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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40화 (240/293)

[240화]

고오오오오!

타오르는 마정석 코어 엔진들로 인해 각기 다른 색으로 불타오르며 초월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는 종말기장.

최후의 수단을 쓴 것임을 알고 유성원과 기사들 또한 이 고비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기합을 넣고 대응해 나갔다.

다만 그렇게 전력으로 타오르는 기체들과 달리 영 힘을 못 쓰는 기체들이 있었는데, 바로 성좌 종말자가 기세 좋게 교체한 아칼론의 형제기들이었다.

[음, 역시 같은 비용이라곤 하지만 개별 객체로서는 내 ‘종말기장’들에 미치지 못하는군. 이런 싸구려를 내 ‘종말기장’ 비용과 같이 주고 사야 하다니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소환한 자체가 오판은 아니었다.

일단 한번 전장의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고, 상대에게 이곳이 자신의 코어 던전이라는 것도 알려 주고, 동시에 저 아칼론이라는 깡통에겐 형제를 손수 쓰러뜨려야 한다는 고통을 줄 생각이었다.

자신의 도구만도 못한 저런 도구에게 손해를 입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니 말이다.

[음, 저 성가신 놈을 방해할 생각으로 소환했는데 그런 기능이 없어서 아쉽군. 뭐, ‘종말기장’ 애들을 복구하는 시간보단 낫지만… 으음, 이거 꽤 재미있는 기능이 들어 있었군.]

손해를 줄이기 위해 소환한 아칼론의 형제기들의 데이터를 바라본 성좌 종말자는 기왕 비용을 사용한 거 끝까지 저들을 괴롭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 기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한참 전투하던 아칼론의 형제기들, 엑스칼론, 스톰카이저, 아론디케이론, 무라매시에게서 엄청난 섬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흠, 뭐지? 도망칠 생각은 아닌 것 같은…….]

[잠깐, 가울프 경! 저쪽에서도 빛이?]

[저긴…….]

그들이 뿜어낸 섬광과 똑같은 빛이 다른 방향에서 갑자기 보였다.

그 방향에 있는 것은 바로 아칼론. 근데 그는 자신의 검을 땅에 찔러 넣고서 무언가에 끌려가는 걸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표정이라는 게 없는 기계였지만 그는 지금 무척 괴로운 듯 눈의 라이트가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고, 주변의 다른 기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도움. 마스터, 그리고 다른 기사분들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함. 긴급 시퀀스 프로그램이 강제 실행 중. 거부 신호를 계속 보내나… 강제 실행된 ‘신호’는 철회되지 않고 있음. 강제력이 너무 강함. 최악의 경우 저를 파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일단 붙잡아 주겠… 큭!”

[방해한다.]

기사들은 자세한 뜻은 몰랐지만 아칼론을 돕기 위해 그를 붙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그냥 보고 있을 종말기장들이 아니었다.

어떤 내막인지 몰라도 일단 성좌 종말자가 시킨 일을 이행하는 그들에게 아칼론은 결국 섬광을 뿜어내면서 날아갔고, 먼저 날아간 넷 형제기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서 짙은 어둠이 차원을 가르고 쏘아져 내리면서 그 속에서 5개의 작은 별이 빛났다.

“저거… 뭐 하는 거야?”

[어두운 우주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빛이 될지니!]

그리고 전장을 울리는 거대한 외침과 함께 5개의 별은 하나가 되어 거대한 섬광을 뿌리며 어둠을 깨부쉈고, 그 섬광 속에 아칼론과 그 형제기들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을 한 은빛 메카닉 기사가 망토를 휘날리며 팔짱을 낀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어둠과 직면할 때, 우리는 하나 되어 더 강한 빛으로 진화하리. KMG-EX0G 궁극은하기사(窮極銀河騎士) 나이트 세이버. 이곳에 강림(降臨)! 내가 바로 그대들의 희망이다!]

[…….]

“…합체… 지?”

“…와…….”

[젠장, 개멋있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처럼 날아간 아칼론에 대한 것을 순간 잊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

치열한 전장에서 은빛 강철의 기사의 모습에 유성원 측 기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속삭임.]

[이해 불능.]

[저 행위와 프로그램에 어떤 효율이 있음? 상위 기종에게 묻고 싶음.]

[이미 KMG 시리즈를 만든 회사에 질문 메일을 보내는 중… 응답 없음.]

그리고 그 충격은 같은 메카닉인 ‘종말기장’도 마찬가지였는지, 서로에게 신호와 통신 내역을 보내면서 기종과 제작사와 그 의미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메카닉이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이유를 알기 위해 수를 쓸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너네… 대체 뭘 한 거야?”

