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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03화 (203/293)

[203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유성원은 다시 본래의 일을 위해 성좌 용봉왕이 있는 중국으로 향하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올림푸스 길드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전 폭격 이후 완전히 흩어진 성좌 도살왕의 수하들이 주변 국으로 향했다는 메시지와 반드시 놈들을 찾겠다는 것을 이유로 성좌 용봉왕과 합세해서 중국 공산당을 밀어 버리면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낸 것이었다.

“그러면 차라리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지? 라고 답변이 오면요?”

“대한민국 역사 다시 공부하라고 하면 돼. 거의 100년 넘게 분단국가로 만들어 놓은 원흉을 왜 믿어야 하냐고. 아니, 애초에 머릿수만 믿고 오만 패악질을 해 댄 놈들을 믿을 이유가 있겠냐고 하면 그만이지.”

“하긴 그러면 그만이죠.”

“또 올림푸스 길드가 용봉왕에게 붙는 거 아니니 뭐니 떡밥을 던지면 어차피 인류를 위하시는 성좌분들과 협력하는 건데 뭐 어때서요? 하면 그만이고~ 결국 목적은 지구의 주인이 되려는 거면서 신앙과 지지를 위한다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휴식하면서도 가끔 회의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올림푸스 길드 같은 성좌들의 약점을 깨달았다. 아직 어느 누군가가 완전히 지구의 인류와 정부를 선도하는 주역이 되지 않은 상황에선 결국 인간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성과 합리로 자라온 인류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거지. 기적이 있는 이 시대에도 ‘진실 된 신앙’은 아주 손에 꼽히기 마련이거든.”

“뭐, 성좌를 메리트로만 여기는 사람이 적진 않지.”

“그렇죠. 물론 그분들 덕분에 진짜 사이비 종교들은 모두 사라졌지만요. 아무튼 올림푸스 쪽 대응은 이 정도면 되겠죠? 그럼 슬슬 출발합니다. 성좌 용봉왕 쪽에 연락했더니 답장이 바로 와서요.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이죠. 판단이 아주 빠르네요.”

“거기는 ‘성좌의 화신’이 직접 운영하는 나라이니 말일세.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본래 코어 던전에 있거나 인간 세상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게 성좌이지만, 성좌 용봉왕은 코어 던전을 두지 않고 그대로 화신이 내려와 중국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의사 결정도 매우 빨라 유성원의 의견에 곧바로 반응한 것이었다.

그리고 보통 비행기나 전용기를 준비하지만, 유성원은 그럴 거 없이 엘드라엔을 불러 타고 가도 되니 행동 속도가 아주 빨랐다.

“아무튼 가 봐야 뭘 알 거고, 딱히 제가 적대적인 의미로 가는 게 아니니까 걱정 없겠죠.”

“그러길 비네. 그나저나 신혼 생활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 출장이라니, 안타까운 일이군. 한창 뜨거울 때인데 말이야. 더구나 오랫동안 가족이 없던 친구에게 가족이 생긴 건데.”

“…뭐, 어쩌겠습니까? 사람이 할 일은 하고 살아야죠. 후우우~ 아무튼 저 없는 동안 잘 부탁합니다, 어르신.”

“허허, 걱정 말게.”

한국과 전선 도시를 백가연 어르신에게 맡긴 유성원은 마음 놓고 엘드라엔을 타고 중국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화창한 하늘 아래로 내리쬐는 태양 빛을 받으며 서해 바다를 가르고 지나가는 유성원.

과거엔 날아오는 미세 먼지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중국에 다가갈수록 상공 상태가 안 좋았던 적이 있었지만, 성좌 용봉왕과 성좌 진황이 중국 내륙의 3분의 2를 장악하자 환경오염도 3분의 2가 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지금은 서해 바다와 하늘 모두 깨끗한 상태가 된 지 오래였다.

“옛날엔 대체 얼마나 더러웠기에 그런 소리가 나온 걸까? 뭐, 마정석과 던전이 열린 직후 기술 개발하려고 온갖 무리수를 뒀다고 한 거까진 봤는데… 오오? 저건?”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된 중국 영해에 들어서자 멀리서 커다란 비행체가 유성원을 향해 날아오는 게 보였다.

날렵하게 생긴 전투기 같은 비행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다음 크게 회전해서 유성원의 속도에 맞춰 나란히 날기 시작했는데, 위쪽에 조종석으로 보이는 곳의 뚜껑이 열리면서 그 안에 있는 파일럿이 예를 갖추고 인사해 왔다.

