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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39화 (239/293)

[239화]

“아, 실례.”

둘이 격돌하려던 차, 유성원은 아칼론의 호버 바이크를 밀치면서 둘의 격돌이 어긋나게 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 종말기장 베타가 돌아오기 전에 유성원은 다급하게 아칼론에게 말을 전했다.

“미안한데, 저 녀석은 나에게 맡겨라. 기사 된 자로서 승부는 내야지. 안 그래?”

[마스터?]

“그리고 아무래도 네가 이 전장의 열쇠 같고. 아무튼… 나보다는 다른 녀석들과 함께 이 망할 종말기장들을 줄여! 그러면… 여기다! 종말기장 베타! 이거나 먹어라.”

티탄의 말뚝을 투창처럼 던지면서 유성원은 종말기장 베타를 유인했고, 아칼론은 그사이에 다른 기사들이 싸우는 전장으로 합류했다.

다른 종말기장들의 데이터를 가진 아칼론은 우선 다른 기사들에게 종말기장의 정보를 알려 주기 시작했다.

[진석 경, ‘종말기장 오미크론(ο)’의 하이퍼 플라즈마 커터는 절삭력은 뛰어나지만 마력 소모가 매우 큼. 그리하여 기본 상태에서 보이는 저 불꽃은 절연 모드이고, 유효타가 나올 경우 계산하여 순간적으로 고출력으로 뿜어냄.]

“그것참 좋은 정보군. 고맙네, 아칼론 경.”

[또한 절단기를 쥔 팔목 부분에 에너지 전달 회로와 출력 조절 장치가 있으니 그 부분을 공략하길 바람. 코어 엔진의 무력화는 인간 기준 배꼽 부분의 장갑이 얇은 편임.]

“그거 더더욱 좋은 정보군. 약점을 알면 한 손으로도 가능하지! 손톱만 한 용의 역린을 찌르는 것보다 훨씬 쉽군.”

한쪽 팔을 잃은 진석이었지만 약점을 알아낸 그는 눈을 빛내면서 종말기장 오미크론(ο)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약점을 노출당한 종말기장 오미크론(ο)은 당황한 듯 눈 부분을 점멸하면서 허둥대었고, 기계라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의 변화에 진석은 신난다는 듯 그의 팔목을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골렘들은 마력 코어가 남아 있는 한 끝까지 움직임. 그러니 반대로 코어만 터지면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함. 코어는 하반신 쪽 남성의 신체 기관 ‘음경’이 위치하는 곳에 있음.]

[꼬꼬꼭, 그것참 고맙군.]

콰아아앙!

골렘의 약점까지 친절히 알려 주자, 레그혼은 눈앞의 골렘의 하반신 가운데 쪽을 그대로 차올려서 부숴 버렸다.

그러자 실제로 달린(?) 것도 아닌데도 골렘은 괴로운 것처럼 안구 부분이 점멸하더니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행동을 멈췄다.

기계들인 만큼 그들은 에너지가 다하기 전엔 멈추지 않는 충실한 종들이자 도구들이었지만, 반대로 기계란 중요한 부위의 ‘나사’만 잘못되어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으랏챠! 잡았다!”

[비상! 비상! 하이퍼 플라즈마 커터 작동 불능. 제어되지 않은 에너지 누출 중… 이 상태로 가면… 폭…….]

치지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앙!

용의 역린을 찌르는 전설의 기사의 솜씨에 완벽하게 에너지 제어 장치의 튜브가 잘리자 결국 종말기장 오미크론(ο)은 화려하게 폭발했다.

골렘들도 이제 약점을 찔러서 분쇄해 가는 천검군 병사와 기사들의 전력에 도미노 쓰러지듯 무너져 갔으며 다른 종말기장들도 아칼론이 알려 주는 약점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무위를 지닌 기사들이었기에 하나둘 축포라도 터지듯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계속해서 승기가 조금씩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군.]

전장의 상황을 잘 관람하던 성좌 종말자의 분신인 빛 덩어리는 자신의 역작인 종말기장들이 하나둘 거대한 폭음을 내며 터져 가는 것을 보며 당황함은 물론 뼈아픈 고통을 느끼는 중이었다.

하나하나가 보통 가격이 아니라 마정석과 최고급 소재를 갈아 넣듯이 해서 만든 역작들인데, 무슨 폭죽처럼 터지니 비통하기 짝이 없었다.

[벌써 4기째. 이대로 내 역작들이 허무하게 터져 버리는 건…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지.]

