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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15화 (215/293)

[215화]

2주 뒤. 미국 뉴욕, UN 본부.

UN 국제 회의. 범세계적인 평화를 위한 기관으로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나타나 활약을 했고 각성자 사태, 성좌의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세계 회의 기구로서 가치가 높았는데, 대부분의 인간 정부가 모두 모여서 이 ‘별’을 차지하려는 악(惡) 성향 성좌에게 대응하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성좌’들도 묵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아시아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의 설명을 위해 유성원이 3일 뒤에 와야 할 곳이기도 했지만, 주요 국가의 요인들과 길드, 성좌의 사도들은 이미 도착해서 회의를 하거나 정보 교환을 하며 이 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아시아의 제왕… 인가? 그것참 말도 안 되는 이름을 달고 있는 놈이군.”

“하나 방심해선 안 될 이름이기도 하지. 놈은 성좌 셋을 이 ‘별’에서 추방한 놈일세. 하나는 성좌 청룡, 하나는 악명 높은 성좌 66천마, 다른 하나는 중국의 중심을 차지했던 성좌 용봉왕. 뭐, 사도만 갖고 놀다가 사라진 성좌 청룡을 빼더라도 나머지 둘은 만만치 않은 자들인데, 사라졌으니 의미가 다르지.”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먼저 성좌 용봉왕 측이 유성원 헌터의 소환수인 기사들을 노렸다고 합니다. 개개인이 S급 헌터에 비견되는 무력을 지닌 소환수이기 때문에 성좌라고 한들 빼앗길 순 없다고 해서 결국 분쟁이 발생했다고 하죠.”

“으음… 성좌 용봉왕의 인재 욕심이야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 아귀가 맞아떨어지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통 성좌과 싸우려는 게 정상인가?”

“이미 한 번 다녀왔잖습니까?”

“하나 그는 한 번 다녀왔을 때, 큰 정신적 상처를 지닌 채로 나왔습니다. 아무리 장기간 요양을 했다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성좌와의 싸움을 생각하고 나선다는 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데…….”

각국 정부 요인들은 합리적인 추론과 생각, 정보들을 늘어놓으면서 유성원 헌터의 목적이 뭔지, 그리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계속해서 분석해 나간다.

여기저기 아귀가 안 맞는 부분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고, 수상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장 문제는… 역시 그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이미 한, 중, 일 동아시아를 석권했으면 이제 얌전히 권력을 누릴 생각을 해야지, 그는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전선 도시에 있는 요원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그는 계속해서 다른 성좌를 처리할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성좌랑 전생에 원수라도 진 건가?”

“으음…….”

성좌를 보는 시각을 생각해 봤을 때 대부분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쪽은 꺼리지만, 그 반대인 우호적인 쪽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국가가 많았다.

일단 성좌들 자체가 대가가 있지만 헌터에게 강력한 힘을 주는 존재였기에 반가울 수밖에 없으며 일부 국가의 경우 그 성좌의 힘을 이용해서 국제 역학 관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목적이 뭔지… 밝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나 만약 그가 성좌들을 없애고 다니는 자, 혹은 없애야 하는 운명을 가진 자라고 하면 우리 인도는 그를 막을 것입니다. 우린 그 어떤 세계 기구와 인류의 협의로 이루지 못했던 평화를 얻었으니 말이죠.”

“우리 남미 공동체 조직도 동감이오.”

“아프리카 연합도 그 의견에 지지합니다. 아직 비공식적이지만…….”

“아랍 연맹도 한 표 거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제국주의의 약탈에 시달리고, 내전과 분쟁으로 오랫동안 상처 입어서 평화조차 없었거나 늦게 발전을 시작한 국가들의 경우,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발전의 차이를 성좌 덕분에 따라잡거나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살기 좋아지는 등등… 이점들이 많았기에 그들은 자신들 나라에 있는 성좌들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자, 다들 진정하십시오. 이번에 일어난 성좌 용봉왕 건은 당연히 자신의 수하인 S급 헌터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난 분쟁이고, 성좌 청룡 때도 그쪽이 먼저 결투를 신청한 거고… 도쿄에서 올림푸스와 일어난 분쟁은 서로 대화로 잘 해결했잖습니까?”

