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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64화 (264/293)

[264화]

“천둥? …설마 또 오나?”

“젠장! 이젠 다 끝났어! 개 같은 자식아.”

“음? 뭐라는 거야? 어라?”

쿵… 쿵! 털썩!

헤라클리온의 말과 함께 남은 유피테르 가드들은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항다운 저항 한번 못해 보고 쓰러지는 유피테르 가드와 헤라클리온을 유성원은 아리송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본래라면 상대도 역전의 용사들답게 제압하기 힘들어서 용을 써야 했는데, 갑자기 픽 하고 무너지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뭐야… 너희들, 갑자기 왜 그래? 그 제우스 꼬추가 무슨 너희들 배터리라도 되는 거야? 그냥 제우스에게 페널티 좀 받은 것 가지고 엄살은… 응?”

“으아악!”

뚝!

아주 살짝 잡았을 뿐인데 헤라클리온이 비명을 질렀고, 심지어 뼈까지 부러지자 유성원은 화들짝 놀랐다.

뼈가 부러져서 금방 부어오른 헤라클리온의 팔을 바라보던 유성원은 다른 유피테르 가드도 바라보며 설마 하는데, 금방 ‘눈’으로 확인한 신소미가 진실을 밝혀 주었다.

“그 사람들, 이제 각성자가 아니에요.”

“…예?”

“일반인이라는 거죠. 이제야 그렇게 저자를 두둔하고 지키려고 한 이유를 알겠네요. 아마… 그가 성좌 제우스의 약점 같은 거였겠죠. 애초부터 이상하지 않았나요? 보통 가호들은 영웅의 힘과 능력을 딴 것을 주었는데… 저자만 ‘신’의 힘과 능력을 딴 것이잖아요.”

“…맙소사, 그러면 혹시?”

“예. 성좌 제우스가 손을 뗀 거예요. 이 ‘별’에서… 아마 저자가 그의 약점 같은 거였겠죠.”

신소미의 추리가 정확한 건지 붙잡힌 헤라클리온은 찡그린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성좌의 약점. 그런 개념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 설마 이런 걸로 성좌 제우스가 이 ‘별’에서 추방되어 버릴 줄이야.

“이거… 어쩌다 보니 올림푸스 길드의 비밀을 알아 버린 것 같은 느낌인데? 설마 사도가 코어 같은 거라니, 참…….”

“망할 자식,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아니, 그냥 차라리 넘기지 그랬어. 그럼 우리가 역으로 보호 시설에 넣어서 보호해 주는 격이었지 않나?”

“우리라고 감금 생각을 안 했을까? 감금당해 저놈이 자결하거나 하면 다 끝장난단 말이다.”

“…그런가? 아무튼 일단 이 양반들은 어떻게 한다?”

어처구니없게 성좌 제우스가 지구에서 리타이어되어 버린 상황. 여러모로 일이 꼬여 버렸지만, 힘을 잃긴 했어도 일단 아직은 올림푸스 길드 소속인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그냥 죽여라. 이대로 살아 돌아가 봐야 성좌를 지키지 못한 무능한 놈으로 낙인찍힐 뿐이다.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낫지.”

“아니, 저항 수단을 잃은 상대를 굳이 죽이는 건 꺼림칙해서… 돌려보내 줄게.”

“안 돼! 나와 우리 애들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죽어야 한다.”

“아니, 그러니까… 유청, 이거 어떻게 하냐?”

결국 이런 상황이 되니 유성원의 발에 매달려서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헤라클리온. 지금 죽으면 영웅의 가호를 받은 자로서 명예롭게 이름이 남지만, 만약 살아 돌아가면 무능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그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죽여 주기는 곤란했는지, 어찌해야 좋을지를 유청에게 물어보는 유성원이었다.

“음, 이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명예와 생명 모두 지키는 방법이 있지요. 일단 외부랑 올림푸스 길드에는 죽었다고 알리고, 한 1~3년간 평양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가 새로운 신분과 직업을 주고 살게 하면 되지요. 그의 가족들은… 음… 명예를 생각하면 입 닫고 있다가 차후에 데려오면 되겠죠.”

“…이 의견 어때? 그래도 죽는 거보단 나은 것 같은데? 명예도 지켜 주고 말이지.”

“…마음대로 해라.”

사실상 동의나 마찬가지인 말을 하는 헤라클리온과 유피테르 가드들.

