.

던전과 몬스터를 상대로 한 오랜 경험에서 나온 판단력으로, 다른 헌터들과 군인들이 기절하거나 고통스러워할 때 그녀는 태연히 총을 든 채 이 괴성의 정체를 밝혀냈다.

‘저 고래 같은 것에서 나오는 소리였구먼. 특수한 스킬 같은 건가? 포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군.’

“……! ……! ……!”

‘으음… 소리가 안 들리니 이거 참 불편하구먼. 아무튼 이런 경우 외부인인 나는 계속해서 몬스터를 견제하는 게 맞겠지.’

백가연은 탄환을 교체해서 다시 사격에 들어갔다.

던전 생활에서 얻은 교훈으로 일단 상황 파악과 소통이 마비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테라 웨일과 테라 블루윙 쪽에 라이플로 지원 사격을 개시했다.

‘음, 역시 지금 이 공백이 컸나? 조금 더 비집고 들어오고 있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 올림푸스의 영웅들이여! 전쟁 중 내가 그대들에게 허락한 것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었다! 고작 이 정도로 땅에서 기절할 건가? 썩 일어나지 못할까!]

‘오, 이 소리는… 성좌 아레스인가?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를 깨우는군. 그리고… 예비대도 투입되고 있어. 역시 명문 길드답군.’

물리 법칙을 넘어서서 들리는 성좌 아레스의 일갈로 기절한 헌터들은 깨어나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태를 보고 있던 후방의 예비대도 투입되어 쓰러진 이들을 빠르게 구출하고는 빈 전선의 자리를 메우고 다시 화력을 투사했다.

하지만 그 ‘하울링’으로 인해 틈이 생긴 탓인지 균열이 더 넓어지고, ‘테라 웨일’은 더 크게 몸을 밀어 넣고 있었다.

“다들 계속해서 화력 투사를 해라! 그리고 놈은 분명 또다시 아까 전 사용했던 하울링을 쓸 것이다. 그에 대한 대비도 잊지 마라!”

“또 다른 SS급 테라 블루윙에도 방금과 같은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 특이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보고하도록! 하울링에 대비하기 위해 다들 통신기가 달린 청각 보호 장비를 착용해라! 보급 담당인 성좌 헤르메스의 사도들이 주는 걸 받고, 못 받은 자는 후퇴를 하든 보고를 하든 무조건 말하라!”

“테라 웨일이 비집고 나온 균열에서 다른 괴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건 후방에 있는 함대에게 맡겨!”

올림푸스 길드와 미군의 연계 덕인지 이들은 한번 당한 변수에 빠르게 대항했고, 테라 웨일의 하울링 공격에 방어할 대응책을 금방 마련했다.

그러나 아까 전 공격으로 인해 결계의 균열이 더 넓어지고 테라 웨일이 아까보다 깊게 밖으로 나왔기에 상황 자체는 더 나빠졌다.

테라 웨일과 결계의 틈 사이로 상대적으로 작은 A급 괴수들이 모조리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빨리 처리해야… 이번엔?’

“젠장! 이번엔 저 푸른 새 쪽이 또 뭔가 하려고 합니다!”

“각자 대비하…….”

째애애앵!

한참 테라 웨일을 막는 차였는데, 이번엔 열심히 그를 밀던 테라 블루윙이 하늘로 날아올라 결계 최상층까지 가더니 갑자기 엄청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태양이 떨어진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빛이 주변에 퍼져 나갔고, 전투 거리에 있는 이들은 청각에 이은 시각에 공격이 가해져 왔지만 다들 눈을 가리거나 아니면 빠르게 바이저나 안경 같은 것을 써서 공격을 막아 냈다.

‘시각과 청각의 혼란. 결계를 뚫는 것을 방해하는 우리를 막으려는 수작이군. 하나 방식이 너무 구식이야. 이런 건 예전에 졸업했지.’

이미 던전과 각성자가 나온 지 수십 년. 청각 공격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빛은 사전 준비를 해서인지 곧바로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백가연뿐만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각자 섬광 차단용 글라스나 바이저, 투구, 눈가리개를 동원해서 시야가 차단되는 것을 막았고, 계속해서 공세를 펼쳤다.

