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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98화 (198/293)

[198화]

그리고 일주일 뒤, 올림푸스 길드가 이 목사에게 건 천문학적인 액수의 현상금을 노리고 세계 각지의 헌터들이 서울로 모여들었다.

그의 영역이 엄밀히는 북한 쪽에 있어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서도 바로 노릴 수 있기에 그쪽으로 가는 인원도 많았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사냥꾼은 죄다 모이고 있군.”

“유럽, 미국, 인도, 중국… 캬, 다양하기도 해라.”

“근데 서로 경쟁하려나? 아니면 협력?”

“글쎄~ 그래도 대상이 S급인데 잡으려면 협력해야겠지? 어우! 바쁘다, 바빠. 다음이… 보자. 앤드류 파커슨, 미국 출신 헌터이고 반입 물품은 주 무장인…….”

공항을 지키는 협회 직원들은 무수히 들어오는 헌터들의 무장과 장비를 분주하게 체크했다.

오랫동안 공항과 각종 시설에서 일해 온 협회 직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힘들어하면서도 한동안 평화로웠던 대한민국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 것을 우려했다.

“현상금 사냥이라곤 하는데… 이건 너무 많이 몰려오는 거 아니야? 세계 현상금 사냥꾼 컨소시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 일본, 러시아 쪽에도 엄청 들어갔대. 이거 진짜 제대로 한바탕 난리가 나겠는걸?”

“현상금 대상은 저 북한 쪽에 있는데 여기서 난리가 날까?”

“날 수도 있지. 그 성좌 도살왕네 스캐빈저들이 바보야? 이미 서울에 애들 깔아 놨을 거 아니야. 정보 얻으려고~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려고 난리겠지.”

“하아~ 나도 전선 도시 가고 싶다. 거기는 지금 아주 든든하다며?”

불안함 속에서 나오는 건 역시 평온과 안전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것을 만족시키는 대한민국의 안전 영역인 전선 도시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S급 헌터 전력만 10명에 달하며, 신강남의 외벽에 쓰였던 최첨단 장벽, 스캐빈저 하나 없는 청정 지대, SS급 헌터가 다스리는 도시이기에 정치적, 기업적 압력이나 부조리가 없는 도시.

“든든한 정도가 아니지. 아주 속 시원한 곳이더만? 저번에 M&T 테크 회사가 장벽 공사하는 데 ‘아다만티움’ 비율을 속여서 횡령했다가 된통 얻어터졌잖아. 아주 가차 없이. 스캐빈저들은 아예 숨도 못 쉬고 말이야.”

“근데 일본에서 넘어온 난민이랑 막 여기저기서 온 난민들도 많은데… 사람들 간에 분쟁은 없어?”

“없을 리 없지. 하지만 알다시피 위법에 대해선 얄짤없고, CCTV도 많고, 기사들이라든가 그… 천검군 병사들이 분쟁을 중재하는 솜씨도 좋아서 신경전 정도만 하고 정 안 되면 그냥 추방해 버리니까~ 알아서 조심하는 분위기야. 안전하지, 임금 높지, 집세 싸지, 높으신 분들도 나대지 않은 그런 곳이 또 어디 있어?”

“나댄 새끼들 다 머리통이 없잖아. 키키킥! M&T 테크 사장은 재판 받겠다고 길길이 날뛰는데, 전선 도시라서 현행법이 아니라 길드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해서 진짜로 머리통 부서졌지.”

“하, 시원하다. 나도 지원하긴 했는데 심사만 거의 반년이 넘는다니… 씁, 아무튼 아무 사건도 안 터졌으면 좋겠다.”

간소한 바람과 함께 협회 직원들은 다시 바쁘게 손을 놀리며 일에 집중했다.

하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다른 헌터들을 태운 비행기 한 대가 또 내려오면서 서울에 주재하는 헌터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

태평양 상공.

같은 시각, 태평양 상공을 가로지르는 최신식 비즈니스 제트기 안에서 유성원은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하늘 같으신… 아니, 진짜로 하늘 높은 곳에 사시는 성좌님의 초대를 감히 거부할 수 없었기에 무조건 응해야만 했고, 그 불쾌한 심리를 드러내듯 옷차림새는 추리닝에 후드 티 패션이었다.

