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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49화 (249/293)

[249화]

“다른 성좌라……. 그거 꽤 좋은 생각 같습니다. 어차피 다른 쪽을 공략할 거라면 성공률도 올리기 쉽겠죠.”

“게다가 지금… 올림푸스 길드가 사도를 독점하는 상황이면 역으로 인간들을 빼앗기는 성좌들의 반감도 커질 겁니다.”

“그렇죠. 이 ‘별’에 온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인간들과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것이 성좌이니, 확실히 신도나 사도를 빼앗기면 좋을 리 없겠군요.”

유성원의 지적에 커류도 눈을 빛냈다.

성좌마다 목적이나 방향성은 달라도 다들 ‘인간’ 혹은 지성체들을 원하기에 이 ‘별’에 와서 그들과 교류하고 같이 무언가를 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올림푸스 길드가 뛰어난 인간들을 이렇게 ‘독점’하면 이 ‘별’에 관심을 가진 다른 ‘성좌’들이 불편해하거나 안 좋은 감정을 가질 게 분명했다.

“아무튼 올림푸스 길드가 여러 성좌들이 모인 곳이니… 우리 쪽도 가능한 한 다른 성좌들을 모을 생각입니다. 다만 역시 이 작전엔…….”

“예. 저희에 대한 건 비밀로 해 주십시오.”

“그렇죠. 물론 성좌님들이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인간들 입으로 서로 떠들어서 전달되어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대충 암묵적 게임 룰 같은 겁니다. 예언이나 특수한 기회 같은 게 없으면 직접 알려 주면 안 되는 거죠.”

끄덕.

전능하신 성좌님들끼리 즐겁게 ‘별’에서 놀기 위한 ‘암묵적 룰’이 있기에 성좌 복수의 티탄이 협조한다는 건 비밀로 하자는 유성원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제 적절한 시기를 잡아서 그때까지 다른 성좌들에게 영업해서 세력을 모은 다음 결계를 부수고 성좌 영원한 분노를 깨우는 것뿐이었다.

“다만 그래도 기한은 미리 정하는 게 좋을 텐데… 어느 정도가 좋을는지요?”

“음, 너무 짧으면 성좌들을 모으는 게 힘들 것이고, 길면… 올림푸스 길드의 지배가 공고해지겠죠. 기간은 길어도 3년.”

“3년이라……. 그거면 공고해질 수 있는 올림푸스 길드가 참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어쩌면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또 늦게 싸우게 되면 잘못하다간 성좌 영원한 분노의 부하들을 잡고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3년도 너무 깁니다.”

“으으으… 그러면…….”

“1년 정도?”

1년. 그 안에 다른 성좌들을 모아서 올림푸스 길드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 기획했던 안건보다는 훨씬 나았고, 1년이라는 기간 안에 모이는 성좌들의 협조에 따라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유성원은 일단 이 방안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시죠.”

“그럼 1년 뒤에… 결계가 파괴되면 승인하는 걸로?”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하지요.”

커류 또한 반대하지 않고 승낙했고, 회담은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그리고 다시 기사들을 모아 회의장으로 돌아온 유성원은 곧바로 이어서 회의를 해 나갔다.

이제부터 1년이라는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성좌들과 연합 전선을 꾸려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엄연히 별의 수호 기사이십니다만? 다른 성좌들의 협력을 어떻게 얻으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그 성좌에 따라서 다르지. 아, 설마 내가 생각 안 하고 그냥 진행할 줄 알았냐?”

“아뇨. 그건 아니지만, 매우… 거래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올림푸스 길드가 득세하게 해서 쫓아내나, 폐하께서 이 별에 다른 ‘성좌’가 없게 만드는 거랑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죠.”

“그것도 맞긴 하지만 뭐, 경우가 다르잖아. 애초에 성좌님들이 이 ‘별’에서만 노는 것도 아니고, 좀 더 크게 생각하면 여유가 생기는 법이지.”

“오오…….”

성좌 종말자의 코어 던전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지금 있는 지구는 아주 작은 ‘별’들 중 하나라는 듯 수없이 많은 ‘별’들을 장악한 성좌 종말자의 하늘.