성좌 종말자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마정석’을 모으고 있고, 종말기장들은 그 핵심 도구. 그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걸 그대로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손을 쓰고자 했고, 곧바로 빛을 몇 번 점멸하자 신호를 받은 종말기장 4기가 날아왔고 포탈 같은 것이 열리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내 ‘코어 던전’이니 ‘룰’은 어디까지나 내 마음대로지.]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포탈이 열리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한 기체들이 나타났다.

종말기장의 SF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최첨단 화기로 중무장한 기체와 다르게 나타난 기체들은 어딘가 화려했는데, 다들 망토를 두르고, 허리와 등에 검과 창을 멘 ‘기사’의 형상을 한 기체들이었다.

그리고 곧 그들은 하나둘 작동을 시작하더니 성좌 종말자의 빛 앞에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KMG-002 엑스칼론, 기동 시작. 시스템 체크 올 그린. 마정석 코어 엔진 작동. 전투 프로그램 동기화 완료.]

[KMG-003 스톰카이저, 기동 시작. ‘은하 기사’의 이름하에 당신의 적들에게 심판을 내리겠습니다, ‘성좌’이시여.]

[KMG-004 아론디케이론, 현 전투 상황 분석 중. 아군 기체 인식.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완료. 언제든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위대한 ‘성좌’이시여.]

[KMG-005 무라매시, 주변 전투 사항 파악 완료. 아군의 심각한 위기 감지. 시급히 전투 명령을 권고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 ‘도구’를 파손시킨 책임은 역시 ‘도구’로 돌려주어야 수지가 맞겠지. 다소 비싸긴 했지만 말이지.]

이들 모두 별의 기록에서 꺼내 온 기사들. 성좌 종말자는 자신이 만들어 낸 종말기장들을 집어넣고 비축된 대량의 마정석을 종말기장들의 가치만큼 사용해서 이들을 불러온 것이었다.

어차피 이 코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손익 분기점이 되는 한계이기에 같은 가격만큼 유닛을 바꾼 것이었지만, 던전에서 싸우는 자로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뭐야? 저거. 아칼론! 저것들에 대해 알아? 갑자기 기체를 바꾸는데? 와, 진짜… 아칼론?”

같은 비용이라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마정석의 가치일 뿐, 이미 정보와 공략법을 다 알게 된 상대를 변경하니 짜증이 나는 유성원이었는데, 아칼론은 유성원의 말을 듣고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새로 나타난 기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이, 아칼론? 해킹이라도 당한 거야? 왜 그래? 젠장! 종말기장 베타인가? 댁이 그럼 대신 말해 줄 수 있나?”

[거부함. 모든 것은 위대한 ‘성좌’님의 뜻.]

“아, 그러셔! 젠장! 얘들아! 아칼론 녀석 좀 챙겨 봐. 대체 저게 무슨 일인지, 원!”

콰아앙!

다급하게 종말기장 베타와 싸우며 유성원은 뒤쪽의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다른 기사들은 급히 그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고, 새로이 나타난 성좌 종말자의 부하들은 모두 아칼론을 향해 그가 탔던 것과 유사한 ‘호버 바이크’를 각자 소환하더니 타고 날아오기 시작했다.

가울프가 익숙한 탈것을 탄 강철의 기사들을 보더니 아칼론에게 물었다.

[똑같은 형태의 철군마(鐵軍馬), 거기에 지금의 기체들과 전혀 다른 ‘기사’의 형상과 무기. 설마 저들은 아칼론 경의…….]

[형제기들임. 청색은 KMG-002 엑스칼론, 회색은 KMG-003 스톰카이저, 녹색은 KMG-004 아론디케이론, 검은색은 KMG-005 무라매시. 나의 형제, 동료, 전우, 은하의 정의를 맹세한 검들.]

[그렇군. 근데 어째서 저기에?]

[‘별의 기록’에서 열람하여 불러낸 것으로 추정. 나 또한 마스터를 통해서 이 지구라는 ‘별’의 힘으로 불린 그림자. 마찬가지임. 저들도 ‘성좌 종말자’의 힘으로 불러낸 내 형제의 그림자들임.]

하지만 ‘그림자’라고 해서 어찌 감정이 없을까?

하나의 몸으로 합체까지 할 수 있는 자신의 형제들을 보는 아칼론의 기분을 다른 기사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섬멸, 크록베인, 가울프가 앞으로 나와서 무기를 꺼내 들고 맞설 준비를 하며 아칼론에게 말했다.