초대받은 것은 오직 그 혼자였기 때문에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고, 기사들 역시 부를 수 없었다.

아무튼 그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차림으로 온 건데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그를 안내하는 올림푸스 길드원이 슬쩍 눈치를 주며 입을 열었다.

“…다른 옷은 없으십니까? 원하시면 불러 드릴 수 있는데요?”

“어차피 가서는 갑옷 차림으로 있을 거라 지금 편하게 입고 있는 건데? 문제 있나? 이렇게 순식간에 입을 수 있는데. 아니면 너희 성좌 포세이돈 님은 내가 안에 뭘 입는지까지 신경 쓰시는 분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러면 됐네. 하아~ 그나저나 의뢰를 할 거면 그냥 우편이나 메일만 보내면 되지, 왜 날 보자고 하시는 거야?”

유성원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 굳이 해신궁으로 초대하지 않아도 그냥 메일이나 편지로 의뢰를 하면 그만인데 초대까지 한 것이 아직도 의문이었다.

시간 낭비도 낭비인 데다, 또 성좌 포세이돈과 그 부하들이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살짝 불안했던 것이다.

“의문이 드시긴 하겠지만 그게 저희 성좌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가시게 되면 이제 보실 게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외부에 비밀로 해 주셔야 하니 그 점을 알아 두십시오.”

“비밀로 할 거면 그냥 안 보여 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것도 저희 성좌님의 뜻입니다.”

“…하아~ 아주 그냥 만능의 단어네.”

유성원은 한숨을 푹 쉬며 말이 통하지 않는 올림푸스 길드의 수행원을 무시한 채 창밖만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끝없는 태평양만 보이는 풍경. 상대가 올림푸스 길드이다 보니 마음 놓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건 잠을 자거나 아니면 바다를 보는 것뿐.

하나 꽤 오랜 시간을 날아와서 곧 도착할 것이기에 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게 다 좋기만 한 게 아니군. 그나저나 여기 적도 아래라고 했던가? 음? 고래인가?’

머리를 비운 채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바다에서 무언가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바다의 생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아무튼 크게 물거품이 올라오는 걸로 봐선 뭔가 생물이 올라올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 숨을 쉬려는 건지 커다란 고래가 튀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오… 크네. 저게 무슨 고래더라? 흰긴머시기 고래였던가? 아닌가? 아무튼 새우 먹는 그 고래가 맞으려…….’

고래의 모습을 보며 지루함을 달래려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 거대한 고래 아래에 생겨났고, 잠시 후 거대한 악어 입 같은 것이 나타나서 순식간에 고래의 몸 절반을 마치 생선 잡아먹듯이 뜯어먹었다.

그 광경에 깜짝 놀란 유성원은 벌떡 일어나 창문에 달라붙었는데, 고래의 남은 몸통 절반에서 나온 피와 내장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고, 거대한 악어 입 같은 것은 그대로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저거 뭐야?”

“성좌 영원한 분노의 수하입니다. 이름은… 스스로를 메가 오션 이터라고 부르더군요. A급 몬스터입니다. 형태는 악어와 공룡을 섞어 놓은 모습으로 바다에 있는 생물들을 먹어 치우는 끝없는 포식자입니다.”

“워, 세상에… 음?”

첨벙!

놀라운 것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또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와서 남은 고래의 절반을 먹어 치운 것이었다.

색은 약간씩 다르지만 입 부분이 똑같이 생긴 걸로 봐선 똑같은 몬스터이리라.

“2마리?”

“예. 2마리째군요. 저걸 보니 슬슬 해신궁에 다 온 것 같습니다. 인류 최악의 전선 중 하나인 이 태평양 전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대편으로 해서 바다를 보시면 아주 놀라실 겁니다.”

“…헉!”

올림푸스 길드원의 말에 유성원은 다급히 반대편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의 풍경은 날아오는 동안 보았던 평화로운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일단 바다를 가르며 쳐진 거대한 결계, 수없이 많은 함선과 전투함, 잠수함들이 다가오는 거대한 괴수들을 상대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광경이었다.

“세상에…….”

“아직 놀라기엔 매우 이릅니다. 좀 더 먼 방향으로 시야를 돌려 주십시오. 그럼 거기에 아주 거대한 구멍과 섬이 보이실 겁니다.”

“어, 어! 있어. 뭐야, 저거… 포탈이라도 열린 거야?”