“유성원 헌터님이십니까? 안내할 겸 모시러 왔습니다. 저는 오위! 성좌 용봉왕 님의 부하이자 사도이며, 제3근위대장입니다. 이 녀석은 비호(飛虎) 3식입니다.”

“오… 한국말을 잘하네요?”

“예. 저희 성좌 용봉왕 님께서 불편함이 없도록 일부러 저를 보내셨습니다. 아무튼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여기 통신기입니다.”

“오오~”

제3근위대장 오위에게서 이어폰 같은 통신기를 받고 드디어 중국 본토에 입국하게 된 유성원은 계속해서 북경을 향해 날았다.

날아가는 중에 중국 도시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 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가 봤고, 중국에 대해선 뉴스나 사람들이 떠드는 걸로밖에 듣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도시라든가 농촌 모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이 돌아다니거나 평화롭게 일하는 모습뿐이었다.

“음… 뭔가 눈에 확! 하고 띄는 건 없네?”

[뭔가 이상하십니까?]

“아니, 그러니까 성좌님이 주인인 나라라면 뭔가 그분의 개성 같은 게 확! 드러날 줄 알았죠.”

[용봉왕 님은 비록 저희를 통치하시지만 이 별의 모습과 문명에 대해서 거부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물론 잘못된 것은 엄격하게 통제하시지만요.]

“그러네. 으으음~”

드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깨끗해진 강과 자연의 모습만 봐도 중국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또 지나오면서 본 도시의 풍경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문득 풍경이 확 다른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아파트와 판잣집으로 가득한 곳으로, 이때까지 깔끔하고 정갈한 도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음? 어라? 저긴 뭐지?”

[그… 러니까 부랑자 촌입니다. 국가의 일이라는 게 결국 성좌님의 지성으로 설계가 되었어도 그 설계도대로 완성하는 건 저희 일인지라……. 정말 부끄럽습니다.]

“아아~ 뭐, 사람 일이라는 게 늘 그런 법이죠.”

오위의 말에 대강 눈치를 챈 유성원은 더 이상 깊게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 주었다.

아무리 현명한 군주가 있어도 결국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예전 중국 사람들 그대로이니, 일 처리가 미비하거나 구멍이 생길 수도 있었다.

또 고작 수십 년 만에 문명이 바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니 이해할 법했다.

[그래도 저희에겐 언젠가 모두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며 그들에게도 구원이 있을 겁니다. 이제 슬슬 자금성에 도착합니다. 천천히 고도를 내리십시오.]

“우와, 저게 뭐야?”

자금성(紫禁城).

중국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한 궁궐로 1924년부터는 궁궐의 기능을 상실하고 고궁 박물관이 된 이후 문화유산으로 취급되다가 이후 성좌 용봉왕이 자신이 지낼 거처로 정하면서 다시금 궁의 기능을 하게 된 곳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 궁의 영역은 더욱 커졌고,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미래 시설이 옆에 자리해 있었으며 옛 복식을 입은 사람과 현대 복장, SF 슈트 같은 것을 입은 사람들이 섞여서 다 같이 오가니 이제 좀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아아아… 뭔가 굉장하네? 게다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저를 따라서 착륙하시면 됩니다. 여기는 오위, 제3근위대장이다. 비호 3식, 오기로 했던 유성원 헌터님을 모시고 왔다. 착륙 순서와 포인트를 인계 부탁한다. 더불어 탑승하신 용을 모실 장소도 부탁한다. 그리고…….]

“아, 엘드라엔 자리는 필요 없습니다. 부르면 다시 나오는 식이라!”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관제탑과 대화를 마치고 자금성 한쪽에 마련된 착륙장에 무사히 착륙한 유성원의 엘드라엔과 비호 3식이었다.

땅에 내린 뒤 곧바로 엘드라엔을 돌려보낸 유성원은 이번엔 유청, 진석, 중한, 가청, 성유, 중호까지 천검군 기사 전원을 불러내었다.

일단 복장인 기사 단복은 서양식이지만 이름과 문화,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포함해서 예의도 그렇고 이런 일에 맞춰 줄 만한 이들이기에 이들을 호위 및 수행원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본래라면 폐하께서 부르실 때 나오는 게 아니라 직접 호위와 수행을 모두 해야 하는 것입니다만…….”

“기왕이면 편한 게 좋잖아. 게다가 너희들 다 나처럼 하늘을 날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선이니 그런 것보단 편하게 오고 싶었거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무튼 이제부터 긴장하시길 바랍니다. 여기는… 이제 저희 전선 도시나 아이언 포트리스가 아니니까요.”

“알았어, 유청.”