[모든 것은 그분의 뜻임. 우리도 이해 불능. 애당초 저 합체 시스템의 존재 가치부터 불명. 기체 및 관절 강도에 문제가 늘어남. 약점도 늘어남. 코어 엔진의 동력 에너지 제어와 통합을 위해서 회로 구조와 시스템 코드도 복잡해짐. 심지어 거대화함으로써 기동력에 문제도…….]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어떻게 저게 되는 건데?”

[그것은 저들을 만든 제작사에 문의하십시오, 인간.]

콰아아앙!

종말기장 베타는 냉정히 답하면서 초진동검을 휘둘러 유성원을 압박해 왔다.

가뜩이나 상황도 안 좋은데 충격적인 사태까지 일어나자, 애초에 메카닉에 대한 개념도 어두운 기사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니까 저 거대한 기체의 5분의 1이 아칼론 경이라는 건데… 이 경우 쓰러뜨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배신이나 타락 같은 건 아닌 걸로 보이는데…….”

“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시나?”

“지금 폐하는 전투에 집중하고 계셔서 바쁘십니다. 그보다 저거 누구 편이죠?”

5분의 4는 성좌 종말자가 소환한 기체, 5분의 1은 유성원이 소환한 기체로 이루어진 저 거대한 메카닉은 과연 누구의 편일까?

고고하게 하늘에 떠 있던 KMG-EX0G 궁극은하기사 나이트 세이버는 살짝 버벅이면서도 허공에서 거대한 대검을 뽑아서 누군가에게 겨누는데, 아니나 다를까? 유성원 측 기사들에게 겨누면서 동시에 메카닉의 눈 부분에서는 붉은빛이 일렁이며 적의를 드러내었다.

[‘별’의 적을 정의의 이름으로 모두 없애겠다. 다른 강철의 기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젠장! 역시나… 인가!”

“잘은 모르지만 합체한 상태에서 아칼론 경이 말린다고 해도 다른 넷이 성좌 종말자의 수하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걱정 없다. 그럼 아까 그대로 넷… 아니, 한 명 더 충원해서 다섯이 맡으면 된다.]

“합체해서 한 개의 몸이 되었으니 오히려 연격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의 말에 따르면 내구도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천군대장군의 말과 동시에 기존에 넷을 맡던 기사들에 추가로 이번엔 진석까지 껴서 다섯이 뭉쳐서 급강하하는 KMG-EX0G 궁극은하기사 나이트 세이버가 휘두르는 대검에 맞서려고 하였다.

그런데 나이트 세이버의 일합은 천군대장군의 무릎이 그대로 땅에 박힐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큭! 어떻게 이런…….]

[궁극이라는 칭호는 괜히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악신들의 야망을 이 정의의 칼날로 멸망시켰다. 비록 한계에 도달해 쓰러지긴 했으나, ‘별의 기록’으로 남아 그림자로 나왔다 한들 나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흐음, 그럼 지금 그 힘이 누구를 위해 쓰는지 확인은 했는가? ‘나이트 세이버’ 경.]

[그 정의관은 과거의 것일 뿐 지금의 난 그저 ‘그림자’다. 그저 부름받은 장기말에 불과하며, 그저 저 하늘 위 ‘별’들의 필요에 의해 불려 온 것뿐……. 그러니 바라는 건 빨리 이 더러운 짓거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뿐이다. 원망해도 좋다.]

“그럼 최소한 아칼론 경은 돌려주시지요!”

섬멸과 가울프의 일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이트 세이버’는 대검을 휘두르며 기사들을 압박한다.

종말기장들이 말했듯이 다섯 개체가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한 개체가 되었다고 한들 전략적 사안이든 내구적 문제든 단점이 드러나야 했지만, 이 다섯이 하나로 뭉친 기사는 지금 같이 싸워 온 다섯 기사를 압도하고 있었다.

[심연의 힘에… 잠겨라!]

[해당 명령은 거부함. 또한 그 어둠의 마력 파장은 이미 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으며, 충분히 대응 가능함.]

촤아아앙!

거대한 대검을 휘두른 반동이나 빈틈을 노리려 했지만 ‘나이트 세이버’는 대검을 그냥 손에서 놓아 버린 다음 허공에서 다른 검을 소환하여 그것으로 가울프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대검은 그대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부유한 채로 ‘나이트 세이버’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다른 기사의 공격을 받아 내어 주는 건 물론 반격까지 했다.

“아니, 이게 무슨…….”