길드원의 말대로 먼 곳을 바라보자 거기엔 정말로 매우 거대한 구멍이 있었다.

아까 전 보았던 괴수는 작게 보일 정도로 아주 거대하고… 아주아주 거대한 구멍이었다.

건물? 아니, 입이 벌어진 그 영역은 섬이나 대륙이 떠 있어도 빨려 들어갈 정도로 드넓었고, 바닷물은 계속해서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저거… 뭐야?”

“저게 바로 성좌 ‘영원한 분노’의 화신입니다. 모든 것에 분노하기에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성좌’. 예, 말 그대로 ‘별’을 먹어 치우는 자입니다. 그리고 그 먹어 치워 버린 ‘별’을 이용해서 또 다른 ‘별’을 먹을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내죠. 저기 바다에 떠도는 괴수들 모두 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맙소사…….”

“이게… 지금 우리 올림푸스 길드가 상대하는 적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성좌 포세이돈 님과 그 사도님들, 가호를 받은 영웅들이 당신들이 편하게 먹고 자는 순간에도 싸우고 있지요. 저 끝없이 먹어 치우기만 하는 괴수와 그 부하 괴수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말이죠.”

“…세상에!”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 커다란 충격을 받는 유성원이었다.

악(惡) 성향 성좌 중 거물급들이라고 해 봐야 가까운 곳에 있는 성좌 도살왕, 성좌 66천마,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 같은 스케일만 봤었지, 이런… 정말 순수 물리적으로 ‘별’을 먹는 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심지어 자신들이 늘 평온하게 지내는 나날 동안에! 태평양 바다 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말이다.

“충격이 보통이 아닐 겁니다. 무리도 아니죠. 밖에서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이곳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말이죠.”

“이거… 뭐… 어떻게 안 해?”

“어떻게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습니다. 보시죠. 방금 전에 본 것이 A급, 그리고 저 아가리의 중심 가까이로 가면 이제 S급인 기가 오션 이터들이 득실거립니다. 못해도 S급 헌터 셋이 붙어야 하는 S급 몬스터가 말입니다. 저 떨어지는 절벽 주변을 자세히 보시죠.”

“…맙소사!”

워낙 구멍(입)이 거대해서 그런 건지 주변으로 다른 생물들이 작게 보일 듯 말 듯하면서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 확실한 건 그 수가 올림푸스 길드원이 말한 대로 한두 마리나 수십 마리가 아니라 수백, 수천 마리라는 거였다.

“이제 저희의 고난을 조금 이해하셨는지요? 아무튼 거의 다 왔습니다. 유성원 헌터님, 내릴 준비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후우~”

그의 말대로 세계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그동안에는 성좌들끼리 그저 땅따먹기 정복욕을 채우거나 노는 레벨인 줄 알았는데… 저런 존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리고 올림푸스 길드가 왜 전선을 빼지 못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저 ‘별’을 먹어 치우는 성좌 영원한 분노 휘하의 괴수들은 ‘별’의 존립을 흔들 정도의 위협인 만큼 ‘고작’해야 함선 한 대 훔치고 S급 헌터를 죽인 자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이런 일이 알려지면 세계 사람들의 충격이 어마어마하겠네.”

“예. 그래서 세계 시민들에겐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정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별’이 멸망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당장 처리하니 어쩌니 시끄러워질 것은 물론이고, 종말론을 떠들어 대며 패닉에 빠질 게 분명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먹어 치우고 있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인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성좌 영원한 분노만이 유일한 ‘별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올림푸스 길드가 맡은 다른 전선에도 이런 거대한 위기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자 공포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대체 그럼… 다른 데는 얼마나 무서운 일이……. 그럼 나보고 이걸?’

“자, 착륙이 완료되었습니다. 해신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유성원 헌터님. 유성원 헌터님?”

그리고 곧 요새 함선인 황금 갈기호보다 훨씬 거대한 섬 요새인 해신궁에 도착했지만, 워낙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유성원은 안내원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고 두세 번 더 불리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알았어. 바로 옷 갈아입을게. 하아아아~”

철컥!

곧바로 금빛 신수의 갑옷을 불러 착용한 유성원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비즈니스 제트기에서 내려 본격적으로 해신궁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히 충격의 여파는 가시지 않아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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