협조의 입장으로 온 거지만 결국 자신의 목적은 이 별에서 성좌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상대도 성좌인 이상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순 없었고, 혹시라도 자신들을 없애거나 허튼수작을 부릴지도 모르기에 이제부터 철저히 경계해야만 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오위 근위대장이 유성원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러면 곧장 수행할 사람을 부르… 어? 어, 언제 이렇게 많이?”

“아, 이것도 소환으로 불렀어요. 내 스킬이 있어서 말이지.”

“그러시군요. 그럼 인원이… 6명 추가. 따로 인원을 더 붙여 드릴 필요가 없으시겠군요. 따라오십시오. 차량을 대기시켜 뒀습니다.”

근위대장 오위의 안내를 받아 착륙장을 나선 유성원과 기사들은 대기시켜 둔 커다란 리무진에 모두 탑승했다.

원래 자금성이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성좌 용봉왕이 크기를 넓혀 둔 것인지 모르는 유성원은 중국이라는 곳의 엄청난 스케일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싶었지만, 앞뒤 좌우로 가득 찬 자신의 기사들 때문에 그저 무표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마실 것이나 다른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이야기하십시오.”

‘…아, 바깥을 보고 싶다.’

“오오… 역시 진면모를 알려면 중심을 봐야 하는 법이군요. 날아오면서 보던 일반 도시와 다르게 역시 대국의 중심다운 훌륭함입니다.”

유성원이 무게를 잡고 있는 동안 유청이 슬쩍 이 성에 대해 칭찬하면서 오위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오위는 슬쩍 유청을 곁눈질하다가 그의 기품과 분위기에 압도된 건지 거부하지 않고 입을 열어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 칭찬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저희 용봉왕 님의 화신이 계시는 만큼 나라에서 모은 최고의 장인과 천재들이 용봉왕 님의 요구에 따라 여러 가지 정성들을 쏟은 것이라……. 하하핫. 그보다 유성원 헌터님, 저분은?”

“내 부관이니 걱정 마.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고, 내 대신이라고 해도 좋아.”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차량 안에서의 대화는 모두 유청이 이끌어 갔고, 오위는 어떤 질문은 난감해하고 거부하는 한편 어떤 질문엔 적극적으로 대답하면서 무언가를 감추려는 기색을 비쳤다.

물론 유성원은 그 대화의 수 싸움에 대해 1도 이해하지 못했기에 한국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서 얌전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알현을 위한… 용봉왕 님의 궁전입니다. 다들 내리시지요.”

“우와아… 엄청나네.”

내리자마자 보인 것은 기존 성보다 더 화려하고 크게 장식해서 3개의 층을 더 올려 만든 궁이었다.

그리고 귀중한 손님맞이를 위한 것인지 한쪽엔 현대식 군복, 한쪽엔 옛날식 갑옷, 한쪽엔 SF 특수부대 같은 옷을 입은 이들 수천 명이 사열한 채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성원 일행은 오위의 안내를 받으며 그 사이를 지나 궁을 향해 나아갔다.

“윽…….”

“음? 폐하께서는 이런 것이 처음이신지요?”

“당연한 거 아니야? 너희가 둘러싸 주지 않았으면 기백에 눌려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을 거야. 진짜 덕분에 살았다.”

“하하하, 저희야 기본 만 명 단위는 지휘하고 다녔으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말대로 유성원은 이런 사열을 받아 본 적도 없기에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놀랐는데, 다행히 바로 양옆에는 진석과 유청, 앞뒤로는 중한과 다른 기사들이 있어 준 덕분에 동요를 해도 그 모습을 대놓고 보이지 않고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다.

“용봉왕 님이시여! 현재 전선 도시의 지휘관이며, 아이언 포트리스의 계승자! 코어 던전을 닫은 자이며 도살왕의 사도를 쓰러뜨린 자! 성좌의 유산을 받은 자! 이 ‘별’이 지목한 수호자! 그리고…….”

문 앞까지 도달하니 기다리고 있던 근위병이 창을 땅에 한 번 치고는 유성원이 왔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본인 소개임에도 뭔가 거창하고 수식어가 많은 것에 유성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내 호칭이 왜 저렇게 많아? 아니, 그냥 왔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뭐야, 이거 예의 좀 차릴 줄 아는 곳인가? 제법인걸?”

“역시 성좌님이 지배하는 국가라서 뭔가 다르군요.”

“옛날 생각 나네요. 그렇죠? 중한 님!”

반면 천검군 기사들은 이런 절차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게 장황하고 긴 소개가 끝난 뒤 그들의 앞을 막고 있던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열렸고, 곧 알현궁 내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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