“진짜 진저리 날 지경이군요.”

“하울링이라든가 섬광에 대한 대처는 했습니다만, 문제는 역시 저 거대한 생명체를 죽일 방도가 안 떠오른다는 거군.”

후방에 있는 함대에서는 현재 압도적인 화력을 받아 격렬히 저항하면서도 테라 웨일을 처리할 방안을 알아내고자 열심히 연구와 분석을 하는 중이었다.

“테라 웨일의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외피는 단단한 갑주 형태이지만 그 아래엔 고밀도의 지방층으로 두껍게 덮여 있어 껍질을 뚫는 공격을 해도 쉽게 내부까지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시 기본 토대는 고래 형태인지라 물속이 아니면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괴할 것입니다만…….”

“그러니까… 마법으로는 띄울 수 없다는 거지?”

“예. 상당한 레벨의 마법 내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마정석으로 마력을 대신해서 띄울 수 있긴 하지만, 문제는 저 테라 웨일도 저항을 할 거라는 겁니다.”

“젠장! 헤라클리온의 부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이런 경우 완벽한 공략 방법은 괴수 사냥의 스페셜리스트라 할 수 있는 헤라클리온이 수면 보행을 걸고 바다로 가서 들어 올려 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성좌 제우스가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모든 제우스계 사도들이 무능력자가 되어 버린 탓이 컸다.

“대신할 사람이 그나마 오라이온인데… 그는 하필 다쳤으니……. 아무튼 결계가 뚫리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계의 손상 정도와 문제에 대해서 갱신은?”

“지금 계산 완료했습니다. 이 상황대로 유지가 된다면 테라 웨일이 앞으로 약 53분 정도면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력은 그저 그가 밀고 들어오는 걸 지연시킬 뿐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미사일이라도 써야 하나?”

“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그걸로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사용하려면 전선에 있는 아군 함대를 퇴각시켜야 하고, 진형도 물러나야 해서 오히려 적을 돕는 일이 될 수 있죠.”

“끄으으응…….”

상대의 스펙을 분석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쓰러뜨릴 방법을 찾던 그들은 테라 웨일이 빠져나온다는 것은 단순히 SS급 몬스터만 나오는 게 아니라 그곳을 기점으로 성좌 포세이돈의 결계가 파괴된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더 빠르게 저 괴물을 처리할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럼 비슷한 질량으로 밀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천공섬을 떨어뜨린다거나? 화력과 질량 문제라면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물론 지금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긴 하지만, 천공섬 하나의 가치가 얼마인지 아는가? 어떻게 그걸 떨어뜨릴 생각을!”

“무, 물론 알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선택 사항으로 제안만 해 두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면 결국 모두 모여서 화력을 집중해서 외피를 깎아 내고, 재생을 막는 저주와 주문을 퍼붓고 난 다음 지방층을 깎아 내서 내부에 피해를 줘서 죽이는 수뿐이군요. 곧바로 관련 헌터들을 모아서 작전을 세우겠습니다.”

분석을 하고 지혜를 모아서 대응책을 찾아내는 것. 예로부터 내려온 인류의 특성이자 문명을 번영케 만든 지혜였다.

할 수 있는 한도에서 그것을 모은 올림푸스 길드는 즉시 천공섬에서 외피를 깎을 탄환과 충격을 흡수하는 고밀도 지방층을 녹일 약품을 실은 탄환을 준비하는 동시에 마법사들을 모아서 재생을 막을 저주를 궁리한다.

“탄환 준비 완료. 성좌 하데스 님 소속의 술사분들도 모았습니다. 헌터들도 모두 대기 완료.”

“그럼 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예!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4개의 성좌 세력과 헌터들이 결집하자 작전은 곧바로 개시되었고, 이미 사전에 외피를 깎기 위해 관통탄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던 함선들은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마법과 액체 질소를 실은 탄환을 동시에 퍼부어 바닷물을 얼리고, 테라 웨일의 지느러미 쪽에 집중 공세를 해서 살상력을 떨어뜨리는 대신 테라 웨일의 움직임을 최대한 멈추게 하는 데 집중했다.