수많은 은하와 우주급 스케일의 발상을 자랑하는 거대한 존재인 성좌를 이 ‘별’의 스케일로 가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었다.

“그러니 충분히 거래가 가능하다.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것뿐. 당장 할 수 있는 성좌부터 찾아가자.”

“오오… 그러면 어느 성좌부터 가실 겁니까?”

“음… 역시 당장 떠오르는 건 그분이겠지. 성좌 진황! 일전에 신세도 졌고! 조건을 완벽하게 알잖아!”

성좌 진황. 자연 사랑, 환경 사랑을 외치는 성좌라는 걸 익히 알고 있고, 대중국 전선이라든가? 일전에 성좌 종말자와의 싸움에서 도움을 받은 일도 있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접근성은 물론 협력을 구하기도 쉬운 성좌. 나름 세력도 일시적이지만 성좌 종말자의 군세를 막을 정도로 강했기에 적절한 대상이었다.

“그럼 바로 진행하자. 보자… 중국 쪽에 가 있는 애들에게 포탈 열어 달라고 해야겠다. 유청, 너는 나랑 간다. 내 머리로는 한계라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폐하.”

다른 준비를 딱히 할 거 없이 그대로 기사단의 성소 문을 열고, 유성원은 중국에 있는 기사에게 포탈을 열어 달라고 해서 곧바로 중국 북경에 도착.

그다음엔 근위대장들에게 연락을 넣어서 비행기를 수배, 성좌 진황의 영역으로 즉시 비행을 시작해서 약 반나절 만에 그들의 영역에 도착했다.

엘드라엔을 불러서 마법을 사용한다면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지만, 이쪽에서도 성좌 진황에게 줄 선물과 거래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서 이 정도로만 속도를 조절한 것이었다.

“거래 내용은 역시… 저 환경오염 조지는 거랑 자연 생태계 파괴자인 짱개들을 조지는 거겠지?”

“아마도 그러겠죠.”

“기후 조약이나, 환경 조약으로 압박을 넣는 동시에… 환경오염 실태를 뉴스로 퍼뜨리는 것도 좋겠고… 귀찮은데 아예 그냥 절반씩 먹고 나누는 걸로 해 버릴까? 시간도 없는데 말이지.”

강한 힘이나 세력을 가진 성좌일수록 아군으로 만들기 힘들고, 그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더 큰 조건이 필요할 거라고 예상되었다.

어쩌면 몇 주나 몇 달이면 다행이고, 막 연 단위로 걸릴 임무를 줄지도 모르기에 마음을 확 돌릴 수 있는 강한 카드가 필요했다.

“조급해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 불가능에 가까운 계약을 맺고 인생… 아니, 영혼을 저당잡히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특히나 폐하는 별의 수호 기사, 또한 약 20억의 인구를 짊어진 수장. 거래하려는 성좌들로서도 일발역전의 찬스 같은 상황입니다. 성좌들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것도 좋지만, 폐하의 옥체 또한 상당히 가치가 높으심을 인지하시옵소서.”

유청의 조언에 유성원은 정신을 번뜩 차렸다.

그래, 이 지구라는 무대에서만 보면 자신도 만만치 않게 좋은 ‘가치’를 가진 매물이었다.

잘만 거래하면 이 지구의 ‘판’에서 밀리는 성좌들도 단숨에 올림푸스 길드와 맞먹는 곳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필시 안 좋은 방향으로 구속하려는 하는 성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폐하.”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니까 개무서워진다.”

유청의 설명을 들은 유성원은 성좌와 거래하겠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서 정신이 아찔해지는 동시에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너무 가볍게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해야 할 일이 된 만큼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검토를 대강 끝내는 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국경에 도착했고, 유성원은 좋든 싫든 이제 성좌 진황의 영역에 들어가야만 하는 신세였다.

“후우~ 그럼 들어가야겠군.”

“폐하, 힘내십시오.”