소중한 딸인 아영이도 구했고, 문제의 원인이 된 올림푸스 길드의 뤼카이온도 죽어서 모든 게 다 해결되었지만, 아이언 포트리스로 돌아오자마자 이 후속 여파들이 산더미처럼 다가오게 되었다.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한국 정부 및 난장판이 된 올림푸스 길드의 천공섬 문제와 멋대로 거의 전쟁급 사태를 벌인 부분 등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어우… 여파가 크긴 크네. 저 산더미처럼 모인 인간들 봐.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야 작은 충돌 같았지만, 엄연히 세계 대전급 세력이 전초전을 벌인 것이니까요. 벌써 인터넷상에선 난리입니다.”

<올림푸스 길드가 자랑하던 천공섬, 단 한 시간 만에 무너지다.>

<멸망급 유산의 힘인가? 천공섬 무력화 단숨에 이루어져.>

<점령당한 천공섬의 소유는 과연? 올림푸스 길드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떤 성명을 낼 것인가?>

<세계 대전의 전초인가? 향후 사태의 전망은?>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은 모두 다소 과장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었다.

이제 올림푸스 길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말로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이번엔 당한 채로 유성원 측 기만 살리고 끝날 수도 있다.

하나 그냥 포기하자니 이번엔 성좌 제우스를 잃어버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올림푸스 길드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유성원은 일단 싸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는 조치부터 취하기로 했다.

***

미국, 올림푸스 길드 본부.

뤼카이온이 사고 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정말 대형 사고여서 얼마 전 회의를 가졌던 올림푸스 길드는 또다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간을 끌어서 긴급 수단으로 지구 반대편에 지원을 보내긴 했지만 모조리 패배, 한국 지부 천공섬의 점령은 물론 체면까지 완전히 깎아먹은 것도 컸지만, 가장 큰 타격은 역시 뤼카이온의 죽음으로 인한 성좌 제우스의 리타이어였다.

“이거 언젠가 터질 일이긴 했는데… 이런 결말이 찾아올 줄이야.”

“그러게 꾸물거리지 말고 일단 뭐라도 대답하는 척을 했어야지요. 사건이 사건이니…….”

“그보다 저 유성원이라는 자, 결단력이 장난이 아니군요. 머뭇거리지도 않고 저지를 줄이야.”

“일단 사유가 사유이다 보니… 그런 면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명분 때문에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어요. 가뜩이나! 성좌 제우스 님도 잃었는데!”

성좌의 리타이어, 그것도 올림푸스 길드에서 가장 격이 높은 성좌 제우스가 사라진 것이니 타격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성좌 제우스의 아래에 있던 모든 헌터들은 일반인이 되었으며, 뤼카이온이 열심히 씨를 뿌려서 키워 놓은 아이들도 당연히 일반인. 올림푸스 길드로서는 안정적으로 헌터 인원을 확보하던 수단과 최고의 신이 사라져서 위상이 낮아져 버린 셈이었다.

“정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물론 뤼카이온을 좀 더 세심하게 케어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쉽게 천공섬이 떨어지고, 헤라클리온도 제압당할 줄 몰랐다는 게 큰 패착입니다.”

“…무엇보다 놀란 건 바로 유성원 헌터의 기동성입니다. 대체 마법도 아닌 것이 뭘로 그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건지. 참~ 보고에 따르면 천공섬 상공으로 유성원 헌터가 잠입한 다음 대규모의 병력을 그의 주변으로 소환했다고 합니다. 헌터의 기동과 군 배치가 자유로운 점은 그 어느 곳도 따라 할 수 없는… 까진 아니고, 저희도 마정석이나 축복받은 가호와 권능을 쓰면 일부 재현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건 무리입니다.”

“게다가 현장에서 싸우던 저희 길드 헌터의 말을 들은 결과, 여기에 성좌 종말자에게서 얻은 소재를 이용한 신무장까지 병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후우… 아무튼 피해가 이렇게 심각한데,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림푸스 길드 간부들은 모두 고민하기 시작했다.

뤼카이온으로 인해 일어난 이번 사태의 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데 더 갑갑한 것은 할 수 있는 대응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뤼카이온이 저지른 짓이 너무나 악질이라 일단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저히 뭐라 변명하거나 정보에 물을 타거나 비밀로 할 부분이 없습니다. 뉴스에서 떠드는 뤼카이온의 범죄 행각은 초고화질로 찍혀 있고, 처음엔 위장해서 일을 저지르려던 유피테르 가드도 상대가 강해서 어쩔 수 없이 무장을 하고 싸워서 정체가 다 탄로가 나 버린 바람에…….”

