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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54화 (254/293)

[254화]

일주일 뒤, 아이언 포트리스.

성좌를 찾으러 보낸 아이들은 아직도 각자 계약을 할 상대를 찾고 있다고 하는 상황.

유성원은 계속해서 아이언 포트리스와 평양, 전선 도시, 중국, 인도를 오가면서 바쁘게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아주 조금만 눈을 떼도 일이 기묘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했고, 중국 공산당이 시시각각 틈을 노리기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할 정도였다.

“아… 이게 진짜… 더 힘든 것 같다.”

“본래 왕조를 찬탈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든 법이지요.”

“그건 각오했는데… 이건 뭐랄까? 한 군데 부서진 거 고치면 또 다른 데에 금이 가고, 또 고치면 또 다른 곳에 금이 가고…….”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법이죠. 특히나 혼란기에서 회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 가는 곳이면 그게 굳어질 때까지 계속 손을 대 줘야 합니다.”

유청의 조언을 들으면서 유성원은 일을 지속해 나갔지만, 손을 써도 써도 답이 안 보이는 두 곳 때문에 인내심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중이었다.

중국과 인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람을 힘들게 해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아니, 내가 있으니까 중국은 더 글러먹어지잖아! 왜 내 사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

“…뭐, 수동적인 게 하루아침에 고쳐지겠습니까?”

“반대로 인도는 너무 의욕이 넘쳐서 문제야. 이거저거 다 뜯어고치고 다시 자리 잡을 거라는 건 좋은데… 너무 급하니까 건설 기업이나 이런 걸 제대로 못 고르잖아. 아오…….”

극과 극. 중국은 수동적이라 문제고, 인도는 너무 적극적이라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그래도 계속 문제가 생기니 답답한 판국이었다.

“오히려 한국은 이거 하나면 끝이라서 더 쉬운데 말이지.”

말과 함께 휴대폰으로 SNS 창을 여는 유성원. 그 말대로 한국 정부 쪽 일은 역으로 너무나 쉬워진 지 오래였다.

한국 정부에선 현재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난리였는데, SNS에 글을 남기는 건 그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이게 역으로 압력의 창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사로운 일은 다 이걸로 ‘그렇군요.’나 ‘동의합니다.’ 하나 눌러 놓으면 알아서 해결하니 말이야.”

<게시 글:화나네요.>

경찰 때문에 화가 나 죽겠어요. 제가 CCTV 겨우겨우 찾아내서 봤는데, 어딜 봐도 그냥 일반인 도둑인데… 각성자나 스캐빈저라면서 자신들은 못 잡으니 길드나 협회에 문의하라고 할 거면 경찰이 왜 있나요?

<유성원:그러게요. 거기 경찰서 어디예요?>

그냥 흔히 있는 인터넷상에 분풀이로 올리는 성토 글에 유성원이 슬쩍 댓글을 달고 추천을 눌러 준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 항상 유성원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정부 직원들에 의해서 또 이 인간이 사고 치려 한다는 게 알려지게 되고, 곧바로 그 경찰서에서는 이때까지와 다르게 태도를 바꿔서 제대로 움직이는 식이었다.

“진작 좀 잘하지.”

“머리에 핵폭탄을 겨누면 안 할 사람이 없지만요. 아무튼 지금은 시대가 너무 좋아졌군요. 민간의 일에 대해선 알기 어려웠는데… 여기는 이렇게 쉽게 알려 주니 말이죠. 근데 만약 뻥카라 생각하고 안 오면?”

“천검군 기사 하나 보내서 포탈 열어 달라고 한 다음 잠깐 가서 얼굴 비쳐 주고 오면 끝이지.”

이런 만큼 한국 정부에 관해서 휘두르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복지부동의 끝판에 있는 그들이 알아서 잘하게 하는 좋은 효과가 나오고 있었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국민 신문고가 된 양 유성원 쪽 SNS에 이런저런 성토를 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그가 한마디만 하면 피를 토할 정도로 움직여야 하는 정부 기관에선 반발이 있었다.

“뭔가 글을 다닥다닥다다닥 다는데… 안 보면 그만이고, 정부에서 뭐라고 하는 거야 잘하시든지? 하면 끝이지. 진짜 이런 맛이라도 없었으면 여기 일, 도망치고 싶었을 거야.”

“삶의 낙이라는 게 중요하죠.”

“그래, 이거 아니면 죄다 사방에 스트레스만 가득한 일 천지니까……. 계속 보던 예능 프로그램은 결국 종영되어 버렸단 말이야. 흑흑…….”