“맞습니다. 영 이야기가 안 통할 사람은 아니죠.”

“하지만 저희 성좌의 계시가…….”

합리적인 근거로 볼 때는 우려할 요소는 많이 줄어들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 성좌의 힘이었다.

사도들에게 내려지는 계시와 그들의 목소리로 인해 성좌들은 현재 모두 유성원에 대해 경계하라고 전한 상태였다.

또 일부의 경우 아예 유성원이 이 지구의 선택을 받은 별의 수호자라는 것까지 알려 주었지만, 사람들은 감히 선택받은 민족이 아닌 곳에서 이 별의 수호자가 선택되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에 스스로 성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어쨌으면 좋겠습니까? 일단 괴뢰 정권이라곤 하지만 중국에서 그가 벌이는 일은 평화적이고 온건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성좌 용봉왕의 사도인 제1근위대장 장범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수도 없고 말이죠.”

“그러니 모두가 우려하는 건 그저 우려일 뿐이다, 라는 것입니까?”

“예. 특히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여기에 대재앙급 성좌와 싸우시는 분이 몇 명 없잖습니까? 차라리 용기 있는 그가 낫죠.”

대재앙급 성좌 혹은 멸망급이라 불리는 성좌는 성좌 영원한 분노와 같은, ‘별’의 존속을 위협하는 거대한 위협으로 취급되는 극강한 세력을 뜻한다.

그 말에 아까 전까지 지지이니 뭐니 입을 열던 나라의 사람들은 급히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래, 대재앙급 성좌의 문제는 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급의 일인데, 그 일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강대국의 일이라며 다들 손가락 하나 보태지 않고 있었다.

“성좌 영원한 분노와 성좌 복수의 티탄은 뭐, 미국 쪽에서 그렇게 힘쓰고 있는데…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캐나다 분들은 뭘 하시고 계신 건지?”

“크, 크흠!”

“또 엄연히 아프리카에 있는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문제는… 아프리카가 해결하는 게 아니라, 유럽의 지원을 받고 계시죠. 그리고 호주에 있는 성좌 종말자는 그냥 호주를 포기해 버린 상태이고 말이죠. 인도 측에 그렇게 지원 요청을 했는데…….”

“…….”

말문이 막힌다기보단 다들 다른 나라를 구하는 것에 국가의 역량을 쏟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동아시아는 다른 것을 말할 거 없이 이미 실질적으로 성좌와 싸우고 있는 것인데도 인재들을 올림푸스 길드에 상납해 가며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각종 우려와 가정을 해 가면서 각국 요인들은 계속 이야기와 정보를 모으기 위해 힘썼다.

앞으로 열릴 유성원의 설명회 이후 그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빨리 정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먼저 그와 손을 잡든 적대시되든 할 것이니 말이다.

***

3일 뒤.

드디어 미국에 들어온 유성원은 UN 회의에 참석, 영상 자료와 각종 자료를 통해서 성좌 용봉왕이 토벌된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 증인으로 같이 한국에까지 갔었던 제3근위대장 오위가 나서면서 이 사정 설명엔 이견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마친 상황이었다.

“…이상 사건 설명은 마쳤으며, 현재 ‘성좌 용봉왕’의 중국에 새로운 정부를 설립하는 과정과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서는 저 오위가 설명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현재 국가 재건 위원회에서는 국민 여론을 조사하고 있으며 ‘성좌’님의 운영이 아닌 저희 스스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와 법안 마련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 작업들이 끝나는 즉시 국민 총선거를 개최하여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정부 구성을…….”

‘휴우~ 끝났다. 이제 얌전히 앉아서 남의 거 구경만 하면 되니 좋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시선이 너무 많은걸?’

