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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65화 (265/293)

[265화]

결전까지 앞으로 4개월, 아이언 포트리스.

아영이의 납치 문제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올림푸스 길드의 전면 사과와 일절 책임을 묻지 않으며 오히려 잘했다고 유성원을 칭찬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물론 실상은 여전히 자신들은 정의롭고 지혜로우며 설사 아군이라 할지라도 부정한 것을 용서치 못한다는 이미지를 얻기 위함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래도 성좌의 복수니 뭐니 하면서 난리 치는 것보단 나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냥 당하긴 억울해서 그런지 뒷공작으로 찝쩍대기 시작했네.”

“뭐, 당연한 반응이라고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그야말로 호구니까요. 게다가 성좌도 하나 잃었잖습니까?”

“그게… 아마 더 큰 이유겠지. 엄청난 비밀을 알아 버린 셈이니까…….”

뤼카이온을 죽이자 성좌 제우스가 사라진 사건은 유성원 측에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성좌에게 약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기묘하면서도 강적이 되었을 헤라클리온을 비롯한 제우스 계열 헌터들이 모두 일반인이 된 것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 유성원이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제대로 크게 당한 올림푸스 길드가 유성원에 대해 뭐라도 방해하기 위해서 오만 뒷공작을 해서 귀찮은 처지였다.

“진짜 간사하다. 겉으로는 한국 지부로 쓰던 천공섬이랑 빌딩 가지세요, 우린 한국 지부서 떠날게요. 라면서 하하호호 해 대지만 뒤로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을 오가면서 방해질이라니…….”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맞아. 다 그렇지. 후우~ 근데 그거 귀찮은 거 때문에 준비가 말리니 머리가 아프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지.”

이번 사건으로 올림푸스 길드는 이제 작정하고 유성원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려는 건지, 세계 각지의 지부와 전선들 중에서 핵심적인 것들만 제외하고는 모든 헌터들이 인근 러시아 쪽에 모여 있었다.

명분으로는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 전선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의도는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 인도, 한국의 유성원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러시아 양반들은 내가 아니꼽나 봐? 미국이랑 이걸 손을 잡네.”

“반대입니다. 미국 정부가 슬쩍 발을 빼고 있으니 러시아랑 올림푸스 길드가 손잡은 격이지요. 물론 겉으로는 절대 표시 안 내고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득실을 따지자면 우리가 득이 많긴 하지. 성좌 제우스 소속 다 사라졌고, 이미지도 다운시켰으니 말이야. 게다가 지부 철수로 인해서 또 말도 많아지고…….”

나름 올림푸스 길드 기준에서는 여유로운 곳에서 물러난 것이었지만, 그곳의 국민들에겐 충격적인 일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올림푸스 길드가 있는 것만 해도 국가 신용도와 안전도가 올라갔기에 그 핑계를 대고 국민들 중 각성자 인력을 대놓고 빼 가던 것이 용납이 되었는데, 실컷 인력은 다 빼 가 놓고 이제 와서 철수한다니 말이 많았던 것이다.

“지부를 철수한다고 치면 당연히 여러 이익이 높지 않은 곳에서 빼 가는 게 당연하니까요.”

“빠진 지부가 몇 개지?”

“대략 조사한 결과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등… 일단 기존에 다른 세력이 강한 곳이나 지키는 곳이 굳이 필요 없는 곳은 다 빼 버린 것 같고, 또 종교적 이유로 분쟁이 심한 곳도 빠졌고… 북극, 남극에 있는 이들까지 싹 빠져서 전력을 모아서 새로이 재편한다고 하는 중입니다.”

“말이 재편이지, 다 우리한테 몰빵하는 것 같은데?”

“이미 ‘적’으로 규정한 거죠. 이 정도면~”

적국으로 규정하고 근처 국가와 손을 잡고 거점을 둔 채 지속적으로 음지에서 공작을 펼치는 것이 현재 올림푸스 길드의 입장이었다.

그나마 중국은 안정화되고 수동적인 성향이 오래 이어진 탓에 이런 올림푸스 길드의 농간에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문제는 인도였다.

성좌들이 떠나고 난 뒤, 갓 새로운 정부를 만들고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중인데, 여기에 올림푸스 길드가 공작을 하며 방해하니 난리였다.

“그리고 아마 성좌를 섬기던 세력과 기존 인도 고위층과 손을 잡고 인도 복귀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것을 목적으로 할지는 의문이지만요.”

인도에서 본래 성좌를 섬기던 세력들과 손을 잡았지만 올림푸스로서는 이용해 먹고 버릴 패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이 인도를 지배하든 말든 상관없으리라.