‘우리의 시대는 끝날지라도… 여성의 아름다움, 근육은… 영원하리라.’

‘3대 500이 되는 그날까지! 이 시대의 여성들이여! 힘을 내라!’

화려한 엔딩과 함께 최애 프로그램이 종영되자 유성원의 삶의 낙은 이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런 소소한 사이다 같은 행위는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유청도 납득해 주는 분위기였다.

지금 몰려 있는 국가적인 상황 외에도 다른 성좌와의 협상이나 힘을 합쳐야 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하는 만큼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렇다 보니 역으로 이 자리를 대신해서 맡아 준 아영이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내가 걔 나이였다면 도망치고 싶었을 거야. 하아아~ 난데없이 아빠가 맡긴 일이 무슨 세계 경제와 정치를 주무르는 일이니까~ 그런데… 성좌랑 손잡는 게 은근 힘드네. 흐으음~”

직접 나가서 성좌들을 찾지 않는다곤 해도 1년밖에 없는 시간을 낭비할 순 없기에 유성원은 계속해서 여기저기 사람들을 보내고 접선하면서 협조를 얻으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헌터를 빼앗긴 성좌들은 결국 ‘사람’이나 ‘계약자’를 원해서 문제였고, 다른 쪽으론 기존에 인류의 적이었던 도살왕 같은 성좌들뿐이라서 문제였다.

“왜 꼭 찾으려고 하면 이렇게 없는 건지. 참~”

“애초에 폐하께서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기에 다른 성좌들이 손잡는 걸 꺼리는 거겠죠.”

“…그건 맞아. 여기서 나가! 라고 할 놈이 다른 놈 잡겠다고 손잡아 주세요, 하면 반가울 리 없겠지. 그렇다고 성좌들이 죄다 쪼잔해 가지고 내가 아니면 너도 안 돼! 하는 성격도 아니고 말이야.”

이 지구는 그저 저 아득히 드넓은 우주에 있는 ‘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을 굳이 욕심내지 않아도 다른 ‘별’로 가면 그만. 굳이 ‘별의 수호 기사’와 손을 잡고 이용당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좀 절박한 성좌나 아예 목적이 확고한 성좌 정도가 타협의 여지가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이 ‘별’을 침공하고 인류를 적대하는 악(惡) 성향 성좌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답 온 게 지금 얼어붙은 지배자뿐이고, 다른 곳은 깜깜무소식. 수법이 너무 뻔해서 그런가? 후우~ 쉬운 게 없네.”

“상대가 상대이니 말이죠. 하지만 반면에 이제 성좌들이 많이 떠나서 좋지 않습니까?”

“인도의 결과가 컸지.”

당초 세운 전략인 ‘대형급을 잡으면 아랫급들은 알아서 물러난다.’가 아주 잘 먹히는 상황이었다.

자잘한 급의 성좌들은 이미 판도가 확정 난 게임판에서 대부분 물러났고, 인도 같은 케이스도 있듯이 ‘인간’들이 성좌에 대해서 의심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 따지기 시작하자 슬슬 영향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아닌 곳은 그나마 성좌들이 빡세게 관리하고 있지만 그것도 좀 세력이 되는 곳이나 가능한 거고, 다른 곳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지. 거기에 올림푸스 길드의 공세… 못 버티지.”

“예.”

‘별’에서 성좌들이 떠나는 현상이 일어나는 건 좋지만, 반대로 올림푸스 길드가 강해지는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일이 진행되면 유성원도 그렇지만 상대도 유성원만 처리하면 이 ‘별’의 주인이 되는 게 확정된다는 걸 눈치채고 있으리라.

“아마 우리 계획에 대해서 확실히 알진 못하더라도 서로 어떻게 해야 상대를 쓰러뜨릴지 생각은 하고 있을 겁니다.”

“후우~ 그러겠지.”

“하나 다행인 것은 저쪽은 지금 2개나 되는 멸망급 성좌를 상대하는 반면 이쪽은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그 멸망급 중 하나가 우리랑 몰래 손잡기로 했지. 아무튼 관건은 결국 얼어붙은 지배자를 어떻게 하느냐, 인데…….”

연락이 온 성좌 세력,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 이 ‘별’ 전역을 영구동토(永久凍土)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가진 성좌였다.

북극 쪽에서 시작해서 현재 시베리아 방향으로 내려오며 세력을 확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세운 신전과 던전의 코어의 영향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진척이 유예되는 효과를 가져왔었다.