“마음의 부담이 큰 싸움은 할 필요 없습니다.”

[동료… 직접… 베는 건… 슬픔.]

[그러니 우리가 대신 싸우겠네. 근데 자리가 하나 남는데… 내가 둘과 싸울까?]

[실례가 안 되면 그 한 자리에 내가 끼지.]

상대는 넷. 가울프, 섬멸, 크록베인 셋이라 한 명이 모자란 상황.

아칼론은 자리를 피했으니 누군가 한 명의 지원이 필요했는데,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천군대장군이 거대한 태도(太刀)를 내밀며 자원했다.

[천군대장군 님 실력이라면 이의는 없습니다만, 이유가 있으신지?]

갑자기 나선 그를 보며 가울프가 묻자, 그는 다가오는 네 기사들 중 검은 기사, KMG-005 무라매시를 바라보며 말한다.

[나에게도 인연이라는 게 존재해서 말이지.]

[기꺼이 환영하지요. 흠하핫.]

그렇게 즉석에서 연계되는 네 기사들. 다가온 아칼론의 형제기들을 향해서 각자 달려갔고, 시선을 돌리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다.

적어도 종말기장보다는 훨씬 기사다운 전투를 할 수 있기에 넷 모두 곧바로 전투를 개시했다.

그리고 이 코어 던전에서 가장 강한 종말기장이라 할 수 있는 베타와 겨루고 있는 유성원은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은 채로 엉망진창이 되어서 치열한 난타전을 반복하고 있었다.

초진동검과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이 서로 부딪치면서 격음과 불꽃을 튀기고 있었고, 둘 다 온몸 곳곳에 상처와 손상이 나타나는 상황이었다.

[비행 모듈 재손상. 다시 수리…….]

“하게 둘 것 같냐! 우오오오오! 엘드라엔! 마법 지원!”

[알았다. 그라비티 폴!]

타지는 않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엘드라엔에게 지원을 요청한 유성원. 비용은 비쌌지만 멸망급 성좌를 상대하면서 이거저거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녀가 시전한 중력 마법 덕분에 다시 날아오는 것을 막은 유성원은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을 휘두르면서 종말기장 베타를 압박했지만, 고강도 중력 마법 속에서도 놈은 태연히 움직이면서 유성원의 공세를 받아 내었다.

“진짜 징하다, 징해!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서 몸체가 이렇게 튼튼한 거야?”

[우린 그 자체로 ‘신조 병기’에 가까운 존재들임. 이 정도로는 쓰러뜨릴 수 없음.]

“젠장!”

아칼론의 공략이 있다면 쉬운 적이었지만 반대로 없으면 그야말로 무서운 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금빛 신수의 갑옷을 무시하는 초진동검의 저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비행 모듈과 부가 무장 부분과 다르게 동체는 패황 기사 유천의 검으로도 쉽게 손상을 입힐 수 없었다.

아칼론이 말하고 다녀서 그런지 약점을 보호하는 별도의 수를 쓴 게 분명했다.

‘그럴 만도 하지. 젠장! 이러면 답은 하나인가? 압도적인 화력이 필요하면… 결국 그거네.’

유성원은 자연스럽게 패황천검류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단번에 강한 위력을 뿜어낼 수 있는 절기. 필살기밖에 결정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 필살기라는 것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 ‘베타’라는 녀석의 발을 순간적으로 묶고 일격필살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럴 방안이 없는 게 문제였다.

‘다른 방안이 없군. 아칼론 녀석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도 좋겠지만…….’

[현 상황 재파악 완료. 전술 수정. 리미터 해제 승인 완료. 출력 120퍼센트, 130퍼센트, 140퍼센트, 180퍼센트, 200퍼센트… 에너지 소모율 250퍼센트로 상승. 신속하게 적을 섬멸한다.]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젠장!”

고오오오!

그리고 종말기장 베타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결국 아칼론에 의해 다른 종말기장들이 쓰러지는 결과를 계산했기에 단숨에 유성원을 처리해서 승기를 쥐고자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심상치 않은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리미터를 풀어낸 종말기장 베타는 마정석 코어 엔진의 모든 마력을 사용하여 유성원을 쳐부수기 위해 출력을 올려 달려들었다.

그렇게 비장의 수단과 비기를 모두 꺼내 든 멸망급 성좌의 코어 던전에서 벌이는 전쟁은 이제 막 클라이막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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