“성공입니다. 테라 웨일의 움직임이 약 42.1퍼센트가량 떨어졌습니다. 이거라면 뚫어 낸 외피 안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즉시 몰려온 천공섬에서 일제히 지방을 녹일 화학탄과 마법들의 공세가 시작됐고, 과연 인류의 지혜는 헛되지 않은 건지 결국 지방이기에 뚫린 외피 아래의 두꺼운 지방층이 제거되고 그 아래로 피와 살로 된 테라 웨일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졌다. 이제 심장까지 빠르게 뚫어 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나, 그와 동시에 테라 웨일은 다시 하울링을 하며 발버둥을 쳤다.

그렇다. 본래라면 두꺼운 외피와 고밀도 지방층 때문에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고서 그저 묵묵히 결계를 뚫는 것에 집중했겠지만, 지금 껍질이 벗겨지고 지방층이 녹자 살에 공격이 닿아서 ‘고통’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테라 웨일의 거대한 몸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상처였지만, 인간도 문지방에 새끼발가락을 찧으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듯이 아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인간들은 그 상처를 벌리고 살을 후벼 파서 심장까지 도달하는 외과 수술을 하고 있는 상황. 마취 없이 치과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면 저 테라 웨일이 발버둥 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래! 그래! 아주 더 괴로워해라! 젠장! 살도 두꺼워서 잘 안 보이는군. 중앙 관제실에 연락해서 좀 더 가까이 대라고 해!”

“다른 괴수가 방해하러 나옵니다! 테라 블루윙 틈으로 비집고 나오려고 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SS급이면 직속 사도일 텐데! 죽는 걸 그냥 볼 리가 없지! 다른 함선도 모아서 화력을 집중해! 하울링에다 저 블루윙은 섬광까지 뿌리니 아주 개판이군.”

얼굴이 완전히 가려진 헬멧 속의 통신기로 대화하는 올림푸스 길드 대원들은 이 치열하고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서 테라 웨일의 숨통을 끊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테라 블루윙의 섬광과 테라 웨일의 하울링, 끊임없이 몰려나오는 괴수들!

그래도 이 SS급 괴수를 잡으면 벌어졌던 결계의 가장 큰 틈이 메워지는 것이니 모두들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었다.

백가연 또한 피해를 입히는 쪽을 돕기 위해 특제 탄환을 상처 안으로 퍼붓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음? 뭐지?’

한참 공세를 퍼붓던 그녀는 갑자기 목 뒤쪽이 서늘해지자 깜짝 놀라 공격을 멈췄다.

‘뭔가… 이상하구먼.’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현재 다들 테라 웨일의 숨통을 끊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위와 아래를 둘러봐도 테라 블루윙의 강렬한 빛을 차단하기 위해 쓴 바이저와 테라 웨일의 하울링 때문에 스스로 파괴해 버린 고막으로 인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빛도 볼 수 없었다.

‘뭔가… 뭔가가…….’

이처럼 감각이 차단된 상황임에도 오랫동안 전장을 누볐던 그녀의 경험과 감각이 지금은 위기 상황이라고 경보를 울려 대고 있었다.

피가 식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 느낌. 그녀의 몸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었지만 시각과 청각으로 얻는 정보로는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탐색 스킬을 사용하려 했지만 마법과 마정석 탄환, 저주가 퍼부어지는 이 상황에서 너무 많은 정보량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대체… 뭐지? 뭔가… 뭔가가…….’

일단 그래도 본능적으로 그녀는 바다 쪽에 무언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스코프를 활용해서 바다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열심히 찾다 보니 얼어붙은 바다의 얼음을 깨면서 발버둥 치는 테라 웨일의 아래, 강렬한 빛이 가신 순간 보인 바다 아래가 ‘평소보다 아주 새까맣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마치 물고기 떼가 있는 것처럼 아주 거대한 영역이 까맣게 변해 있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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