요점은 그저 유성원을 괴롭히면 된다는 것이었고,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게 주였다.

“국경에서 도발은 물론 몰래 들어와서 범죄 조직 설립을 돕거나 인신매매 사업을 하는 등등… 결국 스캐빈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외적으로는 올림푸스 길드가 나서서 도우는 회사의 형태를 갖고 있어서 손대기가 힘듭니다.”

“하여간 정말 더럽네. 이거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기사들 쫙 깔아서 국경 막아야 하나?”

“그러면 기존에 진행하던 일들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집니다. 역시 저희도 그냥 전문적인 조직이나 인원을 배치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후~ 이런 일은 암운(暗雲) 경이 전문인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폐하, 성좌 제우스를 몰아냈다면 ‘별’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습니까?”

성좌 제우스 정도면 엄청난 거물급 성좌인 만큼 추가적인 기사 소환을 할 보상을 얻기에 충분할 것임을 깨달은 유청이 유성원을 쳐다봤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 뤼카이온을 내가 잡은 게 아니라… 누님이 잡았잖아. 그러니 무효 처리지.”

“공헌도 정도는 계산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심지어 저번에 종말자를 잡았을 때는 서임으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아냐. 사실 초반에 이미 과도하게 받았기도 하고, 또 이 별님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유성원. 그 말대로다.

각성하자마자 너무 많은 걸 받았고 그것으로 인해 지금 인생이 180도 달라진 상황인데, SS급이 되어서 멸망급과 겨룰 수 있는 레벨인데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해서 계속 바라는 것도 기묘한 일이었다.

“아무튼 지금 받은 것도 많으니 있는 걸로 해결해 봐야지. 보자… 그 암운 경이라는 기사가 없으면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지. 좀 껄끄럽지만, 뒷세계에 밝고 믿을 수 있는 인재가 딱 하나 있지.”

“있습니까?”

“어. 많이 껄끄럽지만 하나 있어. 나와, 이 목사.”

유성원의 부름에 핏빛 안개가 피어오르면서 이 목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지구의 인간이었지만 성좌 도살왕의 직속 사도가 되어 영원한 삶을 얻은 자, 이 목사였다.

너무나 위험한 인재라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안 불렀지만, 스캐빈저를 비롯한 이런 뒷세계 일은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았다.

“음~ 무슨 일로 날 불렀는가? 필멸자여~ 한참 요리 중인데 말이지.”

“일 시키려고 불렀지, 놀자고 불렀을까 봐?”

“내 요리 실력이 필요해서 부른 줄 알았지.”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라. 가끔 댁 분신들이 어디서 나타났니, 죽었느니, 살았느니 하는 기사만 봐도 한숨이 나온다고. 그동안 다른 일들로 정신없어서 안 챙겼는데… 아,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그의 본거지를 토벌하긴 했지만 이 목사는 자신들에게 비밀로 하고 세계 각지에 자신의 분신들을 뿌려 둔 것이 후에 밝혀지긴 했었다.

하나 그 문제를 따지거나 체크하기엔 너무나 바쁜 사안들이 많았기에 잠시 뒤로 미루었고, 그 대신 이 망할 이 목사를 절대 소환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던 것뿐이었다.

일단 지금은 그의 분신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맡길 일이 있어서 불렀어. 올림푸스 길드 알지? 걔네가 태세를 바꿨다. 러시아에 자리를 트고 우리를 견제하려 하는데, 스캐빈저 같은 놈들이랑 손잡고 뒷세계 싸움을 벌이고 있지. 근데 우리 쪽엔 그런 인재가 없어. 보통은 상대 세력을 부수는 걸로 대응하는데, 이번 적은 체급이 커서 말이야.”

“흐음… 대강 감이 오는군. 스캐빈저는 스캐빈저가 잘 알지. 그래서 나에게 맡기려는 거군. 그런 건 내가 적임자이지. 허허허.”

“물론 혼자 보내진 않을 거야. 가울프, 섬멸, 크록베인 셋을 너랑 동행시킬 거야. 댁은 도저히 안심할 수 없거든. 명령을 따른다고 해도 말이지. 자세한 편성은 유청에게 들어. 나는 다른 걸 처리하지. 그리고… 아영이도 좀 돌보고.”

“음? 잠깐, 마지막 임무는 이상한데?”

“걔가 저번에 납치당했던 이후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서 올림푸스 길드 상대로 원한 갚아 줄 일을 찾아 주려고 했거든.”

