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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21화 (221/293)

[221화]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성좌 도살왕은 피와 살과 고기, 뼈 등 살아 있는 것을 구성하는 육체를 먹는 것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그 외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반면 자신이 먹는 모든 것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법칙을 갖고 있는 존재였다.

보통은 그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고, 또 알더라도 맨손으로 그를 죽이려면 그에 걸맞은 스테이터스와 능력을 가져야 하고, ‘다 먹는다’와 같은 신조 병기를 든 막강한 성좌 도살왕의 화신을 상대해야만 했다.

[장젠!]

하나 천운(天運)이 유성원을 도운 것일까? 포크 형태의 무기가 가진 단점인 것일까? 아니면 신조 병기 ‘다 먹는다’의 식욕이 왕성한 탓일까? 떨어져 내려온 유성원에게 주먹을 허락함으로써 약점을 드러낸 성좌 도살왕은 지금 위기를 맞이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지오! 마지오!]

복부가 뚫린 상태로 유성원은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그에게 달려오는 상황. 양손 모두 맨손으로 달려오는 그를 본 성좌 도살왕의 화신은 미친 듯이 ‘다 먹는다’를 휘둘러서 막으려고 했다.

“하아아아앗!”

콰당!

원래부터가 큰 무기였으며 오히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그 움직임이 틈을 잡기 좋았던지라 유성원은 궤적 사이로 몸을 날렸고, 그대로 태클로 성좌 도살왕의 화신을 자빠뜨렸다.

[깐……!]

“그런 거 없다!”

퍼억! 퍼억!

그리고 곧바로 마운트 자세를 잡은 유성원은 이를 악물고 가장 먼저 양 팔뚝에 주먹을 갈겨 그곳부터 부수기로 했다.

물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양팔은 아주 손쉽게 터져 부서졌다.

그렇게 날뛰다가 ‘다 먹는다’에 찔리거나 베일 수 있을 가능성부터 제거한 유성원은 이제 본격적으로 동그란 얼굴 부분을 마구잡이로 난타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퍽! 퍼억! 퍼억! 펑! 펑!

자신의 신체에 한계가 와서 쓰러지기 전에 끝장을 볼 생각으로 그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고 또 날리고, 날리고, 날렸다.

여기서 성좌 도살왕의 화신이 쓰러지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전력을 다해 성좌 도살왕을 부수고, 또 부수고, 계속해서 부숴 내려갔다.

머리 부분을 다 하면 목 부분, 그리고 팔 부분, 몸통. 돈가스 고기를 다지듯 주먹으로 난타를 하던 그는 결국 한계에 몰렸다.

“하악… 하아… 쿨럭! 컥… 아직… 아직!”

[‘성좌 도살왕’은 끝났다고 말합니다.]

“아직… 아직! 아직… 나는!”

[‘성좌 도살왕’은 자신의 화신의 육체는 이미 죽었다면서 당신의 승리를 순순히 인정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성좌 도살왕의 패배를 인정하는 상태창이 나오고 나서야 유성원은 간신히 주먹질을 멈추고 싸움이 끝났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하나 안심해서인지 아니면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전신의 힘이 빠지면서 유성원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지반 아래에서 싸우던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지자, 지상에 있던 스캐빈저와 성좌 도살왕의 사도, 그리고 어느새 몰려온 헌터들은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짐작하였다.

하나 누군가 승리자가 있다면 올라올 거라 생각하고 숨죽인 채 기다리는 가운데, 프르제발스키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끼고 중얼거렸다.

[…푸히힝… 저질러 버렸군. 승부는 결국 그의 승리인가?]

[지, 진짜야? 저 인간이 그분의 비밀을 풀었다고?]

사아아아…….

버니버니와 프르제발스키, 토류는 자신들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들의 성좌 도살왕이 패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은 엄연히 눈앞에 일어난 현실. 결국 이 목사가 목숨을 바쳐 코어 던전 밖으로 소환한 성좌 도살왕은 유성원의 손에 패배, 자신들은 이제 이 ‘별’을 떠나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아, 저건… 기사들인가?”

[도살왕 님도 나오셨군.]

그리고 갈라진 땅에서 성좌 도살왕의 화신과 섬멸과 아칼론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유성원의 모습이 보였다.

의식을 잃은 유성원은 급히 치료받은 듯 여기저기 붕대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가 자랑하는 금빛 신수의 갑옷도 엉망진창이었다.

하나 그래도 기사들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것 또한 승리했다는 증거이리라.

[말정! 네않치만만… 자가아돌.]

[푸히힝! 그럼 이제 이 별엔…….]

[‘성좌 도살왕’은 ‘천문(天門) 너머의 ‘별’들끼리 정한 법도는 지켜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쓰러진 유성원의 승리’라고 다시 말합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성좌의 말에 다시금 상황을 확인하게 되면서 시무룩해진 사도들은 천천히 코어 던전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들이 이 ‘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에 사실상 퇴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남은 스캐빈저들에겐 절망적인 현실이나 다름없었는데, 박숙자는 이제 자신의 몸 절반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네. 하핫… 하아아~”

허탈하게 웃으며 눈 감고 있는 유성원을 바라보던 그녀는 어떻게 그가 이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무리 각성을 잘하고 ‘별’이 밀어줬어도 성좌와의 싸움은 쉬운 게 아닐 텐데 말이다.