오위가 설명하는 것을 보며 유성원은 자신에게 꽂혀 있는 세계 각지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인종, 성별 할 거 없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주목받을 줄이야. 앞으로 다른 성좌들을 없애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세계 각지 상황에 대해선 오기 전에 백가연 어르신을 통해 브리핑받았다.

국가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성좌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리고… 성좌들이 귀띔해 준 건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영 안 좋은 분들이 많네.’

성좌들의 존재는 절대적인 만큼 그 영향이 큰 나라들에서는 이미 유성원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을 경우도 상정해야만 했다.

성좌 용봉왕도 자신이 ‘별의 수호자’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다른 성좌라고 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튼 다음 행보는… 성좌 도살왕을 처리한다고 발표했으니까 별말 없겠지.’

실제로 발표했을 때 아무 반향이나 충격은 없었다.

성좌 도살왕은 아시아권은 물론 러시아에도 잘 알려진 악(惡) 성향 성좌. 그들을 토벌한다고 하니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렇게 이야기했음에도 사람들의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는데, 결국 성좌 도살왕을 처리하고 난 이후를 걱정하는 것이리라.

“…이상입니다.”

‘아, 드디어 끝났다. 이제 돌아가면 도살왕 잡으러 마음껏 다닐 수 있겠네.’

짝짝짝.

이번 회의는 오직 발표뿐이었고, 기자들을 모아서 하는 회견이 아닌 만큼 별도의 질문 시간은 가질 필요가 없어서 유성원과 오위는 그대로 빠져나왔다.

이런 복잡한 일은 이제 더 이상 싫은 유성원은 이대로 곧장 미국을 떠나서 한국을 돌아가고 싶었다.

하여, UN 본부를 나와 여기까지 날아올 때 탔던 전용기를 타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후우~ 진짜 시선이 너무 따가웠어. 젠장…….”

“그래도 아직은 뭘 한다고 안 했으니까 별 조짐 없었죠.”

“아마 성좌 도살왕을 잡고 난 다음에… 뭔가 생기겠지. 후우우~”

“그렇죠?”

하지만 성좌 도살왕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다음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사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리 생각해 놔야만 했다.

“그 시선들 중에선 내심… 자신들 쪽으로 와서 멸망급을 잡아 달라는 눈빛도 어느 정도 있던데 말이죠.”

“멸망급이라……. 후우~”

성좌 영원한 분노를 보고서 체감한 멸망급 성좌. 너무나 압도적인 존재였기에 감히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는 레벨이었지만, 성좌 종말자를 제외하곤 일단 인류가 잘 버티며 막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성원은 예전에 백가연 어르신과 했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모든 성좌를 내보낼 필요는 없네. 대형급들을 몇몇 보내고 압도적인 힘을 얻고 나서 다른 ‘성좌’들에게 퇴거하라고 엄포를 놓으면 되는 거지. 강한 집주인이 되어서 권리를 행사하는 그런 느낌으로.’

“멸망급이라…….”

결국 어떤 루트든 간에 계속 싸워 이겨 올라가야 하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었다.

성좌 도살왕은 계단 중 하나일 뿐, 처리하면 이제 진짜로 멸망급과 맞이할 생각을 하니 마음의 부담이 커진다.

‘뭐… 하는 데까지 하는 거지. 그리고 아직 한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니까…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그렇게 마음의 각오를 다지며 유성원은 본국에 전화를 걸어서 성좌 도살왕의 토벌 준비를 명령한다.

성좌 도살왕 세력은 중국, 한국, 러시아 영역에 골고루 걸쳐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성좌 용봉왕의 중국 측에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었고, 러시아 정부에도 도움을 바랄 수 있어서 편한 점은 있었다.

“사면에서 토벌대를 구성, 잔여 던전들을 밀고 올라가면서 없애고, 우린 동쪽에서, 중국은 서쪽에서 몰아서 코어 던전을 덮치는 걸로 마무리. 그리고 코어 던전 준비를… 이번엔 철저히 해야지.”

성좌 66천마의 경우도 있는 만큼 갑자기 성좌 도살왕의 코어 던전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안에서 일어날 경우를 상정하자고 다짐하는 유성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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