다만 그들이 만드는 영구동토엔 사람이 살 수 없기에 지금 러시아 정부의 주요한 적이 되어서 시베리아 전선에서 치열하게 전투 중이었다.

“친해지면 러시아에서 백 프로 뿔날 거고, 러시아를 지원해 봐야… 걔네가 미국과 손잡은 올림푸스 길드를 어떻게 해 줄 것 같진 않아서 말이지.”

“반대로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를 지원하면 알래스카를 통해서 미국에 압박을 넣을 수 있죠.”

“하지만 그 뒷감당은? 세계 군사력 1위랑 맞짱을 까야 하나? 물론 이쪽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사를 보이긴 하는데…….”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 측에선 같이 힘을 합쳐서 올림푸스 길드를 무너뜨리는 것은 좋은 계획이었다.

시베리아를 통해서 내려가는 것을 돌아서 알래스카를 통해 내려갈 수 있게 되고, 지구 냉동화 계획을 좀 더 확실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목적을 알기에 유성원 쪽도 손잡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얘네는 좀 더 급하면 생각해 보자.”

“그러시죠. 그러면 이제 유럽, 중동, 남미의 성좌 정도가 남는군요.”

“유럽 쪽은 마천루의 습격자와 아주 죽일 기세로 싸우고 있어서 일단 제끼자. 그럼 중동, 남미가 남는데…….”

중동은 각성자의 시대, 성좌의 시대 이전부터 혼란스러웠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성좌가 없었다.

오히려 평화 기간이 적어서 성좌들이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종교 세력이 성좌 아래에서 기틀을 잡고 인도처럼 살고 있었지만 인도 쇼크로 인해 여기도 신앙심이 흔들리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었다.

“…거기는 넘기고, 그럼 남은 건 남미인데. 거기는 성좌가…….”

“없죠. 거기는 처음부터 성좌 같은 신적 존재를 거부했거든요. 하필이면 나타난 형태가 케찰코아틀 같은 아즈텍 계열 전통 신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인간들과 성좌 세력이 한바탕 크게 전쟁을 치렀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맞다. 인신 공양… 시키던가? 그랬지? 도살왕이랑 다를 게 없네.”

“그리고 결국 올림푸스 길드의 지원 아래 모두 사라져 버렸죠.”

유일하게 성좌의 시대, 인간들에게 거부를 당했던 남미는 성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형태로 정부를 구성하고, 헌터들은 마정석 장비를 개발하여 자리를 잡고 자기들끼리 내전을 벌이느라 바쁜 상태였다.

물론 그 뒤엔 미국과 올림푸스 길드가 있어서 내전 상황을 지속시키면서 실전 경험을 위한 전쟁터 및 마정석 장비 개발과 수출로 쏠쏠한 이득을 보고 있지만 말이다.

“거기는 딱 손잡을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안 좋네.”

“남은 건 결국 군벌과 스캐빈저화된 헌터들뿐이죠.”

“하아~ 쓰읍… 결국 얼어붙은 지배자 아니면 그 아랫급들에게 메리트를 더 줘서 모아야 한다는 건가?”

“그 수밖에 없지요.”

별을 모으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고민인 유성원.

성좌 진황 이후 이렇게 진척이 없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유청의 말처럼 이젠 자신이 고용주 같은 게 되어서 성좌들이나 그 세력을 끌어모아야 하나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못해도 올림푸스의 절반은 모으고 싶은데. 성좌 영원한 분노가 있으니 말이야. 아니면 기사라도 추가 소환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저 레벨에 좀 천천히 레벨 업 하면서 보상을 최대한 당기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 대신 천검군의 소모 포인트는 많이 줄어들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세계 곳곳에 천검군 정예 기사를 보내 놓고 포탈로 쓰잖아. 하지만 결국 싸움이 벌어지면 A급 이상 헌터들의 대결로 결판나는 게 지금의 상황……. 다른 방향으로 전력 상승을 꾀하려면 역시 도살왕의 상점뿐인가?”

컁컁, 거리면서 자신을 반기던 폭시를 떠올리는 유성원이었다.

성좌 도살왕의 세력인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물건 거래 하나만큼은 철저히 지켜 주는 곳이었고, 거래만 가능하면 신조 병장이나 카오스 아티팩트 같은 것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유성원은 마음만 먹는다면 막대한 예산을 모아서 휘두르는 것도 가능했지만, 자신들이 던전 업무로 버는 것 외에는 전혀 쓰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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