혼란과 허탈함 속에서 사라지는 성좌 도살왕을 보며 이제 곧 자신의 몸 절반이 사라질 테니 먼저 죽을까 고민하는 그녀였다.

“가능하면… 쟤한테 죽고 싶었는데 말이지.”

사아아아…….

성좌 도살왕에게 자신의 몸을 바쳐서 받은 악마의 반신이 먼지처럼 사라져 갔다.

그녀에게서도 성좌 도살왕의 가호가 떠나가는 것이리라.

몸 절반이 사라지면 스스로 죽지도 못할 테고, 이대로 스캐빈저로 잡혀서 재판이니 뭐니 하며 좋지 못한 꼴만 당할 것이 분명했다.

“잠깐… 기다려…….”

“단장님, 지금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후벼 파인 내장이 아직…….”

“아니… 그래도 야, 약속은… 지켜야지.”

박숙자가 자결하려는 순간, 눈을 뜬 유성원이 힘겨운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를 부축한 아칼론과 섬멸은 움직이는 그를 도와 그녀의 앞에 섰고, 유성원은 힘겹게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을 들었다.

성좌를 쓰러뜨리는 검이지만, 최소한 가는 길의 명예를 위해서 그것을 들기로 한 것이다.

“아~ 이거, 약속을 잊지 않아서 정말 고맙네.”

“가능하면… 나도 너에게 기회라는 걸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에이~ 나도 알아. 사실 지옥 밑바닥에 갈 입장인데 말이지.”

박숙자가 아무리 슬픈 사정이 있어도 그녀는 엄연히 평양 언더시티의 지배자에까지 오른 몸이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하기엔 이미 너무 깊은 지옥의 심연에 자리한 몸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약속대로 그녀의 목을 유성원이 떨어뜨려 주는 게 나으리라.

“힘이 많이 없으니까 한 번에 갈게.”

“빗맞히지 말고~”

“그래도 하나는… 약속할게. 우리 같은… 놈들이 절대… 나오지 않게… 그리고… 한 놈은 무조건… 지옥보다 더 고통스럽게 해 주겠다고…….”

“지옥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그럼 안녕.”

“안녕히.”

그렇게 유성원의 검은 단번에 박숙자의 목을 갈랐고, 그녀의 머리는 웃는 표정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태어난 이래로 지옥 같은 삶을 살던 그녀가 얻은 마지막 행복이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킨 유성원은 뒷일을 기사들에게 맡긴 다음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렇게 무정부 상태였던 북한 지역과 만주를 지배하며 잔혹하게 인간의 목숨과 피와 살을 노리던 성좌 도살왕의 세력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휘하였던 스캐빈저들은 모두 성좌 도살왕의 가호를 잃고 일반 헌터로 전락하여 그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게 되었다.

***

그리고 유성원이 다시 깨어난 것은 그 뒤로 약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배 속 내장들이 아예 뜯어먹히다 보니 재생 치유 및 해야 할 조치가 많았고, 무리하게 다시 일어났던 것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눈을 뜬 그는 집중 치료실에서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젠장할…….”

“일어나셨습니까? 폐하.”

“유청이냐? 너 중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폐하께서 위중하시다는데, 얼굴 보러 당장 돌아왔습니다. 아무튼 또 한 번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하셨더군요. 무려 화신과 일대일을 하셔서 이기실 줄이야.”

“죽기 직전에… 완전 개운발로 이긴 거야. 으윽!”

아직도 고통이 심한지 인상을 찌푸리는 유성원이었다.

운이든 뭐든 결국 사명을 이루었으며 성좌 도살왕을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한 그였다.

그리고 어떤 보상이 왔는지 보기 위해 그는 상태창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뭐, 운발이든 뭐든 잡은 건 잡은 거니까. 보자… 뭐 온 거 없나?”

[‘성좌 도살왕’의 화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당신은 또 다시 사명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보상이 지급되며 하나를 택하실 수 있습니다.]

[1.신조 병기 ’다 먹는다’

2.‘성좌 도살왕’의 상점에서 카오스 아티팩트 1점 선택

3.‘성좌 도살왕’의 사도 소환 스킬(단, 당신이 쓰러뜨린 사도에 한하여)]

“역시 고생한 만큼 보상이 든든하네.”

신조 병기가 선택 사항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엄청난 혜택이었다. 카오스 아티팩트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하니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리고 3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부하들이 늘어나는 건데, 다른 건 몰라도 오랫동안 적으로 있으면서 인육을 먹던 놈들을 부르는 건 껄끄러운 유성원이었다.

“일단 위험 부담이 큰 2번은 빼고, 1번 아니면 3번인데……. 그… 다 먹는다는 포크랑 나이프였지? 으음… 근데 그거 무기가 아니면 무재(武才)를 안 받을 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지. 아니면 우리 기사 애들 주면 되겠다 싶지만… 가질 애가 있을까?”

“없겠죠. 다들 자부심이 강하니까요.”

“사람에게 주는 것도 별로겠지? 갑자기 그런 무기를 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

“흠… 그냥 사도를 선택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머릿수가 늘면 좋기도 하고, 제어만 할 수 있으면 동물적 감각이 있는 그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으음… 그래. 머릿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득이지. 여차하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일을 시켜도 되고… 답은 이것뿐이네.”

이때껏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고, 그에 약간 심리적인 거부감도 들었지만 이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은 유성원은 결국 ‘성좌 도살왕’의 사도 소환으로 보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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