“일단 여기서 만약 보복이나 반격을 생각하게 되면 저희 이미지엔 큰 타격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은 그래도 저 뤼카이온의 개인적 일탈이며 성좌 제우스의 성질 때문에 저지른 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입은 피해를 보복하려고 하는 순간, 그의 우행에 대한 여론이 우리에게 전염됩니다.”

“동의합니다. 뉴스라든가 여론을 확인한 결과, 미국 내에서도 유성원 측이 잘했다는 평가가 많고, 또 뤼카이온의 일에 당했던 사람들이 동시에 ‘정의’가 이루어졌다며 고맙다고 표현하니 도저히… 반격하거나 움직일 도리가 없습니다.”

매우 답답한 상황. 그냥 넘어가자니 입은 손해가 막심하고, 성좌 제우스가 사라졌고 수많은 가호를 받은 헌터들을 잃었으니 괘씸하기까지 하다.

특히나 헤라클리온을 위시한 핵심 가호를 받은 강력한 사도들을 잃은 것도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으로, 다들 분통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그것을 막는 것은 지금 그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더 최악의 상황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덕분이며, 그래도 다들 성좌가 택한 인재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래도 이대로 놔둘 수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성좌의 핵이 되는 사도들에 대한 안전 점검을 더 확실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 길드의 비밀을 저 유성원이라는 자가 알아냈을 테니까 말이죠.”

“아… 그렇군요. 그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지요. 망할 뤼카이온 자식 같으니!”

올림푸스 길드의 또 다른 비밀, 성좌의 핵 혹은 코어라고 하는 자들이 존재하는 것.

성좌 제우스가 뤼카이온 하나의 죽음으로 그대로 사라지는 것처럼 다른 올림푸스 길드의 성좌들도 뤼카이온처럼 성좌의 핵이 되는 사도가 한 명씩 있었다.

마치 약점처럼 그 사람 하나만 죽으면 성좌가 바로 리타이어되는 것. 유독 인간적인 면모라든가? 신적 존재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많고, 12명 성좌가 뭉쳐 있을 수 있는 그리스 신화의 신성을 딴 성좌들이기에 존재하는 약점이었다.

“사실 뤼카이온의 관리가 그 모양이라서 그렇지, 다른 성좌님들의 성좌의 핵이 되는 사도들은 다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 일을 잘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성좌 하데스의 사도로 페르세포네의 가호를 받으신 페르세이아 님처럼 그냥 압도적으로 강하든가 말이죠.”

“아니, 돌아보면 뤼카이온의 관리가 모자란 것도 아니었습니다. 상시 유피테르 가드를 대동시켰고, 게다가 고작 몇 시간 만에 지구 반대편에 헤라클리온을 비롯한 유피테르 가드들을 보낼 수 있었던 우리의 대응은 잘못되지 않았소. 다만 적 더 대응 속도가 빨랐을 뿐이지.”

“아무튼 그 문제는 각 성좌의 사도 진영에서 개별적으로 생각하되, 반드시 꼭! 추가적인 조치를 하는 걸로……. 그리고 다음 조치는 역시 유성원 측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인데, 아무리 봐도 양지에서 불가능하다면 결국 음지에서 일을 진행해야겠지요?”

끄덕.

간부진은 물론 참석한 헌터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원의 문제는 아까도 실컷 검토하고 지겹게 떠들었다시피 도저히 명분이 후달려서 반격도 못하고 깨갱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싸움에 한해서일 뿐. 국가나 소속을 드러내지 않고 수면 밑에서 벌이는 뒷공작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이것은 보통 미국 정부에게 외주를 주고서 대응하게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들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해서 전면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이제 직접 일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지금 우리를 보고 줄타기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니 일어난 점도 있고, 게다가 유성원 헌터는 이제 확실히 우리 올림푸스 길드의 ‘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존재요.”

“맞습니다. 더구나 지금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가 성좌 복수의 티탄과 성좌 영원한 분노, 그리고 세계 각지에 전력을 소모하는 사이 계속 강해질 거고, 우릴 넘어서려고 하겠죠. 더구나 성좌의 핵이라는 비밀까지 알았으니……. 절대 방치할 수 없는 적입니다.”

“그러니 현 시간부로 주요 성좌의 전선을 제외한 모든 전선에 파견되어 있는 전력을 끌어모아서 대 유성원 헌터 대응팀을 꾸립시다. 위험 레벨을 멸망급 성좌와 같은 레벨로 상승, 2주 내에 대응팀을 창설, 곧바로 뒷공작부터 시작해서 작전을 개시하도록 하죠. 이의 있습니까?”

너무나 지당한 의견에 반대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즉시 세계 각지에 있는 올림푸스 길드의 천공섬에 연락을 넣어서 헌터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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