[흔히 다섯 기체가 합체를 해서 하나의 기체가 되었다고 한다면 수많은 단점을 지적하지만 반대로 장점도 있음. 기존에 각자 개체를 운영하던 시스템을 다른 무기와 화기 시스템으로 분배 가능하고 동시에 작동하는 기체는 하나이니 더 많은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모 가능함.]

[검이… 또… 늘었다. 크르륵!]

[거기에 ‘KMG-001 아칼론’의 데이터와 동기화된 덕분에 나와 싸우는 경들의 전투 데이터도 분석이 되어 가고 있음. 이제 이것을 다른 ‘종말기장’들과 동기화하여 우리의 데이터를 함께 적용만 하면 우리의 승리 확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함.]

여유 있게 다섯 기사들을 상대해 가며 그들에게 절망적인 말을 전하는 ‘나이트 세이버’.

아칼론으로 인해 승기를 잡았던 유성원 측은 이제 반대로 아칼론으로 인해 이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었다.

[역시 ‘성좌’님의 판단은 매우 훌륭함.]

“…훌륭하긴! 비겁한 거겠지. 처음에 이거만 잡으면 된다면서 내민 기체를 갑자기 바꿔치기하다니! 그러고도 성좌냐!”

[그분의 자비로 마련된 ‘코어 던전’임. 애초에 인간은 ‘별’의 주인인 ‘성좌’와 겨룰 수 없음.]

“젠장할!”

유성원 또한 그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든 타개해 보려고 했지만 리미터를 풀고 싸우는 종말기장 베타와 맞서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도 무능하지 않은 듯 나이트 세이버가 하는 짓이 엄청난 것임을 알기에 모두들 전력을 다해 그를 쓰러뜨리려고 온갖 아껴 둔 비기와 필살기를 사용하며 난리를 쳤지만, 나이트 세이버는 주변에 여러 검들을 더 소환하며 가볍게 받아 내는 건 물론 역습까지 행했다.

[마치 미래를 읽는 것 같아서 분하군.]

“으으윽!”

“섬멸 경! 물러나게! 여기서 죽으면 안 되네!”

[역시 전투 기량이 높아서인지 데이터가 있음에도 상처만 입지 잘 죽지 않음. 하나 시간의 문제. 데이터 동기화가 완료되면 다른 ‘강철의 기사’들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할 것임. ‘별’이 만든 ‘강철의 기사’들이여, 채널을 열기 바람. 지금 바로 데이터 동기화를 시작하겠음.]

다섯 기체가 하나로 합쳐진 덕에 처리 속도도 오른 것인지 ‘나이트 세이버’는 대검을 들고서 다른 종말기장들과 종말기병에게 전투 데이터를 받으라고 전했다.

종말기장들은 살짝 머뭇거렸지만 결국 그는 지금 유성원의 기사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성좌 종말자의 선택에 의해 불려지고, 저 합체된 모습도 그분의 승인으로 된 만큼 아무런 의심 없이 채널을 열고 나이트 세이버의 데이터를 받기 시작했다.

[동기화 실행. 접속 완료. 전투 데이터 전송…….]

“젠장! 그러면 그거만 하지! 싸움은 여전히 잘하고 계시네!”

[당신이 싸우면서 계속 떠드는 것이 가능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다중 연산쯤은 쉬운 일.]

“다들! 아니, 닭 대가리든 뭐든 좋으니까! 빨리 저 ‘나이트 세이버’를 파괴해!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가 당한다! 아칼론에 대해선… 미안하겠지만 얼른!”

급기야 ‘나이트 세이버’의 파괴를 명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종말기장급과 싸우는 기사들은 빠질 수 없었고, 그나마 골렘들을 상대하던 기사들이 가세해서 ‘나이트 세이버’ 쪽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로 검을 늘리면서 동시에 다가오는 기사들을 상대했고, 날아오는 원거리 공격이나 마력을 사용한 공격까지도 실드로 막아 내었다.

“정말… 막강하군. 그저 5대가 합체했을 뿐인데… 기량이 무슨 한 단계가 올라간 것 같아.”

“과연 궁극의 기사라고 칭할 만하군!”

[데이터 전송률 34퍼센트… 36퍼센트… 남은 시간 3분 30초…….]

싸우면서도 친절하게 데이터 전송 시간까지 알려 주는 나이트 세이버. 자동으로 알려 주는 신호일까? 아니면 절망을 겪으라는 협박일까?

종말기장들에게 그의 기록이 공유가 되면 어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인원이 모두 나이트 세이버에게 달려들었지만, 그 기체는 여전히 수많은 검들을 동시에 다루면서 압도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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