물론 S급에 턱걸이인 아영이가 성좌 제우스의 정예인 유피테르 가드 10명이 덤비는 것을 못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이번 사고로 모두에게 폐를 끼친 것이 꽤 상처가 되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위로도 많이 해 주었지만, 역시 쉽게 회복이 되지 않고 있었다.

“좀 더러운 일이긴 하지만 가울프, 크록베인, 섬멸에다 댁까지 붙여 주면 위험할 일이 없을 거고, 신나게 되갚아 주기도 할 것 같고… 이상한 소리만 불어넣지 마.”

“으음… 그러도록 하지. 그럼 이 친구에게 설명 듣고 가겠네.”

이 목사는 그대로 유청에게 설명을 듣고서 아영이에게 향했다.

그리고 유성원은 곧바로 다른 업무들을 처리해 나갔는데,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를 섬기는 모를란테 부장으로부터 이상할 정도로 많은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0의 자리수를 세는 게 일일 정도로 엄청난 금액에 눈이 휙 돌아간 유성원은 깜짝 놀란 얼굴로 유청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뭐야? 우리 얘네랑 뭐 거래했어? 돈 받을 일이 있었나?”

“감사의 표시라고 합니다. 덕분에 미국 증권이 완전히 박살이 나서 역으로 자신들 쪽에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덕분에 차익을 많이 챙겼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증권시장의 지표 그래프가 이렇게 되었다고…….”

“아, 과연…….”

“참고로 저희 한국 증권시장이라든가… 중국 쪽도 지금 유례없는 호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폐하 덕분이죠.”

세계 경제의 절대적 중심지였던 미국, 올림푸스 길드의 패배와 이번 투입 전력 회수는 대외적으로 보면 악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돈은 안전한 곳을 찾거나 아니면 다른 투자처를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중국, 인도, 한국, 그리고 멸망급이지만 그래도 ‘돈’을 움직이는 아프리카도 포함되었다.

“인간들… 간도 크네? 아니,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가 장악한 아프리카에 투자하네. 목적을 몰라서 그렇지, 그래도 멸망급인데…….”

“실제로 거래하는 건 그 휘하의 모를란테 부장 같은 인간들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아무튼 돈이야 쓸데가 무한히 많으니… 감사히 받지.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 말이야.”

앞으로 네 달. 그때 되면 성좌 영원한 분노를 막는 포세이돈의 결계를 깨뜨리고 세계의 운명을 건 본격적인 싸움을 하게 될 것이고, 그때까지 할 수 있는 준비란 준비는 그 무엇을 해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예산이 추가로 생기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었기에 유성원은 계속해서 일을 진행시켰다.

***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시티 건설 현장.

과거 아프리카 최고봉이자 만년설이 솟아 있는 자연 유산이었던 이곳은 현재 거대한 마천루들의 습격에 그 모습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세워지는 빌딩과 상가, 문명의 흔적들. UN을 비롯해서 수많은 환경 운동가들이 개발을 반대하고 희귀 동물들의 보호를 강하게 외쳤지만,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의 원조를 받는 아프리카 시민들에 의해서 모두 죽거나 국외 추방당했다.

[일은 매우 순조롭군.]

“예, 물론입니다. 성좌… 아, 아니! 회장님! 유성원 헌터가 예상 이상의 활약을 해 준 덕분에 드디어 백인 놈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였습니다. 하하핫! 나스닥 지표가 아주 파란 봉으로 땅을 뚫을 기세로 내려가니! 하하핫!”

그리고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곳 옆에 자리 잡은 도시의 거대한 빌딩에서는 모를란테 부장이 거대한 모니터 앞에서 사업 성과와 진행에 따른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모니터 안에는 아무런 영상이 나오지 않았고, 전자 기기엔 콘센트가 꽂혀 있지 않았지만 그곳에선 목소리가 나오면서 모를란테 부장의 보고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는 이렇게 전자 기기나 기계를 이용해서 직접적으로 사도들과 대화하는 스타일이었고, 자신을 ‘회장’이라 칭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이 ‘별’의 상황에 대해선 빠르게 파악하니 말이야.]

“그, 그러시군요.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그러면 이다음은 어떻게?”

[올림푸스 놈들이 예정대로 ‘별의 수호 기사’에게 한눈팔고 있으니, 우리는 그동안 때를 기다려 온 ‘유럽 정벌’을 개시한다.]

“드, 드디어! 드디어어어!”

그동안은 유럽과 중동 쪽에도 올림푸스 길드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유럽 정벌을 드디어 시작한다는 말에 모를란테 부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국주의와 그 이전부터 쌓아 온 ‘검은 대륙’의 원한을 드디어 갚고, 이제 자신들이 지배자가 될 찬스가 다가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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