성좌 진황의 영역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은 유성원은 천천히 다가갔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녹지와 강과 초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생명력 가득한 땅에 도달하자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그를 맞이하러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무와 가죽 방어구로 무장한 수인들과 로브로 몸을 감싼 드루이드들이었고,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나무 속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누구냐? 이곳에 손님이 오기로 하진 않았을 텐데? 자, 잠깐, 너는? 별의 수호 기사?”

“아, 예… 사전에 연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오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안이 좀 급하게 되어 가서……. 그보다 한국말 할 줄 아시네요? 어떤 언어를 사용하실지 몰라서 아직 번역 안 돌렸는데…….”

“우리는 생명의 언어를 사용한다. 신에게 거역해서 언어가 갈라진 너희와는 전혀 다르지. 아무튼 무슨 일로 온 거지? 별의 수호 기사.”

‘…저 호칭, 남의 입으로 들으니 더 부끄럽네.’

스스로 말하기도 참 부끄러웠지만, 남의 입으로 들으니 더 부끄러운 칭호였다.

여하튼 정신을 차린 유성원은 앞에 나와 있는 드루이드에게 본격적으로 용건을 전했다.

“사실은 전에 성좌 종말자 님을 상대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왔습니다. 사후 정리를 하느라 꽤 오래 걸렸죠. 그리고 좋은 제안도 하나 이야기할 겸 해서요.”

“음… 어차피 너희에 관한 것은 우리의 ‘예언’을 통해 알고 있었다. 따라와라.”

‘…알고 있었으면 그냥 곱게 들여보내 주시지. 참~’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유성원은 자신을 안내하는 드루이드의 뒤를 따라갔다.

숲과 초원은 소위 말하는 ‘짐승 길’조차 잘 나 있지 않은 천연의 것으로, 풀들을 유성원과 유청이 밟고 갈 때마다 쓰러지고 부딪치지만 슬쩍 뒤를 돌아보면 그것들이 어느새 서 있어서 한번 길을 잃으면 도로 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쳐도… 공기가 맑아서 좋긴 하네. 근데 벌레가 너무 많은걸? 갑옷 덕분에 이리저리 쓸리는 것도 쓸리는 거지만… 많이 보여. 자연환경이 다 좋은 건 아니구나…….’

“본디 자연이란 인간의 망상과 많은 것이 다른 법이지. 모든 것엔 무릇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인데… 너희가 좋은 것만 생각할 뿐이다.”

“생각을 읽으시나요?”

“아니. 이곳에 온 문명인의 반응 정도는 질리게 봐서 말이지.”

“그렇군요.”

삭막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나은 대화를 간간이 나누면서 계속해서 숲을 지나가는 유성원과 드루이드들. 주변의 수인들과 나무 속에 숨어 있는 자들도 같이 계속해서 걸어가는데,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디든 도착할 기미가 안 보이는 그들이었다.

“저기… 실례지만 얼마쯤 가야 도착할 수 있을까요?”

“성지(聖地)까지 가는 데… 한 2주일쯤 걸어가면 될 거다.”

“그 거리를… 걸어서 가나요?”

“그럼 뭐가 필요한가?”

안내역 드루이드의 당당한 말에 유성원은 깜짝 놀랐다.

남은 시간 1년. 그 소중한 시간 동안 성좌들을 수없이 모아야 하는데, 성좌 진황을 만나러 가는 데 2주나 걸린다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엘드라엔을 소환해서 타고 날아서 갈까? 고민이 되었는데, 유청이 슬쩍 옆구리를 찌르면서 눈빛을 보내왔다.

‘폐하, 이건 어쩌면 이곳 성좌의 시련일 수 있습니다.’

‘…대충 이런 말을 하는 거겠지?’

일단 이곳은 엄연히 성좌 진황의 영역이며, 이 드루이드는 자신이 올 것을 미리 알고 대기하던 자들이다.

그런 만큼 이렇게 데려가는 것 자체가 어떤 시험이거나 아니면 예의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뜻을 보내온 유청이었다.

그 뜻을 읽은 유성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참아 내고 드루이드들을 따라 묵묵히 계속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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